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 장비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 찻값 비싸도 지갑 연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9.12.03 14:38
  • 댓글 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자동차 문화는 과시에서 시작됐다. 자동차가 흔치 않던 시절엔 차량 보유 자체가 부의 척도가 됐다. 하지만 마이카 시대가 도래했고 한국 소비자들은 남보다 큰 차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그리고 넉넉한 실내 공간, 편의 장비에서 이점을 보이는 차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사실상 자동차의 안전이나 성능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덕분에 다수의 제조사들이 다양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차들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의 성능도 일정한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 됐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편의 장비'에 대한 관심이다. 라디오와 테이프로 음악을 감상하던 시절엔 CD 플레이어가 고급 편의 장비로 인식됐다. 직물이 흔하던 시절엔 가죽 시트가 자동차의 가치를 상징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2019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편의 장비로는 통풍시트와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꼽힌다. 통풍 시트는 시트 내에 모터를 달아 바람을 내뿜거나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시트의 온도를 낮춰주는 기능이다. 에어컨과 함께 작동시켜 체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4계절이 뚜렷한 특성 탓에 많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장비다.

쌍용차는 티볼리에 이 장비를 달아 히트를 쳤다. 현대기아차도 이 기능을 다양한 모델에 넣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또한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 기능은 크루즈 컨트롤(정속 주행 장치)를 사용할 때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 주는 장치다. 차량에 따라 정지와 재출발까지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다. 10년 전에 고가의 유럽차에서나 볼 수 있는 장비였지만 기술이 널리 보급되며 이제 국산 소형급 자동차에서도 이 기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HDA(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기능도 인기다. 이 기능은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에서 반자율 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것으로 운전의 편의성을 높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능들이 긍정적인 측면만 갖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 높은 자동차의 대명사인 소형차들, 하지만 본질은 무시한 채 일부 편의 장비를 탑재한 뒤 가격을 크게 높여 받는 경우도 많다. 기아자동차는 현대차 대비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은 숫자의 차를 팔지만 현대차 보다 마진이 높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기아차가 시행하는 고가 정책에서 기인한다.

편의 장비로 승부하면 고가 정책에도 지갑 열려

기아 셀토스를 보자. 가솔린 기준 1929만 원에서 출발한다. 옵션 등이 부실해 실제 이 기본 등급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기아차 입장에서는 2천만 원 미만으로 입문 모델의 가격을 포장해 저렴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이와 같은 트림을 만들었다. 하지만 드라이브 와이즈, BOSE 사운드 시스템과 UVO 내비게이션, 컴포트 패키지와 4륜 구동 시스템을 택하면 최대 3092만 원이 된다.

디젤 엔진을 얹은 셀토스는 더 비싸다. 같은 옵션을 모두 담아낼 경우 차값은 3284만 원에 이른다. 사실상 상급 모델 스포티지는 물론 중형급 쏘렌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 그랜저(프리미엄 트림 3294만 원)를 노릴 수 있는 가격이다. 소형 SUV라고 포장했지만 가격은 중형급과 맞먹는다. 즉, 옵션에 대한 무리한 욕심을 더하다 보면 과소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옵션으로 마진율을 높이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옵션을 구입해 주길 희망하고 있다.

또한 ADAS(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각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것이 첨단 자율 주행 기능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운전자를 보조해 주는 역할에 불과하다. 또한 일시적으로 기능이 정지되는 경우도 잦다. 제조사들도 사고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자동차에 장비된 안전 기능들이 모든 상황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알고 있지만 실제 작동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미국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중형급 승용차 16대에 대한 긴급제동 시스템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아우디 A4,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닛산 맥시마, 볼보 S60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포드 퓨전, 현대 쏘나타, 기아 옵티마 등이 낙제점을 받았다. 물론 낙제점을 받은 모델은 올해부터 국내서 판매되는 신차와 다른 모델들이다. 하지만 신차에서 이 기능들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소비자는 알 수 없다.

때문에 차값을 높이는 옵션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자신의 주행 조건에 맞춰 꼭 필요한 구성을 갖춘 자동차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