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확산 방지 위한,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노력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4.0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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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당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투기에 쓰이는 엔진을 만들었고,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 역시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던 일본 정부를 위해 다양한 군수물자를 만들었다. 이런 상황은 포드도 마찬가지였다. 포디즘으로 현대 산업 사회의 생산 프로세스 전체를 뒤바꾸어 놓은 그들 역시 2차 세계 대전 기간 중, 자신들의 생산라인에서 자동차 대신 폭격기를 만들어 미 육군에 납품했다.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만든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자동차 공장이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첫 번째는 복잡한 기계를 효율적인 분업 시스템을 통해 가장 빠르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또 다른 이유는 비행기나 전차처럼 복잡한 구조의 정밀 기계류를 높은 품질로 조립해낼 수 있는 충분한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차 대전과 같은 국가 총력전 상황에서 자동차 공장들이 가장 먼저 군수물자 생산 기지로 지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현재 많은 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자신들이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 혹은 설비를 이용해 자동차가 아닌 전혀 다른 물건들을 만들고 내고 있는데, 80년 전 그때의 상황과 다른 점은, 전쟁 무기가 아닌 인류의 건강과 안전에 도움이 될 물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더 많은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있다.

먼저 폭스바겐은 자동차 부품 혹은 연구용 부품 개발을 위해 구매한 3D 프린터를 이용해 페이스 쉴드를 만들었다. 시작은 폭스바겐 생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위생 상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최근 보다 많은 양의 페이스 쉴드를 프린팅 해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대규모로 발생한 국가에 무상으로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인 나바라에 위치한 공장에서 약 1,000개가량의 페이스 쉴드를 프린팅 한 후 나바라 지방 정부에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폭스바겐 그룹 전체와 더불어 에어버스까지 동참해 약 250여 개 회사에 배치된 3D 프린터를 이용해 페이스 쉴드의 프레임을 생산 중이다.

또한 폭스바겐그룹 소속 브랜드이자 스페인 자동차 브랜드인 세아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에게 꼭 필요한 인공 환기장치를 자신들의 생산 라인에서 제작하고 있으며, 의료기기 승인이 나는 대로 이를 스페인 정부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마찬가지 폭스바겐그룹 소속인 체코의 자동차 브랜드 스코다 역시 체코에 위치한 공장에서 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한 3D 프린팅 기술을 프라하 공대와 함께 연구 중이라 밝혔다. 특히 이들이 연구하고 있는 마스크는 일회용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여서 향후 전 세계의 기술이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

람보르기니도 이러한 행보에 동참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에 소재한 회사인 만큼 람보르기니도 이 국면을 빨리 타계하고자 볼로냐 공장의 생산 시설 중 일부를 개조해 플렉시블 글라스로 제작된 페이스 쉴드을 생산, 볼로냐 정부와 볼로냐 소재의 병원에 우선적으로 기증할 예정이라 한다.

뿐만 아니라 람보르기니는 원래 아벤타도르, 우라칸, 우루스를 위한 가죽 트림을 생산하던 봉제 공장을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는 마스크 공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들은 매일 1,000여 개 마스크를 만들어 시중에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과 의료 기기 및 위생 제품의 기부는 미국 제조사에서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자신들의 공장을 폭격기 생산 라인으로 변경했던 포드는 이번 팬데믹 상황과 맞서 싸우고자 GE 헬스케어와 공동으로 호흡기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포디즘을 만들어 낸 회사답게 생산량도 어마어마하다. 포드와 GE 헬스케어의 계획에 따르면 적어도 오는 7월까지 약 5만여 개의 환기장치를 만들 예정이며, 8월 이전까지 7만 5천여 개의 환기장치를 생산해 전 미국의 병원에 공급할 것이라 한다.

포드의 CEO, 짐 해켓은 “포드와 GE 헬스케어 팀은 현재 혁신적인 기술을 동원해 즉각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기 순환장치를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환기장치는 미시건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개발한 환기장치는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자 최일선에서 애쓰고 있는 의료 관계자들에게 공급될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설정한 1순위의 생산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진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방어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래서 GM과 현대, 기아(북미)자동차 그리고 혼다, 볼보 등은 의료계 관계자들에게 한시적으로 할부금 납부를 유예해 주거나 혹은 차량 구매 시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영국의 경우 재규어/랜드로버가 160대의 차량을 의료진 및 코로나 확진 방지를 위해 애쓰는 봉사자들을 위해 기증했다. 현재 27대의 신형 디펜더와 함께 약 60여 대의 재규어 랜드로버 차량이 영국 적십자에 기증됐으며, 앞으로도 100대 이상의 차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이들의 의료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메르세데스 벤츠를 포함해 다양한 회사들이 생산 설비의 일부를 할애해 의료용 장비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비단 자동차 공장뿐만 아니라 레이스 팀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자신들의 기술을 기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포뮬러 1팀인 메르세데스 AMG F1팀은 런던에 거주하는 임상의, 의료기기 연구원들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들에게 필요한 인공호흡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2020년 포뮬러 1 시즌이 완전히 멈추고 레이스 팀 공장 폐쇄까지 결정이 난 상황에서 이들은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이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고자 자신들이 가진 기술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인공호흡기 개발에 착수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들이 개발한 인공호흡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들의 폐에 항상 신선한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기기로, 1차적으로 약 100여 개의 기기가 런던 소재의 병원에 기증됐다.

앞으로 메르세데스 AMG F1팀은 하루 1,000개 생산을 목표로 현재 메르세데스 포뮬러 1 엔진을 제조하는 메르세데스 AMG 하이 퍼포먼스 파워트레인즈와 함께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 다양한 분야,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들이 자동차 생산이 멈춰버린 공장에서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며 이를 기증하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무서운 속도로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이 시국을 보다 빨리 타계하고자 하는 노력과 열정이 각계각층에서 더해지고 있다.

개인과 기업 그리고 학교와 기관의 노력이 모여 하루빨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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