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뷰] 메르세데스-벤츠, 배출가스 조작 보다 화나는 것?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0.06.11 17:27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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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무엇이 문제인가?

메르세데스-벤츠가 700억 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환경부의 조치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벤츠의 디젤 모델들은 인증시험 때와 달리 실제 운행 때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을 줄이고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인 (EGR)의 작동을 멈췄다. 이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문제가 나온 것.

벤츠는 700억 원대 과징금을 받게 됐다. 배출가스 조작, 폭스바겐이 먼저 길을 닦아 놓은 터라 이것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너희도 걸렸군?'

이 말 외에 다른 말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내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현대기아차가 자사의 2.0R 엔진의 EGR 작동 조건을 임의로 바꿨던 것이다. 당시 오토뷰 팀이 테스트한 결과 동일한 2.0R 엔진을 쓰는 현대 투싼IX와 기아 스포티지 간의 성능 차이가 10% 이상 났었다. 수개월 만에 대폭 상승된 성능이다. 그 당시 EGR 프로그램이 조작된 2.0R 엔진은 배기량이 큰 2.2R 수준을 성능을 냈다. 시차를 두고 변경된 것이기에 실수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결국 이것이 EGR에 의한 조작으로 나타났고,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한 리콜을 진행했다. 이런 과거가 있기 때문인지 디젤 게이트에서도 현대차그룹은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필자는 PSA그룹과 더불어 가장 양심적인 디젤 엔진을 만드는 곳 중 하나가 현대차그룹이라 생각한다.

다시 벤츠 얘기로 가자.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것은 순리에 따르면 된다. 다만 최근 접한 한 가지 정보가 씁쓸한 마음을 키운다.

하반기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다는 것. 쉽게 인력을 줄인다는 얘기다. 대략적으로 5~10%가량의 감원이 점쳐지고 있는데, 대략 7~8% 인력에 대한 감원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이 그렇다. 경기 침체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다는 얘기다. 이에 자동차 그룹 차원에서의 감원이란 말에 어색함이 없다. 다만 그 대상이 벤츠코리아라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벤츠는 어떤 브랜드인가?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명사이자, 국내에 생산 시설을 갖춘 일부 대중 자동차 브랜드 보다 많은 차량을 판매하는 제조사다. 르노삼성, 쉐보레를 예로 보자. 이들은 수천 명에 달하는 인력을 보유한다. 반면 벤츠코리아의 인력은 그들의 수분의 일에 불과하다.

또한 대중차 하나를 팔아 남기는 마진과 프리미엄 차 하나를 팔았을 때 남는 수익이 같을 수도 없다. 물론 다임러그룹의 실적은 좋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예외다. 매년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딜러들의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벤츠코리아는 매년 높은 이익률을 기록해 나갔다.

해외 본사와 투자자에게 나간 수익은 수백, 수천억 원대다. 하지만 본사가 어려워지자 그들의 지갑을 채워준 한국 시장 인력을 줄이겠다고? 지금 벤츠코리아의 실적을 보면 인력을 줄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700억 원대의 과징금과 다양한 부담, 그것을 한국 법인에 떠안기는 것처럼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어려운 가운데 연명하는 회사라면 인력 감축을 통해 남은 사람들을 살려야 하지만 지금의 벤츠코리아에게 있어 인력 감축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한국 시장이 진짜 만만하기는 한가보다. 돈 벌어주는 시장에서 마른 수건 쥐어짜기를 한다니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인력 감축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 말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의 부정에 의미는 없다. 이것이 단순한 해프닝 이길 바란다.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다만 그들에게 이상적 수익을 실현해 준 국내 인력들에게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고용을 해도 모자랄 판에 감축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딜러들의 수익률도 계속 하락세다. 결국 돈 버는 것은 벤츠코리아와 본사일 뿐, 그들과 연결된 파트너들은 발만 구르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 하지만 벤츠코리아를 이끄는 사령관은 자리를 비웠다. 재입국한다는 보장도 없다. 한국 시장에서 거둔 기록적 실적,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평가만 챙겨갔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우리가 아는 메르세데스-벤츠는 기술과 시대를 선도하는 최고의 브랜드였다. 미래에도 단순한 장사치로 남지 않기를 희망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현 대표이사의 의지를 바탕으로 인력 감축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혀왔다. 우리 자동차 업계는 국산, 수입을 막론하고 이미 힘들다. 필자도 벤츠코리아의 감축을 원치 않는다. 사실이 아니길, 사실이라면 그것이 진행되는 것을 막고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공지

기사가 게재된 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출국중인) 현 대표이사의 의지를 바탕으로 인력 감축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혀왔습니다. 우리 자동차 업계는 국산, 수입을 막론하고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승용 뿐 아니라 상용차 시장도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직간접적 고용 인력 170~180만 규모의 시장이 부분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토뷰 팀이 이 내용을 담아낸 것은 충분한 이윤을 득한 벤츠가 한국법인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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