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상식] 안전을 위한 ESP, Off 버튼이 왜 필요해?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9.07.08 11:4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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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뷰 기자들은 매주 1~2대 가량의 신차들과 만난다. 그리고 평균 3일간 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고속도로를 수백 km 달리는 것도 기본, 막히는 시내 도로, 구불구불한 코너가 즐비한 와인딩 로드를 달린다. 짧게는 400~500km 내외, 최대 1300km 이상 달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일부 시험을 진행하며 차체자세제어 장치를 해제한다. 이 장치는 제조사에 따라 ESP, VDC, VSC, ESC 등으로 불리는데 차량이 미끄러져 밀려나갈 때, 주행 궤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제조사에 따라 다음과 같은 명칭으로 부른다. (이하 ESP로 통일)

ESP : Electronic Stability Program

VDC : Vehicle Dynamic Control

VSC : Vehicle Stability Control

ESC : Electronic Stability Control

ESP를 기본 장착한 차는 지난 1995년 벤츠 S-클래스 쿠페에서 였다. 지금은 다수의 국가들이 안전을 위해 이 기능을 의무장착하도록 했다.

ESP는 스티어링휠(핸들)의 각도를 분석해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차량의 진행 방향을 달라질 때(미끄러질 때) 개입, 차량의 진행 방향을 조정해 주는 기능이다. 차량이 바깥으로 밀리는 언더스티어, 안쪽으로 깊이 파고드는 오버스티어 현상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으로 각 바퀴의 브레이크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안전한 주행 궤도를 그려주도록 한다.

도로를 주행하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동물, 도로위의 장애물을 긴급히 피할때 차량의 균형이 깨지기 쉬운데, 이와 같은 ESP는 차량의 거동을 안정시켜 긴급대처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주행을 해나갈수 있도록 돕는다. 전세계 각종 연구기관들은 이 같은 ESP의 탑재로 자동차 사고율이 대폭 줄었다는 발표도 내놨다.

이처럼 안전을 위한 기능인데, 상당수 자동차에 ESP를 해제하는 기능이 마련된다. 사진 속 ESP Off 버튼을 누르면 차량은 자연의 법칙(관성)에 따라 미끄러진다. 그렇다면 안전 기능을 해제하는 버튼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동차의 성능 제대로 쓸 때 끄세요

앞서 설명한 대로 ESP는 주행 안전을 위한 기능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빠른 주행을 할 때 앞길을 가로막는 요소가 된다. 빠른 주행을 하다보면 일부 바퀴가 미끄러지기도 하는데, 자동차의 ESP는 이것을 위급한 상황이라 여기고 엔진 출력을 낮추는 한편, 일부 휠에 제동을 가해 차체의 움직임을 안정화 시키려 한다. 또, 일부 차량은 주행 궤도가 안정화 되었음에도 1~3초 동안 가속페달 조작에도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

때문에 스포티한 주행을 즐긴다면 ESP를 해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나 서킷과 같은 환경이라면 자동차의 성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ESP를 해제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만 자동차를 운전자가 100% 통제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따를 수 있는데, 최근 일부 자동차는 서킷과 같은 주행에서 스포티한 운전재미와 안전성을 지켜주기 위한 스포츠 모드를 제공해 준다.

일부 미끄러짐 정도는 허용하지만 차량이 스핀하거나 궤도를 크게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만 개입해서 주행 궤도를 유지시켜 주는 기능이다. 제조사 별로 다르지만 ESP 버튼을 단계적으로 나누거나 주행모드를 Sport로 돌렸을 때 이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만든 차들이 있다.

예1) ESP On → ESP Sport → ESP Off

ESP Sport 모드는 개입 시기를 늦춰 스포티한 주행을 지원함과 동시에 혹시 모를 실수에 대비해 주는 기능을 한다.

예2) 주행모드 Normal 또는 Comfort → Sport → Sport Plus

주행 모드에 따라 ESP의 개입 시점을 늦춰주는 차들도 있다. 하지만 Sport Plus 모드에서도 차체의 미끄러짐이 커지면 ESP가 작동한다.

이처럼 최근 자동차들은 주행모드 설정과 ESP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나눠놓기도 한다.

물론 ESP를 아예 끌 수 없도록 한 차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계 자동차들이 그렇다. 르노, 푸조, 시트로엥 등은 ESP를 끌 수 없다. 물론 ESP Off 버튼 같은 것이 보이는데, 이는 트랙션 컨트롤(TCS=Traction Control System) 해제를 위한 것이다.

자동차의 바퀴가 진흙 구덩이에 빠진 상황. 이때 ESP를 켜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타이어는 회전하다 멈추다를 반복할 뿐 탈출하지 못한다. TCS가 타이어 슬립을 감지해 브레이크를 걸었다 놓았다를 반복할 뿐이다. 즉, 휠의 슬립이 있더라도 일정한 힘으로 박차고 나와야 구덩이 탈출이 가능한데, TCS의 개입은 휠을 회전시켰다 놨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구덩이를 더 깊게 파는 역할만 한다.

눈길을 만났을 때도 TCS를 끄는 것이 좋다. 조금의 휠스핀이 있더라도 미끄러운 노면 탈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진흙과 같은 상황으로 이해하면 된다.

* 자료 영상 : 미끄러운 노면에서 TCS를 꺼야 하는 이유. (제공 : 미쉐린)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TCS를 해제하는 기능을 넣는 것이다. 물론 프랑스계 자동차라고 ESP 해제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는데, 고성능 자동차에 한해 ESP를 해제할 수 있다.

자동차 전문 매체들이 ESP를 끄는 이유?

자동차를 시험하는 입장에서도 ESP를 끄는 경우가 많은데, 순수한 차량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ESP가 완전히 해제된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조작에 따른 순수한 자동차의 거동이 나온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성능, 섀시의 밸런스를 읽어 나간다.

이에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의 성능이 떨어질 때 ESP를 민감하게 설정한다. 자동차의 한계 보다 월등히 낮은 시점부터 ESP가 적극적인 개입을 하도록 하면 그 차의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통상 '안전'이란 이유 때문이라 말하는 경우도 많은데, 성능을 숨기기 위한 편법 중 하나다.

국가 기관에서 시행하는 자동차의 연비 측정 등 특수한 환경에서도 ESP를 끈다. 일부 시험은 대형 롤러 위에서 바퀴를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차량에 따라 앞 또는 뒤 2바퀴만 굴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2개 바퀴만 회전하면 차량이 비정상적인 주행을 한다고 판단해 속도를 제한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때는 시험 모드로 들어가 임의적으로 ESP 및 TCS를 해제한다. 앞서 언급된 프랑스 계 자동차들도 ESP를 임의 해제할 수 있다.

게임의 치트키처럼 특정 값을 입력해주면 ESP가 해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이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ESP는 주행 안전을 위한 기술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스포티한 주행, 또는 시험 조건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운행하는 것이 좋다. 임의로 ESP를 끈 경우라도 다음 시동이 걸릴 때는 자동으로 기능이 활성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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