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차세대 하이브리드 슈퍼카 ‘어튜라의 사양은?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11.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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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0 엔진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진지 오래이며, V12 엔진 역시 남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누군가는 규제로 인해 자신들의 사업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변화의 거센 물결을 멈출순 없다. 그래서 멕라렌도 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멕라렌은 리카르도에서 제작한 4L V8 트윈터보차져 엔진을 거의 모든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하나의 엔진으로 모든 라인업을 커버하는 볼보에 비할 순 없겠지만, 결론적으로 멕라렌에게 V8은 이른바 마지노선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이 엔진 하나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기 위해 숲을 사들이는 것도 한계가 분명히 오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멕라렌은 조금 더 일찍 다른 방법을 찾기로 결정했다. 엔진의 다운 사이징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멕라렌과 같은 스포츠카에게 있어 다운사이징은 필연적으로 두 가지의 현상을 동반한다. 엔진의 출력이 줄어든다는 것이 첫 번째이며, 만약 첫 번째 사양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결국 내구성에 한계가 일찍 찾아오는 것이 두 번째이다. 허나 이 모든 것들은 멕라렌의 스포츠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방식은 엔진의 사이즈를 줄일 수 밖에 없는 회사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우회적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메이저급 스포츠카 회사들 중에서 메인 스트림 모델에 전기모터를 적용하는 사례는 멕라렌이 거의 처음이라는 것이다.

물론 페라리도 포르쉐도 모두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을 사용한 사례는 있으나,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멕라렌은 그간 하나의 파워트레인으로 거의 모든 모델을 커버해왔다. 따라서 이들이 소개할 새로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앞으로 멕라렌의 모든 라인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관적인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이들이 어튜라(Artura)로 명명한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의 스포츠카가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두 개의 실린더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배기량 역시 3.8L로 미미한 차이지만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여기에 트윈 터보 차져를 장착했다. 또한 하이브리드의 의미에 맞게 전기모터가 결합된다.

사실 멕라렌은 이 방식에 대단히 익숙한 회사다. 이미 그들은 메르세데스 HPP, 혼다와 르노와 함께 포뮬러1을 통해 하이브리드를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방식의 파워트레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충분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으니, 적어도 퍼포먼스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

멕라렌에 따르면 새로운 트윈 터보 V6 하이브리드는 최소 6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뽑아 낼 수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스펙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향후 다양한 모델에 다른 출력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달리 말하면 새롭게 개발된 파워트레인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다만 한가지 예상되는 문제가 있다. 배터리가 탑재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무게가 상승한다는 점이다. 실린더 두 개를 잘라내는 것으로는 늘어난 배터리 무게를 상쇄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멕라렌은 아예 새로운 하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해온 경험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새로운 파워트레인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을 설계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할 것이라 발표했다. 멕라렌의 설명에 따르면 어튜라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파츠들이 적용될 것이라 한다. 특히 기존에도 충분히 가벼웠던 샤시를 더욱 가볍고 강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MCLA라 불리는 새로운 카본 파이버 샤시는 추가된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무게를 완전히 잊게 해줄 정도로 어튜라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도 크게 의심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지난 45년간 이들이 매일같이 해왔던 일이 바로 레이스카의 무게를 줄이고 더 강력한 엔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강하게 만들면서 드라이버를 보호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의 상승을 완전히 회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 거의 모든 파츠가 가벼운 상태에서 더 가볍게 줄인다는 건 아예 새로운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엄청나게 비싸질 것이다. 멕라렌은 새로운 스포츠카는 기존 대비 약 30~40kg정도 무거워질 것이라 한다. 이 정도만 해도 무게의 증가를 상당히 억제한 것이므로, 새로운 고객들도 납득할 것이다.

어튜라는 다음 시대로 나아가려는 멕라렌의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 대의 모델에 그치지 않고 향후 출시될 모든 멕라렌도 이와 같은 개념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물론 일부 고객들은 불만을 품을 가능성도 있다. 32km를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달리는 멕라렌은 원치 않을수도 있으며, 특히 스포츠카에게 있어 상징과도 같은 커다란 배기량과 멀티 실린더를 포기한다는 것은 일종의 사형선고와도 같기 때문이다.

물론 어쩌면 페라리도 V6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 실험중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페라리 역시 디노라 불릴만한 V6 모델을 내놓을 것이다. 허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멕라렌이 더 빠르게 그리고 가장 먼저 시장에 V6 슈퍼카를 내놓을 예정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슈퍼카 플랫폼이 새로운 시대로 이들을 이끌어 갈지, 혹은 나락으로 떨어뜨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튜라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완전히 공개될 예정으로 모든 것은 내년 이후에 판가름 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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