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들어 더 친환경적인 "알프레도 자전거"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9.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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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향한 인기가 좀처럼 사그라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야외 활동을 지속하려는 경향에 자전거가 적합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오히려 자전거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앞으로도 이 기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점차 다양한 자전거들이 세상에 태어나고 있는데, 특히 자동차의 섀시에 해당하는 자전거 프레임에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 스틸 소재와 더불어 경량화를 위한 알루미늄과 같은 소재들도 흔히 볼 수 있는 데다가 최근 들어 로드 바이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카본 파이버와 같은 복합소재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카본 파이버의 경우 가볍고 튼튼하다는 강점과 더불어 몇 가지 단점도 함께 존재하는데, 일단 프레임에 손상이 생길 경우 완벽한 복원이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크랙을 완벽히 복원하는 수리도 가능하다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가 공정도 복잡해 완벽히 복원할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보이드(Void)를 처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없는 업체라면 향후 다시 크랙이 발생할 위험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카본 프레임은 크랙이 발생하면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런데 버리는 과정에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재활용 또는 재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카본 컴포지트는 탄소섬유로 강화한 플라스틱이며 따라서 플라스틱 수지 자체가 이미 재생이나 재활용이 쉽지 않은 소재인데다가 여기에 미세하게 바스라지는 성격의 카본 파이버가 포함되어 있는 관계로 이를 분리한 다음 재생할 경우 완전히 새로 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소모된다.

물론 최근에 BMW, 보잉처럼 카본 컴포지트 소재의 사용 비율이 높은 회사들이 버려지는 카본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는 하나 아직 실용화된 것은 없다. 따라서 자전거 프레임 역시 파손된 이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잠재적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아주 색다른 소재의 자전거가 등장했다. 사실 완전히 색다른 소재라고 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태초에 자전거가 만들어졌을 때도 이 소재가 쓰였고, 다만 기술과 소재의 발달로 우리의 기억에서 잠시 잊힌 것뿐이기 때문이다.

바로 나무다. 최초에 자전거가 만들어졌을 때 프레임은 나무였다. 가장 구하기 쉬웠고, 가공도 편했으며, 금속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했으니 말이다. 허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금속 프레임이 프레임의 강성을 유지하는데 훨씬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경량화 개념이 도입되면서 알루미늄 그리고 오늘날 카본 파이버까지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나무는 자전거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한 사업가가 이 소재를 다시 주목했다. 그는 실제로 나무로만 구성된 프레임으로 자전거를 개발했는데, 그게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알프레도 우든 바이시클(이하 알프레도)이다.

사진을 통해 알프레도를 바라보면, 나무 특유의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물론 불안함도 없지 않다. 특히 나무라는 소재의 특성상 과연 카본 파이버나 알루미늄의 강성을 지닐 수 있을지가 가장 먼저 다가오는 불안감이다. 특히 노면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범프에 프레임이 손상될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알프레도 측은 오히려 나무이기 때문에 노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진동들을 완벽히 걸러줄 수 있어 금속이나 플라스틱 프레임보다 라이딩 감각이 더 편하다고 한다. 특히 금속과 플라스틱보다 탄성과 회복력이 큰 편에 속해 보기와 달리 파손의 위험도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프레임에 대해 라이프타임 개런티(평생 보증)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알프레도에 쓰이는 나무는 고밀도 팀버 우드로, 전량 손으로 가공된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철저히 장인 정신에 입각해 CNC와 같은 자동화 기기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오직 손으로만 깎아 낸다고 하는데, 특히 나무마다 조금씩 차이 나는 결의 방향이나 특성들을 꼼꼼히 체크해가며 깎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 기기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작업을 진행하는 기술자들 모두 자전거를 열성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므로, 소재에 대한 이해와 제품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며 따라서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무게에 있어서는 확실히 카본 프레임에 비해 불리한 건 사실이다. 대신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알루미늄, 스틸 프레임보다는 가볍다는 것이 알프레도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여기에 완벽히 방수처리를 해 비가 오더라도 프레임에 손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나아가 넘어지더라도 스크래치가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컴포트와 그란 투리스모 두 가지 종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동일한 프레임에 구성 부품의 차이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컴포트의 경우 전용 휠, 핸들바와 함께 나무로 만든 페달과 기어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그란 투리스모는 순수성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사이클 챔피언의 이름에서 따온 알프레도 우든 바이시클은 전량 주문 제작 방식으로 진행되며, 한 대의 자전거가 만들어지기까지 약 몇 주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수많은 자전거들 사이에서 가장 수수하면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자전거가 될 것이라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언젠가 세월이 지나 폐기해야 할 때가 오더라도, 가장 손쉽고 간편하게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자전거인 것 역시 틀림없을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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