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챔피언십 리그가 플라잉카 시대를 앞당겨 줄 것인가?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7.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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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레이스가 있다. 그 중 상당수의 시리즈는 모두 레이스 트랙에서 펼쳐지지만, 레이스라고 해서 무대가 꼭 육상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다 위의 포뮬러1이라 부르는 스피드 보트 레이스도 있으며, 한국에서도 경정이라 부르는 수상 레이스가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에어레이스라 부르는 공중 레이스도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레드불 에어 레이스로 바다 위에 루트를 표기하는 파일런을 세워두고 지정된 코스를 날아다니는 레이스다. 2차대전 때 쓰였을 법 한 싱글 프로펠러 기체로 진행하는 이 레이스는 보기와 달리 무척 다이나믹하다.

기본적으로 여기에 쓰이는 비행 기법이 모두 2차 대전 공중전을 장식했던 도그파이팅에서 기원했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 볼 수 없었던 곡예에 가까운 기동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관찰할 수 있어 매 레이스마다 엄청난 관중들이 해변에 모이곤 한다.

하지만 현재 이 레이스는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우선 안전상의 위험 때문에 이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레이스가 한번 중단된 적이 있는데, 보완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항공 안전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어, 2019년 레드불은 이 레이스를 지속할 수 없다 발표했다.

포뮬러1카나 스피드 보트와 달리 3차원으로 기동해야 하며, 앞선 두 이동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최고 시속 430km/h) 기체를 타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매년 있었으며, 그래서 도심과 떨어진 해안에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극한의 스피드로 펼치는 경쟁을 경험해본 인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에어 레이스를 대신할 새로운 에어 레이스가 기획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레이스는 조금 특별하다. 굳이 따지자면 포뮬러E와 같은 존재이며, 그간 사람이 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무언가에 올라 앉아 진행하는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바로 드론이다. 물론 드론 레이스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드론을 이용해 진행하는 레이스가 존재한다. 그 중 대부분은 실내 특설 무대에서 진행되며, 에어 레이스처럼 에어로바틱을 기본으로 누가 좀 더 빨리 지정된 코스를 소화하는가를 두고 경쟁하는 레이스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드론은 조금 다르다.

우선 드론은 분명 에어레이스에 쓰이는 비행기처럼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이용하므로, 포뮬러E와 비슷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사람이 탑승한 상태에서 펼치는 레이스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을 드론이라 불러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왜냐하면 사전적 의미로 드론은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를 이용해 유도하는 방식의 비행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UAV(Unmanned Aerial Vehic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이 레이스에 쓰일 드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아직 구체적인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최측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 속 드론은 마치 포뮬러1카의 샤시처럼 보이는 근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엔진 대신 12개의 모터와 24개의 배터리를 사용할 것이라 밝혔다. 바디는 모두 카본 파이버를 비롯해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경량 소재를 쓴다고 했는데, 예상하는 무게는 140kg 가량이라고.

또한 최대 이륙 중량은 165kg으로 약 300kg의 추력을 바탕으로 성인 남성 2명 가량을 태우고도 충분히 공중에 뜰 수 있다고 했다. 12개의 로터에서 약 220ps가량의 출력이 발생하며, 최고 속도는 140km/h 정도라 전했다.

드론 챔피언십 리드(DCL)이 기획한 유인 드론은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수준의 크기와 무게를 충분히 공중에 띄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에어 레이스처럼 에어로바틱 기동이 가능하며, 이미 실험을 통해 심지어 기수를 360도 넘기는 루프(Loop)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도 글라이딩하지 않고 곧바로 플립(Flip)과 루프 기동이 가능할 정도로 기동성이 매우 탁월하다.

허나 여전히 유인 드론으로 레이스를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 있다. 유인 비행체의 경우 자동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까다로운 항공법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것이 레이스용 비행체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각종 안전 규정을 통과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안전 규정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레드불 에어 레이스처럼 안전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재기될 것이다. 그만큼 항공 운항 분야에서 사람이 타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가져다주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물론 오늘날 비약적으로 발전한 드론 기술을 잘 응용한다면 의외의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기계, 전자적으로 회피하는 기술부터 출발지점에 돌아오는 기능에 이르기까지, 현재 드론에 적용되어 있는 몇 가지 특별한 기능들은 소형 유인 비행체에 대한 가능성을 키워줄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어쩌면 이를 시작으로 아직까지 누구도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플라잉카에 대한 사업화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개인을 위한 초소형 비행체가 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문제들을 통과해야만 한다. 단적인 예로 비행 면허부터, 소음에 관한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부분 기술적 가능성의 검증 단계에 그쳐야만 했다. 만약 DLC가 유인 드론 레이스를 통해 개인 초소형 비행체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만 있다면, 이전보다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아직 DLC는 유인 드론으로 언제 어떤 식의 레이스를 하게 될지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빅 드론을 활용한 레이스인 드론 프리의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했다.

“우리는 새로운 미래의 레이스를 경험해보고, 드론 파일럿을 양성하기 위해 최초로 유인 에어로바틱 드론을 제작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이 드론이 모든 사람들에게 비행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드론 챔피언십 리그는 그 시작점입니다.”

만약 비행의 즐거움을 미리 경험해보고 싶다면 DLC를 방문해볼 것. VR을 통해 스피드 드론의 비행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인 드론에 직접 몸을 싣고 비행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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