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있는, 프랑스 브랜드의 소형 SUV

소형 SUV 시장이 꾸준히 인기다. 소비자들은 귀엽거나 예쁜 디자인, 적당한 공간, 운전하기 좋은 아담한 사이즈, 저렴한 가격과 유지 비용을 이유로 소형 SUV를 구입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 디자인만 조금 손봤는데 비싸게 팔려 좋아하는 제조사의 흑심(?)도 숨어있지만…

소형차, 대중적인 차를 잘 만드는 시트로엥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소형 SUV를 내놨다. 지금까지는 C4 칵투스가 브랜드 내에서 입문형 SUV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그 역할은 C3 에어크로스가 맡는다. 현대 코나 밑에 베뉴가 추가된 것과 같다.

C3 에어크로스는 시트로엥 라인업에서 그야말로 ‘신상’으로 통한다. 원래 시트로엥 라인업에서 C3는 소형차로 인기를 끌던 모델이고, 이것을 기초로 MPV 스타일로 지붕을 높이고 공간을 키운 C3 피카소가 판매됐었다. 하지만 MPV 시장보다 SU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C3 피카소 대신 C3 에어크로스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디자인부터 보자.

시트로엥의 디자인은 항상 독특했고,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도로에 나선 컨셉트카를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2017년 공개됐던 C 에어크로스 컨셉트가 거의 그대로 양산됐다고 보면 된다.

시트로엥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 2분할 램프가 시선을 끈다. 상단은 주간 주행등, 하단이 헤드램프다. 시트로엥 엠블럼이 상단 로고를 감싸는 모습도 독특한 요소. SUV처럼 보이기 위해 범퍼 하단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겸한 공기흡입구 디자인도 추가했다.

측면도 개성 넘친다. 루프레일, D 필러 부근의 유리창, 휠 디자인까지 평범함을 거부하는 모습이다. 측면을 플라스틱으로 감싼 부분은 SUV 특징을 살리기 위한 요소.

후면부에는 3차원 디자인의 리어램프를 적용했다. 전면부와 유사한 디자인의 범퍼 장식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C3 에어크로스는 현대 베뉴 보다 조금 더 크다. 쌍용 티볼리 보다 조금 작다. 르노삼성 QM3와 거의 비슷한데, 같은 프랑스 차라 크기도 비슷한 걸까? 눈길을 끄는 것은 타사보다 키가 크다는 사실이다.

실내도 독특하다. 디자인 호불호를 떠나 모든 것이 개성 넘친다. 여기에 색 조합도 좋다. 스티어링 휠이나 송풍구에 포인트를 더해 젊은 감각도 살렸다.

가죽이나 플라스틱뿐 아니라 직물 소재도 잘 활용하는 브랜드가 시트로엥이다. 직물 소재는 시각적으로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는데, 시트로엥 특유의 디자인과 만나 독특함이 배가된다.

소형차에서 키만 높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SUV 본분에 충실하려 했다. 노면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그립 컨트롤도 있다. SUV 모델인 만큼 내리막길 주행보조 기능도 있다. 물론 본격 4륜 구동 성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험로 탈출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시트도 직물로 마감된다. 몸을 잡는 능력보다 넉넉한 감각을 전달한다. 열선 기능도 있다. 조수석을 완전히 폴딩 할 수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뒷좌석 탑승객이 발을 올릴 수 있고, 뒷좌석까지 폴딩 하면 크고 긴 짐도 쉽게 실어 나를 수 있다.

아무래도 차급의 한계로 뒷좌석은 제한적이다. 머리 공간이 다소 부족했는데, 시트 포지션이 높아 전고가 높다는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센터 암 레스트는 뒷좌석 중앙 시트를 접어 활용하는 방식인데, 독특한 모습이었다.

소형 차인 만큼 트렁크 공간도 넓지 않다. 소형 SUV의 공통된 한계다. 대신 바닥 높낮이를 조절하거나 시트 폴딩 기능으로 활용성을 높였다. 앞좌석 도어의 수납 공간에는 1.5리터 물병도 들어가고 조수석 대시보드 하단에 수납공간도 만들었다.

소형 프랑스 차이기에 기능이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C3 에어크로스도 최신 트렌드를 잘 따랐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기능이다. 7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완성도 낮던 자체 내비게이션은 과감히 빼고, 화면 합성 방식의 어라운드 모니터 기능도 넣었다.

다만 어색한 한글화가 아쉬움을 키운다. 시트로엥은 이 문제를 6개월 내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파노라마 선루프도 특징이다. 동급에서 가장 큰 크기인데, 뒷좌석을 위한 선셰이드도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을 제법 잘 챙긴 느낌이다.

끝이 아니다. 자동 주차 기능도 탑재됐다. 평행과 직각 주차 모두 가능하다. 시험 결과 상당히 좁은 환경에서도 주차를 잘했다. 주차공간이 협소한 프랑스 기준에 맞춘 덕일까? 주차장 폭이 좁은 국내 실정과도 잘 맞는다. 우리 팀이 만난 상당수 모델들은 좁은 주차 환경에서 나온 빈 공간을 인식조차 않으려 했다.

이제 C3 에어크로스와 주행할 준비를 한다. 도어가 묵직하다. C4 칵투스처럼 깡통(?) 느낌이 나지 않아 좋았다. 허술하다는 느낌이 적다는 얘기다.

시동을 걸면 푸조, 시트로엥 특유의 엔진 회전 질감이 나온다. 조용하다고 보기 힘든 정숙성이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는 42.0dBA. 상용차에 속하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와 동등한 수준이다. 80km/h 주행 정숙성은 61.0dBA로, 소형차 범위 정도의 정숙성이다.

주행을 시작하면 울컥거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푸조와 시트로엥 모델에는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 대신 토크컨버터 기반 자동변속기가 달린다. C3 에어크로스도 마찬가지다. 1.5리터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을 통해 과거처럼 이상한 승차감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소형차 특유의 승차감 한계를 극복한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이 아쉬움을 표했던 기아 스토닉처럼 고급스럽지 못한 승차감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입문형급 소형 SUV는 차급을 넘어설 정도의 승차감을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수입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국산차보다 좋은 느낌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좋은 느낌을 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엔진은 120마력과 30.6kgf·m를 발휘한다. 기아 스토닉 디젤이 1.6리터 배기량에서 110마력과 30.6kgf·m를 만들어냈으니 마력이 조금 더 높다.

99마력을 발휘했던 C4 칵투스 때 언급했지만 시트로엥 모델은 수치보다 체감 성능이 더 좋다. 120마력의 C3 에어크로스도 꽤 잘 나간다고 느낄 정도.

물론 가속 페달을 절반 정도 밟는 경우다. 보편적인 저출력(?) 모델처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성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최대 가속 성능보다 중저속에서 여유로운 토크감으로 주행할 때 만족감이 더 높아진다.

천천히 교통 흐름을 따라 주행한다면 큰 불편 없이 충분히 좋은 감각을 보인다. 하지만 성격이 다소 급한 소비자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엔진 반응이 빠르지 않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굼뜨게 반응한다. 추월 가속을 시도할 경우 엔진의 반응성에 의아함을 표하게 된다. 더불어 변속기 반응도 빠르지 않다. 가속 페달을 어느 정도 밟아도 토크를 살린 주행을 하려 하는 특성으로 기어 단수를 쉽게 내리지 않는다. 급하게 차선을 바꿔 추월을 시도할 때 다소 답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차가 낼 수 있는 최대 가속 성능은 얼마나 될까? 계측 장비를 활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테스트를 한 결과 10.75초였다. 괜찮은 기록이다. 현대 투싼 1.6 디젤(10.82초)보다 빨랐다. 현세대 K3(10.68초)나 이쿼녹스 디젤(10.66초)와 비교하면 소폭 부족하지만 충분한 경쟁력 있는 성능이다.

다만 시속 150km/h 이상의 가속에 큰 기대는 말자. 하지만 일부 아쉬움을 만회할 카드가 있다. 연비가 좋다는 것.

제원상 연비가 극적인 것은 아니다. 복합 기준 14.1km/L 수준이기 때문. 하지만 실제로 주행을 하면 17~18km/L를 쉽게 넘나든다. 가감속을 반복하며 터프하게 운전해야 15km/L를 밑도는 연비를 보인다.

보통의 제조사들은 최대한 잘 나온 연비를 표기하지만 푸조와 시트로엥은 자사 시험 기준 최저 수치를 표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할 때 21.0km/L 내외를 쉽게 뽑았다. 그 이상도 가능했고, 최소 20km/L는 쉬웠다.

효율은 뛰어나지만 주유소를 꽤 자주 드나들어야 한다. 연료탱크가 45리터로 작기 때문이다. 아마 트립 컴퓨터의 연비가 아닌 연료 게이지의 잔류량으로 체감 연비를 느끼는 소비자라면 연비가 별로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제동 성능은 어땠을까?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43.59m였다. 타이어의 미끄러짐도 큰 편이다. 더불어 브레이크 시스템도 확실하게 강력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한다.

그래도 제동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확인한 최장 제동거리는 44.17m로 브레이크가 쉽게 지치지 않았다. 평균 제동거리도 43.97m로 최단 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저 제한적인 성능을 갖는 제동 시스템과 타이어가 아쉬울 뿐이다.

브레이크 감각은 초반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격이다. 작동 초기엔 강력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깊게 페달을 밟는다고 성능이 증가하지 않는다. 감각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다. 제동거리 자체만 줄여주면 좋겠다.

와인딩 로드에서 간단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다. 프랑스 차 특유의 재미를 C3 에어크로스에서도 느낄 수 있을까?

프랑스 차답게 주행 안전장치를 임의 해제할 수 없다. 속도가 높아지거나 바퀴의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켜진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본다. 이상하다. 뭐가 바뀐 것이지? 일반 모드와 스포츠 모드의 차이가 크지 않다. 변속기는 저단을 사용하려 한다. 하지만 엔진이나 변속기의 반응이 크게 달라지는 느낌이 적다.

코너를 돌아 나간다. 해치백이 아닌 SUV라는 점이 쉽게 느껴진다. 스티어링 시스템이 민감하지 않다. 동급 국산차보다는 민감한 편이지만 다른 푸조와 시트로엥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타협점을 찾으려 한 흔적이 짙다. 그래도 적당히 빠른 반응을 중심으로 끌어내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또, 오랜 조작에도 피로감이 적었다.

원래 빠른 차가 아니기에 코너링 속도가 높지는 않다. 하지만 운전이 재미있고, 코너를 돌 때 차체가 불안정하거나 무섭다고 느끼지 않게 해서 좋다.

반면 적극적인 운전을 즐겼던 소비자라면 조금 답답할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변속기 반응이 빠르지 않다. 수동 조작이 가능하지만 여유를 갖고 조작해야 한다. 또한 자세 제어장치를 해제할 수 없기 때문에 코너에서 속도를 높이면 바로 자세 제어장치가 개입해 속도를 낮춘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키너지 4S를 쓴다. 17인치 휠과 215mm의 너비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는 2017년 유럽에서 판매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20만 대 이상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시트로엥 브랜드가 북미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한적인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국내에서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 없다는 점은 기회이자 악재다. 같은 수입 모델 중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면서, 경쟁 모델이 없어 국산차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C3 에어크로스의 가격은 2925~3153만 원. 국산 최상급 소형 SUV 혹은 상급 SUV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이것이 국산차에게 소비자를 뺏길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할 수도 있다. 가격을 더 낮춘다면 정말 국산차와 겹쳐지게 된다는 것. 국산 소형 SUV를 구입하려던 소비자를 빼앗아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평범해 보이지만 소형급 수입차로는 제법 좋은 구성을 갖춘 것. 그것이 C3 에어크로스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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