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힘, 500마력 급 SUV(?)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500마력? 1000 마력? 그걸 어디에 써?” 여기에 우리는 이렇게 답한다. “힘이 넉넉할수록 운전이 편하다”라고 말이다.

슈퍼카는 가볍다. 여기다 큰 힘을 가진다. 그 덕에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다. SUV는 어떨까? 승객이 많게는 7~8명까지 탄다. 2톤 이상의 무거운 물체(?)를 견인할 때도 있다. 산이나 모래 등 험로를 이동할 때도 쓰인다. 그럼 큰 힘은 슈퍼카 보다 SUV에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차가 국내에 출시됐다. 포드 익스플로러 PHEV 얘기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을 (단순히) 더하면 500마력 급 출력을 발휘하는 대형 SUV다. ‘이동성’을 중심으로 하는 모빌리티가 넉넉한 힘을 발휘할 때 갖는 특징, 익스플로러 PHEV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것을 설명한다.

현시대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그냥 별다를 것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별히 신기할 것도 없고, 그렇기에 제조사들도 별다른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지 않는다.

디자인도 동일하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을 쓰지 않는 브랜드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도 생긴다. 반면 단점은 특별한 모델로 부각시키기 힘들다는 것.

차이점이 있긴 있다. 측면부에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는 소켓이 추가됐고, 후면부의 머플러가 총 4개로 늘어났다. 작게나마 플러그-인 AWD라는 배지도 부착됐다. 이것이 전부다.

인테리어도 같다. 변속 다이얼 하단에 EV 버튼이 추가됐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전기모터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전력 관련 메뉴가 추가된다.

배터리는 뒷좌석 하단에 자리한다. 바닥에 납작하게 자리하는 만큼 일반 모델과 동일하게 뒷좌석 시트의 슬라이딩까지 지원한다. 트렁크 공간도 내연기관의 것과 같다. 미국산 3열 SUV의 공간은 정말 크다.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트림이 기본이다 보니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3열 시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있다. 그러나 무선 충전 데크가 아쉽다. 지난번에도 지적했지만 급제동 및 급가속 때 스마트폰이 쓰러지며 앞뒤를 오간다.

이외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중앙 유지 기능,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등 일반적인 ADAS 기능도 있다. 구성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것.

실내외 디자인의 차이가 없으니 바로 주행을 시작해보자. 출발하기 앞서 무게부터 측정해봤다. 큰 SUV에 무거운 배터리까지 얹었으니 무게가 꽤 나갈 것 같다. 측정된 무게는 약 2491.5kg. 사실상 2.5톤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참고로 익스플로러 2.3 모델의 무게는 2095kg였다. 400kg에 가까운 무게 증가가 있다는 얘기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은 기별을 보내지 않는다. 내연기관을 사용하지만 평상시에는 전기차다. 하지만 전기차처럼 충전 걱정은 없다. 이것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매력이니까.

익스플로러 PHEV에 탑재되는 전기모터는 75kW 급 성능을 만든다. 우리가 알아보기 쉽게 환산하면 약 100마력 정도다. 최대토크는 30.6kgf.m. 이 모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자리하는데, 소위 병렬식이라고 말하는 구조다.

모터의 힘으로도 어디든 갈 수 있다. 특히 주행모드를 EV 모드로 변경하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엔진 개입이 없다. 이 모터가 2.5톤이란 무게를 잘 이끌 수 있을까?

가속페달을 힘을 준다. 생각보다 힘 있는 모습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이브리드 모드로 바꿔도 기본적으로 모터 사용 비중이 더 큰 편이다. 엔진은 살짝만 거드는 정도이며, 중간에 힘이 좀 필요할 때 나서는 스타일이다. 참고로 익스플로러 PHEV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13.6kWh 용량이며, 국내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km로 인증받았다.

이외에 현재의 배터리 충전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 엔진을 가동해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기능도 있다. 배터리 용량이 1kWh 정도라면 제동 에너지로 배터리 관리가 가능하지만 이보다 크면 에너지 관리가 필요해진다.

참고로 충전은 완속만 된다. 급속 충전을 하기에는 배터리 용량이 제한적이고 별도의 부품이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이 방식을 쓴다.

EV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엔진이 개입하지 않는다. 모터 성능이 부각되는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도 EV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을 켠다. 하지만 익스플로러 PHEV는 온전히 모터의 힘에 의지한다. 계속 가속을 하면 100km/h 이상까지 속도계를 올려 나간다.

가속 성능을 확인했다. 전기모터만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18.59초가 걸렸다. 1세대 전 경차 정도 가속 성능에 버금간다. 이 말은 전기모터만으로도 일반적인 시내 주행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된다. 실제도 그랬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꾼다. 잠자던 엔진이 깨어나고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힘찬 가속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엔진과 모터가 함께 구동되며 말이다. 익스플로러 PHEV에는 일반적인 2.3리터 터보 엔진이 아닌 V6 3.0리터 터보 엔진이 쓰인다. 국내 사양은 엔진만 400마력을 내는데. 유럽 버전 대비 출력이 40마력 이상 높다. 최대 토크도 57.3kgf.m에 달한다. 여기다 100마력과 30.6kgf.m 토크의 전기모터가 더해지니 힘이 넘칠 수밖에.

두 개 동력계가 힘을 보탠다. 그 덕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9초 만에 도달했다. 익스플로러 2.3 모델이 6.81초를 기록했었고, 이는 동급에서 가장 빠른 기록에 속했다. PHEV는 다시 1.5초가량을 줄였다. 유럽 버전의 익스플로러 PHEV는 공식 발진 가속 시간이 6.0초다. 국내 사양이 보유한 400마력대 내연 기관 엔진 덕이다.

비슷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인 볼보 XC90 T8 모델도 5.88초의 기록을 낸 바 있다. 물론 배기량 차이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 때문이던 익스플로러 PHEV가 큰 힘을 가졌다는데 변함은 없다.

이 넘치는 힘이 운전을 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모터가 100마력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하자. 이때 엔진은 400마력 중 25%인 100마력만 힘을 써도 총 200마력을 발휘하는 효과가 나온다. 최고출력이 200마력인 자동차가 200마력을 쥐어짜며 달리는 것과 500마력에서 200마력만 쓰며 달리는 것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자동차나 사람이나 100% 힘을 다 쓰면 힘들다. 하지만 설렁설렁 일해도 남들이 최선을 다할 때와 같은 효과를 낸다면 편하고 여유가 생긴다. 익스플로러 PHEV는 후자에 해당한다. 같은 이유로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등도 강력한 엔진을 기본으로 쓴다. 이들은 서킷을 달리지 않는다. 주행의 편안함을 위함이다.

도로 주행. 가속이 너무 편하다. 추월이 쉽다. 이 큰 덩치와 무게를 가진 7인승 SUV인데 말이다. 아무런 스트레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무거운 무게를 싣고, 많은 사람이 탑승하고 있을 때도 여유가 넘친다.

모터가 탑재됐으니 저속 토크도 여유롭다. 엔진처럼 일정 회전수 이상에서 힘이 나오지 않고 그저 전기만 통하면 강력한 토크가 만들어지니 초기 출발 때도 굼뜨는 느낌이 없다.

이는 트레일러를 끌고 다닐 때 유리한 요소가 된다. 2톤 이상 무게를 이끄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엔진과 변속기에 부하도 많이 걸린다. 그것을 전기가 통하는 순간부터 30.6kgf.m의 토크로 트레일러를 끄니 견인 시 파워트레인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큰 힘, 여기에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은 이처럼 SUV 장르에 잘 어울린다.

하이브리드를 연비 향상이 아닌 성능을 위해 채택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슈퍼카 브랜드는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GM의 투모드 하이브리드, BMW 액티브 하이브리드, 인피니티 2클러치 하이브리드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조금 더 빨리 달리고자 전기모터를 선택했다. 반면 익스플로러 PHEV는 그보다 활용성이 많다.

와인딩 테스트를 위해 자리를 옮기고 달려봤다. 강렬한 가속 성능 이후 코너에서는 속도가 많이 줄어든다. 차량 컨셉 자체가 와인딩에 어울리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거운 무게, 제한적인 타이어 접지 성능 등이 주행성능을 낮추고 있다.

20인치 휠에 장착된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A/S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반적인 4계절 타이어다. 이 타이어와 사이즈 조합으로는 2.5톤 이상의 무게와 합산 500마력 정도의 힘을 받아내는데 무리다. 고성능 타이어가 필요하다. 빠르게 달리기 위함이 아닌,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서다.

타이어는 제동 성능에도 영향을 줬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소요된 거리는 40.33m 남짓이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밀려나갔다. 이 역시 4계절 타이어이니 이해를 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평균 제동거리는 41.29m였고, 최장거리 41.9m 수준이었데, 타이어가 끝까지 성능을 냈다면 평균 거리가 더 짧아졌을 것이다. 제동거리의 증가는 제동 시스템의 성능 부족, 열 축적에 따른 타이어 성능 저하 또는 이 두 가지 조합에 의해 이뤄지는데, 익스플로러 PHEV는 타이어에 의한 것이었다.

아쉬움도 있다. 브레이크 페달 조작 때의 이질감이다. 이는 링컨 브랜드에서도 동일한데, 전자식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할 때 아무래도 이질적인 감각을 비롯해 피드백이 부족한 부분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라 개선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렇다고 익스플로러 PHEV가 완전히 못 달리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후륜 기반의 SUV 특성이 잘 살아나며, 특히 핸들링에서 이점을 보인다. 덩치와 무게를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무엇보다 후륜 축이 나름대로 잘 따라온다. 기본기는 잘 갖췄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급조작을 해도 차량이 운전자 의도대로 잘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다.

기본적인 주행특성 자체는 익스플로러와 다르지 않다. 덩치도 크고 무거운 만큼 중량감이 느껴지지만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런 급의 대형 SUV들은 연속된 코너에서 좌우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때 한 박자 늦거나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너에서 버텨주는 모습은 평균 이상이었다.

4륜 시스템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후륜에 더 많은 구동력을 전달한다. 에코 모드에서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100%의 구동력을 뒷바퀴에 전달해 효율을 높인다. 모래나 눈길 등 특정 오프로드 모드를 선택하면 50:50으로 고정된 상태가 된다. 때문에 익스플로러의 4륜 시스템은 다양한 환경에서 탄력적이고 안전한 주행을 돕는데 목적을 둔다고 보면 된다. 부가적으로 후륜구동 특성이 조미료처럼 가미된 정도랄까?

후륜 10단 변속기는 다단화를 추구했지만 타사들의 것처럼 변속 충격이 없다. 지금이야 그런 일이 적지만 초기 다단화 변속기를 내놓은 다수의 브랜드들이 충격 문제에 곤혹을 치렀다. 반면 포드의 10단은 나름대로 무난했다. 물론 3~4단 사이 기어비가 살짝 길게 느껴지지만 힘이 좋으니 문제까지는 아니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만큼 유류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우리 팀도 테스트를 하며 이 부분을 우려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연료 게이지가 천천히 내려갔다. ‘탱크가 100리터쯤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68리터 수준이다. 현대 그랜저가 70리터 용량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2.5리터 급 SUV 치고 작은 탱크가 적재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은? 연비가 좋다는 것이다.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직접 타보면 체감적인 만족감이 높아 의외로 큰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을 듯하다.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익스플로러 PHEV는 힘세고 오래가는 건전지(?)가 아니라 자동차다. 딱 이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와인딩 로드나 서킷에서 달리는 것이 아닌,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편안하고 여유롭게 달릴 때 가치가 커진다. 단순히 힘만 강한 것이 아니라 연비도 좋았다.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 SUV(sport utility vehicle)를 뜻한다. 단순한 이동이 아닌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힘’이 필요하다. 익스플로러 PHEV는 바로 이 부분을 충족시켰다.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가 다수에게 무난한 대형 SUV였다면 익스플로러 PHEV는 SUV의 장점인 활용성을 조금 더 키웠다. 크기, 공간, 출력, 주행 감각 등등 이 모두가 여유롭다. 출력과 토크를 이렇게 쓰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 차의 경쟁상대? 굳이 꼽자면 링컨 브랜드에서 나온 에비에이터 PHEV가 아닐까? 대중 성향의 PHEV SUV 인가, 고급형 PHEV SUV 인가, 차이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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