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이렇게 하는 것. 르노삼성이 한 수 알려준다!!

르노삼성에게 조금은 미안한 말을 하겠다. 르노삼성은 국내 자동차 업계 ‘꼴찌’다. 한국지엠과 쌍용차에게 밀린 후 얼마나 오랫동안 꼴찌를 해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가 됐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유럽 르노에 얼마나 많은 차가 있는데. 그것들 가져와 팔지!’

르노삼성 직원들은 이미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의지와 달리 수입하지 못하는 현실에 분통할 것이다. 이제 르노삼성에게 주어진 카드는 몇 개 안된다. SM3, SM5, SM7 모두 단종됐다. 모델 체인지 된 클리오도 아직 수입되지 않는다.

현재 르노삼성이 판매하는 것은 QM6와 SM6, 그리고 르노 마스터와 트위지 정도. 이것으로 살림을 꾸려 나가야 한다. 얼마나 답답할까? 여기에 닛산 로그 수출 계약 만료는 덤이다.

그래서 절박하게 필요했다. 쓸 만한 신차가!

그리고 이 시점에서 신차가 나왔다. 그런데 이 신차가 범상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형 SUV. 여기에 쿠페 디자인까지 가미했다. 르노삼성은 SUV 쿠페를 신차로 내놓은 것이다.

모델명은 XM3다. 세단은 SM+숫자, SUV는 QM+숫자 공식에 크로스오버를 뜻하는 ‘X’자가 새롭게 붙어 SM3도 아닌 QM3도 아닌 XM3가 됐다.

이 차가 실제로 시장에 나올 줄 누구가 예상했을까? 2018년 모스크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아르카나(Renault Arkana)라 컨셉트가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한국 시장과는 상관없는 모델’이라고 넘겼다.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메간(Megane)도 들여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유럽과 러시아 전용 모델인 아르카나가 출시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봤다.

전혀 기대도 안 한 신차가 우리 앞에 나왔다. 일부 유럽과 러시아 시장에 초점을 맞춘 아르카나보다 고급 사양으로 무장하고 말이다. 이제 유럽 소비자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부러워할 날이 왔다.

먼저 차량 등급을 보자. 크기만 보면 국내서 팔리는 소형 SUV보다 크다. 현대 투싼이나 스포티지와 비교하면 길이는 물론 휠베이스에서도 앞선다. 유럽 기준에서 XM3는 C-세그먼트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소형 SUV 시장으로 진입해 현대 코나, 기아 셀토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이로써 르노삼성은 현대 기아차와 쉐보레에 이어 엔트리 소형 SUV와 하이엔드 소형 SUV 라인업을 갖춘 제조사가 됐다.

디자인에 대해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하나하나 디자인 요소를 거론할 필요 없다. 멋지고 예쁘다. 디자인의 방향성과 제조사의 아이덴티티, 어떤 곳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등등… 이런 소설 같은 얘기에 관심 갖는 건 자사 홍보팀이나 디자이너뿐이다.

소비자들의 평가는 간단하다. 멋진가? 못생겼나? 아니면 무엇인가를 닮았나?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는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포장을 위한 것이다. 긴 변명이라는 것. 기아 K5, 르노삼성 XM3를 보자.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가?

전면부는 익숙하다. 이미 다른 르노삼성 모델과 맥을 같이 하는 패밀리룩 때문이다. 하지만 측면과 후면이 신선하다. SUV 쿠페의 조상 격 모델인 쌍용 액티언을 생각해 보니 금형 기술의 발전을 실감하게 된다.

후면부는 서로 연결된 리어램프를 통해 강한 인상을 만든다. 범퍼에 위치한 공기 배출구나 머플러는 실제의 것이 아닌 막혀 있는 구조다. 모두 모양만 낸 것. 쿠페 디자인이 와류를 억제해 주는 만큼 뒷유리 와이퍼도 생략했다. 대신 바디 일체형 리어 스포일러 디자인을 썼다.

인테리어도 완성도가 높다. 특히 실내에 사용된 소재, 마감, 박음질 장식, 시트에 적용된 스웨이드 재질 등 많은 부분에서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경쟁 모델들은 수동식 엔진 후드 고정 받침대를 쓴다. XM3는 가스식 리프트를 사용했다. 다만 푸조 시트로엥처럼 르노도 프랑스 브랜드이기에 엔진 커버는 달지 않았다.

계기판에 10.25인치, 센터페시아에 9.3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밝고 선명해서 좋다.

먼저 계기판을 보자. 주행 모드에 따라 테마가 달라진다. 시원스럽게 내비게이션 화면까지 띄울 수 있다. 계기판의 오른쪽 부분에서 연비나 출력, 토크 사용량도 보여준다. 토크와 연비는 힘의 크기가 아닌, 100% 비율로 환산된 값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화면 중앙에 작은 XM3가 자리하는데, 방향지시등이나 도어 개폐 여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달라졌다. T맵 내비게이션을 기본 탑재했고, 커넥티드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교통량까지 전송받는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자동차 안으로 들어간 것. 각종 위젯을 추가해 주행모드나 ADAS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기능을 바로 제어할 수 있다. 날씨나 미세먼지 정보만 봐도 많이 신경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사의 장점, 경쟁사인 현대기아차가 잘하는 것을 잘 벤치마크했다.

부가적으로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사실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위아래가 분할돼 불편한 편이다. 볼보가 대표적인데, XM3는 전체 화면을 다 사용한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시스템 속도가 빠르지 않다. 응답 속도가 개선되면 좋겠다.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 과거 만난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임원은 대중 차량에서 빠른 처리 속도를 가진 프로세서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단가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면 안 될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음악 정도만 듣는다면 별 아쉬움 없지만 이를 자주 쓰는 소비자를 위해 성능 좋은 AP를 옵션으로 한다면? 단점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게 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10만 원 정도 추가된다고 해도 빠른 처리 속도를 가진 AP를 선택할 것 같다. 또한 후방 카메라 화질도 개선되면 좋겠다.

공조장치는 다이얼 조작감이 우수하다. 조작감이 고급스럽다는 얘기다. 동급에서 유일하게 에어 퀄리티 센서도 탑재됐다. 상황에 따라 작동 메시지를 띄우며 존재감도 알린다.

하단에는 무선 충전 데크를 마련했다. 크기가 커서 어떤 스마트폰이건 쉽게 수납된다. 단점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얹고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 충전을 시작한다는 것은 특징으로 알아 둬야 한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다른 차들 보다 시간차가 있다는 것.

조수석 옆부분에 그물로 만들어진 수납공간도 있다. 조수석 탑승자를 위한 배려인데, 사이즈가 큰 편은 아니다. 활용도가 애매하긴 하나, 이런 구성을 생각했다는 것 자체를 높게 사야 한다.

시트는 전동으로 위치를 잡는다. QM3는 센터터널 안쪽에 있는 다이얼을 조작해 자세를 잡아 불편했다. 반면 고급형인 XM3는 그런 아쉬움이 없었다. 부가 기능으로 통풍 및 열선을 지원한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고 화면에서 다시 한 번 운전석, 조수석을 선택하고, 히팅 또는 통풍을 선택하는 인터페이스가 복잡하다. 센터페시아에 버튼 두 개만 넣으면 될 것을 복잡하게 구현한 것. 시트 설정을 위해 쓰는 버튼이 좌우에 달리는데, 이것을 올리면 히팅, 내리면 통풍과 같은 식으로 사용법을 편하게 만들어 주면 좋겠다.

공간은 어떨까? 쿠페 스타일 때문에 뒷좌석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무릎 공간도 넉넉했고, 머리 공간도 성인 남성이 탑승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적 여유가 있었다. 실내 공간을 잘 뽑아낸 것이다. 부가 기능으로 뒷좌석 열선 기능과 USB 포트도 준비했다. 현대기아차가 경쟁사 공격용으로 삼는 뒷좌석 전용 송풍구도 있다.

트렁크 공간도 충분하다. 쿠페 디자인으로 진화하면 높이에 제한이 생긴다. 하지만 충분한 수준이었다. 또한 2단 바닥 높이 조절 기능과 안쪽에 추가적인 수납공간까지 마련해 수납 능력을 키웠다.

편의 및 안전장비 부분의 경쟁력도 충분하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이 탑재됐다. LED를 사용한 오토 하이빔도 장착되는데, 기존 르노삼성 LED에서 보여줬던 푸른빛 번짐을 개선해 더 밝은 시야를 볼 수 있었다. 자동 주차 기능도 있다. 평행, 직각, 사선 주차가 되고 출차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전방에 차가 없을 때 설정된 속도까지 급하게 가속했다. 조금 더 부드러워지면 좋겠다. 차선이탈 경고 기능은 이따금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음에도 한 번 더 경고할 때가 있다. ADAS 시스템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얼마든지 개선 가능하니 조금 더 튜닝해 주면 좋겠다.

부가 기능으로 전 좌석 원터치 세이프티 파워 윈도, 8가지 조명을 갖춘 앰비언트 라이트, 스티어링 휠에 패들도 달았다. 도어만 열어봐도 2중 고무 몰딩 처리가 되어 있는데, 르노삼성이 얼마나 이 차에 공을 들였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지금까지 XM3의 상품성을 살펴봤다. 몇몇 개선이 필요한 곳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이 부분에서 경쟁력 높은 현대 기아차와 겨뤄도 부족하지 않은 구성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구성에서 앞섰다.

이제 주행으로 넘어가 보자. 자동차는 예술품이 아니라 눈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게 차량 하부를 눈으로 평가하는 것이 한국 자동차 시장의 특수성이긴 하지만.

XM3는 어떤 감각을 보여줄까? 클리오가 보여준 주행 감각을 감안해보면 좋은 모습이 기대된다. 토션빔이 어쩌구 저쩌구? 우리 팀은 눈으로 보지 않고 직접 타보고 좋다 나쁘다를 얘기한다.

시동을 걸어 1.3리터 엔진을 깨운다. 시트 포지션이 제법 높아 동급 모델과 달리 SUV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짙다.

엔진은 디젤보다 조용하지만 그렇다고 최상급의 정숙성을 내지는 않는다. 소형 SUV라는 장르에서 크게 엇나가지 않을 정도.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약 39.0 dBA 수준이었다. 셀토스 39.0 dBA, 트레일블레이저 38.0 dBA, 티볼리가 38.0 dBA 정도를 보였으니 유사한 수준이다.

주행을 시작하고 80km/h 가량의 속도로 달렸다. 약 70km/h를 넘으면 풍절음이 생기는데 노면 소음이 적다 보니 아쉬움이 커진다. 그렇게 80km/h에서 보여준 정숙성은 60.5 dBA. 셀토스 60.5 dBA, 트레일블레이저 60.0 dBA, 티볼리 60.0 dBA이었으니 주행 소음도 경쟁 모델과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일상 영역의 주행 감각은 마치 키 큰 해치백을 운전하는 느낌이다. 노면 충격에 대해 이따금 강하게 반발하기도 한다. 쿠페형 SUV인 만큼 하체에서 느껴지는 감각도 제법 스포티하다. 하지만 과속 방지턱을 넘는 등 차량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서스펜션이 들어갔다 늘어나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낸다. 최근 유럽 브랜드들은 스프링은 부드럽게, 댐퍼는 강하게 튜닝하는 경향이 짙은데, XM3도 이쪽 그룹에 속한다.

4기통 1.3리터(1.33리터) 배기량의 엔진은 트레일블레이저의 3기통 1.3리터(1.35리터) 엔진과 다른 성격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기통당 배기량이 여유로워 저속 토크를 잘 뽑아냈고 터보랙도 적었다. 엔진 회전수(RPM)를 높게 쓰는 것도 초반 답답함을 줄일 무기였다. 하지만 경차 스파크와 비교될 엔진 사운드나 아이들 상태에서의 진동이 약점이 됐었다.

반면 XM3의 엔진은 4기통 구조인 만큼 아이들 진동 억제력도 좋았고, 사운드도 들을 만했다. 적정 수준 부드러운 회전 질감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저속 토크가 살짝 부족했고, 저 배기량 터보 엔진에서 보여주는 약간의 터보랙이 있었다. 일장 일단이 있기에 어떤 엔진이 좋고 나쁘다를 논하기는 어렵겠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저속 구간. 페달 감각이 조금 더 좋았으면 좋겠다. 가속 페달은 일반적이지만 브레이크 페달의 유격이 조금 아쉽다. 르노삼성 자동차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내용인데, 조금 더 세련된 감각을 만들어 주길 희망한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를 활용했다. 이제 건식 방식을 거의 쓰지 않는 만큼 습식이 기본이다. 주행을 할 때 기어를 올리고 내리는 감각도 꽤 부드럽다. 여기에 경사각이 있는 언덕에서 후진으로 넣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앞으로 가지 않았다. 현대 팰리세이드 언덕 밀림과 같은 문제를 만나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U턴 환경처럼 주행과 후진, 후진과 전진 작업을 진행할 때 변속기의 내부 변속 시간이 꽤 길게 느껴진다. 전진과 후진이 바로 바뀌지 않고 1초가량의 텀이 생기는데, 체감상 길게 느껴진다. 특히 언덕길 등 일부 조건에서 차량이 밀릴 때도 있어, 여유로운 변속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이는 문제가 아닌 듀얼 클러치 시스템(DCT)의 특징인데, 전진 후진 반응 속도를 개선해주면 아쉬움이 사라지겠다.

하지만 저속을 달리며 잦은 변속기 이뤄져도 기아 셀토스처럼 말 타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최초 출발 때 다소 어색한 느낌을 만드는 것은 듀얼 클러치 시스템의 공통된 약점이지만 일단 주행이 시작되면 셀토스 보다 뛰어난 승차감을 보여준다는 것.

이제 성능을 보자. 먼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계측했다. 152마력과 26.0kgf.m의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의 성능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결과는 의외였다. 8.88초를 기록한 것. 체감적으로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지만 실제 가속 성능은 훌륭했다. 1.6리터 터보 엔진으로 177마력 성능을 내는 현대 코나 & 기아 셀토스가 각각 8.31초와 8.61초를 냈는데, 이것과 비교가 될 것이다. 163마력과 26.5kgf.m를 발휘했던 쌍용 티볼리 1.5 터보는 9.73초를 기록했었다. 이것보다 약 1초 가까이 빠른 성능이라는 것. 배기량을 생각했을 때 대단한 효율성이다. 유사한 배기량을 가진 트레일블레이저도 9초대 중반 기록을 냈는데, 동력 전달 능력이 좋아서인지 XM3는 생각보다 빠른 가속을 이어 나갔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약 160km/h 근처까지 무난하게 속도를 올린다. 그 아래서 답답함도 없다. 현대 기아차의 1.6리터 터보 엔진은 금방이라도 깨질 듯 한 회전 질감을 보여 아쉬움을 키웠다. 뭔가 정돈되지 않은 힘의 분출 같은 느낌?

반면 르노와 다임러(벤츠)의 기술진이 만든 이 엔진은 의외로 좋은 회전 질감을 보인다. 구조적으로도 커넥팅 로드와 캠 샤프트 등 부위에 저 마찰 소재를 사용했고, 실린더 내부 벽에 플라스마 나노 코팅도 더했다. 르노와 닛산에서는 ‘슈퍼카 GT-R에 적용된 특별한 기술’이라며 낯부끄러운 언급을 하지만 내구성과 효율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주는 기술임에는 분명하다.

제동 시험도 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거리는 39.19m였다. 지금까지 대부분 르노삼성 자동차가 39~41m 대 제동거리를 보여줬으니 XM3도 제조사가 설정한 가이드 안에 있다.

제동력은 초반 응답성을 강조한 타입으로 다른 르노삼성 모델들과 같다. 그렇다고 너무 미감 한 편은 아니라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겠다. 다만 제동 시험 반복에 따라 제동거리 증가폭이 크다는 점은 아쉽다. 제동력에 여유를 두는 쪽을 추천하고 싶다. 예전 현대기아차도 이 부분에서 지적받곤 했는데, 지금은 잘하고 있지 않은가?

시내 주행에서 처음 차를 움직일 때, 그 짧은 순간을 제외한 아쉬움은 없었다. 일단 속도가 오르면 생각보다 잘 달려주는 성능에 놀란다. 고속도로에서 보여준 안정감도 충분했다. 옵션으로 AWD가 준비되면 좋겠지만, 어차피 소형급에서 AWD를 요구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즉, 일상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준비가 된 것이다.

이제 와인딩 로드로 가보자.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니 XM3가 서킷 위를 달리는 모습이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에 그려진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붉은색으로 바뀐다. 스티어링 휠도 살짝 묵직하게, 엔진 회전수도 높게 유지해 가속 페달 조작에 따른 반응도 키웠다. 하지만 프랑스계 및 르노삼성차가 그렇듯, ESP는 해제가 안된다.

코너를 맞이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스티어링 조작 대비 프런트 축의 움직임이 빠르다. 서스펜션의 활동 범위만 보면 꽤 느긋한 움직임을 보일 것 같았는데, 핸들링 측면에서 부족함은 없었다.

한쪽으로 길게 말고 들어가는 코너. 여기서는 일정 수준의 바디롤을 느끼게 된다. 이에 복합 코너에서 다소 허둥 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부드럽게 하중을 바꿔가며 달렸다. 뭔가 부드럽고 여유롭게, 하지만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모습이 특이했다. 마치 서스펜션 내부에 스펀지가 있는 것 같은?

타이어 너비는 215mm 급이다. 금호타이어의 솔루스 TA31 패턴을 쓰는데, 생각보다 성능이 잘 나왔다. 경쟁차들은 트림에 따라 이보다 넓은 타이어를 쓴다. 하지만 1.3리터 배기량에는 이 수치가 딱이다. 적정 수준의 가속, 연비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코너링 때의 기본 특성은 언더스티어 지향이나, ESP가 적극적으로 작동하는 편이라 특성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ESP 셋업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급작스럽지 않게, 부드럽지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잡아 나가는 타입으로 구성해 대중들에게 유리한 모습이었다. 다만 스포츠 모드 정도에서는 개입을 대폭 늦춰주면 안 될까?

결론적으로 와인딩 로드에서도 무난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조건에서 보여준 승차감이 마음에 들었다. 대중 브랜드 상품치고 상당히 고급화된 느낌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순수 승차감만 보자면 동급 모델 중에서도 서열 1~2위를 다툴 것 같다.

그렇다면 르노삼성 XM3에는 얼마만큼의 점수를 줄 수 있을까? 일부 부족함은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상쇄시키는 포인트를 갖고 있다. 소형 SUV에게 가장 중요한.

XM3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가격이다. 기아 셀토스는 풀옵션 기준, 3천만 원대 이상의 시장을 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쉐보레는 9단 변속기와 AWD를 무기로 더 비싼 가격을 불렀다. 반면 르노삼성은 모든 것을 다 갖춘 풀옵션 가격을 2800만 원 아래로 묶었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선루프 없는 XM3 가격도 2700만 원 초반이다. 우리는 보통 중간 트림에서 타협하라 조언할 때가 많다. 코나, 셀토스, 트레일블에이저도 그렇다. 그리고 이상적인 가격으로 제시하는 수준을 2천만 원대 중반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풀옵션 기준 2700만 원대라면 어떤가? 몇 년 전만 해도 비싼 가격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착한 가격이다. 최근 르노삼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상급 트림 예약 비중이 70%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다.

XM3만큼은 풀옵션으로 접근해도 된다. 우리 팀은 XM3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그것도 풀옵션 모델에게 말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르노삼성은 이번 XM3를 정말 많이 팔고 싶어 했고, 그 결과를 다양한 것들로 보여줬다. 이제 시장의 평가만 남았다. 하지만 결과도 좋을 것 같다. 경쟁사들의 바이럴 팀들이 바빠지겠지만 진실은 통한다.

물론 아쉬운 것도 있다. 다시금 일어서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들이 사측과 맞서려는 것. 한국지엠도 같은 상황이다.

사측이 잘못한다면 당연히 제재해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갑 챙기려 맞설 때가 아니다. 더 좋은 품질의 차를 생산할 테니, 소소한 문제까지 보완된 좋은 상품을 만들라 요구해야 할 때다. 한국 소비자들은 수준 높은(?) 노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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