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보여준 하이브리드 패밀리 SUV

세제 혜택도 못 받는 하이브리드라고?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차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못해서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 때문에 기아차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세제 혜택을 직접 지불해 준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친환경 자동차를 구입할 때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알아야 한다.

친환경 자동차 혜택에는 보조금, 세금 감면, 그리고 구입 후 혜택이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적용됐던 보조금(50만 원)은 2019년부터 지원이 중단됐다. 반면 신차 때 세금을 감면해 주는 혜택은 지금도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0cc 이상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복합연비 기준은 리터당 11.8km 이상이며, 1600cc 미만 하이브리드는 리터당 15.8km 이상의 연비를 가져야 한다.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하이브리드라도 세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리터당 15.3km를 받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도 2종 저공해차 인증은 받았다. 저공해차 인증 기준은 연비가 아니라 배출가스에 포함된 물질을 보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입자상 물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때문에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해도 2종 저공해차가 받을 수 있는 공항 주차장 50% 감면, 혼잡통행료 면제 등 혜택은 받을 수 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보조금 이슈로 출발이 좋지 못했다. 큰 차체에 1.6리터 배기량의 엔진에 한계는 없을까? SUV니까 기존처럼 디젤을 이용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도 생긴다.

드라이빙 : 괜찮을까? 꽤 좋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생각보다 잘 달린다. 저속에서의 반응도 무난하며 속도를 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우리 팀이 실측한 가속 성능을 보자. 0-100km/h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8.62초로 나왔다. 4세대 전기형 싼타페 2.0 터보가 8.85초를 기록했으니 배기량은 줄었지만 하이드리드 시스템 덕에 생각보다 잘 달린다. 쏘렌토 2.2 디젤은 8.92초를 기록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디젤보다 빨랐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 대신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엔진은 180마력, 27.0kgf.m의 토크를 가졌다. 모터는 44.2kW(60마력), 최대토크 26.9kgf.m의 성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한 시스템상 총 출력은 230마력, 최대토크 35.7kgf.m를 낼 수 있다. 이는 2.2 디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성능이다.

100-0km/h 최단 제동거리는 38.89m였다. 전자식 브레이크 페달 특성상 강하게 밟으면 반발력 없이 끝까지 밟혀 들어간다. 제동 때 특별한 피드백을 온전히 느끼기 힘들다. 그래도 과거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이질감이 줄었다. 초반에는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조금 더 선형적인 감각으로 튜닝되면 좋겠다. 제동 테스트를 반복한 결과 평균 이동거리는 39.48미터였고, 최장거리는 40.10m 수준이었다. 최단과 최장 사이 편차라 1.2m며 좋은 성능이다. 제동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차체 무게는 어떨까? 통상 디젤 엔진은 블록이 무겁다. 하지만 무게는 2.2 디젤과 큰 차이 없었다. 하이브리드 4륜 모델은 1939.5kg을, 디젤 4륜 모델은 1927kg의 차체 무게를 가진다. 엔진 무게는 줄었지만 배터리 탑재에 의한 무게 증가로 유사 수준의 무게를 갖게 된 것이다. 무게 배분은? 다행히 전후 무게 배분도 디젤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잘 나간다. 일상 주행에서도 고속에서도, 와인딩 로드에서도 힘 부족을 느끼지 않는다. 기본 주행모드는 에코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정인데,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모드다. 하지만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것에서 답답함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이것마저 답답하다면 스포츠 모드를 쓰면 된다. 이때 모터가 적극적으로 동력계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민감하게 동력을 보조해 준다고 보면 된다.

모터 채용의 장점은 와인딩 로드에서 잘 나타난다. 코너에 진입한 후 재가속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았다. 터보차저 엔진들은 살짝 뜸을 들인 후 힘을 내는데,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놓자마자 재가속을 위한 힘을 낸다. 일단 모터가 힘을 내고 이후 엔진이 힘을 이어받아 본격인 가속을 만들어 낸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는 느낌이랄까? SUV이기에 둔한 감이 없진 않지만 충분히 좋은 성능이다. 기아 K3와 같은 콤팩트 세단에 이 같은 파워트레인을 넣어주면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모터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로 소극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도 있다. 당연히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다룰 때 만족감이 높긴 하다. 모터만으로도 간단한 이동도 할 수 있고, 엔진과 시너지를 낼 때 모터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강한 모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엔진의 일이 줄여, 효율 향상에 도움을 준다.

순수 모터로만 구동되는 EV 모드 활용성은 제한적이다. 아니, 애초에 EV 모드라는 것이 없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면 시속 5~10km 사이에서 엔진이 작동한다. 정말 천천히 출발하면 엔진 가동 없이 40km/h 부근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서 이렇게 느긋한 출발을 하다간 클랙슨(경적)에 얻어맞게 될 것이다.

그래도 시속 100km 이상에서 가속페달을 놓았을 때 엔진 시동을 꺼주는 등 효율을 위한 노력이 좋았다. 내리막길 등 일부 환경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도 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디젤 버전과 달리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물론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가 있기에 토크컨버터가 없다. 그래도 초기 출발을 할 때나 정차 후 조금씩 이동할 때 듀얼 클러치 특유의 밀림 현상이나 울컥거림에 따른 승차감 저하가 없어서 좋다. 물론 토크컨버터가 없어 완전히 부드러운 것은 아니기에 전진과 후진을 오가거나 기어 단수를 내를 때 이따금 충격이 발생하긴 한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만족감은 충분한 수준. 6단 기어는 생각보다 아쉬움을 만들지 않았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마일리지 누적에 따른 변속기의 아쉬움은 개선하면 졸겠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 자체는 무난하다. 다만 주행과 관련된 정보가 다소 흐릿하게 전달되긴 한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의 한계 중 하나지만 현대 기아차의 것은 확실히 모자란다. 협력사들과 함께 개선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아니면 보쉬나 ZF 제품을 납품받는 것도 좋겠다. 물론 현대기아차가 이런데 투자를 하지는 않겠지만...

간단히 정리해 보자. 종합적으로 잘 달린다. 힘도 좋고 고속도로에 올라 정속 주행을 하면 17~19km/L 사이의 연비를 넘본다. 승차감도 현대 싼타페보다 낫다. 이전 쏘렌토보다는 단단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하다. 코너를 돌아도 제법 만족도 높은 모습이다. 움직임도 깔끔하고 전기모터의 지원이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드라이빙 성능을 체감하게 해준다.

실내 경쟁력 : 디자인은 강인하게, 구성은 넉넉하게.

실내외 특징은 디젤 모델과 같다. 정제된 강렬함(Refined Boldness)을 콘셉트로 외관 디자인, 기능적 감성(Functional Emotions) 등 기아차가 제시한 것들을 동일하게 살렸다. 이제 하이브리드는 특별한 차가 아닌 세상이 됐다. 가솔린, 디젤처럼 또 하나의 파워트레인일 뿐 이 때문에 디자인에 힘을 더하는 제조사들이 적어졌다는 얘기다. .

그래도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 하이브리드 전용 메뉴, 운전석 전용 공조장치 설정 등 소소한 차이를 보이긴 한다.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까지 이어진 디스플레이 구성, 센터페시아의 위아래로 나뉜 송풍구 디자인이 쏘렌토의 특징이다. 2열 독립 시트는 공간도 넓고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도 된다. 버튼 조작만으로 3열도 쉽게 드나든다. 중앙 송풍구 하단에는 시가잭, USB, 220V 소켓 등 다양한 전원도 준비했다.

3열 구성도 좋다. 머리 공간은 살짝 아쉽지만 무릎 공간이 넓다. 3열 공조장치, USB 포트, 컵홀더, 후석 대화와 후석 취침모드까지 다양한 기능도 갖췄다. 쓸만한 공간이다.

무선 충전,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기아 페이, 서라운드 뷰, 크렐 사운드 시스템 등 사양도 있다. 안전장비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를 포함해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오토 하이빔 등을 지원한다.

오토뷰 추천 : 풀옵션은 별 2점... 적정폭 선택하면 만족도 최고 될 듯

동급에서 제대로 된 경쟁 모델은 없다. 현대 싼타페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다. 덩치 큰 팰리세이드와 비교될 정도로 커진 차체라 르노삼성 QM6는 한 등급 아래 모델이 된 것 같다. .

1.6리터 배기량 덕에 자동차세도 저렴하며 연비는 디젤 보다 나은 수준이다. 소음이나 진동 부분의 경쟁력도 충분하다. 여기에 주차장 할인과 같은 소소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엔진과 변속기 특성상 승차감에서도 소폭 유리하다. 적정선을 잘 찾은 서스펜션은 이번 현대 싼타페보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한마디로 대안이 없다. 동급 경쟁 모델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고, 완성도 자체도 높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구입? 당연히 추천한다. 그러나 풀옵션은 예외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델 가격은 4833만 원이나 한다. 이건 부자들의 세컨드카 용도다. 대중 브랜드 차의 경쟁력은 합리적인 가격과 만날 때 나온다. 풀옵션이 탐난다고? 그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부자다. 쏘렌토가 아닌, 수입차의 중형 세단이나 성능이나 감각 좋은 수입 SUV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노블레스 트림에 드라이브 와이즈와 10.25인치 UVO 내비게이션을 더하면 3990만 원에 구성 좋은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구입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이상적인 쏘렌토 하이브리드다.

시그니처 트림에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파 가죽과 360도 카메라, 앰비언트 라이트 등 구성이 더해지는데 약 160만 원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다. 여기에 탑승 환경에 따라 6인승 혹은 7인승 옵션을 선택해도 된다.

가격 자체가 저렴하지는 않다. 비슷한 사양과 옵션을 갖춘 쏘렌토 디젤보다 약 500만 원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정을 해야 한다. 디젤을 선택해 초기 구입 비용을 낮출 것인가? 아니면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후 장기적으로 보유해 운용 비용을 절약할 것인가?

똑똑한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그러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그저 풀옵션만 고집한다. 그런데 말이다. 풀옵션이건 기본형이건 쏘렌토 소유자 외 타인의 눈에 비치는 것은 그냥 쏘렌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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