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다시 수소에 관심 내비쳐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4.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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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자동차는 확실히 전기자동차 쪽으로 기운 것 같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할 정도로 유가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회사들은 이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전동화 전략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지금의 내연 기관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그들 입장에서는 분명 더 편한 일일테지만, 환경 오염을 위시한 인류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적어도 오염원을 배출하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라는 멍에는 쓰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자동차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아직 전기자동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우려를 표하는데, 첫 번째는 주행거리의 제한, 두 번째는 충전기의 보급 상황이며 마지막은 역시나 충전 속도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소재와 구조의 한계로 인해 아무리 빨리 충전하고 싶어도 기름을 다시 채우는 것에 비해 느린 충전 속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행거리를 더 늘이기 위해 더 큰 배터리 팩을 장착하면 충전 속도도 비례하여 늘어나는 것이 현재 기술의 한계다.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자동차 운행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데, 지금의 배터리 기술은 습관을 바꿀 만큼의 충분한 동기부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 그래서 똑같은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이용하지만 충전 속도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연료전지 방식과의 경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봐도 좋다.

이렇게 어떤 방식이 표준이라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BMW가 최근 수소에 대한 관심을 다시 내비치고 있다. BMW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일찍부터 수소에 관심을 보여왔다. 1979년 가솔린과 액화수소를 혼합한 연료로 구동되는 최초의 수소 자동차를 개발하더니 21세기에 들어서는 레이스 카 스타일의 H2R 컨셉트카를 내놓는가 하면 7시리즈를 개조한 하이드로겐 7을 공개하기도 했다.

BMW가 제안한 방식은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것처럼 보였다. 일단 기존의 엔진을 버리지 않아도 됐다. 수소를 실린더에 주입해 폭발시키는 방식이었는데, 수소가스를 주입해 폭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폭발력은 휘발유 이상이었고, 완전연소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연소 효율을 보여줘서 보급에만 성공한다면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배기구에서는 복합 화합물이 아닌, 산소와 물만 배출되므로 대기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몇 대의 컨셉트카를 끝으로 BMW는 더 이상 수소 엔진을 선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많았지만 그중 하나는 비참한 연비 때문이었다. 가솔린, 수소 바이퓨얼 방식이었던 하이드로겐 7은 100km/h를 달리는데 너무 많은 수소를 먹어치웠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 중 가장 가벼운 수소는 가벼운 질량으로 인해 한곳에 붙잡아두기가 힘들며, 아무리 밀봉을 한다고 해도 당시 기술로는 수소가 조금씩 소실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었다.

따라서 애써 채워 넣은 수소를 이용해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가솔린으로만 달려야 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완전한 수소 자동차라고 보기 어려웠다.

결국 BMW는 하이드로겐 7을 끝으로 수소를 연소시켜 주행하는 자동차 기술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봉인해두었던 수소에 대한 관심을 다시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연기관이 아닌 연료 전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BMW는 “전 세계적으로 고객의 모빌리티에 대한 요구 사항을 완벽히 충족시키는 단일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대체 파워 트레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따라서 미래에는 다수의 방식이 공존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수소 연료 전지는 장기적으로 우리가 보유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의 네 번째 방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며 수소 연료 전지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BMW는 지난해 BMW i 하이드로겐 넥스트를 통해 브랜드 최초로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부터 얻는 출력은 약 170마력이며, 배출가스는 수증기뿐이라 전했다. 또한 700바로 수소를 압축하는 탱크에는 약 6kg 가량의 수소가 저장되며, 여기에 eDrive 유닛을 결합해 향후 출시될 BMW 최초의 수소 연료 전지 시판 차량의 경우 약 374마력 가량을 발생시킨다고.

특히 이들은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의 가장 큰 강점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단점인 충전 시간을 꼽았는데, BMW의 설명에 따르면 수소를 주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4분 내외라는 것이다.

BMW의 수소 연료 전지 파워트레인 플랫폼은 사실 BMW 독자 기술은 아니다. 이미 첫 번째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 미라이를 시판한 토요타와 함께 개발한 것으로 이들의 공동 연구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거나 혹은 시판하고 있는 가운데, 토요타는 유독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미래는 기대만큼 밝지만은 않다. 현재 기술로는 수소를 채굴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물을 전기 분해해야 하는데 문제는 전기 에너지를 어디선가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연료를 얻기 위해 또다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며 혁신적인 청정 발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수소 연료 자체의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리튬이온배터리 역시 형태는 다르지만 많은 개선점을 안고 있다. 2050년 경이면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수요가 지금보다 11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 채굴량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해저 채굴로 시선을 돌리고 있기는 하다. (실제로 포스코는 바다에서 리튬을 환원하는 방식으로 리튬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각에서는 바다 밑 바닥이 새로운 엘도라도가 될 것이라 하는데, 문제는 역시나 채굴 단가와 수송이다.

게다가 이제는 고전적 방식으로 여겨지는 내연 기관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면서 두 개의 솔루션의 생존성을 위협하고 있다. 셰일 오일 채굴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이 에너지 패권국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경우 역사적으로 그래왔던 것처럼, 환경과 경제적 논리 이외에도 정치적 힘의 논리에 따라 흐름이 바뀌어 왔다. 따라서 향후 어떤 솔루션이 자리 잡게 될지 현재로서는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BMW도 현재 수소 연료 전지 방식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우선 청정에너지를 사용해 수소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그래서 경쟁력 있는 가격과 충분한 생산량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BMW는 현재 수소 충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개발을 강행하는 것은 인프라와 생산 비용의 문제가 해소되는 시점까지를 충분한 연구 개발의 시간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BMW는 오는 2023년까지 약 25개의 모델을 새롭게 선보일 것이며 그중 12대가량은 전기모터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를 선보일 것이라 밝혔다.

그중 과연 몇 대의 모델이 수소 연료 전지 방식이 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순수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리튬이온배터리 전기자동차 그리고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까지 모두 다 선보일 계획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과연 그중 어떤 솔루션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결국 판단은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일 테니 말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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