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하게 따져보자. 현재 기준에서 쌍용차는 아직도 부족한 점들이 많다. 소형 SUV인 티볼리. 쌍용차에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완성도는 절망적이다. 쉐보레 콜로라도가 나오면서 렉스턴 스포츠(칸)도 기술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하지만 모든 쌍용차 라인업이 절망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코란도가 생각보다 좋은 성능을 내주었기 때문.

시장에 나온 코란도에는 1.6리터 배기량의 디젤 엔진이 먼저 얹혔다. 디젤 엔진 특성상 가격이 비싸다. 진동 및 소음에서도 일정 부분 아쉬움이 생긴다. 한때 2.2리터 배기량까지 사용했으니 성능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아쉬움을 보완해줄 새로운 솔루션, 코란도 가솔린 엔진 모델이 출시됐다. 티볼리에 먼저 장착된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그것이다. 출력도 170마력으로 넉넉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국내에서는 저공해 3종 인증을 받아 혼잡 통행료와 공영 주차장 및 공항 주차장 등에서 감면 혜택도 받는다.

소형 SUV와 겹치는 2200만 원대 가격부터 시작하고 중간 트림도 2500만 원대에서 선택할 수 있다. 하위 모델인 티볼리를 시작으로 국내 소형 SUV와 비슷한 가격으로 상급 SUV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란도 가솔린이 디젤 모델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우리 팀은 이미 디젤 모델에 좋은 점수를 준 바 있다.

먼저 코란도 가솔린 모델의 인기를 판매량으로 가늠해 봤다. 코란도 가솔린은 2019년 8월 출시됐다. 발표 이후 10월까지 3개월간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디젤과 가솔린 판매는 대략 54:46 비율이다. 시장에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시간 안에 점유율을 높인 것이다.

이제 코란도 가솔린 모델을 보자. 엔진만 바꿔 단 모델이기 때문에 실내외는 같다. 티볼리의 것을 발전시킨 디자인인데, 무난한 모습이다. 측면부에는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는 배지가 붙어있다. 후면 테일게이트는 전동식이다.

가성비를 내세운 모델이지만 탑재된 장비도 충분하다. 적어도 가솔린 최상급 트림에 각종 옵션을 더한 테스트카 기준으로 보면 말이다. 실내는 블레이즈 콕핏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10.25인치 계기판, 9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를 넣어 꾸몄다.

앞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까지 지원하며, 조수석 시트도 전동으로 조작한다. 뒷좌석도 넉넉하다. 다소 제한적이긴 하나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도 있다. 하지만 뒷좌석 전용 송풍구가 없다.

트렁크 공간도 디젤 모델과 같은 수준이며, 바닥을 다양한 형태로 배치할 수도 있게 만들었다. 캠핑족을 위해 트렁크에도 파워아울렛(시거잭)을 장비했다.

편의 및 안전기능도 디젤 모델과 같다. 쌍용차가 반자율 주행 기술 2.5세대라고 강조하는 정차 및 재출발과 전방 차량 알림 기능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와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이 탑재된다. 이외에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및 긴급제동, 오토 하이빔도 적용된다.

우리 팀은 디젤 모델에서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옵션 패키지로 차별화 시킨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가솔린 모델도 동일하다. 딥컨트롤 패키지 II를 선택해야 무릎 에어백을 장착할 수 있는 것. 안전사양으로 소비자들가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고가 정책을 펴는 기아차도 이런 짓은 안 한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꽤나 조용한 환경이다. 밖에서 들으면 디젤과 큰 차이 없는 것 같은데, 실내에서 느끼는 정숙성은 상당하다. 그리고 우리 팀이 확인한 아이들 정숙성은 38.0dBA 내외 수준. 디젤 모델이 41.0dBA을 기록했으니 정숙성 부분에서 우위를 점한다. 참고로 같은 엔진이 탑재된 티볼리 가솔린 터보가 39.0dBA 수준을 보인 바 있다. 코란도 가솔린 터보는 80km/h로 주행할 때 60.0dBA 내외의 정숙성을 보였는데, 이는 일반적인 승용 모델들이 기록하는 수치 정도의 수준이다.

배기량 1.5리터 급 터보 엔진. 일상 주행 시 힘 부족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170마력을 내며 28.6kgf·m 수준의 최대 토크를 낸다. 티볼리의 것은 163마력, 26.5kgf·m 내외의 토크를 냈는데, 차량 등급에 맞춰 성능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1.5리터 터보 엔진의 성능은 어떨까? 같은 배기량의 말리부(전기형) 1.5리터 터보 엔진과 비교하면 터보차저에 의한 반응 지연시간(터보랙)이 긴 편이다. 혼다 CR-V 터보는 엔진의 반응 저하 문제를 빠른 대응력을 가진 CVT 변속기로 풀어냈다. 반면 코란도는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체감적 아쉬움이 생기는 이유다. 물론 현대 기아차도 1.6리터 터보 엔진을 쓰며 일정 수준의 터보랙을 가진다. 하지만 그 대가로 조금 더 높은 출력과 토크를 제공해주고 있다.

약간의 반응성이 아쉽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있으면 자연흡기 엔진과 다른 스트레스 없는 가속감이 연출된다. 적어도 최대 가속력에서 힘 부족을 느끼는 소비자는 없을 것 같다. 또한 여유로운 토크를 가진 덕분에 언덕길 주행도 무난하게 해냈다.

변속기는 아이신 제품이다. 반응 속도는 평범한 수준.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에 장착되는 아이신 제품과 성능 차이가 크다. 그래도 브랜드가 보여주는 최소한의 것이 있기에 장기적 내구 측면에서 만족도를 높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 코란도 1.5T의 가속력을 보자. 우리 팀이 확인한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10.24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냈다. 2.0리터 급 디젤 엔진을 장착한 SUV들과 비교해도 중간 정도의 성능이다. 재미난 것은 디젤 모델의 성능과 차이가 없다는 것. 차이가 있긴 하지만 0.04초 가량의 시간 차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체감상 느낌은 디젤이 더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 재밌었다.

코너를 바라보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핸들링 성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SUV라는 장르 안에 있기에 수긍할 수준이 된다. 성능 좋은 도심형 SUV들이 많기에 조금 아쉬울 때도 있지만 99%의 코란도 소비자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 4륜 구동 방식을 가진 모델이지만 이 특성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계속적으로 말리는 코너에서 가속 페달을 밟아주면 거동이 일부 안정화되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전륜구동(FF)에서 크게 벗어나는 모습은 아니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다이나프로 HP2다. 최근 테스트한 기아 모하비도 이 제품을 썼다. 지난번 코란도 디젤에는 금호의 크루젠 HP71이 쓰였는데, 그것과 비교할 때 성능 차이가 크지는 않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타이어를 쓰는 중이다. 반면 쌍용차는 제한된 타이어를 사용하는 모습이다. 때로는 자동차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성능 좋은 타이어를 써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번에는 제동성능을 보자. 테스트 결과 42.0m를 소폭 넘어섰다. 디젤 때보다 조금 더 늘어난 수치다. 물론 티볼리 1.5T가 기록한 43.7m 보다는 나은 수치였다. 부족한 성능이다. 그래도 제동 편차가 적다는 점은 좋았다. 계속적으로 42.0m 내외의 성능을 이어 나갔다는 얘기다. 이 부분으로 해석을 해보면, 디젤처럼 금호 HP71을 썼을 때 제동거리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그보다 아쉬운 것은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거리다. 스트로크가 길다는 의미인데, 후반에 성능이 몰리는 느낌이라, 제동 시스템의 성능이 더 떨어진다고 느끼게 된다. 이 얘기는 힘이 조금 더 든다는 것인데, 여성 운전자를 감안하면 초기 응답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그럼 연비를 보자. 같은 고속도로 구간에서 코란도 1.5T는 13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디젤이 기록한 17.5km/L 대비 차이가 크다. 분명히 연비 절감 측면에서는 디젤이 낫다. 하지만 장거리가 아닌, 시내 주행을 중심으로 하는 소비자라면 가솔린을 택하는 편이 낫다. 토크의 기복이 심한 디젤 보다 가솔린의 승차감이 더 안정적이기 때문.

특히나 코란도는 승차감이 좋은 편에 속한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성능 중심으로 서스펜션을 튜닝하며 승차감이 나빠졌다. 여기에 틈새시장이 생긴다. 하지만 그 틈새라는 것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소형급이라면 모르지만 투싼, 스포티지, 코란도 급은 30대 소비자들을 주요 타겟으로 한다. 그리고 이들은 아이를 생각하는 연령대다. 어린아이. 같은 충격을 받더라도 성인보다 많은 충격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아이들은 주로 뒷좌석 유아용 시트에 앉는다. 통상 이런 차들은 앞좌석 승차감이 더 좋다.

쉽게 얘기하자면 승차감이 나쁜 뒷좌석에 아이를 앉히고 싶냐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코란도는 좋은 답을 갖고 있다. 순수 승차감? 그건 쉐보레 이쿼녹스 쪽이 낫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장사를 못한다. 좋은 차를 가져와도 시장과 맞지 않는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긴다. 최고의 섀시 설계, 셋업 기술도 가격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코란도가 가진 무기는 의외로 쓸모 있다. 가격을 중심으로 승차감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 우리 팀이 코란도를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속력, 핸들링, 제동을 비롯한 종합 성능? 이건 다른 차들이 낫다. 하지만 코란도의 성능도 떨어지지 않는다. 즉, 동급 소비자들이 느끼기 어려운 것들이란 얘기다. 반면 승차감은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코란도에 대한 답이 있다.

티볼리는 우리 팀에게 최악의 모델이었다.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덜 익힌 냉동식품을 내놓은 것 같았다. 렉스턴 스포츠(칸)도 기아 모하비와 더불어 프레임 차체에 대한 노하우 부족을 그대로 보여줬다. 콜로라도가 들어오면서 프레임 차체에 대한 실상이 다 드러난 것. 하지만 코란도는 잘 만들어진 차다. 스포티지, 투싼과 비교해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차다. 디젤이건 가솔린이건 이 부분에 변함은 없다. 적어도 이 등급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성과 승차감이란 요소를 잘 갖췄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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