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전술차량도 이제 전기자동차?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7.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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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비(HMMWV)는 오랫동안 미 육군의 상징이자, 미군의 상징이었고, 서방 세계 군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전술차량이었다. 물론 현재도 미 육군은 험비를 다양한 형태로 개조, 변경해 사용하고 있으며, 쉽게 교체되지 않는 군수물자의 특성상 당분간은 험비가 미 육군의 주력 전술기동 차량으로 쓰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험비가 등장한지 벌써 30년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성능 개량 사업을 통해 늘어난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더 큰 배기량의 엔진으로 교체했지만, 그럼에도 한계점이 명확해졌고 현재는 JLTV(합동 경량 전술차) 사업이 진행 중이므로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험비는 신형 JLTV로 교체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이 사업에 참가 중인 한 업체에서 아주 특별한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현재 GM은 미 육군용 보병 기동 차량 개발 사업에 참여 중인데, 소문에 따르면 이 차가 놀랍게도 전기 자동차라는 것이다. 실제로 GM은 GMC를 통해 허머의 전동화 버전을 개발 중인데, 민수용 허머 EV를 베이스로 새로운 전술 기동 차량을 공급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현재 GM은 GMC에서 제작하고 있는 픽업트럭, SUV 그리고 다양한 상용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모델을 대상으로 전동화를 진행 중이며, 첫 번째로 허머 EV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민수용 차량의 전동화는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으므로 트럭은 물론 트랙터와 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용차들의 전동화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군용 차량에까지 전동화를 진행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잠시만 고민을 해봐도 전동화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리한 점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우선 군용 차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야지 정비능력이다. 작전지역에서 고장이 발생했을 때 급히 수리가 가능하거나 혹은 고장 발생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아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내연기관의 경우 약 2~3만 개가량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전기자동차는 1/3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고장 발생 가능성 자체도 낮을뿐더러, 부품 수가 적기 때문에 고장 부위를 보다 쉽게 교체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전술기동차량으로서의 가치는 어느 정도 있다고 봐도 좋다.

전기자동차의 군용화가 가져다주는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내연기관에 비해 극도의 정숙성을 보인다는 점은 기도비닉이 생명인 군대에서 특히나 야간 작전이 많은 특임대나 침투조를 위한 수송차량으로써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또한 초기에 높은 토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험로 주파 능력에 있어서도 내연기관보다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현재 테스트 중인 허머 EV의 경우 엄청난 토크와 더불어 1,000hp의 출력을 갖게 될 거라 한다. 또한 0-100km/h까지 단 3초면 충분하다고 하니, 이를 군수용으로 전환할 경우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또한 기존 험비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목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엄청난 크기의 기어 박스로 인해 실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 이 문제도 전기자동차로 전환된다면 비교적 쉽게 해소할 수 있다.

물론 고려해야 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야전에서 충전이 쉽지 않다는 것이 크나큰 단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 문제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 파병을 떠날 때 함께 이동하는 물자 중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연료와 야전 캠프에서 사용할 발전기다.

따라서 이미 전기 충전을 위한 발전기가 있는 데다가 전동화로 전환할 경우 야전에서 사용할 연료의 양이 줄어드는 만큼 물류의 부담은 같거나 줄어들며, 전동화된 전술기동차량을 운영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환경이다. 군대의 주둔지는 대부분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더울 때는 지독히 덥고, 추울 때는 지독히 추운 것이 군대라는 곳 아니겠는가? 특히 혹한기에 전동화된 전술기동차량은 배터리 효율이 급격히 떨어져 운영 거리나 효율이 현저히 저하될 수 있다.

민간 차량이라면 다른 대체수단이 있겠지만, 당장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군대라면 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최근 히팅 펌프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열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배터리 온도를 유지하는데 사용한다고는 하나, 군용을 목적으로 한다면 가혹 조건의 범위가 휠씬 넓어지기 때문에 좀 더 강도 높은 기술 개발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IED(급조폭발물)에 의한 배터리팩의 2차 폭발과 같은 문제는 민간에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 조건이니 말이다.

만약 이런 과정을 통과해 실제로 군용 차량이 전동화된다면, 민수시장의 전기자동차 기술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 틀림없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명의 이기 중 상당수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 기인한 것들이라는 점을 상기시켜본다면 모터스포츠 이상으로 자동차에게 가혹한 환경인 군을 위해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것도 장기적 안목에서 이점들이 많을 것이다.

현재 GM은 2021년을 목표로 GMC 허머에 탑재될 400마일 급 배터리를 개발 중에 있다. 또한 사용 목적에 맞게 사막부터 얼어붙은 땅까지 다양한 환경을 대상으로 새로운 전기자동차를 테스트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테스트 차량이 군용 차량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가능성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GM 방위사업부는 고객의 요청이나 수요가 있다면 언제든 기술과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남겼는데, 이 말은 미 국방부가 만약 전동화된 전술 기동차량을 원한다면 언제든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만약 미군이 채택한다고 하면, 우리 군도 차세대 전술기동차량의 전동화를 고려해보면 어떨까?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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