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볼보 광고로 본 반자율 주행(?)의 진실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0.11.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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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볼보 XC60 CF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두 남녀의 사랑, 그리고 아이. 부부는 가구 모서리를 감싸는 등 아이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네 가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육아에 의한 피로감이 그려진다.

졸음 운전…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 속 운전자는 코너를 돌아가다 깜빡 존다. 그리고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ane Keeping Aid)이 작동하는 모습이 화면을 스치는데, 이 시스템 덕분에 운전자는 사고를 면한다.

그리고 광고의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당신이 가족의 안전을 지키듯이, 볼보는 당신의 안전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구는 하단에 조그맣게 표시된다. 연출된 상황으로 주의가 필요하며, 보조적 시스템이라 작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 볼보의 ADAS 기능은 업계에서도 좋은 편이 속한다. 적극적인 기능성으로 안전에 도움을 준다는 얘기다. 동일한 조건에서 일부 제조사들의 시스템과 비교해 보면 볼보가 개발한 ADAS 성능이 얼마나 우위에 서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조 안전 기능과 반자율 주행 시스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안전 시스템을 (반)자율 주행 기능이라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반)자율 주행이란 뭘까?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해 주고, 스티어링 휠(핸들)을 잡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조향을 해주는 정도다.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경고를 해주고, 이후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다 보니 스티어링 휠에 일정 수준의 힘이 전달되는 물체를 넣어 주행 시간을 늘리는 소비자들도 있다.

자동차는 통상 두 가지 방식으로 사람이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다고 인식한다. 하나는 일정 수준의 힘이 스티어링 휠에 전달되는지 감지하는 방식이다. 직선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분명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지만 계속 잡으라는 메시지를 띄우는 차들이 있는데,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다. 경고가 떴을 때 스티어링 휠을 살짝 움직여주면 경고를 멈춘다. 대중차 브랜드들이 이 방식을 선호한다.

스티어링 휠 자체에 센서를 내장해 사람의 손이 닿아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방식도 있다. 스티어링 휠만 잡고 있다면 직선을 달릴 때도 별도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원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로 고급차에서 이 방식을 많이 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마세라티 등등이 애용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자율 주행의 일부가 아닌, 안전을 위한 보조 기능이다. 그러나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를 편의 장비로 포장하다 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이것이 첨단 편의 장비로 착각한다.



지난주 우리 팀이 만난 제네시스 G70은 현대차의 최신 ADAS 기능이 적용된 모델 중 하나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주행을 보조해 주는 HDA(Highway Driving Assist)라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하지만 최근 변경된 기준에 따라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후 약 12~13초 정도 되면 이를 잡으라는 경고를 해주고, 이후 다시 십수 초가 흐르면 경고음을 발생시킨다. 그래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20여 초 이후 시스템 작동을 멈춘다.

과거엔 HDA 작동 이후 수분 이상 차가 알아서 달렸다. 반자율 주행이라는 말을 믿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일부 제조사 영업 일선에서는 마치 이 편의 기능이 없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호들갑 떨었다. 하지만 상당수 업계 전문가들은 이 기능을 신뢰하지 않는다. 에러율이 높다는 것,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 그냥 비활성화되는 문제가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코너에 진입했는데, 갑자기 시스템이 꺼지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신차를 구입한 기자의 지인은 ADAS를 접한 후 신세계를 맛봤다고 했다. 그러나 한 달 뒤 해당 기능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스템에 의존하다 보니 스마트폰을 보는 등 딴짓을 하는 시간이 늘었고, 일부 환경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해 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했다. 피로감이 낮아진 것 같았는데, 의심하며 신경 쓰는 영역들이 늘면서 피로감이 늘었다는 것. 물론 사람에 따라 평가는 다를 것이다.

일부 차에서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을 작동시키면 차량 스스로 생각한 중앙으로 차를 몰고 간다. 하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차량 중앙은 자동차가 생각하는 그것과 조금 다르다. 그래서 푸조 등의 일부 제조사들은 운전자가 보정한 차선 중앙 값을 학습하는 기능이 있다.

올해 테슬라는 테스트할 때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다. 테슬라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은 매우 적극적이다. 차량 스스로 생각한 쪽으로 차를 몰고 나간다. 방향이 틀렸음에도 강하게 스티어링을 잡고 놓지 않는다. 굽이 치는 코너가 즐비한 환경에서 이 시스템이 벽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경험한다면 아마도 시스템을 믿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스티어링을 강하게 잡고 있다는 것. 매우 큰 힘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야 자신(차량)의 의지를 멈춘다. 물론 해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얘기가 많다.

이번 볼보의 광고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ADAS가 안전 기능으로 어떤 것들을 수행할 수 있는지는 보여주는 한편, 조그맣게 안전 보조 기능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반자율 주행? 이건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 시스템을 만든 개발진에게 차량에게 운전을 맡기고 당신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안전 보조 시스템이기에 무작정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개발한 사람들조차 100% 신뢰하지 못하는 기능을 우리는 너무 믿고 있지 않은가?

자율 주행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의 ADAS가 있기에 자율 주행으로의 발전 또한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자율 주행이 아닌 안전 보조 시스템이다.

ADAS는 무엇의 약자인가?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이다. 운전자를 지원한다는 것이지 시스템 스스로가 운전의 주체가 된다는 얘기는 없다.

볼보가 전한 메시지처럼 이 기능이 모든 환경에서 100%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볼보의 ADAS 기능은 성능이 꽤 좋다. 그럼에도 100%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다른 시스템은 어떠하겠는가?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전략과 스스로 지켜야 할 안전 정도는 구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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