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차 문제 많은데… 기레기가 기사를 안 써줘?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9.07.12 13:4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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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요구 삼가는 문화 정착돼야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형 세단을 구입한 A 씨, 사고 발생 이후 딜러에 차량 수리를 의뢰했다. 그 결과 견적이 약 5천만 원가량 나왔다. 얼마 후 수리가 완료됐다. 하지만 이 소비자는 차량 인수를 거부했다. 견적서 내용에 추가된 부속 하나가 빠졌기 때문이다.

사고로 인해 실내 내부에 스크래치가 생겼고, 이에 대한 교체를 의뢰했는데 이 부분이 수리되지 않은 채 청구서가 나왔다는 것이다. 수리를 진행한 딜러는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제외한 수리비를 청구했지만 해당 차주는 지불을 거부했다.

그 소비자는 수입사의 횡포라며 우리 팀에 부당한 내용을 제보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미팅이 이뤄졌고, 자신의 억울함을 얘기했다. 서비스 센터가 부당한 금액만 요구하고 있어 차를 출고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혹시 몰라 다른 요구 사항이 없었는지 물었다. 그는 딜러 측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요구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부당한 처사였다.

우리 팀은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수입사로 문의했고, 수입사는 자사 딜러 서비스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보했다. 그리고 1천만 원의 위로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전해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우연히 해당 사 담당자를 만났고 당시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던 전혀 다른 사실을 얘기해줬다.

서비스센터에서 부속 하나를 누락한 실수는 사실이었다. 소비자는 이를 이유로 수리비 총액 5천만 원을 서비스센터가 끌어안으라 했다고 한다. 그러다 입장을 바꿔 보상으로 신차 교체를 요구했다. 이미 2년가량 타고 다닌 차였고, 풀체인지 된 신모델이 시장에 나온 뒤였다. 그 소비자가 요구한 것은 풀 체인지 된 동급 신차를 내놓으라는 것. 그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딜러가 보유한 차를 대차라는 명목으로 가져가 탔다고 한다. 그러다 서비스센터 측의 강제 차량 회수가 이뤄질 단계에 이르자 언론 제보로 선회한 것이다.

사건은 그렇게 씁쓸하게 마무리됐다.

고객이란 지위(?)를 무기 삼아 부당한 요구를 하는 소비자들이 종종 있다.

다른 차를 타는 A 씨는 자신이 타는 차가 엔진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에도 수입사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며 각 언론사들에 메일을 보냈다. 수입사가 모르쇠로 일관해 선의의 피해자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보면 많은 것들이 빠져 있다.

우선 A 씨가 구입한 것은 보증기간이 만료된 중고차였고, 여기서 일부 누유 문제가 나오자 수입사로 항의한 것이다. 또한 문제 항목의 수리만 요구한 것이 아니라 신차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수입사가 신차 교체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피해자를 자청하며 나선 것. 신차를 요구했다는 것은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건은 수입사가 일정 수준의 위로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종료됐다.

이 같은 사례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수입사들은 자사의 이미지를 생각해 일을 크게 키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블랙 컨슈머들은 이런 수입사들의 약점을 이용해 부당한, 또는 상식 이상의 요구를 한다. 하지만 외부로 이 사실을 알릴 때 자신의 요구는 드러내지 않는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다.

이런 사례가 즐비하다 보니 기자들도 문제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쪽 의견만 들어서는 안되니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하는데, 소비자 측이 요구를 한적 없다고 말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결국 사태 파악이 힘들다 보니 소비자들의 제보를 받아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업계 관례처럼 굳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움을 받아야 할 소비자들이 외면받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도 소비자 피해 사례라며 많은 메일이 온다. 지난달 차를 구입했는데, 이달 프로모션(할인)이 더 많아 손해를 봤다는 것부터 소재도 다양하다. 인터넷에서 말하는 기레기(?)들이 제조사나 수입사와 짜고 안 써주는 것이 아니라, 사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거나, 조사 결과 소비자 측의 요구가 너무 억지스러워 못써주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반대 케이스도 있다. 드물게 발생하는 품질 문제, 또는 특정 차 하나의 문제를 모든 차로 확대하는 기자들도 있다. 정의감에 불타는 기자 정신이면 좋겠지만 지인의 부탁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도 많다.

A 수입 타이어 관계자는 한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지인이 구입한 타이어에 품질 문제가 있으니 새것으로 교체하라는 것. 이에 수입차 측은 정상 이용 환경이 아닌, 이물질에 의한 펑크에 대해서는 보상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사가 작성될 것이라는 협박(?)에 결국 타이어를 교체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품질 문제를 눈감아줬으니 자신의 매체에 광고를 해야 한다는 것. 타이어 관계자는 그저 황당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소비자가 제보한 정보로 제조, 수입사를 협박하는 기자들도 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기레기’ 다.

다른 사례를 보자. B 수입 타이어 관계자가 겪은 얘기도 황당하다. 기자의 지인이 서킷 주행을 하던 중 타이어가 망가졌는데 신품으로 바꿔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 수입 타이어 측의 조사 결과 공기압이 크게 부족한 상태에서 서킷 주행을 했고, 그것이 타이어 파손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타이어 수입사는 교체를 거부했고, 그 기자는 악의적으로 기사를 썼다. 나중에 담당자에게 사과했다고는 하나, 때린 뒤 ‘미안해’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수입, 제조사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수입사는 특정 차량에 큰 문제가 있음에도 제대로 수리를 진행하지 못한 채 방치한다. 고장은 있지만 어느 부위에서 고장 났는지 확인하지 못해 시간만 끄는 경우다. 당연히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 때로는 정상적인(?) 소비자들의 이성을 잃게 만드는 수입, 제조사들의 잘못된 대처도 있다는 것. 올해부터는 동일한 문제에 대한 보상 솔루션인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된다. 해당 법이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을 원만히 해소시키는 좋은 솔루션이 되어 주길 희망한다.

많은 사람들이 얽혀 사는 세상이다. 개념 없는 수입 및 제조사, 진상 소비자, 진상 기자도 있다. 그래도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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