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S라는 전작의 벽은 높았다.

시작하며 : 체급을 낮춰 경쟁력을 높인다.

‘동급 경쟁모델’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많은 것들이 좋아야 한다. 멋진 디자인, 넓은 공간, 강력한 성능, 많은 장비, 여기에 브랜드 밸류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브랜드 밸류’는 무시 못할 요소다. 같은 가격에 같은 성능이라면 벤츠 마크를 달고 있는 것이 좋을까 처음 듣는 생소한 브랜드를 달고 있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모든 소비자들은 전자를 택할 것이다.

브랜드 밸류가 높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캐딜락은 미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그러나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밸류는 하위권이다. 이 상황에서 캐딜락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ATS를 내놓을 때의 캐딜락. 대놓고 BMW 3시리즈를 경쟁모델로 지목했다. 그리고 동급 최고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적어도 성능으로 3시리즈는 압도했따. 그러나 3시리즈에 대한 소비자 인식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ATS가 단종된 후 CT4가 나왔다. 그런데 체급을 낮췄다. BMW 3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하위 등급, 예를 들어 벤츠 A-클래스 세단이나 CLA, 아우디 A3 등과 경쟁한다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권투나 유도 경기에서 체급을 낮춘 후 해당 클래스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랑 똑같다. CT4 자체로는 3시리즈나 C-클래스 등과 비교해 여러 가지가 부족할 수 있지만 체급을 낮추면 동급 최고 사이즈, 동급 최대 공간, 동급 최고 성능, 동급 최다 편의 장비 등을 노려볼 수 있다. 가격은 예외지만.

CT4 외에 또 다른 예로 인피니티 Q50을 꼽을 수 있다. 차체 크기는 중형급이지만 3시리즈가 있는 콤팩트 세단 시장에서 경쟁한다. 물론 자존심은 상해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이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시장에서 이 전략이 먹힐 것이냐는 것.

드라이빙 :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변화를 선택

엔진은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다. 240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ATS에서 272마력과 40.7kgf.m의 토크를 발휘했는데 수치가 떨어졌다.

배기량은 같지만 엔진이 변경(코드명 LSY) 됐다. 3-스탭 슬라이딩 캠샤프트 기술(three-step sliding camshaft technology)을 통해 가변 실린더 기능을 지원한다. 통합형 배기 매니폴드와 트윈 스크롤 터보의 조합으로 터보 반응성을 개선하고 엔진과 변속기를 일정 수준으로 열을 올리는 시간까지 줄였다. 모터를 통해 구동되는 워터펌프 적용으로 열 관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최대 토크도 보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발휘되도록 변경됐으며, 저저항 오일 사용으로 회전 저항도 줄였다.

한마디로 엔진을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러한 부분까지 알까? 그저 출력과 토크가 줄었다는데 불만을 표시할 듯하다. 우리 팀도 그렇지만...

0-100km/h 가속시간은 7.14초를 기록했다. 우리 팀이 운영 중인 ATS가 6.57초의 가속성능을 발휘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100-0km/h 최단 제동거리는 37.22m를 기록했다. 평균 제동거리는 37.93m, 최장 제동거리는 38.77m다.

제동 시스템은 전자식이다. 끝까지 밟으면 반발력 없이 들어간다. 그래도 캐딜락만의 느낌은 살리고자 살짝 무겁게 설정했지만 기존 시스템 대비 이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ATS와 달리 초기 응답성 증가됐다.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브레이크를 콱 잡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BMW가 이 부분을 세련되게 잘 만드는 만큼 벤치마크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주행 모드간 브레이크 페달 조작에 따른 시스템의 작동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 너무 인위적으로 캘리퍼를 압박하는 경향이 있어 노멀 모드 쪽의 리니어한(?) 반응이 추천된다.

정숙성은 떨어졌다. 아이들 측정 수치는 42dBA. ATS의 39dBA 대비 하락했다. 시동이 걸려있는 상황뿐 아니라 주행을 할 때 일부 부밍음이 실내로 스며든다. 수백 마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모델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모델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무게는 소폭 줄였다. 1598kg으로 1620.5의 ATS 대비 경량화(?) 아닌 경량화가 이뤄졌다. 물론 그 폭이 제한적이긴 하나, 그래도 최소한의 의미를 뒀다는 것이 맞겠다.

물론 장점도 있다. 엔진 반응이 좋아졌다는 것. 엔진의 저회전 영역 반응이 살아나면서 달리는 상황 외에 일상 주행 때도 만족감이 높다. 스포츠 모드처럼 특별한 모드가 아니라 일반 모드인 투어(Tour)에서도 빠른 반응을 보여준다.

하지만 4000rpm 이후 영역부터 마력감이 빠르게 하락한다. 이때 토크도 하락하는데, 5500rpm 부근에서 변속을 해준다. 과거 테스트했던 말리부 1.5T 모델의 변속 패턴과 유사하다. 그만큼 전반적으로 파워트레인이 만들어내는 펀치감은 ATS 대비 감소했다. 때문에 소비자에 다라 고 rpm 영역에서 힘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8단 자동변속기는 속도 면에서 ATS 대비 큰 차이는 없다. 패들을 조작했을 때 후 살짝 텀을 준 후 변속이 진행되는 특성도 같다. 소폭 느려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저속 주행 때 충격을 만들지 않았다.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퍼포먼스 시프트 기능이 추가됐다. 국내에서는 쉐보레 카마로 SS를 통해 접했던 기능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떼면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주행 상황에 맞춰 알아서 기어 단수를 올려주고 내려주는데 생각보다 똑똑하다. 오히려 패들을 활용해 수동으로 변속할 때가 더 느리게 느껴질 때도 있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성격으로 변했다. 고급 승용차와 비교한다면 단단하겠지만 스포츠 세단이라는 차량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또 와인딩 로드에서 주행을 했을 때 생각보다 부드러운 모습이 의외였다. 차체를 빡빡하게 잡아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일정 수준의 롤을 허용한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민감하다. 후륜축이 따라오는 느낌도 좋은 편. 물론 ATS와 비교하면 살짝 둔한 편인데, 여전히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경쟁력있다.

ATS와 달리 주행 특성은 언더스티어 쪽이다. 이 성향이 강해졌다. ATS는 뉴트럴에서 약한 오버스티어 성향을 보이는데 CT4는 언더스티어가 두드러진다. 급조작을 하지 않는 이상 후륜이 미끄러지는 상황은 잘 연출되지 않는다.

타이어는 순정(OE) 사양이 아니었다. 순정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스포트 컨택 6(Sport Contact 6) 다. 하지만 테스트 모델에는 맥스컨택 MC6(Max Contack MC6)가 장착됐다. 등급상 하위 타이어를 사용하다 보니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타이어가 버티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연기가 나면서 밀리는 경향도 있다.

순정 타이어가 장착된다면 보다 만족스러운 주행을 경험할 수 있을 듯하다. 캐딜락 코리아는 타이어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타이어는 끼운 것도 문제지만 미국 본사에 차량을 주문하면서 OE타이어를 함께 챙기지 못했다는 점이 더 문제다. CT4의 소비자 차량에 펑크가 발생한다면? 아마도 한짝만 다른 타이어를 달아야 할 것이다. 콘티넨탈 타이어 한국 법인은 스포츠컨텍6를 잘 공급하지 않는다. 시장에 재고가 없다보니 캐딜락 공식 차량도 임의적으로 구한 타이어를 구해 장착한 것인데, OE 타이어 몇 대분을 함께 들여와 딜러가 구비하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다.

실내 경쟁력 : ACC와 통풍시트를 더하고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은 뺐다.

새로운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은 좋다. 마그네슘 패들도 달려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디자인은 기존과 같지만 보다 선명해졌다. 햅틱 시트의 진동이 보다 부드러워지고 소음도 줄어들었다. 주차 브레이크로 풋방식에서 전자식으로 변경됐다.

공조장치 사용이 편해졌다. 기존에는 터치 방식이라 다소 불편했는데, 지금은 사용이 편하다. 통풍 기능도 추가됐다. 안전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추가됐다. 하지만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뒷좌석 공간도 기존과 거의 동일하다. 트렁크 공간은 살짝 넓어졌다. 안쪽에 위치한 구조들은 ATS와 같다. 사운드 시스템도 스피커 개수를 10개에서 14개로 늘어났다. 다만 음질의 향상까지는 없었던 모양이다. ATS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우리 팀 김기태PD는 CT4의 것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ATS는 전동식으로 스티어링 휠을 조절했지만, CT4는 수동으로 조작한다. 메모리 시트가 있지만 스티어링휠을 그때그때 맞춰야 한다는 것.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전동 개폐 수납공간도 사라졌고 뒷좌석 컵홀더 뒤 수납함도 빠졌다. 스키 쓰루도 사라졌다. 또 있다. 운전자 몰래 실내로 침입한 사람을 감지해 알려주는 모션 센서도 CT4에서는 볼 수 없다.

삭제된 부분은 외부에서도 볼 수 있는데, ATS에 있던 액티브 셔터 그릴이 빠졌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릴 때 함께 따라 움직이던 어댑티브 헤드 램프도 빠졌으며, 도어 캐치에 있던 조명도 사라졌다. 왜 늘어난 것보다 빠진 것이 더 많이 보일까?

오토뷰 추천 : 차가 나쁜가? 아니다. 그렇다면 좋은가? 그것도 아니다. CT4는 한방이 필요하다.

주행 완성도 자체는 역시나 잘 했다. 출력과 토크 하락이 다소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CT4는 직접 운전을 했을 때 만족감이 더 높게 느껴진다. 언더스티어 성향으로 바뀐 만큼 일반 소비자도 후륜 두려움 없이 편하면서 빠르게 운전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작인 ATS다. 작정을 하고 만들었고 좋게 만들었다. 공간 빼고 다른 곳 어디에도 타협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물론 공간 희생이 크긴 했다.) 나중에는 큰 폭의 할인도 해서 가격 경쟁력도 좋았다.

후속 모델이라면 기존 대비 좋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발전이다. 하지만 ATS에 비해 CT4는 여러 가지 타협한 흔적이 많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편의 장비를 역대급으로 넣어주거나 뒷좌석 크기를 확 키우거나 낮아진 출력만큼 연비가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CT4는 그러지 못했다. 아! 얼굴 성형은 성공적인듯하다.

CT4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동급 최고의 상품성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뭔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필살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 필살기가 연말 폭탄 세일은 아니겠지?

ATS는 원가 대비 이윤이 적은 차였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힘든 다양한 곳까지 신경 쓴 차였다. 그래서 ATS에서 남기지 못한 이윤을 CT4를 통해 남기려고 했던 것 같다. 혹자는 CT4가 저렴하게 나왔다고 말하지만 냉정히 말해 우리 팀이 평가하는 CT4의 가격은 지금 구성 그대로 4천만원대 초반이다. 통풍시트와 ACC가 생겼지만 이것은 프리미엄 차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것이 됐다. CT4는 성능부터 많은 것들을 잃었다. 그렇다면 가격 경쟁력을 챙겨야 한다.

아울러 구입 추천 시기는 내년 중반 이후다. 지금은 할인이 미미해서 경쟁력이 없다. 특히나 잔존가치 방어 측면에서 불리한 모델이라 할인율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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