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자동차의 와이퍼 디자인 아이디어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9.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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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중요성을 잘 모르다, 필요한 상황에서는 무척 절실해지는 것들이 있다. 우산의 경우 비가 올 때면 이처럼 필요한 것도 없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그만큼 성가신 존재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에서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와이퍼다. 이번 여름처럼 와이퍼의 존재가 두드러졌던 때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요즘은 와이퍼의 존재를 거의 잊고 살거나 혹은 풍절음을 일으키는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알고 있었나? 이런 와이퍼가 의외로 자동차의 역사와 거의 함께 해 왔다는 것 말이다. 와이퍼에 대한 아이디어가 처음 특허로 등록된 것은 무려 1898년이다. 이 무렵 인류는 칼 벤츠에 의해 최초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경험하던 때였다. 당시 몇 명의 발명가들이 모여 일명 ‘윈도우 클리닝 디바이스'라는 이름의 와이퍼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안했고, 1900년대 초에 이르러 자동차와 기관차에 적용될 와이퍼의 원형이 개발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모터를 소형화하기 어려워 오늘날처럼 자동으로 작동시킬 수 있던 건 아니었다. 고무로 된 브러시가 달려 있어 생김새는 오늘날의 와이퍼의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초기형은 무려 수동이었다. 이후 자동 와이퍼가 등장한 건 꽤 시간이 지난 이후의 일이었다.

오늘날 자동차에 쓰이는 와이퍼는 대체로 동일한 형태와 작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 두 개의 와이퍼 블레이드가 있으며, 이것들이 같은 방향으로 부채꼴 모양을 그리며 윈드쉴드의 70%가량을 닦아 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모든 자동차가 이와 같은 방식을 따른 것은 아니다. 저마다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한 방식들을 별도로 개발했는데, 지금부터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되는 와이퍼 디자인들을 함께 알아보자.

싱글 와이퍼 1

특별하다 여겨지는 와이퍼의 대명사는 바로 싱글 와이퍼다. 특히 오랫동안 메르세데스 벤츠가 이용했고, 훗날 쌍용 자동차의 체어맨에게도 적용됐던 이 와이퍼는 한 개의 거대한 와이퍼 블레이드로 유리창의 약 80% 가량을 닦아 낸다. 작동하는 방식도 독특해서 단순히 부채꼴 모양의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쌍봉낙타의 등을 그리듯, 좌우 한 번씩 솟구쳐 올라가는 방식이다. 구조도 복잡하고 특히 와이퍼 블레이드의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메르세데스 벤츠 이외의 회사들에게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방식이었다.

싱글 와이퍼 2

메르세데스 벤츠 식의 호를 그리는 싱글 와이퍼는 거의 없었지만, 단순하게 한 개의 호를 그리는 싱글 와이퍼 방식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의외로 많다. 특히 소형차이면서 윈드쉴드의 길이가 짧은 경우 한 개의 와이퍼만을 사용하는데, 피아트 판타가 대표적이다. 피아트 판타는 윈드쉴드의 길이가 짧은 편이어서 길이가 짧은 와이퍼 블레이드 한 개만으로 유리창을 닦았다.

조금 특별한 케이스라면 재규어 XJ가 있다. 2003년 단종된 XJ의 경우 피아트 판타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법 긴 와이퍼 블레이드가 단순한 호를 그리며 유리창을 닦아 냈다.

싱글 와이퍼 3

이 방식은 일반적인 자동차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주로 레이스카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한 개의 와이퍼가 윈드 쉴드 가운데 세워져 있는 방식이다. 작동 방식은 판타와 동일하지만, 수직으로 세워져 보관된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가로로 눕혀서 보관할 경우 와이퍼가 공기의 저항을 일으켜 윈드 쉴드를 타고 넘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물론 운전자 시점에서는 유리창 한 가운데 검은 와이퍼 블레이드가 놓여 있기 때문에 성가실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릴 목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므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싱글 와이퍼 4

위에서 소개한 싱글 와이퍼들은 작동 방식이나 보관 방식은 달라도, 결국 가운데를 중심으로 호를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반해, 토요타 야리스의 와이퍼는 조금 독특하다. 일단 운전석쪽 윈드쉴드 모서리에 고정되어 있으며, 큰 반호를 그리며 운전석과 동반석 일부를 닦아 내는 방식이다. 면적으로 보자면 가장 적은 면적을 처리하는 셈이 되지만, 단순한 구조로 제작하는 소형차나 경차에게서 이따금 발견되는 방식이다.

교차형 와이퍼 1

일반적인 와이퍼는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어떤 와이퍼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대표적으로 시트로엥 C4 스페이스 투어러가 그렇다. C4 스페이스 투어러의 와이퍼는 윈드 쉴드 양 끝에 각각 고정되어 있으며, 작동시키면 각자 두 개의 호를 그리며 겹쳐지듯 움직인다. 이 방식은 C4의 넓은 윈드쉴드를 닦기에 무척 효율적인 방식으로 윈드쉴드 면적의 거의 90% 이상을 닦아 낸다. 다만 와이퍼의 길이가 무척 긴 편이라 교체비용이 비싼 편이라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교차형 와이퍼 2

시트로엥 C4 스페이스 투어러의 와이퍼가 아래에서 위로 호를 그리며 빗물을 밀어 올리듯 움직인다면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교차형 와이퍼도 있다. 세아트가 주로 이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들의 와이퍼는 평상시에는 A필러 끝에 각각 세워져서 보관되어 있다가, 작동시키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빗물을 쓸어 내린다. 이 방식의 이점 중 또 하나는 항상 수직으로 세워져 있기 때문에 와이퍼에 의한 풍절음이나 공기의 저항이 가로로 뉘어져 있는 형태보다 적다는 것이다.

분리형 와이퍼 1

이 방식은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다. 과거 유리를 구부려 윈드쉴드를 제작할 능력이 없었을 당시에는 주로 두 장의 평평한 윈드쉴드를 끼워 넣는 방식을 이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윈드쉴드 가운데가 갈라져 있었다. 그래서 와이퍼 역시 두 장의 윈드쉴드를 각자 닦아 내는 방식이었다.

각각의 윈드쉴드 가운데에 와이퍼가 고정되어 있었으며, 각자 좁은 호를 그리며 유리창을 닦아내는 식이었다. 지프 랭글러 YJ가 이 방식을 이용한 자동차로 유명했다.

분리형 와이퍼 2

분리형 와이퍼 1과 동일하게 두 장의 윈드쉴드를 각자 닦아 내는 방식이기는 하나, 이 방식은 윈드 쉴드 아래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위에 고정되어 있는 방식이다. 주로 버스나 트럭에서 이용되던 방식인데,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 방식을 이용하는 자동차가 있다. 바로 험비다. 험비는 이따금 윈드쉴드를 접어야 할 때가 있으며, 접을 경우 와이퍼와의 간접이 생길 수 있어, 아예 윈드 쉴드 위에 와이퍼를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

트리플 와이퍼

마찬가지, 버스나 트럭처럼 윈드쉴드의 폭이 넓은 경우 주로 이용하던 방식으로, 세 개의 와이퍼가 호를 그리며 유리창을 닦아 낸다. 무척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던 방식이라 승용차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 토요타 FJ 크루저가 이 방식을 이용했다. 토요타는 독특한 방식의 와이퍼를 즐겨 사용했던 브랜드 중 하나로, 야리스, FJ크루저에 이어 또 하나의 독특한 와이퍼를 고안한 적이 있다.

듀얼 리어 와이퍼 1

지금은 사라졌지만, 1990년대까지만해도 캠리에 왜건이 존재했다. 이 캠리 웨건 자체도 희귀한 모델인데, 여기에 독특한 와이퍼 작동 방식이 적용됐다. 윈드쉴드는 평범한 와이퍼였지만, 리어 윈도우 와이퍼가 독특했는데, 바로 두 개의 와이퍼로 닦아 내는 방식이었다. 싱글 와이퍼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 굳이 두 개의 와이퍼를 적용한 이유는 확실치 않으나, 마치 평범한 윈드쉴드 와이퍼처럼 두 개의 와이퍼가 나란히 움직이며 뒷 유리를 열심히 닦았다.

듀얼 리어 와이퍼 2

리어 와이퍼가 두 개인 경우는 또 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미니 클럽맨의 와이퍼가 그렇다. 미니 클럽맨은 독특한 구조의 스플릿 도어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한 개의 와이퍼로는 뒷 유리를 모두 닦을 수 없다. 그런 이유로 클럽맨은 양쪽에 각각 한 개씩의 와이퍼를 가지고 있으며, 반호를 그리며 뒷유리창을 둥글게 닦아 낸다.

전자석 와이퍼

이 방식은 아직 현실화되진 못했으나, 지금까지의 와이퍼와 달리 매우 혁신적인 방식이라 칭송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와이퍼는 모두 모터에 의해 작동되는데 반해, 이 와이퍼는 전자석을 이용한다고. 이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는 사이버 트럭을 발표하면서 사이버트럭의 평평한 윈드쉴드를 닦아 낼 새로운 와이퍼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는데, 일단 모터가 아닌 전자석을 이용해 좌우로 와이퍼를 밀어내면서 유리창을 닦아 낼 것이라 한다. 특히 이 방식이 독특한 것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와이퍼가 호 또는 원 운동을 하며 유리창을 닦아내는 것에 반해 테슬라의 방식은 좌우로 선운동을 하며 유리창을 닦아 낸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 방식은 윈드쉴드 전체를 조금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다 닦아 낼 수 있다. 수직으로 세워진 와이퍼가 전자석에 의해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닦아 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을 고안한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먼저 윈드쉴드가 완전히 평면이기 때문이라는 것과 함께, 모터 방식이 아니어서 전기를 적게 사용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한 때 이 방식은 에어 블레이드 혹은 레이저 블레이드라 오해받기도 했는데, 레이저를 이용하거나 혹은 바람을 불어 유리창에 빗물이 아예 닿지 않게끔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근사한 방식이긴 하나,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졌던 관계로 실제로 사용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끝으로 어떤 방식이 되었건 상관없다.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와이퍼는 분명 우산과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최소 6개월에서 1년에 한번씩은 날을 교체해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도심주행이 많았다면 교체해주는 편이 좋다.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어 경화되었거나 혹은 유리창에 묻은 온갖 오염물질로 인해 굳거나 갈라지기 쉬우니 말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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