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테슬라 모델 S의 두 배에 달하는 배터리 공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3.16 12:3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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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는 더이상 미래의 자동차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가는 현실이 되었다. 초기형 전기자동차들과 현재 출시 중인 전기자동차의 디자인만 보더라도 그렇다.

BMW i3와 볼트는 누가 보더라도 자동차의 미래를 표현하고 있지만, 미니 SE나 피아트 500 EV는 동일한 모델에 다른 파워트레인 트림과 섞어 놓으면 구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스마트폰이 출시되었던 초기에 그들이 겪은 일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다름아닌 콘센트만 보이면 일단 플러그를 꽂고 보는 일 말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보면, 전기자동차 충전 스탠드를 향해 남은 배터리를 쥐어짜며 경쟁하듯 달리는 운전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아직 달릴만한 여력이 있음에도 배터리가 항상 100%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디바이스는 충분히 공급되고 있으나,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다만 문제의 원인이 꼭 인프라에만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 충분히 버텨주지 못하는 배터리에 대한 부족한 신뢰가 이러한 불안과 강박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라 해도 좋다.

물론 이 문제를 대용량 배터리로 해결하는 회사도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는 모델 S와 모델 X에 무려 100kWh급 배터리를 넣을 수 있게 옵션을 마련했는데, 일반적인 EV의 배터리 용량이 50kWh 전후 인 것을 감안하면 약 두 배에 해당되는 수치다.

테슬라는 이 정도 배터리로 거의 424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고 하며, 한국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전없이 달릴 수 있는 거리다. 이렇게 비약적인 주행거리 증가를 가져온 테슬라의 100kWh 배터리는 현재까지 출시된 전기자동차 가장 큰 용량이다.

그런데 이 기록은 조만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GM은 놀라운 배터리 팩을 소개했는데, 이들이 보여준 배터리의 용량은 무려 테슬라 모델 S 100D의 2배에 달하는 200kWh다. GM의 설명에 따르면 이 배터리를 이용할 경우 충전없이 거의 650km(400마일) 가량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테슬라의 100kWh 배터리가 424km를 달릴 수 있다면, 그 두 배에 해당하는 배터리라면 적어도 800km는 달려야 하는데, GM이 발표한 주행거리는 1.5배 수준인 650km 밖에 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배터리가 어디에 탑재되는지 알고 나면 수긍이 간다. 현재까지 세계 최초, 최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는 허머(Hummer) EV와 쉐보레의 대형 픽업 트럭에 탑재될 예정이다. 쉐보레 실버라도 더블캡만 하더라도 무게가 무려 3.1톤이나 나가는데, 이 정도 무게를 끌고 가려면 그만큼 배터리 소모량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용량은 두 배일지라도 주행거리는 그만큼 늘어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왜 대형 픽업 트럭이나 SUV에 이 배터리를 적용하려는 건지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발표한 배터리팩의 두께는 무려 18인치(약 45cm)에 달하는데, 이 정도 두께면 일반적인 승용차는 탑재하는 순간 시트포지션이 크로스오버 급으로 올라가버린다. 아마 탑승자 모두가 극심한 헤드룸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그래서 대형 픽업 트럭이나 SUV처럼 차체 바닥에 허용할 수 있는 공간의 여유가 있는 자동차만이 탑재가 가능하다.

발표된 배터리 팩은 용량이 크다는 것을 제외하면, 기술적으로 혁신이라 부를만한 것이 없다. 연료탱크를 두 배로 늘이면 주행거리도 두 배로 늘어난다는 식의 단순한 계산에 따라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허나 GM이 200kWh 배터리 팩과 함께 발표한 내용의 핵심은 다음 내용부터 시작된다. 언급한 것처럼 200kWh로 배터리 용량을 늘이면 당연히 주행거리는 늘어나겠지만, 문제는 배터리 비용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건 연료탱크를 늘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래서 GM은 혁신적 배터리 기술을 개발할 것을 선언했다. GM의 이야기에 따르면 "울티엄 테크"라 불리는 배터리 기술은 현재 배터리가 안고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는 배터리의 가격을 낮추는 일이다. 이미 GM은 지난해부터 LG화학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갖추었는데, 양사의 공동 목표는 kWh당 배터리 가격을 $10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실제로 kWh당 배터리 가격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2010년에는 $1,100에 이르던 것이 2019년에는 kWh당 $156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했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전기자동차는 정부 보조금없이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막대한 보조금 투입이 주정부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주자, 폐지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보조금의 규모 역시 매년 축소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보급하려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제조사 스스로가 고객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어야만 한다. 그래서 GM과 LG화학은 울티엄 테크를 통해 배터리 생산, 제조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현재 배터리 생산 비용에 대한 정보는 밝히지 않았지만, 2024년까지 kWh당 $100 선으로 가격을 낮출 것을 선언했으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첫 번째 솔루션으로 코발트의 사용량을 줄일 것이라 이야기했다.

코발트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제 소재로 쓰이는 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 제작 비용에 있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코발트는 희토류로 분류되어 있어 g당 가격이 높은 편인데, 스마트 기기의 급격한 보급으로 인해 한 차례 가격이 급상승하더니 전기자동차 시장이 열리면서 다시 한번 가격이 폭등한 상태다.

게다가 코발트는 노동 인권 문제에서도 투명하지 못한데, 현재 전세계에 공급되는 코발트의 약 59%는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인 콩고에서 채굴되고 있다. 이 나라의 풍부한 천연자원은 국부가 되어주기는 커녕, 외세의 침략 뿐만 아니라 내전만 불러 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코발트 채굴에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까지 동원하는 비윤리적인 노동 착취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더불어 자동차 회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비윤리적 노동환경의 값비싼 코발트를 채굴해 사용하는 것보다,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고 대체 소재를 이용해 배터리를 생산한다면 윤리적 소비는 물론이고 배터리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양사 공동 목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GM은 현재 400V 충전 시스템을 800V 충전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새로운 충전 기술 역시 개발 중에 있다고 밝혔다. 포르쉐 타이칸에 적용된 기술과 유사한 것으로 LG 화학이 기술 파트너로 함께 했다. 이미 어느 정도 기술의 윤곽이 잡혀 있긴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1kWh당 $200에 달하는 비싼 가격인데, GM과 LG는 배터리 가격은 낮추면서 배터리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함께 개발할 것이라 발표했다.

실제로 이 두 회사는 지난해 말, 오하이오에 배터리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가 하면, 이 법인을 주체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했을 정도로 긴밀한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또한 GM은 볼트에 이어 허머, 캐딜락, 뷰익 등 보유한 브랜드를 통해 2023년까지 거의 20대 가량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울티엄 테크를 통한 배터리 기술 혁신이 향후 GM의 전기자동차 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의 배터리 기술 혁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먼 거리를 스트레스 없이 달릴 수 있고, 충전 스탠드에 차를 세워두고 1시간 이상 기다리지만 않는다면 분명 전기자동차 보급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자동차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전기자동차의 시대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것. 이와 같은 기술의 혁신이 이어진다면 몇 년 후 우리의 전기자동차 구매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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