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투싼, 코란도는 어떠세요?

기아 스포티지는 어떤 차인가? 기아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체를 바탕에 둔 세계 최초의 도심형 SUV다.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토요타 RAV4와 혼다 CR-V도 기아 스포티지 등장 이후에 나왔다. 진정한 도심형 SUV의 ‘원조’ 모델이라는 것.

그런 스포티지가 지금은 ‘망둥이’ 닮았다며 놀림당하고 있다. 한때 현대 YF 쏘나타가 삼엽충을 닮았다며 많은 놀림을 당했는데, 기아차는 어류로 발전했다. 디자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던 터라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많은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럼 내실을 기하는 방법을 택한 것일까? 이름만큼 두툼하진 ‘스포티지 더 볼드’를 만났다.

디자인은 소소하게 변했다. 헤드램프 안쪽에 포르쉐같이 4점식 주간 주행등을 넣고, 그릴 면적을 키운 정도다. 범퍼에도 가로줄 장식이 추가되면서 차량이 조금 더 넓어 보이도록 했다.

측면부는 같다. 다만 요소수 주입구를 추가하면서 기존 원형 주유구 커버를 사각형으로 바꿨다.

그래도 후면 리어램프에는 변화를 줬다. ‘ㄷ’자 모양으로 내부 그래픽도 달라졌다. 다만 기존 모델의 상급 트림에는 리어램프를 연결해주던 금속 장식이 있었는데, 현재 모델에서 사라졌다.

실내도 큰 변화는 없다. 경쟁 차인 현대 투싼은 외부 디자인의 변화 대신 실내 변화에 초점을 맞췄는데 스포티지는 변화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일부 변화를 주긴 했는데, 스티어링 휠 디자인을 최신 기아 스타일로 바꿨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8인치로 키웠다. 하지만 스포티지보다 낮은 등급인 셀토스에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현실이다. 이외에 바뀐 부분으로는 송풍구 디자인 정도가 있다.

미미한 변화. 그래도 서비스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집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해 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유보 IoT 홈투카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달았다. 기존에는 차에서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카투홈 서비스만 있었다. 실용성을 따져보면 가치가 떨어지지만 기능 탑재 자체에 의미가 있다.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유보(UVO)의 무료 이용 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추가 지출 없이 유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기 청정 모드, 1열 통풍 및 열선, 2열 열선 시트,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스마트 테일게이트,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등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도 많이 담겨있다. 소비자들 입맛에 맞춘 구성을 준비한다는 것. 현대 기아차가 가장 잘 하는 분야다. 물론 그 대가로 상급 쏘렌토의 뺨치는 가격을 갖게 되지만.

국산 컴팩트 SUV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하위 모델 셀토스에도 채용된다. 어쨌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오토 하이빔 등이 갖춰져 있다. 일부 상황에서 가끔 손을 놓는 일이 있긴 해도 운전자 상당수가 편하다고 느낄 것이다. 또한 초기형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HDA) 대비 많이 발전하긴 했다.

차에 올랐을 때, 디자인 변화의 미미함도 아쉬움이었지만 시트 포지션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조금 높다. 조금 더 낮출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로에 나섰을 때, 운전 감각에서도 변화를 보이고 있지 못했다. 조금 물렁하게 느껴지는 서스펜션, 가벼운 스티어링 등 조금은 오래된 모델 같은 느낌을 보인다. 물론 정말 오래된 차의 느낌은 아니다. 정확히는 최근 출시되는 온로드 중심 SUV들이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지금의 스포티지가 보여주는 감각이 조금 올드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뿐.

지금의 스포티지에게 중요한 것은 경쟁차와 비교해 어떤 경쟁력을 갖느냐는 것.

한적한 도로를 만나며 가속 페달을 밟는다. 여유로운 힘. 역시 컴팩트 SUV에 2.0리터 디젤 엔진이 만드는 시원스러운 가속감이 좋다. 초기 발진 때부터 넉넉한 힘으로 밀어주기에 승객이 많이 타더라도 아쉬움이 생기지 않는다.

직접 경쟁은 아니지만 폭스바겐의 티구안은 150마력대 출력을 가진다. 부족하지는 않지만 뭔가 심심한 느낌이 짙다. 반면 엔진 성능에서 우위에 서는 스포티지 2.0 디젤이라면 어떤 환경에서라도 부족함 없는 달리기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대중 브랜드는 엔진 출력을 높이는데 제한적인 모습을 띄는 경우가 많다. 출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각 부속의 내구 측면에 신경 쓸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동일한 엔진에서 출력을 높인 뒤 다른 모델명을 붙이고 가격을 조금 더 받기도 한다.

현재 프리미엄 브랜드의 2.0 디젤 엔진이 내는 성능은 대부분 190마력, 40.8 kgf·m 내외다. 현대기아차의 2.0 디젤 엔진은 186마력, 41 kgf·m 수준의 성능을 내는데, 수치적 성능으로 볼 때 뒤처짐은 없다. 4마력 정도는 사실 컨디션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출력이기 때문. 물론 이 엔진의 토크가 0.2 kgf·m 가량 높은데, 이 부분에도 별 의미는 없다. 과거 국산 경쟁차들이 40.8kgf·m 내외의 성능을 갖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미미한 정도의 토크를 조절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2.0 디젤을 택했을 때, 그 이유를 충족시켜 주는지 여부다. 앞서 말한 대로 초기 발진 때, 더욱이 막히는 환경에서 다가서다가 반복될 때 얼마나 더 편안함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현대기아차의 1.7 디젤 엔진은 저속에서 힘 부족을 느끼게 된다. 크루징(정속 주행) 때 연비가 좋은 것은 장점이나 저속에서 답답함이 있기에 시내 주행 보다 장거리 주행을 할 때 좋은 선택이 된다. 반면 2.0 디젤은 어떤 영역에서도 편하다. 고속에서 추월을 위한 가속을 시도할 때도 여유로운 힘을 내줘서 좋다.

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매칭된다. 현대기아차가 처음 8단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일부 문제를 보였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단화된 변속기를 처음 도입할 때 모든 브랜드들이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을 겪었다. 그래도 8단 변속기는 빨리 안정화된 모습이다.

제조사들이 이 같은 다단화 변속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금 더 나은 효율을 위한 것. 정확히 저속에서의 효율 증가는 크지 않다. 기어비를 촘촘하게 쪼개 고속 크루징(정속 주행) 때의 연비를 올린다고 보면 된다. 우리 팀이 최근 테스트한 포르쉐 카이엔도 8단 변속기를 갖췄는데, 최고 속도는 5단에서 나온다. 즉, 나머지 기어는 rpm을 낮춰 연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8단 변속기 채용에 따른 체감 연비의 변화는?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 동일한 노면에서 약 0.5km/L 가량 나은 연비를 보였다. 사실 오차 내 수치라 볼 수도 있는데, 과거 테스트한 모델이 중간 트림, 옵션에 따른 차량 무게 차이를 감안한다면 변속기의 효과를 일정 부분 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변속기는 연비 개선뿐 아니라 승차감에도 영향을 준다. 각 단을 오갈 때 부드럽게 붙어줘야 승차감이 좋아지는데, 적어도 스포티지 2.0 디젤과 8단 자동변속기는 승차감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현대기아차의 일부 엔진들은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매칭되는데, 사실 시대를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 자동변속기의 효율이 좋아져 제한이 많은 듀얼 클러치 보다 나은 모습을 갖기 때문. 특히나 저속에서 울컥거림은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대표적인 약점이다. 최근 우리 팀이 테스트한 셀토스도 같은 문제를 보였는데, 승용차의 목적으로 보면 역시 자동변속기가 낫다.

이제 코너링을 해보자. 반복되는 스티어링 휠 조작 구간. 이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나온다. 과거 현대기아차의 C-MDPS를 회상해 보자. 직선으로 달릴 때면 꾸준한 보정을 해야 했다. 센터쪽 감각도 무디고, 그저 남들이 하니까 기술적으로 부족해도 그냥 시판했다는 느낌이 짙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32bit로 바꾸면서 감각적 부분이 약간 나아졌다. 그렇게 상당수 모델이 타협할 수준의 감각을 갖게 됐다. 다만 이번 스포티지는 다른 도심형 SUV 대비 다소 무딘 감각을 낸다. 하지만 SUV다. 그렇기에 타협은 할 수 있다.

코너를 돌아 나가는 중이다. 살포시 무너진 서스펜션, 하지만 이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일정 수준으로 힘을 받은 이후 차체를 버텨내는 것인데, 성능 측면으로 볼 때 아쉬움은 없다. 경험이 적은 일부 페이퍼 마니아들은 서스펜션이 단단해야만 코너링 성능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물론 상황에 따라 맞는 말이긴 하다. 정확히 서킷과 같은 노면에서는 그런 셋업이 유리하다. 하지만 일반 도로는 변수가 많다. 단순히 말끔한 노면에서 코너링 성능을 높이고자 단단함을 추구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또 하나, SUV를 타는 목적이 무엇인가? 가끔 스포티지, 투싼을 구입해 지상고를 낮추고 커다란 에어댐을 달고 다니는 차를 본다. 눈으로 봐도 통통 튀면서 다닌다. 뭣 하는 짓이지? SUV의 장점은 높은 지상고로 어떤 노면이건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것, 부드러움 승차감을 중심에 두고 가족과의 편안한 여행길을 만드는데 이점이 있다.

지상고를 낮춰 성능이나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면 차라리 200마력대 해치백을 구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SUV에 아무리 발광을 해도 그 차들의 능력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튜닝하면 된다고? 똑같은 튜닝하면 그 차들도 빨라진다.

SUV에서 꼭 따져봐야 할 승차감

말이 길어졌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도 부족함 없는 성능을 낸다는 것. 승차감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는 것이다. 현대 투싼을 보자. 단단하다. 2열? 당연히 운전석보다 더 단단하다. 지인은 현대차 그룹사에 근무한다. 그래서 할인을 받아 투싼을 구입했는데, 뒷좌석에 아이를 앉힐 때 마다 미안하다고 했다. 운전할 때는 만족감이 높았는데, 필요 이상의 단단함을 가진 서스펜션이 승차감을 떨어뜨렸기 때문. 사실 이 문제는 싼타페에서도 나타난다.

반면 SUV에 대한 노하우가 많아서인지 기아차는 승차감에 일정 부분 비중을 두는 느낌이다. 쏘렌토는 싼타페 보다 부드럽다. 승차감? 당연히 좋다. 성능? 핸들링이나 코너링은 싼타페가 낫다. 하지만 싼타페로 서킷이라도 달릴 것인가? 뒷좌석에 탑승하는 가족은? 베이비 시트를 장착하고 어린 아이를 앉힌다면? 같은 이유로 가족용 SUV를 택하는 소비자들은 기아차를 바라보는 것이 낫다.

냉정히 말해 현대차는 성능에 대한 도전 중이다. 일부 성능(핸들링)을 높이기 위해 승차감을 희생한다는 것. 하지만 대중 브랜드가 만드는 SUV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물론 현대기아차의 남양연구소 내 높은 지위에 있는 유럽계 엔지니어들은 충분한 승차감이라 말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과 우리는 문화적 환경이 다르다. 소음에 대한 기준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것들이 있다. 적어도 지금의 현대차가 나아가는 방향은 이상적이지 않다.

반면 기아차의 SUV들은 필요한 정도의 부드러움을 갖춘다. 그것은 승객에게 편안함을 준다. 특히 뒷좌석 승객들이 갖는 편안함에서 현대차 동급 상품 대비 만족감이 크다. 가족을 위해 팰리세이드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많다. 하지만 뒷좌석 승차감을 생각한다면 쏘렌토가 낫다.

이젠 제동 성능을 보자. 100km/h로 달리는 스포티지는 최단거리 기준 38.4m 안에 멈춰 섰다. 최대 41.1m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평균 제동거리 39.5m를 보이며 준수한 수준의 성능을 기록했다. 과거 현대 기아차는 한두 번 정도 좋은 성능을 내긴 해도 지속성이 떨어져 제동거리가 크게 늘어나곤 했다. 여기에 타이어 선택을 잘못해 제동거리가 쭉쭉 늘어나는 문제를 키운 적도 많다.

스포티지가 기록한 평균 39.5m라는 성능은 어느 정도로 보면 될까? 이는 최신 쌍용 코란도 디젤의 최단거리 40.2m에 앞서는 성능이다. 또한 제동 시스템이 스트레스를 받아 밀려나도 동급 코란도의 최단거리 보다 10cm 짧은 거리 안에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보수적으로 제동거리를 설정하는 일본계 자동차들과 비교하면 성능의 이점이 더 커진다. 물론 풀옵션 모델 간 비교를 했을 때다.

일부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동 성능이 브레이크 시스템 하나에서 나온다고 믿지만 제동 성능의 상당수는 타이어에서 나온다. 즉, 타이어 사이즈 및 모델 변경이 일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포티지 2.0 디젤에 쓰인 타이어는 금호의 크루젠 프리미엄이다. SUV용으로 나온 프리미엄급 타이어인데, 무난한 성능과 소음을 보이는 제품 중 하나다. 금호는 N.V.H(소음, 진동) 부분을 잘 잡아내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이 타이어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았다. 245mm 급 너비 타이어 4개를 장착한 스포티지가 시속 80km로 주행하며 59.5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여준 것만 봐도 그렇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대부분의 성능이 평균 혹은 그 이상이다. 다만 주행을 할 때 세련미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시각적인 부분을 많이 따진다. 주행에서의 편안함 보다 통풍시트가 더 중요한 시장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기아는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로컬 전용 브랜드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주행에서의 세련미를 높이기 위한 부가적인 투자를 해 나가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무시당하는 미국 대중 브랜드, 그리고 유럽 대중 브랜드들. 그들이 내놓은 상품들은 우리 것보다 옵션이 떨어진다. 하지만 상당수가 주행 때 일정 수준의 만족감을 보여준다.

국내 브랜드 차의 일부 세련미가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현대기아차 연구진들의 기술이 떨어져서? 지금 당장 노하우가 부족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자위나 한다고 기술은 늘지 않는다. 엔진, 변속기 등의 파워트레인? 미래가 되면 전기 모터 등으로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주행 질감을 만들어 내는 차체, 서스펜션 등 다양한 섀시만큼은 시대의 변화에도 유지될 항목이다. 같은 이유로 현대차그룹 수뇌부가 섀시에 대한 R&D 투자를 대폭 늘려 주기를 희망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장기적인 싸움을 하려면, 한층 다양한 무기들이 필요하다.

다만 최근 국산차의 발전 속도를 보면 미래를 기대할 만하다. 이번 스포티지를 봤을 때 뭔가 끌리는 요소는 적었다. 아무래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한계일 것이다. 하지만 차기 모델은 어떨까? 더 다양한 기술을 통해 세대를 압도하는 능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스포티지의 경쟁력이 떨어질까? 그것도 아니다. 투싼, 코란도와 비교했을 때 대동소이하다. 취향에 따를 문제일 뿐, 이것이 더 낫다고 확정할 만큼 경쟁력을 가진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즉, 지금 스포티지를 구입해도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2일에 걸친 모든 테스트를 끝낸 후 우리 팀은 말을 바꾸게 됐다. 가급적 소비자들이 스포티지를 구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밤거리에서의 스포티지는? 그저 ‘불청객’

테스트를 끝내고 늦은 시간 서울로 복귀하고 있을 때, 선행 차에서 전화가 왔다. 스포티지 상향등을 끄라는 것. 상향등을 켠 것도, 오토 하이빔이 작동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선행 차도 SUV였기에 다른 차들 보다 지상고, 시트 포지션도 높았다.

시장에서 지적받던 헤드램프 높이에 따른 문제인데, 일명 ‘눈뽕’이라 불린다. 타인에게 불편을 줌과 동시에 안전에도 영향을 주는 것. 페이스리프트가 있었지만 기아차는 이를 바꾸지 않았다. 헤드 램프 높이를 바꾸려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결국 비용 절감을 위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간 것이 이유일 것이다.

특히 상대 차량이 세단이나 해치백처럼 낮은 지상고를 갖는다면 눈부심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3분할 램프 구조를 도입해 주간 주행등으로 멋을 내면서 메인 램프를 아래로 배치하는 제조사들이 나오는 것. 그룹 내 큰 형인 현대차를 포함해서 말이다.

스포티지의 것은 그대로다. 남들이야 눈부심이 있건 말건, 제조사의 손실 방어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스포티지를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낮 시간에만 차를 운영한다면 예외다. 하지만 야간 주행을 포함하는 소비자라면 스포티지를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스포티지가 투싼, 코란도 보다 나은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스포티지는 그저 야간의 불청객이자 밤거리의 양아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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