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마일즈의 포드 GT 40 오마주, 포드 GT 헤리티지 에디션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9.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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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에게 있어 GT라는 이름은 매우 각별하다.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보통의 자동차를 만들어 온 이 회사의 유일무이한 스포츠카라는 점에서도 각별하지만, 콧대 높았던 유럽의 모터스포츠의 거인들을 미국 브랜드 최초로 무너뜨린 레이스 카 이름이기 때문이다.

영화 포드V페라리는 포드 GT가 개발된 배경과 함께 당시의 시대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영화는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연령대로 접어든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포드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자동차를 주로 만드는 회사였다. 그렇다 보니 전쟁을 겪지 않았으며, 풍요의 시대를 살면서 각종 신문물을 접한 베이비부머들에게 포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브랜드로 비치곤 했다.

그래서 포드의 브랜드를 보다 젊게 만들어줄 새로운 스포츠카가 필요했다. 하지만 스포츠카는 다른 장르의 자동차와 달리 판매에 대한 정당성과 감성적 접근을 위해 색다른 마케팅 기법이 필요하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다르지 않다. 바로 모터스포츠를 통한 브랜드와 해당 모델의 당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포드는 급히 모터스포츠 팀을 구성했고, 그 무대로 유럽을 선택했으며, 정확히 24h 르망에 참가해 당시 유럽의 모터스포츠의 절대자였던 포르쉐나 페라리를 이기고 포드의 매력을 전 미국 소비자들에게 알리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개발된 그들의 첫 번째 내구레이스 스포츠카가 바로 포드 GT 40다.

켄 마일즈는 이 차량을 개발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 사람이다. 2차 대전 당시에는 전차병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도 참가했던 그는 전역 후 미국으로 건너와 아마추어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면서 자동차 정비소를 함께 운영했다. 특히 그는 레이스 카 셋업과 같은 엔지니어링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었는데, 레이싱 드라이버까지 겸하면서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캐롤 쉘비와 함께 포드 모터스포츠 개발팀에 참가하게 된다.

허나 내성적이면서도 냉소적이었던 그의 성격 탓에, 영화에서 그는 당시 포드 부사장이었던 리오 비비와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 그는 포드의 첫 번째 24h 르망의 드라이버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약간 다르다. 첫 번째 포드 GT 40가 만들어졌던 1965년 그는 현재 맥라렌의 창업주, 브루스 맥라렌과 함께 24h 르망에 참가했고, 아쉽게도 차량 고장으로 리타이어 했다.

결과는 안타까웠지만, 포드와 켄 마일즈, 그리고 캐롤 쉘비는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다음 해 이들은 많은 부분이 보완되고 개선된 포드 GT 40를 제작했다. 그들은 제작한 자신들의 레이스 카를 테스트할 목적으로 당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내구 레이스인 24h 데이토나에 참가했으며, 결과적으로 우승을 거두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1966년, 이들은 미국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24h 르망에 참가해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 그래픽으로 표현된 포드 GT는 바로 1966년, 이들이 테스트를 목적으로 참가했던 66년 24h 데이토나에 참가한 포드 GT 40를 표현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2021 포드 GT 헤리티지 에디션이며, 이번 에디션은 설명한 1966년 24h 데이토나에 참가한 98번 포드 GT 40 Mk2의 레이스 리버리를 포드 GT에 적용한 버전이다. 은색과 검정 그리고 오렌지가 조합된 컬러 베리에이션이 1966년 당시 레이스 카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도어에 써 놓은 레이스 넘버 98 역시 당시 레이스 카에 부여받았던 번호였다.

또한 헤리티지 에디션을 위해 몇 가지 특별한 파츠들을 적용해두었다. 우선 몇 개의 카본 파이버 파츠와 더불어 당시 레이스 카와 GT40 로르카 일부에 사용됐던 금색의 20인치 단조 알루미늄 휠을 새롭게 디자인해 적용했다. 또한 여기에 붉은색으로 마감된 브렘보 모노 블록 브레이크 캘리퍼도 새롭게 적용했다고 한다. 휠의 경우 만약 원한다면 카본으로 제작된 20인치 휠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테리어에서도 몇 가지 변화가 보인다. 붉은색 알칸타라로 장식된 시트, 대시보드와 함께 스티어링 휠 역시 마찬가지 컬러와 소재로 마감되어 있다.

이 에디션과 함께 포드는 컬러나 퍼포먼스 파츠 등을 고객이 원하는 데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스튜디오 컬렉션 패키지도 전개할 예정이라 전했다. 약 40대가량의 포드 GT에 스튜디오 컬렉션 패키지를 적용할 예정이다.

끝으로 포드 GT는 2022년까지만 생산하고 단종될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겠지만 현재 포드 GT는 구입하기가 결코 쉬운 차량이 아니다. 포드를 구매한 이력을 비롯해 인플루언서인지 또는 포드와 제휴한 자선 단체에 기부한 이력이나 지원한 이력이 있는지까지 면밀히 검토한다. 간단한 객관식 형태의 질문에 답을 하면, 주관식 서술 문항에 비슷한 내용을 작성하면 되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포드 담당자와의 1:1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까지 진행한 다음 자동차 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계약금 입금하고, 그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옵션이나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언제 내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대량 생산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멀티매틱에서 별도로 핸드 크래프트 방식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노멀한 포드 GT를 구입하는 것도 무척 까다로운 일인데, 포드 GT 헤리티지 에디션을 포함해 스튜디오 컬렉션 패키지를 선택한다는 것은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가치 있다. 포드가 만들어낸 위대한 역사의 흔적을 희귀한 포드 GT를 통해 경험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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