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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유로 배기가스 규정은 배기량을 키우는 정책?

지난 10년간 자동차 시장에 변화를 촉구한 키워드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다운사이징"이다. 유로6 규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 세계 제조사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극심한 엔진 다이어트를 감행해야 했다.



이런 영향 때문에 6기통 엔진이 당연했던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의 주력 엔진은 모조리 4기통으로 바뀌었으며,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더 이상의 V12 엔진 개발은 없을 것이라 선포했고, 볼보는 아예 4기통 엔진만으로 모든 라인업을 구성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경차 전용 엔진이라 여겼던 3기통 엔진을 소형 SUV에서 경험하는 시대를 맞이했고, 부드럽고 직접적인 엔진 필링을 제공해왔던 자연흡기 엔진은 지구상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 자리를 터보차저와 하이브리드가 대신하면서 거의 모든 제조사가 더 나은 연비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를 위안했다.


심지어 이런 움직임은 포르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Flat 6 엔진을 더 이상 박스터와 카이맨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968 이후 처음으로 4기통 엔진을 탑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번 불어닥친 다운사이징 바람으로 인해 제조사들은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부어야 했고, 소비자들에게 빈약해진 숫자와 감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난감해 했다.



많은 것이 너무나도 빨리 바뀌어버린 상황에서 어쩌면 또 다른 시대로 접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바로 2026년부터 다음 유로 규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유로 환경 규제는 가장 직접적이고 가혹하게 자동차 시장을 바꾸어 놓았는데, 매 규정이 바뀔 때마다 제조사들과 더불어 소비자들까지도 거의 몸살을 앓아야 할 지경이다. 물론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면 인류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엄격해질 필요는 있다. 게다가 새로운 규제는 새로운 기술 개발의 모티베이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필요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유로 7 규정의 다음 규정으로 환경 규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엄격하다는 것이 제조사들의 이야기다. 거의 레이스 카 테크니컬 레귤레이션 수준으로 기술적인 부분까지 깊이 파고들고 있는데, 가장 핵심인 규정은 바로 이것이다.



“리터당 출력의 제한" 이와 같은 조치는 유로 6과 7으로 인해 불어닥친 다운사이징 트렌드와는 또 다른 차원의 규제 조치다. 실제로 이 정도 수준의 규정은 모터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으로, 한마디로 말해 1L 당 발생시킬 수 있는 출력 상한선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같은 강력한 규제가 시작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동화 시대로의 빠른 전환이다.



일반적인 자동차를 개발, 생산하는 제조사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벽 뒤에 숨어 웃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몇몇 모델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A45 AMG나 미니 JCW와 같이 리터당 100마력을 뛰어넘는 출력을 보여주는 4기통 엔진들은 아마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큰 고민에 빠진 회사가 있다. 바로 스포츠카 전문 제조사들이다. 대표적으로 포르쉐가 있다. 포르쉐 스포츠카 책임자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밝혔다.



“2026년에는 유로7과 함께 새로운 단계의 규제가 시작될 것입니다. 실제 주행 및 실험실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 이 규제는 배기가스 규제 중 전례 없이 가장 엄격한 규제가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특히 리터당 출력의 제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우리는 유로7 이후의 규제가 시작되면 적어도 지금보다 약 20%가량 엔진의 배기량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어쩌면 어떤 회사들은 4기통을 6기통으로, 6기통을 8기통으로 바꾸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포르쉐는 두 가지 선택 안을 두고 고민 중이라 전했다. 하나는 출력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가장 달가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 진보된 엔진을 개발하는 것. 그러나 두 번째 대안도 결코 만만치 않다. 포르쉐의 이야기에 따르면 출력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지금보다 적어도 3~4배 이상 큰 촉매변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도 문제지만 자동차 바닥의 패키징에도 크나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결국 모든 것을 소비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911의 경우는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해낼 것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911이 상징적으로 지켜왔던 Flat 6 엔진을 끝까지 지켜낼 것입니다. 물론 아주 가혹한 연구와 실험을 해야만 합니다.”



그는 GT3와 같이 자연흡기 엔진은 앞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제한된 출력을 키우기 위해 배기량을 높이면서 배출가스를 더 줄이고 무게까지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르쉐는 ‘어쩌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자연흡기 GT3는 10년 안에 종말을 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GT2나 GT3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 배출 규제가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718도 사정은 비슷하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이미 4기통으로 사이즈를 줄였는데, 여기에 다시 새로운 4L Flat 6 엔진을 삽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며, 게다가 아예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전동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안은 있다. 하이브리드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용하면 이 문제를 비교적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포르쉐는 이미 하이엔드 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해본 적이 있으며, 919와 같은 프로토타입 스포츠카에서 더 강력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결론은 지금의 엔진에서 출력을 제한하고 하이브리드의 힘을 더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다음 유로 규정이 목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스포츠카에 순수성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의 만족을 유지시킨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이런 고민은 포르쉐뿐만 아니라 페라리, 그 외 다양한 스포츠카 전문 제조사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유로 규정이 얼마나 빠르게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촉구했는지 우리는 이미 수차례나 경험해왔다. 그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10년쯤 후에는 어쩌면 순수하게 엔진과 과급기만으로 회전하는 포르쉐나 페라리를 더는 만나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 오토뷰 | 박종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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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9개가 있습니다. 전체의견 보기
  • 라인업 (ho234par)

    내연기관차는 환경을 위해서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비교할 수도 없을 뿐더러 환경오염 측면에서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죠. 후손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상대적인) 친환경차로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2020-06-02 오전 10:58 의견에 댓글달기
  • June5H (June5H)

    뭐... 유로 기준 계속 강화되는데, 정작 환경은 코로나 19로 인해서 인간의 활동이 주춤하니 나아지고... 유럽 젊은 사람들이 차를 그렇게 구입 안한다는데 다른 접근법으로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도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2020-06-02 오전 10:53 의견에 댓글달기
  • auto7 (auto7)

    점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로 가라는 거죠

    2020-06-02 오전 09:18 의견에 댓글달기
  • 아슈 (ashuaria)

    전동화의 요구가 점점 커지는데, 이게 정말 자연 보호의 길이 맞는지 의문이긴 하네요.

    2020-06-01 오후 02:12 의견에 댓글달기
  • 원양 (fox905)

    어떤 어려움도 친환경으로 밀어부치면 그만이고, 저같은 8기통 매니아를 시대에 뒤떨어지는 워보이로 만들수 있는 친환경은 참 멋진 단어입니다. 근데 친환경이란게 막대한 돈이 드는건데 정작 자기들 주머니를 비워라고 하면 부자가 아닌이상 아무도 나서지 않을겁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가 환경 생각하라고 고함지르는걸 대서특필하는 세태도 웃기구요. 도대체 친환경은 누굴 위한 겁니까? 유로5 -> 유로6만 해도 이건 정말 외계인 고문수준인데 6에서도 모잘라서 abcd까지....디젤이야 조작사건도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과거 100여년도 훨신전부터 석탄때고 석유 신나게 때고 전쟁도 벌였는데 지구가 무너지기라고 했나요? 친환경드립 이젠 피곤합니다.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동물권도 외치는 혁신의 시대인데 이정도로 만족을 좀 해보는건 어떨까요?

    2020-06-01 오후 01:53 의견에 댓글달기
    • 운전자 (jinfeel1003)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는 친환경 기술이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라고해서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그럼 세상물정 아는 어른은 다음 세대와 우리 후손을 위해서 어떻게 대처해야겠습니까? 적어도 어른답게 대처해야겠지요?

      2020-06-01 오후 03:42 의견에 댓글달기
    • 원양 (fox905)

      제가 다분히 고배기량 고출력 선호자라서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만들더니 또다시 배기량에 출력제한을 하는게 똥개훈련처럼 보여서 순간 욱했네요.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 의견은 다 무시하고 흥청망청 하자는 의견이 아닙니다. 단지 지금 환경규제로도 충분하고 가혹하니 피로감을 느끼는 겁니다. 현시대는 디젤차 타는 사람을 자꾸 압박하는 시대라 더더욱 그점에 민감하구요. 그리고 저도 제 자식의 아버지로서 아이보고 그냥 입닫아라는 늬앙스는 아닙니다. 다만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말할수 있는 그런 평범한 발언은 무시하고 싶다는 의견입니다. 딱히 대안도 없이 비난만 있는 그런말은 더더욱 말이죠.

      2020-06-01 오후 04:36 의견에 댓글달기
    • 운전자 (jinfeel1003)

      저도 감정적으로 답변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친환경 정책이나 기술에서 뒤쳐지는 것에 안타까워하는 일인입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기술이기에 선도하거나 적어도 선두그룹에 있을 경우 큰 경쟁력이 될 수도 있구요. 결국 자동차 업체는 인간의 지향점 중 하나인 다음 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야하는 쪽으로 로 기술을 개발하고 움직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 역시 원양님 처럼 고배기량 고출력을 선호하시는 분을 위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겠지요. 탄소세를 도입하거나 더욱 큰 비용을 지출해야만 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는 정말 순수한 대배기량은 없어진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2020-06-02 오전 11:11 의견에 댓글달기
    • 라인업 (ho234par)

      제가 이해하기를, 내연기관 차를 도태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정책으로 보입니다. 사실 지금 가혹하다고 표현하셨는데 여전히 자동차에 의한 환경오염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후처리 장치가 아무리 발전했다지만 공장이나 큰 규모의 발전시설에서 쓰는 후처리 장치에 비하면 효율성이 새발의 피 수준이구요. 다운사이징 시대를 맞이해서 배기량당 출력 제한을 건다는 건 단순 내연기관으로만 출력을 뽑지 말라고 생각됩니다. 기사에도 나와있다시피 환경을 위해서, 출력을 올리려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넘어가라는 의미인 거 같습니다.

      2020-06-02 오전 10:57 의견에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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