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쏘나타, 중형차 시장 제패할 수 있을까?

“혹시 아버지 차가 뭐였나요?”라고 묻는다면? 아마 상당수가 ‘쏘나타’를 꼽을 것이다. 현대 쏘나타. 때로는 국산 고급 차, 또한 국민차로 꼽히며 한국 자동차 역사의 한 축을 지지했던 모델이다.

‘쏘나타=국민차=택시’ 이미지를 벗고 싶다

어느새 쏘나타도 8세대까지 진화했다. 그리고 ‘쏘나타’라는 모델명으로 8세대까지 왔다는 것에 많은 의미가 담긴다. 현대차는 ‘국민차라는 타이틀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국민차’라는 쇠사슬을 끊고 현대차가 원하던 쏘나타,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쏘나타=택시’라는 이미지가 쏘나타의 발목을 잡아 왔다.

잠시 과거를 회상해 보자. 현대차는 7세대 LF 쏘나타 시절 택시 버전은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쏘나타의 판매량이 기대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택시로 판매량을 맞추는 전략을 택했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거짓을 고한 셈이다. 이후 쏘나타의 판매량을 기록할 때 택시 판매 대수를 함께 포함해 공개했다. 아픈 상처다.

현대차는 이번에도 8세대 모델도 택시를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판매량이 나오지 않을 경우 또 택시 버전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사장급 경영진까지 나서 택시는 없다고 언급한 만큼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무난함 대신 파격을 선택했다는 점에 있다. 신형 쏘나타, 국내 소비자들은 어떤 평가를 할까?

파격적 변신! 확실한 존재감

디자인은 파격적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모습이다. 8세대 쏘나타 모습을 보니 7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던 쏘나타 뉴 라이즈가 신모델(8세대)의 미리 보기였던 것 같다. 비주얼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

현대차는 디자인 특징으로 센슈어스 스포트니스(Sensuous Sportiness)라는 메시지를 내세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좋고 나쁨을 떠나 눈에 확 띄는 모습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쏘나타의 주력 시장 미국을 보자. 만만한 경쟁자가 없다.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기아 K5(미국명 옵티마), 쉐보레 말리부, 포드 몬데오, 마쯔다 6, 스바루 레거시 등등…

일단 이들 사이에서 튀어야 한다. 동급 판매 1위인 캠리조차 디자인 전략을 멀리서도 눈에 띄는 킨 룩(Keen Lock)으로 바꿨다. 그보다 존재감이 약한 쏘나타는 발악해서라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쏘나타의 디자인은 충분히 긍정적 역할을 한다. 전체적인 비율도 좋다. 낮고 넓음을 지향해 균형미가 뛰어나다. 헤드 램프, 그릴도 얇고 넓은 모습이다. 여기에 그라데이션 효과를 갖춘 LED 주간 주행등도 독특하다. 참신한 발상이다.

측면 실루엣은 쿠페 또는 패스트백에 가까운 형태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에서 본 휠 허브 디자인도 썼다.

후면에서는 과감한 리어램프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트렁크 리드는 스포일러 형태로 다듬었고, 에어로핀도 큼지막하게 달았다.

전체 디자인을 보면 금형 부분에 많은 자금을 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측면부 로커 패널은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다. 제네시스 G90을 연상시키게 하는 후륜 펜더의 2줄 캐릭터 라인도 화려한 모습에 도움을 준다. 트렁크도 꽤 입체적이다. 범퍼를 시작으로 엔진 후드까지 단조로운 곳이 없다. 한 번이라도 더 접고 한 줄이라도 넣었다.

‘우리 금형 기술 좋아요’라고 자랑하는 것, 시작은 렉서스였다.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철판을 화려하게 꾸몄다. 이제 쏘나타도 이 부분에 욕심을 낸다. 물론 차이가 있긴 하다.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실내에서도 금형 기술을 자랑한다면 대중 차인 쏘나타는 외형에만 이를 사용했다는 것. 실내에서의 화려함은 제네시스에 양보한 것이리라.

차체도 키웠다. 전체 길이 45mm, 휠베이스도 35mm 늘렸다. 반면 높이는 30mm 낮아졌다. 잠시 그랜저와 비교해 보자. 길이 30mm, 폭 5mm만 짧을 뿐이다. 휠베이스도 5mm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실내를 보자. 실내 디자인과 구성만 보면 그랜저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또한 스티어링 휠 디자인, 계기판, 센터페시아까지 기존 틀을 버리고 모두 바꿨다. 심지어 방향지시등 레버까지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계기판에는 12.3인치 모니터를 썼다. 센터페시아에는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사용된다. 특히 계기판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애니메이션 효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화려함에 매료돼 주행모드를 한 번이라도 더 바꿔볼 정도다.

그룹 내 고급 차 제네시스 G90에 쓰인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기능도 있다. 또 하나! 이제 국산 중형 세단에도 윈드 실드(앞 유리)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현대차의 HUD는 정보도 풍부하고 깔끔하게 정보를 표출하기에 더 의미 있다.

공조장치는 간결하다. 온도 다이얼에 온도 표시 기능도 있다. 다이얼 조작감도 고급스럽다. 반면 일부 버튼이 너무 작아 조작성이 떨어진다. 대부분 자동모드를 사용하겠지만 그래도 버튼 조작성을 올려주면 좋겠다. 센터 콘솔 부위에는 팰리세이드에서 봤던 버튼식 변속기가 달린다. 변속기를 중립(N 단)에 두고 주차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일부 수입차는 이 기능 부재로 중립에서 문이 잠기지 않거나, 계기판 및 모니터 등이 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키를 쓰기 이전엔 시동키가 빠지지 않는 차들도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무선 충전 패드도 있다. 다만 고무 판이 들뜬 모습이었는데, 테스트카 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상단을 살펴보면 리어뷰 미러 프레임이 얇아졌다. 기존엔 하이패스 카드를 리어뷰 미러에 넣었는데, 이제는 오버헤드 콘솔에 카드를 넣는 구조다. 리어뷰 미러 앞에는 흔히 블랙박스라고 부르는 빌트인 카메라도 있다.

블랙박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돼 대기업이 만들지 못하던 분야였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이 제약이 사라졌고, 현대차가 완성차 최초로 이 기능을 넣었다. 중소기업이 만든 것보다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도 받는다. 완성차 업체 특유의 까다로운 품질 및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 추후 시장에서 검증을 받겠지만 문제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주차 환경에서 기능이 멈춘다. 아마도 소비자들의 요구가 계속될 부분이기에 주차 중 촬영 기능이 추가되지 않을까 싶다.

시트 구성도 좋다. 통풍과 열선 기능에 워크인 디바이스까지 갖췄다. 특히 조수석을 원터치로 눕히거나 복구 시키는 버튼이 달려있다. 꽤나 요긴하게 쓸 수 있어 좋았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헤드룸은 조금 좁아진 느낌이지만 레그룸은 충분하다. 전 세대 쏘나타와 비교해 많이 좁아졌다는 평이 있었는데, 공간에 대한 불만이 나올 정도까지는 아니다.

다만 4륜 구동 시스템 탑재를 감안해서인지 센터 터널이 꽤 높았다. 하지만 4륜이라니 기대되지 않나? 특히나 2.5리터 터보에 4륜 구동 시스템까지 갖춰지면 일본형 스바루 레거시와 견줄 성능이 나오지 않을까?

트렁크는 충분하다. 여유롭다. 국산차가 잘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시트 폴딩이 안된다. 이 기능도 향후의 고급 버전을 위해 남긴 것일까? 기아 K5에서 이 기능을 삭제한 바 있는데, 이제 쏘나타에서도 보기 힘든 기능이 됐다.

동급을 넘어 제네시스와 견줄 첨단 안전, 편의 장비

편의 및 안전장비는 최고 수준이다. 상급 모델 그랜저는 물론 제네시스 G90도 부럽지 않다. 전방 추돌 경고 및 방지,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오토 하이빔이 전 트림에 기본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사각 및 후측방 경고도 있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과속 카메라, 코너에서 속도를 맞춰주는 기능도 쓰였다. 터널 연동 자동 내기 전환 기능도 포함된다. 현대차의 풀옵션 모델을 탈 때마다 있기에 익숙하긴 하나, 정말 좋은 기능들이다.

그리고 가장 눈여겨볼 원격으로 전후 이동을 시킬 수 있는 원격 주차 보조 기능이 있다. 앞뒤로만 움직이는 기능은 수입차를 통해 경험해 봤다. 쏘나타에는 바퀴가 틀어져 있을 때 스스로 정렬한 후 이동하는 기능도 추가돼 있다. 이동 중에 장애물이 있으면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 장애물을 피하는 센스도 발휘한다. 물론 너무 큰 장애물, 벽면에 가까워지면 멈추도록 설정돼 있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의 일부 모델은 완전한 주차까지 해준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대중 브랜드가 실현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이외에 스마트폰의 NFC 기능을 활용한 현대 디지털키, 피렐리 타이어 등 경쟁 모델과 차별화하기 위한 구성을 늘렸다는 점도 좋다.

사운드 시스템도 바꿨는데 보스(BOSE) 제품이다. 현대차는 12개의 스피커와 센터포인트 기술을 자랑한다. 하지만 스피커 개수 대비 만족감은 크지 않았다. 우리 팀 다수가 쏘나타의 보스 사운드 시스템에는 좋은 점수를 주지 못했다. 특히나 SM6, 말리부 대비 성능이 아쉬웠다. 특히 리어 스피커가 다소 먹먹한 소리를 냈다.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아닌, 갇혀 있는 것 같은 음색이었다. 사운드 시스템은 향후 숙제로 남는다. 그래도 K5에 쓰인 크렐(KRELL) 보다는 나았다.

쏘나타에는 정말 많은 기능들이 실렸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라고 부른다. 구성만 보면 동급 경쟁 모델 중 최고다. 물론 대부분의 소비자가 구입할 쏘나타에서 이 기능 모두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고사양 트림이 아닌 경우 기능이 많이 빠지기 때문이다.

스마트 트림을 보자. 2300만 원대인데 에어백도 9개가 기본, 전방 추돌이나 차로 이탈 보조, 하이빔 어시스트도 있다. ISG(엔진 오토 스톱)를 비롯해 리어램프에도 LED가 기본이며 사이드미러 열선도 갖춰진다. 시트는 인조 가죽이 사용되고 앞 좌석 시트에도 열선이 기본이다. 오토 홀드가 포함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나 전자식 변속기 구성도 좋다. 심지어 패들도 기본 사양이다.

이렇게 보면 꽤 좋은 구성을 잘 갖춘 듯하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을 선택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내비게이션이 있어야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데, 원천적으로 기능을 차단한 것이다. 또, 앞 좌석 통풍이나 스티어링 휠 열선, 뒷좌석 열선 기능도 선택이 안된다. 타사들의 정책도 유사하기에 이해는 되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합리적인 소비자를 위한 ‘프리미엄 트림’

프리미엄 등급은 어떨까? 기본 구성이 조금 더 좋아진다. LED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열선 가죽 스티어링 휠, 운전석 전동시트와 버튼시동 스마트키, 하이패스 등이 달린다. 계기판에는 단일 색상 LED가 적용되며 에어컨도 수동 조절식이다. 뒷좌석 센터 암 레스트는 여전히 없다.

하지만 프리미엄 등급의 가치는 추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진다는 데 있다.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반자율 주행 기능이나 통풍 열선 시트, 아니면 오토 에어컨, 블랙박스나 17인치 휠 타이어 등 종류도 많다.

한마디로 프리미엄 트림 자체가 많은 기능을 담은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트림부터 원하는 구성을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2500만 원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0만 원 이상을 옵션으로 추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성비가 가장 뛰어나다.

이제 상급들을 보자. 프리미엄 패밀리 트림을 보자. 여기엔 전방 주차 센서, 사각 및 후측방 보조 기능을 비롯해서 통풍 열선시트, 오토 에어컨, 뒷좌석 커튼 등이 추가된다. 뒷좌석 센터 암 레스트도 이때부터 기본 사양이다. 내비게이션도 옵션인데, 이 기능이 있어야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의 벽을 풀린다.

현대가 강조했던 보스 오디오 시스템도 이때부터 추가된다. 한마디로 2800만 원+@를 투자해야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갖게 되는 셈이다.

프리미엄 밀레니엄 트림은 3천만 원에 근접한 가격을 갖는다. 가격이 높아지기에 이때부터 현대차가 내세우는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에 어울리는 구성을 갖게 된다.

계기판부터 디스플레이 타입으로 바뀐다. 제네시스 G90에도 없는 기능이다. 실내 곳곳이 가죽으로 감싸지며 시트도 인조가 아닌 천연 가죽으로 바뀐다. 메모리 시트가 적용되며 현대 디지털키도 추가된다. NFC 기반의 디지털 키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만 지원하는 고급 기능이기에 의미가 크다.

다만 상급 트림에서도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장착해야 한다. 물론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구성하는 것은 우리 업계에서 익숙한 일이다. 그 자체보다 안전기능과 내비게이션을 통합해 가격을 낮췄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급 트림이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옵션이다. 사운드 시스템도 옵션이고 뒷좌석 열선 시트도 옵션으로 선택해야 한다.

특히 레인센서가 아쉬움을 키운다. 최상급 모델에만 기본 제공되는데, 3천만 원 이하의 쏘나타는 수동으로 와이퍼를 조작한다.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결국 인스퍼레이션 트림으로 가야만 쏘나타의 모든 기능이 구현된다. 이때부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내비게이션, 고속도로 주행보조, 풀 LED 헤드 램프, 나파 가죽, 워크인 디바이스, 원격 주차 보조, 10.25인치 모니터, 보스 사운드 시스템, 텔레매틱스 서비스까지 모든 기능이 준비된다.

하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측방 모니터 기능은 옵션이다. 이를 선택하면 비로소 스마트 모빌리티의 역할이 가능해진다. 다만 가격이 3400만 원까지 올라가는데, 수입차와 비교해 가성비가 좋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나 시장 볼륨, 생산지에 따른 물류비까지 감안한다면. 사실 옵션 유도로 최상급 가격을 올린다는 점에는 한국지엠, 르노삼성도 동참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필요 이상의 기능성을 내세우면서 상급 트림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기에 제조사들의 이런 호흡 맞추기는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Autoview 가 추천하는 쏘나타

우리 팀 구성원들이 쏘나타를 구입한다는 가정하에 필요한 것들만 모아봤다. 그 결과 프리미엄 트림에 일부 옵션을 추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여름과 겨울을 편하게 지내고 싶다면 통풍 열선 패키지(64만 원),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스마트 센스 패키지(64만 원)를 달면 좋다. 내비게이션과 스마트 센스까지 추가하면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이란 아이템이 나오는데, 아쉽게도 212만 원의 가격 추가로 인해 적극 추천까지는 어렵다.

현대와 기아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착한 가격과 구성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사이 한국지엠은 고가 정책으로 판매량 저하, 크루즈 등의 일부 모델 단종이라는 씁쓸함을 맛봤다. 하지만 이제 한국지엠이 현대차를 가르치는 모양새다.

올해 우리 팀이 테스트한 기아 쏘울은 매우 획기적인 가격으로 우리 팀을 놀라게 했다. 가성비 좋은 쏘울? 그런 건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에겐 그저 비싼 쏘울만 남았으니까.

쉐보레 크루즈가 쫄딱 망한 이유..아반떼 가격 정책 본받아야

현대차는 2019 아반떼에 ‘베스트 초이스’패키지를 추가했다. 소비자 선호 사양 구성을 한데 모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들고자 했다. 그렇다고 이윤 없이 판매하는 것일까? 일정 부분 비싸 보이는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합리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쏘나타에도 베스트 초이스 패키지가 추가되길 바란다.

쉐보레 크루즈를 보자. 성능? 완성도? 미안하지만 아반떼 보다 낫다. 하지만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조금의 성능과 완성도 보다 가격, 그리고 구성이다. 특히나 대중을 겨냥하는 시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쉐보레 크루즈는 쫄딱 망하면서 그 교훈을 남겼다. 물론 한국지엠이 이를 교훈 삼을지, 삼켜버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업계에 강한 임팩트를 준 것은 사실이다. 당시 현대차는 매우 깔끔한 가격 정책을 폈다. 일부 트림은 누가봐도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 전략이 경쟁사들을 굶게 만든 것. 다시금 현대차가 소비자 입장을 감안한 정책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이제 주행 테스트를 해보자. 테스트 모델에는 스마트 스트림 G2.0이라는 이름의 가솔린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쓰인다. 자동 변속기는 8단이 아닌 6단이다. 향후 1.6리터 터보와 하이브리드, 고성능 모델(N 라인 혹은 N)이 추가될 예정이기에 입문형 모델의 하드웨어 스펙을 제한했다는 느낌이 짙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조용한 가솔린 소리가 실내를 은은히 감싼다. 국산차가 잘 하는 부분. 하지만 외부에서 들을 때 생각보다 거칠고 큰 음색을 토하는 편이다.

그래도 실내에서는 적정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는데, 38.0dBA라는 수치를 만들어 냈다. 이는 링컨 컨티넨탈, 현대 그랜저 3.0 등과 같은 수준의 소음이다. 이는 아이들링 상황에서의 얘기다.

생산 중단, 소음 문제 못 잡아

주행을 시작하면 먼저 엔진 음색이 커진다. 부드럽지 않고 거칠다는 점이 걸린다. GDI(직분사) 엔진이거나 모듈형 블록을 사용하는 엔진이라면 모르지만 이 엔진은 MPI 방식이다. 하지만 그보다 거슬리는 것은 바람소리다. 시속 80km의 속도로만 주행해도 주행풍이 꽤 크게 들린다. 세찬 바닷바람을 맞는 것 같다고 할까?

80km/h로 주행하며 소음을 점검한 결과 62.0dBA 수준을 기록했다. 7세대 쏘나타 2.0 CVVL이 60.0dBA, 그랜저 IG 3.0이 58.0dBA이었으니 중형 세단으로는 아쉬운 결과다.

현대차는 '정숙성을 비롯한 품질 문제 개선'이라는 이유로 쏘나타 생산을 잠시 중단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소음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인 셈이다.

신형 쏘나타의 생산 중단. 당초 소음 문제를 접한 정의선 부회장의 지시에 생산 중단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개선을 이뤘어야 한다. 하지만 슬그머니 시장에 나온 쏘나타의 소음은 여전히 동급 최저 수준이었다. 우리 팀의 계측 결과를 보면 기아 모닝(61.0dBA)보다 쏘나타가 더 시끄럽다.

현대차 연구원들의 고민은 한층 커질 듯하다.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설계 변경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부속 몇 개 교체로 해결되는 문제라면 정숙성 문제가 해결되었어야 한다. 결국 단 시간에 풀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졌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현대 기아차의 N.V.H(소음진동) 튜닝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요즘 현대차는 예전 같지 않다. 대형급 SUV인 팰리세이드는 의외로 진동을 남겼고, 정숙성도 예전 같지 않았다. 잘 해왔던 것들을 놓치고 가는 모습이다. 여기엔 몇몇 이유가 예상되는데, 다음 기회가 자세히 설명하겠다.

쏘나타와의 일상 주행. 부드러운 가속을 이어 나간다. 2.0리터 급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무난한 수준이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도 무난하며 과거처럼 초기 응답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라 여성 운전자들도 편하게 다룰 수 있겠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면 한계가 나온다. 힘이 딸린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 신차와 달리 쏘나타는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쓴다. 넉넉한 출력과 토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쏘나타 2.0을 경험한다면 꽤 답답해할 것이다. 하위 모델 아반떼에서 쏘나타로 업그레이드 한 소비자들도 답답함을 토로할 것이다. 물론 답은 있다. 이 답답함은 차후 현대차가 내놓을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풀면 된다.

차세대 플랫폼이 보여준 경쟁력

승차감을 보자. 이전 LF와 많이 달라졌는데, 지금의 것이 확실히 낫다. 과거 LF 쏘나타는 다소 경직된 차체, 여기에 조금 단단한 성향의 서스펜션을 넣었다. YF 쏘나타와 비교하면 꽤 진보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차체 설계 부분에서 노하우가 다소 부족함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직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단단함을 보이면서 상황에 따른 탄력성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번 쏘나타에는 3세대 플랫폼이 쓰였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현대차 엔지니어링 역사, 그 기준을 차체로 정한다면 지금의 것이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플랫폼 개발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이후 나올 차량들의 종합 성능이 이 플랫폼의 최종 점수를 만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쏘나타만 볼 때, 이 플랫폼이 나쁜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스펜션은 조금 단단한 느낌이지만 승차감을 유지하는 측면에 문제는 없다. 현재 가장 부드러운 성향을 보이는 것은 쉐보레 말리부인데, 그다음으로 좋은 승차감을 가진 것으로 쏘나타를 꼽을 수 있겠다.

다시 가속으로 돌아가자. 쏘나타의 가속을 보고 두 가지 평이 나올 수 있다. 기존 2.0 자연흡기 중형 세단을 타는 소비자들은 불만이 없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는 성능이니까. 하지만 요즘 차에 익숙한 소비자가 탄다면? 쏘나타는 시끄럽고 둔한, 편의 장비만 갖춘 비싼 차일뿐이다.

쏘나타의 엔진, 160마력과 20.0kgf·m의 토크를 가진다. 잠시 과거를 회상해 보자. 6세대 YF 쏘나타 시절엔 무려 172마력까지 뽑아냈다. 바로 전 7세대 쏘나타만 해도 2.0리터 배기량에서 168마력이란 수치를 자랑했다. 그리고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출력을 163마력까지 낮췄다. 8세대에서는 그리고 다시 한 번 출력을 160마력까지 떨어뜨렸다. 2.0 자연흡기 엔진에서 8마력이란 수치는 적지 않은 수치다.

그렇다면 실제 동력 성능은 어떨까?

확인 결과 137.9마력과 17.7kgf·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13.8%와 11.5%의 손실률이다. 참고로 7세대 쏘나타는 126마력과 16.6kgf·m를 발휘했다. 구동 손실률이 25%에 이르렀다. 제조사 발표 수치는 하락했지만 실제 구동 출력은 향상된 결과다. 과거엔 엔진 자체 출력만 높았을 뿐 구동계를 거치며 손실되는 것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구동 계통에서 손실을 최소화시켰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그래프를 보자. 약 3500rpm 부근부터 5000rpm을 넘어설 때까지 꾸준하게 토크가 유지된다. 마력도 무난하게 뻗어 나간다. 약 5200rpm 부근에서 살짝 함몰되는 구간이 있는데, 이는 밸브 컨트롤 변경 때문이다.

봉인된 최고 출력

하지만 여기서 지적을 한 번 더 해야겠다. 제조사 발표에 따르면 쏘나타의 최고 출력은 6500rpm에서 나온다. 우리 팀이 계측기에서 쏘나타의 구동 출력을 측정했을 때, 발진 가속성능을 측정했을 때도 6500rpm에 근접한 일은 없었다. 6500rpm에서 최고출력을 뽑아내려면 최소 200~300rpm 정도 회전수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쏘나타는 6200~6300rpm 내외에서 변속을 진행한다. 최고출력이 봉인된 것이다. 미국 시장이라면 어땠을까? 사용하지 못하는 rpm 영역, 여기에서 나오는 최고출력을 제시하고 있으니 과장 광고가 된다. 다행히도 한국법은 착하다. 소비자들을 더 착하다. 내수 시장에는 현대차의 아군들, 그들이 고용한 용병들로 얼마든 방어를 할 수 있다. '아'를 '얍'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현대차의 힘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싸울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미지 손상은 물론, 벌금도 많이 낸다. 물론 2.0 자연흡기 엔진이 수출 대상은 아니지만.

이제 가속성능을 보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기록은 10.03초였다. 2016 K5 2.0 CVVL이 10.11초를 기록했으니 유사 수준으로 보면 된다. 경쟁차 르노삼성 SM6 2.0 GDe의 10.16초 보다 빠르다. 다시금 7세대 LF 쏘나타의 11.4초 보다 빨라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무난하며, 과거 2.0 파워트레인에서 다시금 쏘나타로 옮겨올 경우 아쉬움은 없다. 다만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쉐보레 말리부 1.5 터보, 혼다 어코드 1.5 터보와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 초 한국지엠이 내놓은 말리부 1.35T와 비교해도 가속에서 차이가 난다. 이것이 수치보다 체감적으로 힘이 많이 부족하게 만드는 이유다.

상품을 바라는 기준은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카메라가 20년 전 1천만 원에 팔리던 플래그십 DSLR 카메라보다 좋은 성능을 낸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 영역을 높여본다. 엔진도 거친 소음을 토하느라 정신없다. 과거와 달리 최근 4기통 엔진은 프리미엄 브랜드도 적극 활용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그에 따라 2.0리터 4기통 엔진들에도 제법 고급화된 감각이 갖춰지는 것이 추세다. 반면 이번 쏘나타의 2.0리터 엔진은 거칠다.

속도 상승에 따라 힘겨워 하는 엔진. 하지만 고속 주행 안정감에는 꽤 발전이 있었다. 속도 상승에도 생각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 체감 속도 억제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독일계 상품들과 직접 비교는 어려워도 일본계 대중 브랜드와 견준다면 해볼 만하다.

고속도로 주행 때 보여준 연비도 칭찬할 부분이다. 정속 주행이 좋은 수치를 만들어 내긴 해도 리터당 19km/L를 전후하는 연비를 보였다는 점은 마음에 드는 내용 중 하나였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달라지긴 해도 대략 17km/L 수준을 기대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제동 성능도 좋았다. 처음 쏘나타가 보여준 거리는 다소 황당했다. 처음엔 40m 안쪽을 보였지만 몇 번의 테스트 이후 최대 48m라는 수치를 보였기 때문. 우주 끝까지 밀려나갈 기세였다. 하지만 이는 브레이크 시스템의 길들이기 부재 문제였을 뿐이다.

우리 팀은 테스트와 촬영이 끝난 후에도 쏘나타의 제동 시스템 길들이기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제대로 된 쏘나타의 성능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현대차 상품 성능을 깎아내린다는 주장을 편다. 당황스럽지만 전형적인 용병들의 전술이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 이해하자.

최종 시험 결과 쏘나타는 최단거리 38.97m에서 멈췄으며 테스트를 반복해도 지속성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다. 결국 39m대의 평균 기록을 유지했다는 점이 좋았다. 과거 현대차는 제동성능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지속된 질타를 받았고, 결국 좋은 성능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급제동 상황에서 토요타 모델, 특히 캠리처럼 ‘잉잉’하는 특유의 ABS 작동음을 보였다. 단점은 아니지만 다른 현대차에서 듣기 힘든 부분이었기에 신선했다. 물론 이는 장점도 단점도 아니다.

코너를 마주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노면 상황 전달 능력, 스티어링 휠을 통한 제어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쏘나타는 컬럼식(C-MDPS)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한다. 비로소 타사들과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경쟁사 중형 차들이 쓰는 R(랙) 타입 스티어링 시스템에 비하자면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현대차의 역대 C-MDPS에 비하자면 만족감이 높았다. 그래도 R 타입을 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한다. 물론 현대차는 수출형을 염두에 두고 터보 엔진과 R 타입 스티어링 시스템을 매칭 시킬 것이다. 성능을 감안하는 소비자가 2.0 가솔린 버전을 택할 이유가 없기에 지금의 C-MDPS에 대한 문제 가능성은 희박하다.

코너링 성능도 제법 좋았다. 약한 언더스티어 라인인데, 제법 좋은 균형감을 보여준다. 가끔은 리어 휠의 움직임이 조금 민감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순간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며 궤도를 잡아준다. 표면적으로 쏘나타의 자세제어장치는 끌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기능이 완전히 꺼지는 것이 아닌, 개입 시점을 늦추는 역할이다. 물론 이는 단점이 아니다. 조금은 달리기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 그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백업 솔루션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다만 타이어 성능은 기대 이하다. 사람들은 피렐리 P-ZERO라는 것만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A/S(올 시즌)이 의미하는 것은 그저 평범한 4계절이란 것. 본격 비교를 해봐야 알겠지만 국산 타이어 대비 뭔가 월등히 낫다는 느낌은 적었다. 또한 한계를 넘어선 이후 회복하는 시간이 조금 길게 느껴졌는데, 이는 고성능 P-ZERO에서도 느껴지는 내용이다.

여러 가지 장단점이 공존한 쏘나타. 이제 정리를 해보자.

파워트레인은 기대보다 떨어지는데. 시대의 흐름 때문이다. 변속기는 평이하다. 6단을 쓴다는 점이 아쉽지만 아직 시장은 6단이 중심이며, 상급 모델을 위해 남겨둔 것이기에 문제 삼을 이유까지는 없겠다. 즉, 평범한 2.0리터 자연흡기 엔진 기반의 파워트레인이라 보면 된다.

반면 소음 문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누가 들어도 시끄러운 수준이었을 텐데, 이를 무시한 채 생산 단계까지 넘겨졌다는 점이 의외다.

제한적인 파워트레인 투입도 이해가 어렵다. 특히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춘 현대차이기에 너무 성급하게 기본형 파워트레인만 내놨다는 인상이 짙다. 특히나 N.V.H(소음 진동) 튜닝 능력을 잘하는 현대차이기에 복합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해가 더 어렵다. 이에 일부 숙제(튜닝)가 남은 상태에서 국내영업본부 요청으로 급히 신차를 내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조금만 시간을 늦춰도 일부 최신 기술을 넣은 하이브리드, 출력이 좋은 터보 엔진 버전과 시장을 나눠 먹을 수 있었기에 출시 자체에 무리수를 뒀다는 의견이 탄력을 받는다. 잘잘못은 현대차 내부에서 따지면 된다. 하지만 영업본부가 급히 차를 요구한 것이라면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역으로 일부 튜닝 여지를 남긴 상황에서 개발진들이 먼저 차를 내준 것이라면 그 책임을 남양연구소로 돌리면 된다. 누군가가 벌인 사고를 수습하느라 진땀 뺐을 홍보팀, 고객 대응에 힘들었을 영업사원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즉, 당장의 초기 판매 실적이야 신차효과라고 해도 오는 6월 이후 판매량이 저하된다면 그 화살은 N.V.H 문제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잘한 부분도 많았다. 특히나 상급 모델에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편의 장비의 투입은 쏘나타의 가치를 키워주는 부분이었다. 우리 팀은 스마트키로 차량을 앞뒤로 움직이는 주차 보조 기능에 많은 점수를 줬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장애물까지 피하도록 배려했다는 점, 특히나 대중 브랜드 차량에서 이런 기능이 구현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차체가 보여준 가치도 충분했다. 아마도 플랫폼 개발 연구진들은 오랜 시간, 능력 이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을 것이다. 그 결과 미래에 현대차가 내놓을 신차들의 차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컬럼방식(C-MDPS)이긴 했어도 스티어링 시스템의 만족도 역시 무난했다. 경쟁사의 랙(R) 타입에 견주기엔 버겁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시스템에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핸들링이란 개념으로 봐도 무난한 성능을 냈다.

다양한 타이어 탑재도 신선한 부분이다. 제한적으로만 사용되던 국산 타이어 중심에서 벗어나 피렐리 P-ZERO, 금호의 프리미엄 라인인 마제스티 9 등을 기본 채용했다는 점도 좋았다. 물론 피렐리 P-ZERO는 성능 보다 이름값하는데 그쳤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BOSE 사운드 시스템? 그저 브랜드 값 정도

다만 쏘나타를 통해 도입된 BOSE 사운드 시스템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관련 연구진들이 같은 보스제를 사용하는 국산 및 수입차들을 경험해보라 조언하고 싶다. 소형차들에 쓰이는 보스는 대부분 두둑한 베이스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대부분의 소형차가 사용하는 저가형 시스템에서는 두둑한 베이스를 경험할 수 없기에 이런 점들이 장점으로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중형차급으로만 와도 일정 수준의 성능을 갖춰야 하는데, 아쉽게도 쏘나타에 쓰인 BOSE는 다소 아쉬운 성능을 냈다. 특히 뒤쪽 스피커들이 제 역할을 하나 싶었는데, 향후 튜닝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4좌석에 음을 고루 분포시키는 센터포인트 기술을 쓰지 않으면 만족도가 더 떨어진다. 노멀 모드에서도 좋은 수준의 음향을, 부가 기능에서 조금 더 다양한 매력들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래도 처음 보스와 협업했다는데 의미는 있다.

쏘나타 테스트를 마쳤을 때 우리 팀의 의견이 하나로 모였다. 냉정히 말해 이번 쏘나타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그 이유는 현대차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파워트레인, 여기에 소음을 조금만 줄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나 하이브리드 버전은 상상을 초월할 연비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내년에 나올 고성능 모델들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쟁쟁한 형들과 함께 나와 막내로의 역할만 해야 했던 2.0 자연흡기 모델.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세상의 질타를 한 몸으로 짊어져야 했지만, 이제 얼마 뒤면 쟁쟁한 형들이 동생을 위로하며 현대차를 견인해 줄 것이다.

쏘나타는 잘돼야 한다. 지금의 기형적인 시장 구조를 바꾸려면 쏘나타와 같은 중형차들의 입지가 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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