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2024년부터 에어리스 타이어 공급 예정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8.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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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승차감을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다. 댐퍼와 함께 서스펜션과 차체를 연결하는 부위를 지탱하는 부시, 그리고 차체의 내골격 자체도 매우 중요한 충격 흡수 구조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해선 안되는 부품이 바로 타이어다. 사실상 타이어는 매우 훌륭한 완충재일 뿐만 아니라 지면 위를 달리며 발생하는 각종 충격과 진동을 가장 먼저 흡수하고 상쇄시키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타이어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소재가 고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충격을 받아들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요소는 따로 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항상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기"다.

1800년대 말, 타이어가 개발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인류는 타이어에 공기를 집어넣어 사용해왔다. 100년도 훨씬 넘은 지금, 타이어의 소재와 구조 그리고 기능은 진화했어도 근본적으로 내부에 공기를 집어넣고 사용한다는 원리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타이어 내부에 충전된 공기 덕분에 편안한 승차감을 만끽하며 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적인 예로 타이어 표면에 구멍이 생길 경우 편안한 승차감은커녕, 아예 주행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하며, 공기의 압력이 정상적이지 않을 경우에는 타이어의 이상 마모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타이어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공기 때문에 생겨난 불편한 현상들도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걸 뒤집어엎은 회사가 있었다. 바로 미쉐린이다. 2005년 미쉐린은 타이어에 공기가 아닌 새로운 것을 집어넣는다는 개념을 발표했다. 이른바 트윌 타이어라 소개된 이 타이어는 타이어 안쪽에 촘촘한 스포크 형태의 구조물이 삽입되어 있다. 삽입된 구조물은 힘을 받을 경우 적당히 형태가 변형되었다가 다시 복원되는 소재로 만들어져 있으며, 따라서 기존에는 공기가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시켰다면 트윌 타이어는 이 구조물이 충격 흡수부터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타이어가 가져다주는 장점은 정확히 공기로 채워져 있는 타이어가 가진 단점과 연결된다. 구멍이 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압력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편마모 현상도 사라지며, 따라서 TPMS와 같이 타이어의 압력을 체크하는 센서도 필요치 않다.

뿐만 아니라 미쉐린의 설명에 따르면 주행 안정성에 있어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한다. 충격을 흡수하는 소재가 유체가 아니기 때문에 점성에 의한 상호 반응이 거의 없어서 둔덕 위를 지나갈 때도 전보다 훨씬 안정감 있는 승차감과 더불어 그립을 확보할 수 있으며, 특히 구조물의 형태가 측면으로 쉽게 기울지 않도록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코너에서 사이드월이 일그러지면서 타이어가 측면으로 삐져나오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장시간 주행에도 공기의 팽창에 따른 타이어 접지면적의 변화가 없어 매 순간 일정한 마찰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이 타이어의 특징이라 전했다. 그러니까 미쉐린의 주장에 따르면 이 타이어는 그간 공기로 채웠던 전통적인 타이어가 가진 거의 대부분의 취약점들을 해소한 타이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 타이어는 아직 출시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여전히 검증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내부를 지탱하는 구조물의 내구성이 어느 정도인지 완벽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쉽게 말해 공기는 절대로 부러질 일이 없지만, 고무 혹은 알려지지 않은 소재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반복되는 변형에 언젠가는 피로파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무와 유사한 소재라면 반복되는 형태의 변형에 따라 열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일정한 형태를 꾸준히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내열, 내구성만을 고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나치게 단단하면 굉장히 피곤한 승차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게의 증가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타이어는 언스프렁매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타이어 자체의 무게 증가가 일어날 경우 자동차의 조향성부터 댐퍼의 피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처럼 사이드월이 막혀있지 않다면 아마도 공기 저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이어를 지탱하는 내부 구조물은 노면의 소음을 거의 여과 없이 휠에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타이어 측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더불어 노면의 소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주행 소음에 시달릴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한동안 한국 타이어를 비롯해 브리지스톤, 스미모토 등 다양한 회사들이 트윌 타이어에 관심을 내비쳤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상품성이 부족하다 판단하여 이 타이어의 추가 연구 개발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미쉐린은 아직 이 아이디어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미쉐린은 이미 이 기술을 모터스포츠와 더불어 자전거 분야에 사전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GM과 함께 이 타이어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목표는 오는 2024년까지 트윌 타이어로 전통적인 타이어를 대체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자면 위에 제시된 문제들을 해소해야만 하겠으나, 그럼에도 해결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타이어의 개발은 자동차 회사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타이어의 기본적인 특성이 송두리째 바뀌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그간 개발해왔던 서스펜션, 댐퍼, 부시 그리고 차체를 비롯해 타이어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들을 완전히 새롭게 개발해야만 한다.

당연히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연구 개발비를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걸 감수할 만큼 미쉐린의 트윌 타이어가 놀라운 이점을 가지고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자동차 회사들에게서 거부당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포뮬러1이 오랫동안 12인치 휠을 고집해 18인치 휠 타이어를 사용하지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타이어 회사는 개발 의지가 충분하나, 자동차 회사, 모터스포츠 팀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미쉐린의 트윌 타이어가 정말 공기를 충전하는 타이어를 완전히 대체할 만큼 좋은 성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타이어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과연 이 타이어가 미쉐린의 바람처럼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주고,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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