타이거 우즈 탄 GV80 사고, 자동차 문제? 운전자 문제?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1.02.2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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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에 의한 사고, 예상해 볼 수 있는 몇몇 시나리오

골프계의 슈퍼스타 타이어 우즈가 운전 중 사고를 당했다. 중앙분리 화단을 넘어간 GV80이 언덕 아래까지 구르면서 큰 부상을 당한 것이 핵심이다. 그래도 최신 안전장비를 갖춘 신차의 안전성 덕에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최신 자동차들은 성능과 안전성을 기초로 만든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각 지역이 요구하는 안전도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안전설계 및 자체 시험을 한다. 특히 제네시스는 각종 안전도 시험 항목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사고의 원인은 과속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신이 내놓은 기사를 종합해 볼 때, 해당 도로의 주행 속도는 45마일(약 70km/h) 정도다. 제네시스 GV80이 보유한 성능을 감안할 때 부담 없는 속도다.

코너는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왜 났을까?

예상일뿐이지만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ADAS 사용 여부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ADAS 기능 중 하나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 장치를 안전 보조 기능이 아닌, 자율 주행 기능의 하나로 여긴다. 이는 각 자동차 제조사들의 마케팅 때문인데, 최근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자율 주행이란 단어 사용을 꺼리는 추세다.

만약 제네시스 GV80의 ADAS에 운전 일부를 맡긴 채 운전에 소홀했다면?

제네시스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이 특정 코너에서 별다른 안내 없이 해제될 때가 있다. 이 현상은 HDA(고속도로주행 보조 기능) 작동 중에도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보통 굽이진 코너에서 그런 현상을 보일 때가 많은데, 1차선으로 코너를 주행하다 기능이 해제됐는데, 운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차량이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며 사고를 맞을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안전장비를 맹신한 소비자의 잘못이지만 제네시스의 차선 유지 보조 기능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순수한 차량의 성능이다. 타이어 우즈는 전용기, 요트는 물론 다양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고성능 차도 많다. 만약 자신이 보유한 차들의 성능에 맞춰, 익숙한 속도감으로 코너를 돌았는데 자동차와 타이어의 성능이 받혀주지 못하면 차량이 코너 밖으로 밀리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커지며 사고를 겪을 가능성도 생긴다.

제네시스와 같은 등급의 SUV들은 고성능 타이어를 쓸 때가 많다. 국내서 판매되는 벤츠 GLE, 아우디 Q7, BMW X5 등도 대부분 성능 좋은 여름용(스포트) 타이어를 쓴다. 반면 제네시스는 성능 보다 승차감을 우선시 한 서스펜션 설정과 타이어를 갖췄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PRIMACY TOUR A/S라는 제품으로 평이한 성능을 가졌다. 똑같은 과속이라도 타이어나 자동차 성능에 따라 코너링 한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것도 사고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도 자동차에게 잘못은 없다. 제대로 차의 성능을 파악하지 못한 운전자의 과실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완벽한 과속이다. 모든 자동차는 한계 이상의 속도를 넘어서 달리지 못한다. 직선 주행이야 별 무리 없지만 한계 이상의 속도로 코너링을 하다 제어 불능 상황에 빠졌다면 사고를 막을 답이 없다. 일부 외신들은 타이어 미끄러짐 흔적이 없었다는 점을 얘기하는데, 고속으로 달리다 강하게 제동 시스템을 작동시켜도 타이어 자국이 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ABS 등도 이유가 된다. 다만 코너링 한계 이상으로 달리다 차량이 미끄러진 경우는 타이어 자국이 생긴다.

결국 문제는 과속에서 파생된다. 정확한 이유는 타이거 우즈만이 알 것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마음은 편치 않다. 제네시스 GV80가 전 세계에 홍보되긴 했지만 운전자가 멀쩡히 걸어 나오지 않는 이상 사고를 통한 홍보엔 제한이 따른다. 자칫 잘못하면 자동차의 성능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타이거 우즈가 스폰서에 대한 예우를 충분히 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인 뷰익(Buick)과 파트너 관계를 맺을 당시 골프 대회에 출전하게 됐는데, 대회 주관사는 그에게 최고급 승용차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타이어 우즈는 이들 보다 등급이 낮은 뷰익 자동차를 타고 대회에 출전했다.

자동차 광고를 찍었음에도 그 차를 이용하지 않는 연예인들도 많다. 어떤 연예인은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선물로 받은 차를 내다 팔기도 한다. 특정 자동차의 홍보대사가 되었지만 자신이 타기 싫으니 이용 기간 동안 다른 지인들에게 차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광고를 찍고 돈은 받았지만 막상 자신은 그 차를 타기 싫다는 것. 물론 예외도 있다. 탤런트 김태희는 과거 토요타 캠리 광고를 찍고, 직접 캠리를 구입해 이용했다. 현재 남편인 비(정지훈)와의 연애 당시도 이 차를 이용했는데, 파파라치가 찍은 캠리 사진이 다수 언론의 지면을 장식했다. 덕분에 토요타도 예상하지 못한 홍보 효과를 냈다.

앞서 얘기된 뷰익의 사례를 비롯해 타이거 우즈는 스폰서를 배려하는 진정한 프로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타이거 우즈가 이번 대회 스폰서인 제네시스 측에 불리한 얘기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가 운전한 제네시스 GV80의 과속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은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자사의 K5, 넥쏘를 비롯한 다수의 차들이 美 IIHS가 시행한 안전도 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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