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재미나다구?... 현대 쏘나타 N 라인 광고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0.11.13 16:3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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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에피소드로 기능성과 성능 설명 풀어내

현대차가 내놓은 고성능 브랜드 ‘N’.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완성형 고성능가 나오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 출시된 N 모델은 유럽용 i30 N과 i30 N 패스트백, 최근 공개된 i20 N, 북미 및 국내서 팔리는 벨로스터 N 정도인데 고성능이라고 자랑하기엔 한계가 있다. 만약 10년 이전이었다면 충분히 자랑할 만한 모델이었겠지만 300마력을 넘나드는 경쟁차들이 즐비한 시점에서 두 개의 N 모델이 보여주는 성능은 의외로 평범하다. N의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또한 경쟁사들에겐 해치백 외에도 다양한 솔루션이 있다. 일본 혼다만 봐도 시빅 타입 R을 비롯해 고성능 NSX가 있다. 역사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현대차가 스쿠프를 내놓았을 무렵, 혼다는 1세대 NSX를 내놨다. 렉서스는 수익도 나지 않는 LF-A라는 슈퍼카도 만들었다. 고성능 브랜드 여부를 떠나 보유한 라인업의 상징성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최근 현대차의 행보를 보면 ‘N’을 개발하기 보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N 라인’을 늘려 나가는 모습이다. 물론 현대차도 고민은 많다. 쉽게 말해 G70의 고성능 모델이 나와 7~8천만 원대 가격을 부른다면? 국내에서는 조금 팔리겠지만 세계 시장에서 상황은 다르다. 경쟁사들을 압도하지 못한다면 그나마 경쟁력도 희석된다. 다른 예로 캐딜락 ATS-V를 보자 M3에 대항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고성능 차다. 데뷔와 동시에 전 M3를 성능을 눌렀다. 이에 BMW가 한층 더 높은 성능을 내는 컴페티션 모델을 만들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도 얻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거의 안 팔렸다. 국내에서도 M3보다 3~4천만 원 이상 낮은 7천만 원 대 실 거래 가격을 가졌지만 판매 성적은 나빴다. 그리고 단종됐다. 이것이 고성능 차 시장의 현실이다.

물론 렉서스처럼 꾸준한 시도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익을 최소한으로 잡으며 밀어붙이기엔 어려움이 많다. 특히나 고성능에 대한 제한적인 노하우를 가진 상태, 전기차, 수소전지차 등 다양한 장르의 모델 개발 이슈, 심지어 기아차 개발까지 담당하는 남양연구소에게는 벅찬 일이다.

그래서 현대차는 N 라인 확장에 더 집중한다. 고성능 이미지를 살짝 불어넣어 가격을 부풀릴 수 있고, 고성능 수입차로 넘어가기 힘든 소비자들을 흡수하며 자사의 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현대차는 얼마 전 쏘나타 N 라인을 내놨다. 기대와 달리 더 고출력 엔진, AWD 시스템은 빠졌지만 역대 쏘나타 가운데 가장 막강한 성능을 뽐낸다. STI 버전의 스바루 레거시가 부럽지 않은 성능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움이겠지만, 그래도 시작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그런데, 쏘나타 N 라인의 시선을 잡아끌게 만든 요소가 생겼다. 차보다 재미난 것(?),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광고다. CF의 주인공은 차와 귀신이다.

가뜩이나 썰렁한 날씨에 납량 특집이란 콘셉트가 어울리지 않지만 현대차 광고팀은 이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에피소드는 여러 개다. 이를 통해 쏘나타 N 라인에 들어간 일부 기능과 성능을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해석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다르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귀신과의 만남인데, 이를 통해 런치 컨트롤의 기능성을 표현했다. 급가속 때 차 밖으로 튕기는 귀신의 모습도 재미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코너링 성능과 변속기에 내장된 레브 매칭 기능 설명을 풀었다. 코너만 돌아나가는 자동차 주행 장면 하나로 어려운 숙제를 쉽게 풀었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가속 성능, 사운드 제너레이터의 기능성을 담았다. 빠른 운전에 불안감을 느낀 귀신이 시트벨트를 채우는 모습도 재미난다.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변속기가 보여주는 다이내믹한 성능을 풀었다. 짧게 끊듯 때리는 변속 감각은 주로 고성능 차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변속기 내부 부속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만큼 일정 수준의 내구를 보장해야만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풀었다는 것이 이번 광고의 장점.

마지막 에피소드 속 쏘나타 N라인은 달리지 않는다. 단지 주차장에 서있는 차 안에서 귀신이 운전자를 기다릴 뿐. 재미난 자동차의 성능에 반한 귀신이 한 번 더 차를 타기 위해 기다린다는 것인데, 다이내믹하게 달리는 모습은 없어도 한 번 더 타고 싶다는 다른 승객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번 현대차 쏘나타 N 라인의 광고는 뻔할 것 같은 자동차의 성능을 재미나게 전달했다. 광고는 상품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 그리고 새로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있다. 현대차 광고팀 또는 광고 대행사는 이번 쏘나타 N 라인의 특징을 최대한 재미나게 담아냈다.

해외에서 멋스럽게만 포장한 뻔한 광고의 수준을 넘어. 예산을 절약하면서도 메시지를 확실하게 담아낸 재미난 광고. 이는 딱딱하고 보수적(?)이게만 비친 현대차의 이미지를 바꿔주는 데 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문화가 다른 국가에서 방영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국내 시장에게 관심을 받기엔 충분하다.

마침 경영 체제도 바뀐 터라 젊은(?) CEO가 이끄는 앞으로의 현대차 이미지에도 관심이 커진다.

현대차 광고? 그동안 너무 뻔했다. 그래서 관심 두고 안 봤다. 글로벌 광고를 만들어 별 메시지 없이 그냥 방영한 한다는 느낌도 짙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다.

광고 제작자분들,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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