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머스탱과 형제지간? 포드 브롱코 이야기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0.09.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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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편하고 성능 좋은 자동차를 찾는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자동차를 찾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은 낮고 빠르며 최신의 플랫폼을 사용한 자동차가 아니라 기계식 구동방식을 고수하고 거대한 타이어를 장착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동차를 꿈꾼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몇몇 존재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G 바겐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랜드로버에서 디펜더를 부활시켜 이 시장에 다시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싸다. 때문에 대중 브랜드 중에서는 지프 랭글러가 사실상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가 돌아왔다. 포드가 브롱코(Bronco)를 통해서 말이다.

브롱코는 1965년 공개됐다. 당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풍요로움을 누렸던 상황.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 포드에게는 고민거리였다. 오로지 실용적인 자동차만 만들었던 포드를 소비자들이 더 이상 관심 갖지 않게 된 것. 못생긴 포드 대신 멋지고 잘 달리는 유럽차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브롱코는 머스탱 발표 후 1년 뒤 공개됐다. 지프 CJ-5처럼 작은 크기인데, 현재 기준으로 소형 SUV 수준 사이즈다. 여기에 다양한 스타일을 갖는다는 점이 차별점이었다. 온전한 지붕이 갖춰진 ‘왜건’, 지붕이 없는 오픈형 모델인 ‘로드스터’, 활용성을 높인 ‘픽업’ 3종류로 판매됐으며, 특히 로드스터 모델은 현재도 희귀한 모델로 손에 꼽힌다.

첫 출시 당시 브롱코는 105마력을 발휘하는 직렬 6기통 2.8리터 엔진에 3단 수동변속기 조합이였다. 특히 4륜 구동 시스템이 기본 탑재된다는 점이 의미 깊었다. 단순히 저렴한 소형 SUV가 아니라 제대로 된 기본기를 갖춘 모델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프로드 레이스인 바자 1000(Baja 1000) 레이스에 참가해 1971년과 72년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향후 모델에 따라 200마력의 V8 4.7리터 엔진이, 1968년에는 4.9리터로 배기량이 커지기도 했다. 특히 기존의 판 스프링 대신 코일 스프링을 사용해 도로 환경이 좋지 못한 미국에서 한결 좋은 승차감을 전달해 인기를 끌었다.

1세대 모델은 1965년부터 1977년까지 판매됐으며, 총 22만 5585대가 판매됐다.

1세대 모델이 소형 SUV 성격을 가졌다면 2세대 모델은 대형 SUV로 급변했다. 쉐보레 K5 블레이저, 지프 체로키 등 픽업트럭을 기초로 대형 SUV로 개조한 모델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모델로 브롱코를 선택한 것이다.

1세대 모델이 전용 차체를 바탕으로 개발됐다면 2세대 모델은 픽업트럭 F-150의 전신 모델 격인 F-100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기존 모델 대비 길이만 약 61cm 길어지고 폭은 약 25cm, 높이는 약 13cm 높아질 정도로 체급이 달라졌다.

사실상 픽업트럭을 기초로 화물 공간을 실내공간으로 바꾼 수준이다 보니 외적으로도 SUV보다 톱을 씌운 픽업트럭에 가까웠다. 도어도 운전석과 조수석에만 있었던 3도어 방식이었다.

엔진은 135마력의 V8 5.8리터가 기본이며, 옵션으로 149마력을 발휘하는 V8 6.6리터 엔진을 선택할 수 있었다. 변속기는 4단 수동 혹은 4단 자동이 제공됐다. 후륜 스프링이 코일에서 다시 판 스프링으로 변경됐지만 풀타임 4륜 구동 트랜스퍼 케이스가 처음으로 장착되면서 오프로드 성능이 향상됐다.

2세대 브롱코부터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강인한 SUV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덕분에 판매량은 높아져 연간 1~2만 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1979년 10만 4038대를 기록했다.

3세대 모델은 많은 부분이 변경됐지만 외적으로는 거의 비슷해 호불호가 갈렸다. 2세대 대비 가벼운 차체, 새로운 독립식 전륜 서스펜션의 탑재로 한층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됐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푸른색 타원 안에 ‘Ford’ 글씨가 새겨진 새로운 엠블럼이 적용되기도 했다.

엔진은 보다 다양해졌다. 직렬 6기통 4.9리터 115마력 사양 엔진을 기본으로 V8 5.8리터 엔진은 150마력으로 출력이 높아졌다. 이후 전자식 연료 분사 장치가 탑재된 V8 4.9리터 엔진이 새롭게 추가되어 190마력을 발휘하게 됐으며, V8 5.8리터 엔진은 최종적으로 210마력까지 높아졌다.

3세대 브롱코는 가지치기 모델이 존재한다. 브롱코가 너무 크기 때문에 보다 작은 브롱코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브롱코가 F-100 대형 픽업트럭을 기초로 개발됐다면 이보다 작은 중형 픽업트럭인 레인저를 기초로 또 다른 브롱코를 개발된다. 이것이 브롱코 II다. 1세대 브롱코와 거의 비슷한 크기를 갖는 브롱코 II는 지프 체로키, 쉐보레 S-10 블레이저와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브롱코 II가 별도의 후속 모델로 모델 체인지 된 모델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익스플로러다.

4세대 모델은 비교적 짧은 주기를 갖고 지나갔다. 외적인 디자인도 모델 체인지보다 페이스리프트에 가까웠다. 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이 정돈됐으며,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후륜 브레이크에 ABS를 장착해 보다 안정적이 주행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이외에 4륜 구동 시스템도 전자식 작동이 처음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5세대 브롱코는 브롱코 II 후속 모델인 익스플로러가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2도어 혹은 4도어 형태로 판매되는 익스플로러는 오프로드 마니아와 가족 모두 인기가 높았다. 반면 브롱코는 크고 불편하며 문도 2개밖에 없는 모델로 취급됐다.

물론 개선도 됐다. 디자인을 보다 둥글게 다듬었고 인테리어도 보다 현대적으로 바꿨다. 후방 브레이크 등을 중앙에도 추가했으며, 운전자 사이드 에어백도 갖춰졌다. 엔진은 직렬 6기통 4.9리터와 V8 5.8리터 사양. 예전부터 사용해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시원치 않았다.

이렇게 브롱코는 연간 5만 대 이상씩 팔렸지만 91년에 판매량이 절반으로 하락하는 등 부진은 면치 못했다. 브롱코는 1996년 단종됐으며, 브롱코 II가 익스플로러로 대체된 것처럼 브롱코는 포드의 최상급 SUV인 익스페디션(Expedition)으로 변경돼 현재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브롱코가 다시 부활을 알린 것은 2004년이다.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새로운 브롱코 콘셉트를 공개했고, 정확히 지프 랭글러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당시는 도심형 SUV의 인기가 높았고, 무엇보다 SUV보다는 세단이 인기를 끌던 시기였기 때문에 시장 복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20년이 되어서야 브롱코가 다시 부활했다. 1세대 모델과 같이 지프 랭글러를 타깃으로 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면서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6세대 브롱코는 10단 자동 혹은 7단 수동 변속기,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35인치 터레인 타이어, 랭글러처럼 탈착과 장착이 가능한 도어, 오프로드 지도를 다운로드해 저장해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오프로드를 위한 다양한 요소를 갖췄다.

바디 타입은 2도어와 4도어 버전으로 나뉘며, 엔진은 270마력의 4기통 2.3리터 터보 혹은 310마력의 V6 2.7리터 터보로 구분된다. 견인 용량은 약 1590kg 수준이다.

브롱코가 정통 오프로드를 지향한다면 브롱코 스포츠는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도록 편안함과 무난한 성능을 갖춘 소형 SUV다. 하지만 4륜 구동 시스템은 기본으로 지원해 높은 기본 성능을 갖추도록 했다. 주력 경쟁 모델은 지프 레니게이드.

브롱코 스포츠에는 181마력의 3기통 1.5리터 터보 사양과 245마력의 4기통 2.0리터 터보 사양으로 구분된다. 변속기는 8단 자동. 상급 트림의 경우 클러치 조작 방식 토크 벡터링을 지원하는 후륜 디퍼렌셜과 강화된 서스펜션도 탑재된다. 견인 용량은 약 1000kg이다.

브롱코는 현재 미국에서 사전계약 중이며, 2021년 상반기부터 고객 인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벌써부터 미국 시장은 뜨겁다. 미국에서 사전계약을 실시한 이후 18일 만에 15만 대 이상 계약을 달성했으며, 공식 집계 이외에 추가된 계약건수까지 더하면 23만 대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출시는 아직 미정이지만 현재 포드코리아에서 적극적으로 국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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