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도 못 파는 한국지엠, 차라리 접는 게 낫다(?)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0.11.19 11:54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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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조들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부분 파업이긴 하지만 이에 따른 생산 손실이 만만치 않다. 한국지엠은 지난 수년간 적자를 냈다. 여기에 8천억 원에 달하는 혈세도 들어갔다.

파업 이유는 인금 인상, 하지만 실제는 고용 안정이란 요소가 크게 자리한다. 쉽게 말해 일자리를 더 오래 보장해 달라는 얘기다. 하지만 생산을 볼모로 사측과의 줄다리기를 원하는 경영진은 없다. 당신이 기업의 사장이라고 생각해 보자. 진행 업무를 무기로 일 안 하겠다는 직원을 어떻게 하고 싶을까?

현대기아차는 한국 회사다. 그 때문에 특혜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역으로 정치권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도 많다.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것도 자의로 행하기 어렵다.

반면 한국지엠은 한국에 위치한 지엠의 지사다. 순수 한국에 뿌리를 둔 현대기아차와 다르다.

올여름 닛산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반 일본 정서가 부른 철수로 이해하는 일부 소비자도 있지만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검토돼 왔던 일이다. 단순히 한국 내 판매량 감소에 의한 철수면 한국 시장에서만 사업을 접으면 되지만 닛산은 한국 철수를 포함해 전 세계 지역에 있는 일부 공장도 폐쇄한다. 인피니티만 봐도 지난 2019년 영국 선덜랜드에서 생산되던 일부 모델 생산을 끝으로 몸무게를 줄였다. 한국닛산은 순수하게 수입해서 파는 기업이지만 외국계 회사들이 자사의 손익을 따져 철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하나의 예가 된다.

다시 한국지엠으로 돌아가자. 쉐보레 브랜드 상품은 프리미엄 수입차와 유사, 또는 일부 브랜드에 밀리는 판매 실적을 내고 있다. 프리미엄 수입차들은 차량 가격 자체가 비싸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봐도 최소 3천만 원대에서 시작해 3억 원대를 넘어서는 가격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E300의 가격은 약 6~8천만 원대다.

반면 한국지엠은 사정이 다르다. 여기에 국내 생산 모델만 계산하면 1~3천만 원대 모델들이 전부다. 그렇다면 국내 생산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로열티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보다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진 특화된 모델이 빨리 수입되길 바라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

쉐보레 콜로라도는 픽업트럭을 통해 다양한 장르 확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스포츠카 콜벳을 기다리는 수요층도 최소 수십 명 이상이다.

지엠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매우 낮은 확률로 전망한다. 지엠 입장에서 보면 소형~중형 차에 강한 연구개발(R&D)를 남기는 한편 사측과 마찰을 일으키는 공장을 접어 수입 시스템으로 전환해서 차를 파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중형차 말리부를 구입자 입장에서 보면 수입이든 국내 생산의 문제는 크게 중요치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을 뿐이다. 한국지엠은 이미 일부 수입차를 들여오며 미국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볼보는 중심 모델 일부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그래서 문제일까? 볼보가 부러운 일부 사람들, 또한 경쟁사 영업사원들이 깎아내리기 용으로 중국산이란 점을 물고 늘어지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별 신경 쓰지 않는다. 또, 속내를 들여 다 보면 중국산이 갖는 경쟁력도 있다. 쉽게 말해 뒤에 짓는 공장일수록 첨단 시스템으로 구축된다는 것. 스웨덴 볼보가 제시한 가이드에 맞춰진 최신 공장. 최신 생산 시설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품질이다. 또한 첨단으로 갈수록 사람이 하는 것들을 기계가 대신해 에러율을 낮춘다.

지엠의 중국 공장의 생산 품질이 우리보다 떨어질까? 단순히 우리가 무시하고 싶어 하는 상상이 만들어 낸 편견은 아닐까?

지엠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 일부 국산차들의 품질을 보면 ‘Made in Korea’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경쟁사인 현대기아차는 유튜브 여론을 사실상 장악했다. 다수의 신차, 시장의 인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유튜버들의 수익 구조로 볼 때 현대기아차 상품, 그들의 행사 초청 권한은 갑 중의 갑이다. 콘텐츠에서 단점을 지적하면 행사에서 제외되며 이는 자신의 수익에 큰 타격을 준다. 먹거리를 잃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인플루언서를 쥐고 있는 국내영업본부 국내 커뮤니케이션팀이 전통 미디어와 협업하는 홍보팀 보다 더 큰 힘을 가졌다는 얘기도 돈다.



이제는 품질 이슈로 자사를 공격하는 유튜버에 대해 역공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도 정상은 아니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콘텐츠만 유통하겠다는 것이니까. 물론 이것도 시장의 인기와 자금이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긴 하다. 그래서 한국지엠은 못한다. 여력이 없다. 현대기아차 파트너들이 콘텐츠 소재로 두들겨 패면 그대로 맞아야 한다. 속으로는 욕해도 겉으론 숨죽이며 ‘끽’소리도 못 한다. 현대차와 쉐보레가 각각 행사를 한다고 가정하자. 인플루언서들은 어떤 행사장을 찾을까?

그렇게 이런저런 영향을 받으며 판매 격차는 커져간다.

지금 한국지엠 사측과 노조가 생각해야 할 것은 먼 훗날의 일자리가 아닌 오늘, 그리고 내일이다. 노사가 함께, 당장 오늘의 승기를 잡아야 더 오랜 시간 서로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선택은 그들이 한다. 냉랭한 시장의 시선 속에서 그들이 무엇을 택할지는 향후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한국지엠이 해줬으면 하는 것은 노조와의 협상 보다 협력업체들의 수출 길 확대다. 지엠이 협력하는 좋은 파트너들도 많지만, 한국 파트너들은 질 좋고 경쟁력 있는 부속들을 약속 시간 안에 납품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생산자의 마인드 보다 높은 경지에 있다. 특히 각 부품의 성능은 과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 말할 수 있다. 꾸준한 판매량으로 신화를 만들어가는 테슬라의 보이지 않는 곳에는 한국 기술진들의 결과물이 숨 쉬고 있다. 배터리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노조의 통장에는 급여가 지급되지만 생산 물량이 줄어든 협력업체 직원들은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낸다. 자동차라는 결과물로 볼 때 누가 지엠에게 더 도움이 되었는가?

나의 일자리가 중요한 만큼, 누군가의 일자리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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