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잘 팔 수 있었던 이유는?

자동차에게 있어 ‘전동화’가 불가피한 시대다.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도 자동차 제조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에 엔진이 할일을 모터가 대신하고 있으며, 엔진 없이 모터로만 자동차를 움직이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닛산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장 3년 후인 2022년만 되어도 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 판매되는 차량 4대 중 1대꼴로 전동화가 이뤄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닛산은 일찍부터 전동화에 앞장섰다. 아니, 상당 부분 전동화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맞겠다. 닛산은 1947년, 타마(TAMA)라는 이름의 전기차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엔 한번 충전으로 65km를 달릴 수 있었다. 또, 1997년 알트라(Altra)라는 이름의 전기차를 200대 한정 생산해 판매한 전력도 있다. 이후 시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선 이후 지속적으로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개발해왔다.

그리고 그 사이 전기차에 반드시 필요한 배터리 회사도 2007년 설립했다. 닛산, NEC, 토킨(Tokin)이 합작한 회사로, AESC(Automotive Energy Supply Corporation)라고 불렸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 배터리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에 주도권을 갖고자 배터리 회사를 설립했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의 준비를 마친 후 2010년, 리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심 주행을 위한 소형 전기차다. 엄밀하게 따지면 세계 최초의 전기차는 아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고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춰 전 세계 시장에 공급된 첫 번째 전기차로 볼 수 있다.

분명 같은 시대에 경쟁사들도 전기차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구입이 쉽지 않았다. 판매 국가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리프는 일반 자동차처럼 똑같이 구매할 수 있었다. 전기차라고 생김새가 이상하거나 운전 방법이 독특한 것도 아니다. 그저 연료 주입 대신 전기만 충전하면 됐다. 사람들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물든 것이다. 이것이 성공 요인이다.

그렇게 리프는 현재(2019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40만 대나 팔렸다. 리프 덕분에 매년 6억 리터 이상의 연료가 절약된다. 또한 40만 대의 리프가 달린 거리는 100억 km에 이르는데, 지구에서 태양까지 66번 이상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런 리프가 2세대로 모델체인지를 거쳤다. 최근 각 제조사들이 이제서야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전기차를 만들어온 덕분에 닛산은 벌써 2세대 리프(모델체인지)를 내놨다.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충만할 것이다. 그렇다면 리프가 국내 시장에서도 통할까?

디자인부터 멋지게 변했다. 1세대 모델이 귀여움을 강조했다면 2세대 리프는 강한 인상을 갖는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지난 2015년, 도쿄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IDS 컨셉트를 기반으로 한다. 컨셉트카의 디자인 요소 상당 부분을 양산화 한 것.

커다란 눈망울을 연상시켰던 헤드 램프도 날카롭게 변했다. 부메랑에서 영감을 받은 ‘ㄱ’자 주간 주행등도 눈에 띈다. 닛산의 V 모션 그릴도 적용됐다. 전기차인 만큼 그릴은 막혀있고, 여기에 블루 컬러를 더해 친환경 모델이라는 이미지를 더했다. 밋밋했던 범퍼도 스포티하게 변했다.

충전구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부에 위치한다. 보편적인 자동차들의 주유구를 생각하고 열면 생각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닫을 때도 의외로 힘이 들어간다.

측면부는 해치백 실루엣을 갖는다.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형태다. C-필러를 어둡게 마감해 지붕이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해치백 스타일이지만 멋스럽다. 측면에는 ‘Zero Emission’이라는 배치가 부착됐다.

후면부는 부메랑 형상의 리어램프가 적용됐다. 자칫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데 어색하지 않게 잘 녹여냈다. 또, 면적이 큰 디퓨저를 통해 공기 효율성을 높이면서 멋도 더했다.

차량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전륜과 후륜 모두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Ventilated Disk)를 사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정도 소형차 대부분은 전륜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후륜은 디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2세대 리프는 외모로 보나 구성으로 보나 꽤나 달릴 것 같은 이미지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워졌다. 사실 1세대 리프는 토요타 프리우스를 일부 따라 했다는 느낌이 짙었다. 하지만 지금은 닛산만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소형차 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보여준다.

운전석 계기판 위에 자리했던 보조 계기판도 사라졌다. 80~90년대 게임기 그래픽을 연상시켰던 계기판 디자인도 확 달라졌다.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모니터가 결합됐는데, 전기차 특성상 효율성 부분을 보여주는 기능을 많이 넣었다. 어색하게 두꺼웠던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D-컷 스타일에 슬림 해진 모습이다.

센터페시아도 새로워졌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9인치 크기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쓴다. 각종 앱들도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폰처럼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면 상태 표시창이 내려온다. 엑스트레일(X-Trail)에서 보여줬던 감압식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훨씬 좋은 구성임과 동시에 직관성도 좋다. 다만 이따금씩 앱이 튕기는 모습을 보이는데,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디스플레이 아래로는 공조장치 버튼이 있다. 전기차 특성상 ‘A/C’ 버튼과 함께 ‘Heat’ 버튼이 존재한다. 전기차는 에어컨보다 히터를 작동시킬 때 효율이 떨어지는데, 임의로 스위치를 통해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아래쪽에는 시동 버튼이 자리한다. 스티어링 휠 칼럼 주위에 있는 것이 편한데, 의외의 자리에 있다.

시동 버튼 옆에는 열선 스위치를 넣었다. 2007년에 출시된 르노삼성 2세대 SM5(닛산 티아나) 부터 봐왔던 버튼이다. 닛산이 쓰는 다른 부품들은 새롭게 변경됐는데, 이 열선 버튼만큼은 12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

동그랗게 생긴 전자식 기어 레버는 1세대와 거의 같은 모습이다. 조작 방식은 토요타 프리우스와 동일하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2~3개의 손가락 만으로 가볍게 변속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기어 레버 주위에는 에코 버튼과 E-페달 버튼이 달린다. E-페달 버튼이 잘못 눌리면 운전자가 놀라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에 손가락을 넣고 아래로 당기는 작동 방법을 쓴다. 소비자를 위한 배려다. E-페달에 대한 기능성은 뒤에서 설명하겠다.

리프의 실내를 보면 소형차 기준에서 상당히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를 비롯해 도어 패널, 시트의 소재 등 넓은 부분에서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시트의 가죽과 스웨이드 재질의 조합도 좋았다. 사진이나 영상을 통한 것보다 실제로 봤을 때 꽤 높은 만족감이 전해진다. 르노 클리오도 실내 마감에서 가격 대비 만족감이 높았는데 리프도 그랬다.

뒷좌석은 소형차 정도의 공간이다. 특별히 넓지도, 좁지도 않다. 전기차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센터터널이 높게 나와있는 것이 의외이긴 하다. 또, 머리 공간이 성인 남성이 탔을 때 조금 부족한 편이다.

트렁크 공간은 밑으로 깊은 형태다. 2열 시트를 폴딩 해도 평평한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움푹 들어간 트렁크 바닥 형상 때문이다. 트렁크 공간은 435리터이며 소형차로는 좋은 편이다.

안전장비로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이 탑재됐으며,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췄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닛산이 자랑하는 반자율 주행 기능인 프로 파일럿이나 자동 주차 기능이 빠진 것. 닛산에 따르면 각 국가에 맞춰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 하다고 한다. 최근 혼다는 안전 장비인 혼다 센싱의 모든 기능을 국내 사양에 담아내고 있는데, 닛산도 보다 발 빠르게 대처 해줬으면 한다. 또한 화질이 낮은 카메라나 과거부터 사용해왔던 열선 버튼 디자인 개선도 필요하다.

주행에 들어가기 앞서 한가지 정리를 하고자 한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리프는 국내에서 231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그리고 현대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쉐보레 볼트 EV 등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짧은 주행거리다. 이들은 대부분 400km 내외의 주행거리로 갖는다.

여기서 하나의 예를 보자. 르노 트위지는 배터리 용량이 6.1kWh에 불과하다. 요즘 출시되고 있는 어지간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작은 용량이다. 때문에 1회 충전 주행거리도 55km 수준이다. 하지만 공차중량이 475kg밖에 되지 않아 복합 에너지 소비효율이 kWh 당 7.9km에 이른다. 요즘 나오고 있는 전기차들이 5~6km/kWh 정도 내외이니 대단한 효율이다.

그럼 테슬라 모델 S P100D는 어떨까? 이름 그대로 배터리 용량이 100kWh나 된다. 하지만 늘어난 배터리만큼 차체가 무거워져 공차중량이 2241kg이다. 때문에 1회 충전 주행거리도 424km 정도가 된다. 복합 에너지 소비 효율도 kWh 당 3.8km에 불과하다. 이는 트위지의 절반 수준의 효율이다.

트위지하고 모델 S 하고 성격이 다른데 어떻게 직접 비교를 할 수 있을까? 성격이 다른데 말이다. 트위지 같은 차는 도심 근거리 이동 수단이며 모델 S는 장거리와 더불어 강력한 성능을 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2세대 전기차도 이렇게 목적에 따라 구분되기 시작했다.

도심 근거리가 목적이라면 크고 무거운 배터리가 필요 없다. 무게 증가가 에너지 소비 효율만 낮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절한 사이즈의 배터리(40kWh 전후)를 장착시키고 있다. 반대로 장거리 이슈가 많은 소비자라면 2세대 전기차에 부합하는 고용량 배터리(60kWh 이상)를 장착한 모델을 구입하면 된다.

참고로 2세대 전기차 중 도심용 모델에는 닛산 리프,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 라이트 패키지, 쏘울 부스터 EV 슬림 패키지 정도로 속한다.

그리고 2세대 전기차 중 장거리용 모델 그룹에 쉐보레 볼트를 중심으로 코나 일렉트릭과 쏘울 부스터 EV, 니로 EV 등이 묶인다. 리프에도 장거리 버전인 리프 e 플러스 모델이 있다.

즉, 리프는 400km 가까이 주행할 수 있는 코나 일렉트릭이나 니로 EV, 볼트 등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심형 전기차는 장거리 전기차와 비교해 주행거리는 짧지만 더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코나 일렉트릭과 쏘울 부스터 EV를 비교하면 쉬울 것이다.

위 표처럼 장거리용 모델은 도심용보다 140kg 정도 무게가 늘고 가격도 300만 원 이상 비싸다. 때문에 하루 이동거리가 많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을 갖는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있기에 2세대 전기차가 이렇게 두 개 그룹으로 나뉘었다고 보면 된다.

이제 리프와 함께 주행에 나설 차례다.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을 통해 차량이 달릴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이브리드는 이따금 엔진이 작동하지만 전기차는 애초에 그런 소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때문에 아이들 정숙성은 시동을 끄고 차 안에 있는 상태와 동일하다. 이때 보여주는 수치는 29.0 dBA이다. 사실상 외부 소음을 차단한 적막한 공간에서나 구현되는 정숙성이다.

주행을 시작하면 바퀴가 움직이는 소리, 타이어에 낀 돌이 차체에 튕겨지는 소리, 바람 소리, 전기모터 구동 소리 등이 들려온다. 저속 주행 인공 엔진음 발생 장치인 AVAS(Acoustic Vehicle Alerting System)이 내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에서 들을 수 있었던 소리와 유사하다. 한마디로 엔진 소리만 들리지 않을 뿐 특별한 이질감은 없다는 말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 보여준 리프의 정숙성은 58.5 dBA였다. 이는 소형차가 낼 수 있는 정숙성이 아니다. 참고로 렉서스 NX200t, 볼보 XC90 D5, 아우디 A7 50 TDI 등의 고급 모델들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전기차를 시승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서울 근교를 잠시 주행하는 수준이라면 모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거리를 달리며 테스트하는 우리 팀의 입장에서 전기차의 시승이란 작정하고 나서야 하는 일이다. 이번 리프를 테스트하며 충전한 횟수만 해도 4회였다. 충전이 완료된 상태에서 차를 제공받았으니 약 5회 정도의 배터리 충방전이 이뤄졌다.

보편적인 승용 모델을 다룰 때는 일상 주행과 함께 가혹한 환경을 나눠 테스트를 진행한다. 가혹 조건에서의 테스트에만 100km 이상 거리를 달린다. 통상 이때의 주행 연비는 3km/ℓ 내외. 연비 좋은 승용차라고 해도 5km/ℓ 이상을 넘기 어렵다. 때문에 연료 소모가 많고, 고옥탄을 요구하는 일부 고성능 모델 테스트 때는 보충용 연료를 갖고 다닐 때도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다르다. 충전소를 찾아 일정 시간 동안 충전을 해야만 달릴 수 있다. 또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 시간이 많아지면 내연기관 차의 연비가 떨어지듯, 주행거리가 대폭 감소한다. 때문에 이번 테스트의 90%는 일상 주행에 맞춰 진행됐다.

전기차.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자동차의 장르다. 그동안 시장에 나온 다양한 전기차를 타봤지만 그래도 매번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어색함에는 가속이란 요소가 속한다. 내연 기관 자동차는 엔진의 회전수를 높이면서 가속을 해 나가지만 전기차는 모터의 회전수를 높이는 것만으로 속도를 올린다. 부드럽고 빠르게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 왠지 낯설다. 하지만 승차감 측면에서 이점이 많은데, 변속이란 부가적인 요소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속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민첩하게 속도를 올리기에 추월이 필요한 환경을 만나도 답답함이 없다. 리프는 제법 잘 달렸다. 대략 2.0 디젤과 유사한 가속 성능이었다. 그럼 리프의 실제 가속 성능부터 알아보자.

계측기를 활용해 시험한 결과 리프는 8.43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최근 우리 팀이 테스트한 폭스바겐 아테온(8.31초)과 큰 차이 없는 기록이다. 다소 컴팩트한 차체를 가진 차로는 쉐보레 크루즈 1.4T(8.34초), 현대 코나 1.6 가솔린 터보(8.36초) 등과 유사한 성능이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역대 전기차 그룹으로 보면 BMW i3(6.95초)가 가장 빨랐다. 기억에 남는 차다. 빠른 가속이 자랑이었는데, 주행거리가 너무 짧아 하루 만에 테스트와 촬영을 중단했던 바 있다. 쉐보레 볼트(7.1초)도 꽤나 빨랐다. 고출력, 고용량 배터리를 앞세운 장거리형 2세대 전기차 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이 리프다.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9.11초)보다 조금 더 빠른 성능이다.

적어도 이런 가속성능에 대해 아쉬움을 표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만약 정말 빠른 전기차를 원한다면 테슬라 모델 S P100D가 있다. 3초 내외면 시속 100km 내외에 도달하며, 최고 속도인 250km/h 부근까지 정말 빠르게 내달린다.

분명한 것은 일상에서 사용할 때 부족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시원스러운 느낌의 가속력을 보여준다는 것. 리프는 그런 가속력으로 최고 속도 148km/h까지 달릴 수 있다. 최고 속도가 조금 낮아 보이지만 전기차로 최고 속도에 도전할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았던 시간만큼 계기판 속 주행 가능 거리를 봐야 할 시간이 늘어날 테니까.

사실 리프를 타며 놀랐던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핸들링. 뭐랄까 카트 같은 느낌이었다. 스티어링 휠의 미세한 조작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적당한 사이즈의 스티어링 휠과 어우러진 빠른 차체 움직임이 꽤나 좋은 인상을 만들어 냈다. 반면 코너링 성능은 다소 평범했다. 리어 서스펜션은 적당히 부드러운 모습으로 승차감을 살렸고, 조금 단단한 성향의 프론트 서스펜션은 차량의 빠른 거동에 큰 도움을 줬다. 코너에서 측면으로 쏠리는 무게를 감당하는데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한계는 높지 않았다. 이는 타이어 때문이다. 리프는 미쉐린의 에너지 세이버 A/S라는 모델을 장착했다. 타이어 너비도 215mm 급. 차량 무게가 약 1580kg 내외 수준이니 친환경 요소를 담은 4계절 타이어가 감당하기엔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리프의 실측 무게는 1578kg 수준이었다. 앞쪽으로 쏠린 무게는 약 57.5%가량. 무게 배분 차원에서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치백으로는 좋은 수준의 배분이다. 하지만 일반 소형차와 달리 배터리 탑재에 의해 늘어난 무게, 이를 215mm 급 타이어가 감당해야 했던 만큼 제동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나왔다.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할 때, 꽤나 좋은 감각을 보여준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모델에서의 좋은 감각이란 내연기관 자동차와 유사한 정도를 의미한다. 노하우가 부족한 브랜드의 차를 타보면 뭔가 스프링을 밟는 것 같은 느낌이 짙다. 반면 토요타를 비롯해 이 영역에서 노하우를 구축한 브랜드의 차들은 정말 특별한 환경을 제외하고는 이질감이 크지 않다. 여기서의 특별한 경우란 긴급하게 최대 제동력을 끌어내는 환경, 쉽게는 갑자기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를 세우는 경우를 의미한다.

리프는 급격한 제동 시험에서 약 43.3m 내외의 제동거리를 보였다. 이는 43.3m의 거리를 보인 9인승 카니발이나 렉서스 RX450h와 비교가 된다. 참고로 RX450h는 다소 특별한 타이어를 사용하는데, 미쉐린의 LTX라는 제품이다. 이 타이어는 빗길에서 꽤나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데, 일정 부분 트레드가 마모되고 나면 새로운 트레드가 나오는 형태를 가진다. 다만 트레드가 너무 부드럽게 만들어져 강한 마찰(제동)이 생길 때 제동 거리를 늘려버리는 특징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리프의 제동성능은 다소 떨어진다. 다만 테스트 카인 리프가 길들이기를 겪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감안하면 최상의 컨디션에서 1~2m 정도의 제동거리를 줄일 가능성 정도는 기대할 수 있겠다. 참고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강한 제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고 단순 제동에만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즉, 회생제동 에너지를 만들어 효율을 높이고 싶다면 안전거리를 두고, 조금 여유로운 주행을 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인 운동성능 측면에서 보자면 잘 달린다는 소리를 듣는 소형차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운동 성능을 기대하며 전기차에 오르는 소비자는 없을 것. 경제성 측면에서 얼마나 이득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 팀은 리프의 배터리를 최대한 충전했다. 그렇게 확보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약 280km 내외. 하지만 이 거리를 달리기는 어렵다. 지금의 환경이 전기차에게 다소 불리하기 때문.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린 탓에 기온은 10도 내외에 머물렀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었다. 자연스럽게 히터를 켰고, 히팅 시트까지 가동했다. 비를 막기 위한 와이퍼의 가동도 물론이다. 여기에 가감속 시험이 일정 부분 포함되어야 한다. 그 결과 대략 170km 내외의 거리를 달렸다. 물론 충전소를 가기 위한 최소한의 배터리 잔량이 남았을 때의 얘기다.

닛산이 얘기하는 231km 정도의 주행거리를 기대하려면 겨울은 벗어나야 할 듯싶다. 그래도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아이오닉 일렉트릭, SM3 Z.E.과 비교하면 꽤나 설득력 있는 연비였다. 차량 자체가 보여주는 경쟁력은 충분하다. 특히나 수입차임에도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다만 우리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DC 콤보 타입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닛산은 DC 차데모를 통한 여러 가지 활용성을 바탕에 두고 이 충전 방식을 택했다. 자동차의 전력을 여러 가지 것들과 공유하는 방식. 하지만 당장 우리 피부에 와닿는 것이 아니다.

리프에는 E-페달이란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쓰면 가속페달 조작 하나만으로 가속과 감속까지 할 수 있다. 보통의 전기차들은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을 통해 감속에 걸리는 힘을 극대화해 제동에너지를 흡수하도록 하는데, E-페달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상당 수준의 제동력으로 차를 정지시킨다. 즉, 이를 통한 조작이 가능해지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그렇다면 언덕에서는 어떨까? 우리 팀이 시험한 결과 언덕에서조차 밀리지 않고 차가 정지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후 가속페달을 밟으면 다시금 차는 전진했다. 이후 페달을 놓으면 다시금 정지. 익숙해지기 전까지 이질감이 생길 수 있고, 강한 제동력이 걸릴 때 동승자들이 불편해한다는 약점이 따르지만 효율만으로 보자면 최고의 기능이다. 다만 동승자들이 불편할 수 있는 만큼, 혼자 주행하는 경우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닛산 리프는 도심을 비롯한 단거리 주행 환경에서 만족도가 높은 전기차다. 부가적인 편의 장비도 무난한 수준이었다. 또한 e-플러스라는 장거리 모델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도 좋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침체된 일본 제조사들의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상품을 내세울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 일부 국산 브랜드들은 언론을 비롯해, 여론을 이끌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여론 장악을 넘어 여론 조작이란 말조차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애초 그들이 넘보기 힘든 최상급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모르지만 대중 성격을 갖는 브랜드에게는 여간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그 속에서 브랜드와 상품의 장점을 살리려면 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는 대중 수입차 브랜드 모두에게 주어진 공통적인 숙제 중 하나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따라 한국 닛산도 시장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좋은 가격을 꾸준히 내세운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지금의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가격 정책인 만큼, 적어도 한국닛산이 펼치는 가격 정책에 대해서 만큼은 지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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