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화려해진 티볼리…가성비 좋다는 건 옛날 이야기

티볼리는 국내 소형 SUV 판매 1위 타이틀을 갖고 있다. ‘내 생에 첫 차’ 마케팅의 성공 사례이자 소형 SUV 시장을 대폭 키운 주인공이기도 하다. 어려웠던 쌍용차를 다시 세워준 것도 티볼리였다.

시장의 원조 소형 SUV는 쉐보레 트랙스다. 하지만 초기 소비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카테고리의 모델을 반기지 않았다. 게다가 가격이 비싸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후 르노삼성 QM3가 나왔다. 귀여운 디자인과 가공할 연비가 무기였다. 그렇게 소비자들은 소형 SUV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그 무렵 쌍용차가 티볼리를 내놨다. 트랙스가 문을 열고 QM3가 길을 닦았다면 티볼리는 닦인 도로 위를 질주한 것이다.

당시 트랙스와 QM3는 구성면에서 딱 소형차 수준이었다. 경차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 보면 된다. 공간도 그랬다. 반면 티볼리는 화려했다. 가격도 저렴한 느낌이었고 여기에 각종 장비를 담아 고급스럽게 포장했다. 공간도 동급 대비 넉넉했다. 쌍용차는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이어갔다. 그 결과 전체 티볼리 구입 고객 중 여성 비율이 63.6%에 이르렀다. 새로운 시장을 제대로 공략했고,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런 티볼리에게도 페이스리프트 시기가 왔다.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에 불과했던 경쟁 모델은 현대 베뉴, 코나, 기아 스토닉, 셀토스, 쏘울 등이 추가되면서 총 7대로 많아졌다.

시장도 지난 2014년 기준 3만 2천여 대 규모에서 2018년 기준 15만 3천여 대까지 성장했다. 쟁쟁한 경쟁차도 많아졌고 시장의 기대치도 높아진 것. 가벼운 변화를 마친 티볼리가 기대에 부응하며 시장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쌍용차가 티볼리 디자인에 자신감이 붙었나 보다. 신형 코란도에도 티볼리의 디자인 특징을 입혔을 정도다. 티볼리도 새로운 도전보다 기존 디자인을 소폭 개선하는 정도의 변화를 택했다.

헤드 램프는 LED로 바꿨다.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살렸다. 안개등도 LED로 바꾸고 범퍼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쌍용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사실 이해가 쉽지는 않다.

측면 모습은 기존과 같다. 새로운 디자인의 18인치 휠 적용이 전부다. 티볼리 특유의 C-필러와 루프 디자인, 화려한 캐릭터 라인도 그대로 갖고 왔다.

후면 변화로는 리어 램프를 클리어 타입으로 변경하고 ‘L’자 형태 라인을 뚜렷하게 가져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외관의 변화가 소소했다면 실내는 많이 달라졌다. 특히 센터페시아의 변화가 크다. 대형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간소화된 버튼 등 최신 트렌드도 잘 따랐다. 수직형 레이아웃 때문에 실내가 다소 좁아 보이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블레이즈 콕핏이라는 이름의 테마에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9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중심에 있다. 계기판은 테마 변화와 지도 표시 등 다양한 정보를 표출한다. 센터페시아 인터페이스도 직관적이다. 정확히는 현대 기아차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부가 기능으로는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참고로 후방 카메라 화질도 좋아졌다.

차량의 시동을 켜거나 끌 때 나오는 사운드도 취향에 맞춰 바꿀 수 있다. 뭔가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 했다. 이외에 다이얼이나 버튼 조작감도 좋아졌다. 쌍용차이기에 무조건 저렴한 느낌을 전달할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도어 패널이나 대시보드 마감 등은 최근 출시된 기아 셀토스보다 고급스럽다. 셀토스는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직접 만지면 싸구려 느낌이 짙은데, 티볼리의 것은 보이는 수준의 촉감까지 살렸다는 것을 뜻한다.

앞 좌석은 통풍 및 열선과 열선 스티어링 휠을 갖추고 있고 뒷 좌석에도 열선이 달린다. 뒷 좌석이나 트렁크 공간은 기존과 같다. 그래도 뒷 좌석 등받이 각도를 한 단계 바꿀 수 있다.

쌍용차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차체 곳곳에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한 개선을 했다고 말하는데 말 그대로 확인은 어렵다.

이제 안전 장비를 보자.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선이탈 경고와 차로 유지 보조, 오토 하이빔, 안전거리 경보, 후측방 경고 및 제동 기능 등이 탑재됐다.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빠졌다. 쌍용차는 동급 최초로 차로 유지 기능과 긴급제동 시스템을 티볼리에 넣어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현대 기아차가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까지 탑재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기능 보다 새로운 파워트레인 적용에 있다. 기존 1.6리터 자연흡기 엔진 대신 1.5리터 터보 엔진을 넣은 것. 초기 티볼리는 주행 완성도 면에서 우리 팀에게 많은 지적을 받았다. 그로 인해 기대와 걱정이 앞선 테스트였다.

시동을 걸었을 때 생각보다 조용했다. 전 모델은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어지간한 디젤 모델보다 시끄러웠다. 당시 아이들 정숙성은 43.5 dBA. 하지만 이번에는 39.0 dBA로 개선됐다. 이는 렉서스 IS200t(現 IS300), 링컨 MKZ와 비슷한 정숙성이다. 80km/h 주행 정숙성도 마찬가지다. 기존 모델이 63.5 dBA에 이르렀다면 이제는 61.0 dBA로 낮아졌다. 쌍용차가 정숙성에 신경을 썼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동급 최고는 아니다. 61.0 dBA는 현대 코나, 트랙스 등이 보여주는 표준적인 정숙성이다.

일상 주행 감각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환경에서 힘 부족을 느끼던 전 모델과 달리 이제 어느 정도 여유도 느껴진다. 출력과 토크가 향상된 덕분이다. 새로운 엔진은 1.5리터의 배기량에서 163마력과 26.5kgf•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37마력, 10.5kgf•m 늘어난 토크다.

기존 모델은 저속부터 중고속 영역까지 항상 힘을 짜내야 했다.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반응이 장점이었지만 속도계 바늘의 움직임이 힘겨웠다. 적당한 힘을 발휘하려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야 하는데, 연비 저하라는 아쉬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제 그런 스트레스에서 해방됐다. 가속 페달을 적당히 밟아도 답답함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토크 향상이 두드러진 만큼 언덕길에서도 무난한 주행이 가능했다. 물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터보차저 사용으로 엔진의 응답성이 늦어졌다. 초기 발진과 재가속 모두 그렇다. 이 부분은 제조사의 노하우를 요구하는데, 아직 쌍용차가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기엔 조금 이른 시점인 것 같다.

승차감은 타협할 수준이다. 초기 모델에서는 다소 단단한 느낌이 컸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유연한 수준으로 볼 수 있겠다. 타이어 편평비 변화에 의한 약간의 개선 효과일 수도 있다. 또한 중간에 등장한 코나가 성능 중심으로 가다 보니 타협점이 커진 것 같다. 최근 기아 셀토스가 출시됐고, 테스트도 마쳤는데 서스펜션이 만드는 승차감만 보면 셀토스에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이번엔 발진 가속 성능을 보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을 측정한 결과 9.73초. 참고로 기존 가솔린 자연흡기 모델은 10.42초였다. 비슷한 출력을 가진 쉐보레 트랙스 1.4 터보가 9.29초를 기록한 바 있다. 배기량 대비 효율성으로 보면 트랙스에 밀리지만 그래도 조금 더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많은 것들을 상쇄시킬 것이다.

100km/h 이후로 가속을 해도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넉넉한 토크가 다양한 주행 환경에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속 영역 안정감도 준수한 편. 어느 정도 탄탄함이 느껴지는 서스펜션 덕분에 높은 속도에서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동급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중간 이하다. 다만 고속에서 제동을 할 때 불안감이 커졌는데, 이 부분은 뒤에서 설명하겠다.

기존, 대책 없던 스티어링 시스템이 조금은 개선됐다. 기존에는 직진 주행 시 지속적으로 스티어링 조작을 해줘야 했다. 이제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가끔 조작이 필요하지만 운전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개선이라는 표현도 모호하다. 부족한 점이 아닌 문제였으니까. 당연히 개선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었다.

새로운 엔진은 티볼리의 가속 성능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제동 성능은 퇴보했다. 지난해 우리 팀이 테스트한 티볼리 아머는 준수한 수준의 제동 성능을 보였는데, 이번 모델은 100km/h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43.72m의 거리를 소요했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문제? 아니다. 타이어 성능 문제였다.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아보자. 티볼리는 멈추려는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페달의 밟는 힘이 강해지면 타이어는 하염없이 미끄러져 나갔다. 조금 과장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 ‘언제 차가 멈출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브레이크 시스템 자체는? 일관성을 보였다. 테스트를 반복해 브레이크 시스템에 무리를 줘도 1m만 밀려났다. 평균 제동거리도 43.98m로 최단거리와 큰 차이는 없었다. 그저 타이어만 밀렸을 뿐.

쌍용차는 2014년 티볼리를 공개하며 100-0km/h 제동거리가 41m 이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우리 팀 테스트 결과도 40m 대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뒤에 등장한 디젤 모델은 제동거리가 길었다. 그러다 티볼리 아머 때는 40m 내외 수준의 제동거리를 보였다. 페이스리프트 때 다시금 대폭 늘어난 제동 거리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넥센 Npriz AH8를 쓴다. 초기형 티볼리가 쓴 타이어는 ‘금호 솔루스 XC’, 티볼리 아머에는 금호 KH25가 쓰였다. 타이어 사이즈도 달라졌는데, 기존에는 215 / 45 R18 규격, 지금은 215 / 50 R18 규격이다. 앞서 승차감이 약간 나아졌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통한 효과일 수도 있다.

가볍게 달리기 위해 와인딩 코스에 들어선다. 주행모드를 Normal에서 Sport로 바꿨다. 그 결과 스티어링이 묵직해진다. 하지만 엔진이나 변속 반응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코너에서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것이 불편하다. 아무 의미 없는 묵직함이 운전에 방해가 되는 느낌이다. 운전자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전하는 묵직함이 아니라 그냥 무거울 뿐이다. 오히려 노면 피드백을 받는데 방해가 되기에, 그냥 생색용 구성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결국 주행모드를 Normal로 바꿨다. 한결 운전하기 편하다. 주행 감각도 조금 더 명확해 졌다.

변속기는 아이신의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아이신 특유의 직결감과 절도감이 느껴진다. 기어비도 적절해 일상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일부 제한적인 모습이 나온다. 운전자가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반응 속도는 느리다. 물론 차량 성격상 빠른 변속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급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가장 느리다. 향후 소프트웨어 튜닝으로 반응성이 개선되면 좋겠다.

코너를 돌아 나간다. 타이어 접지 성능에 한계가 온다.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의도대로 차가 나아가지 않는다.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반복해서 조작해줘야 했다. 순수한 서스펜션의 지지 능력은 무난하다. 즉, 타이어의 성능 저하가 원인인데, 향후 타이어 교체로 제동, 코너링 성능을 올려주면 좋겠다. 사실 티볼리 소비자 중 코너링을 즐길 소비자는 1% 미만이다.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의 급제동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다. 1m의 차이로 사고를 면할 수도 있다. 원가 절감이 원인이 아니었다면 타이어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

테스트 모델에는 4륜 시스템이 탑재됐다. 상황에 따라 전후 구동 배분을 100:0에서 50:50까지 바꿀 수 있다. 4륜을 택하면 토션빔 후륜 서스펜션도 멀티링크 방식으로 변경된다. 멀티링크 방식은 한쪽 바퀴에 충격이 들어오더라도 스스로 처리를 하기에 승차감 확보 면에서 유리하다.

때문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으로만 바꾸면 대단한 성능 향상이 이뤄지는 것으로 기대하는 부류가 많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세팅 노하우다. 구조에 따른 장단점은 발생하지만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튜닝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단순한 구조만 보고 얘기한다. 그 덕분에 일부 제조사들이 멀티링크를 쓰게 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선동하는 층이 더 많아진다는 부작용도 있다.

티볼리의 주행 특성은 언더스티어다.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차는 회전 보다 직진하려는 성격을 강하게 보인다. 그래도 ESP(자세제어장치)가 보수적이라 비교적 빠른 시기에 개입하긴 한다. 다만 자세제어 장치의 세련미를 조금 더 다듬어 주면 좋겠다.

연비는 어떨까? 고저차가 있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한 결과 약 16km/L 수준을 보였다. 기존 1.6 가솔린 모델이 약 14km/L를 보였으니 효율은 개선됐다. 터보 엔진은 낮은 rpm에서도 무난한 토크를 내기에 크루징 연비를 좋게 한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가솔린 터보 엔진 특성상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는 만큼 연비가 빠르게 하락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이제 신형 티볼리의 종합적인 면을 보자. 기존 모델이 100점 만점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면 이제 70점 이상은 받을 정도로 성정했다. 하지만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많다. 편의 장비를 제외하고 보면 대부분의 경쟁 모델들은 80~90점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아래 표를 보자.

우리 팀이 만난 트림은 235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을 갖는다. 테스트카에는 쌍용차가 강조하는 블레이즈 콕핏이나 9인치 디스플레이,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 등이 모조리 옵션으로 설정돼 있다. 이렇게 쌍용차가 자랑하는 진정한 티볼리를 구입하려면 3천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내야 한다. 이 가격이면 국산 중형차나 상급 SUV를 구입할 수 있다. 투싼이나 스포티지 등의 상급 모델도 2600~2700만 원 정도면 쓸 만한 구성을 갖춘다.

얼마 전 출시된 자사 코란도 가솔린 모델이 2256 ~ 2755만 원대 가격을 갖는다. 상급 모델이면서 동일한 파워 트레인을 갖췄지만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티볼리 최상급 트림에 옵션을 이것저것 넣겠다고? 차라리 코란도를 구입하는 것이 낫다. 무조건 이것저것 넣어 차 값만 높일 필요는 없다. 당신은 부자인가?

티볼리의 가성비가 좋다는 것도 옛말이다. 그렇기에 적정 트림에 소소한 옵션만 넣어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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