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AT 500 레고 - 50년대 노스텔지어를 레고로 만나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3.05 12:5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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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2차 세계 대전 직후 유럽은 그 누구도 얻은 것 없이 잃은 것만 있던 그 시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당시는 분명 시련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기도 기회의 시대이기도 했다. 모든 것이 망가져버린 도시와 국가를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전유럽에 퍼졌고, 생필품이 부족했기에 뭐든 만들면 팔려나가던 시절이었으므로 실업률은 매년 2% 미만이었으며, 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국가들은 매년 5%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보일 정도였다.

사진:Fiat Newsroom

VW 비틀(Type 1)과 BMC 미니 그리고 피아트 500은 그 무렵에 태어난 자동차로, 흔히 이 세 대의 자동차를 모터리제이션의 아이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 이 세 대의 자동차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에도 여전히 귀족이나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자동차를 보통사람들이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혁신적인 일이었는데, 인문학적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면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든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통한 “이동의 자유가 평등하게 주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Fiat Newsroom

경제학적으로도 이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일종의 사건이 됐는데, 흔히 ‘돈이 돌아야 한다.’라고 하지 않는가? 돈이 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진다는 의미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부가적 가치들이 창출된다는 의미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제적 가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자동차가 우리와 사회에게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는 뜻이다.

사진:Fiat Newsroom

따라서 그 무렵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만들어진 피아트 친퀘첸토(500)가 주는 의미 역시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오늘날의 시선에서 보면 대체 이 차를 성인들이 탈 수 있기나 한건가 싶고, 한없이 덜컹거리는 서스펜션의 반응을 비롯해 고작 500cc의 빈약한 엔진으로 달릴수나 있을까 싶지만, 따지고 보면 로마시대 만들어진 건물과 도로를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이탈리아의 도로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자동차 일 수 밖에 없었다.

사진:Fiat Newsroom

실제로 경험해보면 브릭 로드(Brick Road)에서도 승차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부드러운 셋업이 묘하게도 그립을 끈끈히 붙잡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물론 엔진의 출력은 턱없이 부족해보이지만, 그 당시 이탈리아의 도로 상황에서는 15마력 정도로도 충분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오래 달리면 엔진이 쉬 과열되기 때문에 엉덩이의 엔진 커버를 열고 달려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오늘날 자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간적인 감성을 전달하기도 한다.

사진:Fiat Newsroom

게다가 자동차라는 것이 이렇게 귀여울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깜찍한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더불어 엔진을 엉덩이에 싣고 뒷바퀴를 구동시키는 독특한 RR구조라는 점, 그리고 이탈리아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던 피아트 500은 단순한 국민차나 경차가 아닌, 이탈리아를 너머 전 유럽 사람들에게 삶의 방식을 바꾸어주고, 수많은 추억을 낳게 해준 문화적 유산이나 다름없었다.

사진:Fiat Newsroom

1970년대 단종되기 까지 무려 400만대나 만들어지면서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유럽 중고차 시장에서는 피아트 500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며, 부품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특히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루팡 3세의 영향이 지배적이었을 것이다.) 피아트 500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하면서도 클래시컬한 감성 때문에 한국에서도 이 클래식카를 구입하거나 혹은 원했던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사진:Fiat Newsroom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차는 이제 더 이상 공식적으로 등록하고 탈 수 없는 자동차가 되었다. 한국만 하더라도 1L 미만의 엔진을 탑재한 병행수입 경차들의 인증이 무척 까다로워진데다가 오늘날 환경 기준에 맞지 않은 엔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새롭게 등록하여 운행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사진:Fiat Newsroom

한마디로 수입을 한다해도 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 차를 탈 수 있는 길이 없어졌다는 뜻이며, 따라서 해를 거듭할수록 기존에 등록된 피아트 500의 몸값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물론 90년대에 이 이름이 다시 부활하긴 했지만, 2세대 피아트 500은 그저 그런 2박스 경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리지널 피아트 500의 인기는 계속 치솟는 중이다.

이렇게 피아트 500은 그 시절의 노스텔지어를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환상의 자동차가 되어버렸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로 인해 맞이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줄만한 물건이 등장했다.

사진: Lego Newsroom

레고는 오랫동안 자동차 마니아들의 현실의 벽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준 감사한 브랜드이다. 테크닉 시리즈와 크리에이터 엑스퍼트 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수많은 자동차들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자동차들에 대한 동경을 직접 조립해보면서 씻을 수 있게 해줬는데, 서두에서 소개했던 시대의 버블카, VW 비틀, BMC 미니에 이어 이번에 피아트 500이 리스트에 추가됐다.

사진: Lego Newsroom

이번에 크리에이터 시리즈로 소개된 피아트 500은 다른 레고 자동차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레고 특유의 툭툭 끊어진 형태이지만, 일반적인 프라모델과 다르게, 모노코크부터 거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특유의 강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사진: Lego Newsroom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피아트 500의 구조를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재현했는데, 프론트 후드에 라디에이터와 함께 스페어 타이어를 끼워 넣은 것과 더불어 아래로 열리는 엔진 후드와 그 속에 자리한 자그마한 엔진까지 완벽히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조립하는 동안 피아트 500의 구조를 이해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Lego Newsroom

또한 먼지 날리는 이탈리아의 시골 도로에서도 따사로운 햇살을 가득 담기 위해 꼭 열고 달려야만 했던 캔버스탑까지 고스란히 갖추고 있어 이차를 조립하는 동안 피아트 500을 타고 보고 싶었던 풍경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즐거운 한 때를 맞이할 수 있다.

사진: Lego Newsroom

게다가 960개의 부품 중에는 이젤과 화구 가방을 포함한 트렁크와 더불어 트렁크를 고정시킬 프레임까지 들어 있어서, 볕과 경치가 좋은 곳에 잠시 차를 세우고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근사한 자신의 모습도 함께 상상하게 될 것이다.

사진: Lego Newsroom

레고 피아트 500 크리에이터 엑스퍼트는 레고 글로벌 웹 사이트에서 3월 1일에 공개됐으며, 한국 발매일은 아직 미정이지만 만약 이 시리즈의 애호가라면 수시로 레고 웹 사이트를 방문해보는 것이 좋겠다. 오리지널 피아트 500만큼이나 레고 피아트 500 크리에이터 엑스퍼트 역시 손에 넣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이 시리즈는 거의 매번 발매와 동시에 매진된 후 서서히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서두를 수 밖에 없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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