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약 10,000명 구조조정 예정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6.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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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가 아직도 꺾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백신은 개발되지 못했으며 해외로의 이동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상태, 우리는 지금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하나 둘 부작용들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미래 학자들은 사람들 간의 이동이 없어도 경제가 선순환되는 구조가 언젠가는 만들어질 것이라 하지만, 근/현대 경제학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이며, 특히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뒷받침되어야 경제도 순환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동이 멈춰버린 경제는 혈액 순환이 멈춰버린 인체와도 같다.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신체 기관은 괴사를 시작으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지금 우리가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부터 소개할 BMW의 대처가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BMW는 현재 약 10,000명가량의 인력을 감축을 예정에 두고 있다. 지난 몇 달간 프리미엄 브랜드들 대부분이 매출 감소를 감당해야 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기화되어 감에 따라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전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감소했고, 마찬가지로 공장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탄력적 근무 시스템으로 전환함에 따라 신차의 고객 인도율도 떨어졌다.

단지 몇 달 정도라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벌써 반 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계산을 내린 BMW는 결국 계약직 근로자 중 약 10,000명 정도와는 재계약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유는 명백하다. 고정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데 매출은 급감했으니 아무리 건실한 기업이라도 버틸 재간이 없다. 특히 BMW를 비롯해 전 세계를 상대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거대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비단 BMW뿐만 아니라 벤틀리, 애스턴 마틴과 같은 유럽 럭셔리 제조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인 경제 마비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사치재인 프리미엄 자동차를 구매할 구매층이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이들처럼 오직 프리미엄 자동차만 만드는 회사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회사들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아주 많은 고민이 뒤따랐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10,000명의 근로자를 정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10,000명의 근로자가 막상 다음 달부터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은 지역 경제에 매우 심각한 결손이 발생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리고 한 지역 경제의 위기는 곧바로 다른 지역의 경제로 이어지며 결국 연쇄적인 반응에 따른 여파는 사실상 집계가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근로자를 감축시킴에 따라 생산량도 감소시킬 것이며 협력업체 중 일부는 도산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BMW에서만 10,000명의 근로자가 감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조만간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구조조정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 이외에는 마땅한 중, 단기 전략이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을 한 기업들은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지표상의 경기는 분명 회복되겠지만, 소비심리의 증진은 그보다 항상 늦게 따라오는 것이 일반적인 데다가, 소비 심리가 회복된다고 해도,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응할 인력과 협력업체들이 필요하다.

특히 자동차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인력들의 경우 숙련도가 무척 중요한데, 이것을 끌어올리는 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따라서 BMW의 이번 인력 감축은 장기적으로 그들의 입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정이 될 것이 틀림없다.

최근 BMW는 그들의 가장 큰 경쟁자인 다임러와 함께 공동 개발이라는 솔루션을 모색하기도 했다.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BMW와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 플랫폼부터 배터리, 자율 주행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긴밀한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미 이런 동맹 체제는 양사 모두 진행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르노와 다임러가 함께 1.3L 엔진을 개발한다거나 BMW와 토요타가 공동으로 스포츠카를 개발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BMW와 다임러의 공동 연구는 현재 종료된 상태이지만, 적어도 이와 같은 협업을 통해 양사는 분명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정말 그렇게 되었다면 연구원을 포함한 근로자들은 줄어들거나 혹은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 동맹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있으며, 여기에 투자되는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들의 몸집 줄이기는 비단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매출 감소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이미 그들은 앞으로 제품을 생산함에 있어 지금보다 더 적은 인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가 저관여 제품군으로 포지션을 바꾸어감에 따라 현재의 인력을 줄여도 제품을 생산하고 인도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 봐도 좋다.

자동차가 저관여 제품군으로 포지션을 바꾼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까지는 자동차는 고관여 제품군 중 최고의 지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전동화가 진행되면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거의 비슷해지거나 그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의 제품으로 바뀔 것이다.

특히 오늘날 자동차 회사들이 모빌리티의 자유를 주장하며 소유보다는 이용의 개념으로 바꾸어 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쉽게 말해 승차감이나 편의성, 고급스러움을 따져가며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란 뜻이다.

특히 전동화가 진행될 경우 현재 자동차보다 부품의 숫자가 ⅓ 수준으로 줄어들며, 상당 부품들이 모듈화되어 조립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조립에 걸리는 시간이나 인력도 ⅓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근로자의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미 로봇들이 조립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동화는 공장의 무인화를 빠르게 가속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어찌 되었건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 생산과 연구에 들어가는 인력은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 이 내용의 주요 골자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런 흐름에 속도를 배가시키는 좋은 명분이 된 것처럼 보인다.

허나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인류의 삶의 방식이 바뀌어 경제의 순환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근로 현장에 노동인력 감축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인간을 주체로 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생산해왔고, 이것을 다른 장소, 다른 사람에게로 이전시키며 부가가치를 만들어 왔다.

수천 년을 지켜온 구조에서 인간이 배제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다가올 시대에 인간은 어떤 가치를 만들어서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대책과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력 감축만 일어난다면 그 부작용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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