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들딸!, 아빠 드라이빙 좀 하고 올게!

당연한 얘기지만 자동차 구입에는 ‘돈’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 가족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장거리 출퇴근 용도의 르노 클리오, 혼자 즐기기 위한 포르쉐 911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이것들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극소수 소비자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형편상, 또 주차 문제라는 환경 요소 때문에 실현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 보자. ‘나도 젊을 때 골프 GTI를 탔었는데…’하며 추억에 잠길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이 생기니 결국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 같은 대중적인 SUV를 타고 있다. ‘내가 아닌 가족’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 또는 골프 GTI 같은 재미난 차를 접했던 소비자라면 이따금씩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은 ‘달리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가족을 위한 공간을 갖추면서 잘 달리는 차들도 존재한다. 포르쉐 카이엔이나 마칸 정도면 그 희망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비싸다. 여기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르쉐 마칸의 반값 정도 가격으로 마칸과 직접 성능을 겨루며, 골프 GTI 같은 감성을 낼 수 있는 차가 존재한다면? 그것도 중형급 SUV로 말이다.

이번에 인피니티가 내놓은 2세대 QX50이 그랬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팀을 놀라게 했던 모델. 이번 QX50 시승기에서는 대중적인 시선을 중심에 두고 달리기를 즐기던 젊은 아빠 세대를 겨냥해 조금 마니악하게(?) 전개하겠다.

인피니티 QX50은 원래 EX35 또는 EX37이라는 이름을 가졌었다. 당시 EX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EX35가 국내에 출시된 시기인 2008년에만 해도 ‘SUV=짐차’ 혹은 ‘SUV=못 달리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인피니티 EX는 SUV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트릴 정도로 정말 잘 달렸다. 또 스포티했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도 “SAV(Sport Activity Vehicle)라고 했던 당시 BMW X3와 비교해도 EX35쪽이 월등하게 스포티했다”고 평한다. 특히나 후륜 기반의 SUV가 전하는 느낌이 꽤나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닛산이고 인피니티다. 닛산과 GTR의 태생 자체가 포르쉐를 넘어서고 싶어 하는 도전 정신 가득한 사람들의 집단 아니었던가! EX35는 현재의 SUV 방향성으로 봤을 때 적어도 10년 이상 앞선 트렌드를 제시했던 모델임이 분명했다.

2세대로 완전히 바뀐 QX50의 첫인상. 사실 그렇게 좋지 못했다. 후륜 구동의 매력이 가득했던 4륜 방식에서 전륜 기반의 4륜으로 바꾸고, 생김새도 키 큰 해치백에서 SUV에 가까워졌다. 뭔가 뚱뚱하고 둔해 보인다.

새로운 QX50은 인피니티의 최신 디자인 특징을 모두 따른다. 볼륨감이 강조된 더블 아치 그릴을 중심으로 사람의 눈을 표현했다는 LED 헤드 램프는 날카로운 인상을 한층 키워낸다. 엔진 후드는 매우 입체적이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곡선을 크게 사용했다. 운전석에서도 엔진 후드의 곡선이 보일 정도다.

QX50은 강인하면서 한편으로 부드러워 보인다. 인피니티에서는 이를 파워풀 엘레강스(Powerful Elegance)라 표현하는데 딱 맞는 표현이다.

기존 EX와 비교해 보자. SUV다운 모습을 강조했지만 측면부에서는 스포티한 분위기가 잘 느껴진다. 엔진 후드를 길어 보이게 하고 윈드 실드(앞 유리) 각도를 낮춰 날렵하게 보이도록 했다. 불룩 튀어나온 펜더와 상대적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로커 패널도 차량을 근육질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루프라인을 쿠페처럼 다듬은 것도 최신 SUV들이 갖는 스타일. 여기에 인피니티만의 D 필러 디자인으로 스포티한 멋을 느끼게 했다.

휠은 19인치 또는 20인치가 쓰인다. 멋을 위해서, 직관적인 감각을 키우기 위함이지만 휠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분명 지나치게 큰 휠을 쓰는 제조사들이 많아진 오늘이다. 휠 안쪽에 자리 잡은 브레이크 시스템은 전륜 디스크 크기를 기존 12.4인치에서 13인치로 키웠다. 성능 향상은 물론 외적으로도 멋진 모습이다.

후면부에는 전면부와 같은 느낌의 LED 리어램프를 달았다. 여기에 리어램프를 연결하는 두꺼운 크롬 장식도 더했다. 엔진 후드와 마찬가지로 테일게이트도 입체적이다. 또 양쪽 측면에 전면부와 동일한 형태의 공기 배출구 디자인을 추가했다. 그리고 범퍼에 사각형의 크롬 머플러로 멋을 냈다. 또한 머플러 끝의 팁만 키운 것이 아닌, 실제 대구경을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생김새만 놓고 보면 1세대보다 2세대 모델이 조금 더 둔해 보인다. 공기저항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공기저항은 기존 대비 6%가량 낮아졌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90kg 이상급 초고장력 강판을 차체의 다양한 부위에 써 비틀림 강성을 23%나 높였다. 사실 Q50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인피니티 차량들의 차체 강성은 썩 좋지 못했다. 사실 다른 일본계 브랜드들도 그랬다. 하지만 Q50 이후 등장한 인피니티 모델들은 상당한 강성으로 주행 만족도를 올려주는 모습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화려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천장을 갈색으로 덮고 대시보드 중앙 부분을 남색(Navy)으로 처리했다. 나머지 하단은 아이보리 색상의 가죽으로 꾸몄는데, 색 조합이 정말 예쁘다. 또한 고급스러워 보인다.

뿐만 아니다. 나파 가죽에 스웨이드, 실제 원목과 금속 장식, 피아노 블랙까지… 고급 소재가 총집합됐다. 특히 우드 트림은 일반적인 갈색 계열이 아닌 흰색을 띠는데 정말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키운다. 또한 실내를 따뜻하게 보이도록 해준다. 최근 인피니티가 동급 경쟁 모델보다 고급스러운 소재를 폭넓게 사용하는데, 특히 QX50에서 이 부분이 돋보인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표하는 메르세데스-벤츠 GLC와 BMW X3, 적어도 소재 부분에서는 QX50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동안 많은 인피니티 모델에 쓰였던 못생긴 스티어링 휠도 멋지게 변경됐다. 최신 트렌드에 맞춰 스포크를 얇게, 시프트 패들도 스티어링 칼럼이 아닌, 스티어링 휠 좌우측에 위치한다. 사실 스티어링 휠 디자인만 바꿔도 실내 이미지가 크게 달라진다.

인피니티는 QX50에 총 4개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먼저 계기판의 디스플레이, 또한 센터페시아 상단에 8인치, 하단에 7인치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마지막으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센터페시아 상단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인포테인먼트 역할을 수행한다. 하단의 것은 공조장치나 각종 설정 변경 역할이다. 멋져 보이고 화려한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불편함이 꽤나 크게 느껴진다.

센터페시아에 디스플레이가 2개나 되니 눈이 바쁘다. 스티어링 휠에 자리한 다기능 버튼으로 센터페시아 정보를 바꿀 수 있는데, 이 버튼을 조작하고도 정보가 계기판에 표시되는지 센터페시아 상단에서 표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계기판 내부 정보를 바꾸고 싶어 버튼을 눌렀는데 센터페시아 정보가 바뀌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계기판만 바라보며 ‘왜 안될까?’ 할 때도 있었다.

센터페시아 하단 모니터를 통해 각종 설정을 바꿀 수 있는데, 정작 오디오나 공조장치 조작을 위한 별도의 물리 버튼들이 모니터 주변에 배치돼 있다. 복잡하다. 직관성도 떨어진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추가 기능이 있다지만 확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9인치 화면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운전자가 전면 도로를 보다가 20도 가량 시야를 내려서 정보를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4도만 시야를 움직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확실히 타사의 시스템과 비교해 시선의 움직임이 적어졌다. 그만큼 활용도 역시 높다. 몇몇 제조사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그저 멋있는 장식품 정도였는데 QX50의 것은 정말 좋았다. 또한 밝기가 충분해 태양빛 아래서도 정보 확인이 쉬웠다.

시트는 열선 및 통풍을 지원한다. 다이아몬드 디자인의 박음질 장식도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아무래도 SUV라는 특성상 몸을 잘 잡는 부분보다 여유로운 감각을 강조한 모습이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시트가 조금 더 몸을 잘 잡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뒷좌석은 상당히 넉넉하다. 주력시장인 북미에서는 컴팩트급, 국내에서는 중형급 정도 크기로 구분된다. 사실 동급의 수입 SUV들은 생각보다 뒷좌석이 좁다. 특히 국산 중형급 SUV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QX50의 뒷좌석은 꽤나 넉넉했다. 성인 남성도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을 공간이다. 여기에 시트백 각도 조절은 물론, 슬라이딩 기능까지 갖춰 뒷좌석 활용도를 높였다. 이 등급 모델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능들이다. 인피니티는 동급에서 가장 넓은 뒷좌석이라고 말하는데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 뒷좌석 공조장치를 포함한 3-존 에어컨 시스템이 탑재되며, 파노라마 선루프 면적도 상당히 넓다. 하지만 뒷좌석을 위한 열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적으로 889리터 수준이며, 2열 시트를 접어 1823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바닥 부분에 숨겨진 수납공간도 있어 부가적인 공간 활용도 가능하다.

QX50의 실내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사운드 시스템이다. QX50에는 17개 스피커를 갖춘 보스의 퍼포먼스 시리즈(BOSE Performance Series)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먼저 보스(BOSE)는 자동차 제조사와 함께 공동으로 개발한 사운드 시스템을 3가지 라인업으로 나눠 운영한다. 먼저 소형차 시리즈(Small Vehicle Series)가 있다. 닛산 킥스(Kicks)가 대표적으로, 소형차에서도 완성도 높은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됐다.

다음으로 퍼포먼스 시리즈가 있으며, 최상위 등급으로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시리즈(Advanced Technology Series)가 있다. 퍼포먼스 시리즈는 이름 그대로 강력한 성능의 음향 경험을 위한 사운드 시스템이며,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시리즈는 기함급 모델에서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CT6에 탑재된 파나레이(Panaray) 사운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어떻게 보면 라인업 중 중간 정도 성격을 보이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족감이 대단하다. 상당히 입체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특히 앞좌석에서의 만족감이 정말 높다. 17개의 많은 스피커 하나하나가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세밀하고 정교하다. 우리 팀 패널들은 동급을 넘어 8~9천만 원대 SUV에 탑재된 시스템과 비교해도 충분한 성능이라며 이 시스템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성능이나 공간을 떠나, 오디오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꼭 QX50을 경험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물론 QX50도 부족함이 있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비롯해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보행자까지 인식하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등의 기능은 갖췄는데, 차선이탈 경고나 차선 유지 기능이 빠졌다. 사실 인피니티에게는 프로파일럿(ProPILOT)이라는 이름의 안전장비가 있다. 또, 이 기술은 QX50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사양에 적용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제 QX50으로 달릴 차례다. 하지만 그전에 한가지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엔진이다. QX50에는 세계 최초의 가변 압축비 엔진이 들어간다. VC-터보(VC-Turbo)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 엔진은 개발부터 양산까지 20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닛산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서 개발한 차세대 엔진이란 얘기다.

VC-터보 엔진은 압축비가 변하는 엔진이다. 보통의 엔진은 흡입-압축-폭발-배기 과정을 거치며 피스톤이 왕복 운동을 한다. 이 왕복 운동이 크랭크축을 돌리고, 다시금 그 힘이 변속기를 거쳐, 구동축을 지나 바퀴를 굴리게 된다.

그리고 피스톤이 가장 밑에 있다가 가장 위로 올라가서 공기를 얼마나 많이 압축했냐를 표시해주는 것이 바로 압축비의 개념이다. 그리고 피스톤이 가장 밑에 있을 때부터 가장 위로 올라갔을 때의 부피를 표현한 것이 바로 배기량이다.

닛산의 VC-터보는 피스톤이 가장 위로 올라갔을 때의 위치인 상사점을 조절해 압축비를 변화시킨다. 이것이 바로 기술의 핵심이다. 사실 닛산 이전에도 푸조와 사브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한 엔진 개발을 진행했었다. 푸조는 커넥팅로드의 길이를 조절하려고 했고, 사브는 실린더 헤드의 높이를 조절하려는 기상천외한 시도를 했다. 물론 둘 다 양산되지 못했다.

그럼 왜 압축비를 바꾸려는 것일까? 성능과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다. 사실 요즘 엔진들이 성능과 연비를 높였다지만 이는 과거의 엔진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정말로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 최고의 출력을 내며 최고의 연비까지 갖추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성능을 높이면서 연비까지 높이려면 엔진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신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압축비를 바꿔 상황에 따라 연비를 높이는 완벽한 친환경 모드로, 성능이 필요할 때는 완벽한 고성능 모드로 바꿔주려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압축비의 변화인 것이다.

닛산은 푸조나 사브처럼 위험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대신 하모닉 드라이브(Harmonic Drive)라는 장치를 개발해 엔진에 추가했다. 쉽게 말해,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이 장치가 피스톤의 상사점을 조절한다. 덕분에 엔진의 압축비가 바뀌고 이에 따라 연료 분사 방법을 비롯한 엔진의 성격이 변하게 된다.

압축비를 높이면 연비가 좋아진다. 때문에 평균적인 가솔린 엔진의 압축비인 11:1보다 높은 14:1의 압축비를 만든다. 반대로 높은 성능을 발휘할 때는 공기와 함께 연료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때 압축비가 너무 높으면 엔진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이때는 8:1로 압축비를 낮춘다. 일반적인 자연흡기 엔진에 터보차저 튜닝을 하면, 압축비부터 낮추게 되는데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저압터보라면 기본 압축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성능을 대폭 올리려면 압축비를 낮춰야만 한다.

QX50의 엔진은 단순히 압축비만 8:1과 14:1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9:1로도 바뀌고 10:1로도 바뀔 수 있으며, 11.5:1로도 바뀔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압축비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엔진이 계속 가동 중인 상황에서 말이다. 말이 쉽지 한때는 ‘꿈의 기술’일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었다.

이렇게 엔진이 변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고효율 모드에서는 과거 VQ 3.5 엔진과 비교해 35% 가령 연비가 높아졌다. 출력과 토크가 더 높아진 것도 물론이다.

단순히 성능과 연비만 높인 것이 아니다. 엔진의 회전 질감도 부드럽다. 보편적인 엔진을 보자. 피스톤이 왕복 운동을 하고, 크랭크축은 회전 운동을 한다. 왕복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꿔주는 것이 커넥팅 로드다. 이 과정에서 커넥팅로드가 좌우로 움직이는데, 이때 피스톤을 벽으로 미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VC 터보 엔진은 하모닉 드라이브라는 장치 덕분에 보다 이상적인 왕복 운동을 하게 된다. 커넥팅로드의 움직임만 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덕분에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다. 무거운 밸런스 샤프트도 필요 없어졌다. 이는 연비에도 영향을 주는 대목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최신 엔진인 만큼 좋다는 기술은 거의 다 들어갔다. 액티브 엔진 마운트라고 해서 엔진의 진동과 반대로 움직여 진동을 상쇄시켜주는 기술이 들어갔다. 직분사와 간접 분사 모두를 사용하며 배출가스를 바로 터보차저로 보내 터보랙을 줄여주는 터보차저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 실린더 내부의 마찰저항을 44%나 감소시킨 실린더 벽 코팅,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엔진의 열을 식혀주는 가변 냉각 시스템, 역시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오일을 순환시켜주는 가변 오일펌프까지 갖췄다. 정말 많이도 넣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야말로 기존 엔진의 모든 약점을 모두 극복한 엔진 같아 보인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이것저것 신기술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과거 VQ 3.5리터 V6 엔진 대비 18kg밖에 가벼워지지 않았다. 엔진 부피도 VQ 엔진보다는 작아졌지만 그렇게 컴팩트한 편이 아니다.

지금은 새로운 엔진보다 기존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하는 것이 연비를 끌어올리는데 좋다. 그만큼 파워 트레인의 개념에서 모터의 중요성이 커진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닛산은 포기하지 않고 이 기술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양산을 진행했다. 조금은 무모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정말 닛산답다고 칭찬하고 싶다. 쉬운 길만 택하지 않았으니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조용하다. 가솔린 SUV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38.0 dBA을 보였다. 링컨 컨티넨탈, 현대 그랜저 등 정숙성을 중시한 모델과 동일한 수치다. 그보다 더 만족스러운 것은 엔진 회전에 의한 진동이 최소화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주행을 해보면 이 엔진이 보여주는 이상적인 회전 질감에 놀라게 된다. 엔진 회전수(rpm)을 올려보면 그 차이가 더 확연 해진다. 4기통 엔진이지만 회전 질감 좋다는 6기통 뺨치는 수준이다. BMW가 자랑하는 직렬 6기통 엔진, 그것이 부럽지 않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QX50의 엔진은 기술적 가치가 높다. 하지만 가치만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QX50의 2리터 터보 엔진은 충분한 힘도 갖췄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8.7Kg.m 라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 현대차가 내놓은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의 출력이 275마력이다. 하지만 QX50은 일상에서 편히, 가끔 신나게 달리기 위해 270마력대 엔진을 쓰고 있다.

가속 페달을 밟는다. 계기판 중앙 모니터를 통해 압축비가 8:1까지 낮아진다는 것이 표시된다. 조금의 터보랙이 느껴지지만 이후부터 느껴지는 가속감이 꽤나 좋다. 엔진 사운드가 과장되어 들린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QX50은 가속 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엔진 음색을 실내로 전한다.

최근 널리 쓰이는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한 것인데, 독특한 음색이라는 점이 좋긴 하나, 순수한 엔진의 음색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하지만 본격 스포츠카가 아닌, 잘 달리는 SUV라는 특징을 바탕으로 바라볼 때 타협은 가능하다.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가속력인데, 처음 QX50을 타고 놀랐던 부분이다. SUV는 세단 보다 덩치가 크다. 물론 무게가 더 나간다. 그 때문에 제원상 출력이 높아도 조금 둔하게 움직이는 차들도 많다. 하지만 QX50은 마치 핫 해치 마냥 달려나간다. 우선 QX50이 기록한 가속 수치를 보자.

우리 팀의 테스트 결과 QX50은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6.65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보였다. 이는 7세대 골프의 가속력과 비교된다. 폭스바겐의 발표에 따르면 7세대 골프 GTI의 공식 0-100km/h 기록이 6.5초다.

다수의 차량으로 발진 가속력 테스트를 해보면 제조사 발표 수치보다 소폭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한다면 QX50의 실제 가속성능은 GTI와 맞먹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GTI는 매우 빠른 차가 아니다. 하지만 GTI가 느리다고 말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이것만으로도 QX50의 가속 성능에 대한 가늠이 가능해질 것이다. 참고로 전륜구동 방식(FF)의 QX50이라면 더 빠른 가속 시간을 기록할 것 같다. 타이어 사이즈도 4륜에 쓰인 255mm에서 235mm 급으로 줄어드는데, 이 역시 가속력 향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QX50의 속도계 오차 범위는 7km/h 수준이다. 보통 편차가 작은 차들이 2~3km/h 내외인데, 다소 높은 편에 속한다. 즉, 계기판 속도가 107km/h를 가리킬 때 실제 속도가 100km/h라는 것이다.

고속으로 도약하며 속도계 수치를 바꿔 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안정감 유지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없다. 확실히 요즘 일본 차들은 과거와 달리 고속 안정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차체가 만들어 내는 안정감은 차를 믿고 달려도 된다는 믿음도 심어준다.

QX50이 가진 또 하나의 장기는 날렵한 몸놀림이다. 앞서 GTI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이 단순 가속 때문만은 아니었다. GTI가 들려준 사운드 액츄에이터의 음색과 유사한 엔진음을 냈다는 것도 동질감을 만들지만 QX50은 몸놀림에서 핫해치의 능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 이후 따라오는 차체의 반응은 SUV에서 나올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다. 그냥 골프 GTI를 크게 만든 것 같다.

사실 QX50의 동급 모델은 BMW X3, 메르세데스-벤츠 GLC, 볼보 XC60 등이다. 하지만 막상 QX50을 타보니 경쟁차들과 조금 다른 특징들이 느껴진다. 물론 SUV로의 활용성이나 공간 등 거주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운전할 때 재미가 다르다. BMW X3도 재미난 모델이다. 분명 SUV로는 잘 달린다. 하지만 QX50은 단순 잘 달리는 것을 떠나 운전 재미 자체를 크게 확대시킨 모습을 보인다.

단순 감각만 그럴까? 아니! 코너링 속도 역시 빠르다. 여기에는 서스펜션, 타이어 성능이 큰 영향을 준다.

우선 QX50의 서스펜션부터 보자. 기본 셋업은 조금 단단한 편에 속한다. 경쟁 모델 중 하나인 렉서스 NX와 비교한다면 뚜렷하게 단단하다. 그렇다면 어떤 모델을 떠올리면 될까? 다소 단단한 성향을 가졌던 메르세데스-벤츠의 GLC 350 e나 포르쉐 마칸 보다 조금 부드러운 수준으로 보면 된다. 사실 GLC 350 e가 모든 노면 조건에서 단단함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차량 특성 때문인지 일부 구간에서 다소 단단한 느낌이 커질 때가 있다. 물론 차체가 보여주는 느낌이 다르지만 순수 승차감만 보자면 그렇다. 댐퍼와 스프링의 조화, 각 노면에 따른 움직임에서도 별다른 아쉬움은 없다. 확실히 향상 평준화되는 기술을 실감하게 된다.

만약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향하는 소비자라면 볼보 XC60 등이 제격이겠지만 QX50 정도만 해도 평균에서 조금 단단한 수준인 만큼,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특유의 성능을 경험한 뒤라면 ‘타협’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날카로운 움직임, 그대로 코너에 뛰어든다. 코너 진입 속도를 높여봤지만 QX50은 쉽사리 밀려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타이어 성능이 좋다. QX50에 쓰인 OE(출고용)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아렌자(Alenza) 시리즈다. 모델명은 001이며 런플랫이다. 사실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많이 경험한 우리 팀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타이어인데, 대단히 좋은 성능을 냈다. 이 타이어는 크로스오버카를 지향한다. 트레드 패턴만 보면 단순한 3계절 같은데, 성능은 본격적인 스포츠 타이어와 맞먹는다. 참고로 이 타이어의 애프터마켓용(RE) 제품도 올해 들어와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코너링 때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감각, 실제 코너링 성능에 이르기까지 이 차를 SUV의 장르에 포함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 차 좀 타며 즐겼던 소비자가 아빠의 자리를 위해 그 즐거움을 포기하고 너무나 뻔한 SUV를 구입해 타는 중이라면, QX50으로 바꿔 타는 것을 권하고 싶다. 가족을 위한 SUV 중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차도, 정확히 이 가격대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차도 드물 테니까 말이다.

잘 달리는 만큼 제동 능력도 좋은 편이다. QX50은 시속 100km에서 정지하는데 37.9m 내외의 성능을 보였다. 테스트 카의 마일리지(주행거리)를 감안한다면 향후 조금 더 나은 제동거리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참고로 성능 좋은 제동 시스템은 길들이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성능을 일정한 수준으로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팀이 테스트한 현대 팰리세이드는 매 시험마다 제동 거리를 크게 늘려 나갔다. 보통 5회 정도 제동 시험을 하는데, 최종적으로 4~5m 늘어난 제동거리를 보였다. 다양한 차를 테스트해 봤지만 이 정도의 편차는 꽤나 큰 편에 속한다. 인피니티 QX50은 최대 편차 1.5m 내외를 기록했다. 최대로 늘어져도 40m 미만의 성능을 유지한다는 얘기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의 감각, 힘을 적당히 쓰면서 최대 제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이는 여성 운전자들도 안전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앞뒤 디스크 모두 벤틸레이트 구조로 만들어졌다.

인피니티 QX50의 엔진 힘은 4륜 구동 시스템을 통해 전달된다. 과거 EX35(EX37) 당시엔 후륜 기반의 4륜 구동 시스템이었는데, 대부분의 영역에서 후륜에 구동력을 집중시키고, 코너링 또는 미끄러운 노면을 만났을 때 앞바퀴에 구동력을 보내 안정화를 취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전륜구동 기반의 시스템이다. 평상시 대부분의 동력을 앞바퀴로 보내고, 미끄러운 환경 및 코너링 때 뒷바퀴로 최대 50%의 구동력을 보내 안정화를 취하는 방식이다. 과거의 것이 약한 오버스티어 경향을 보였다면 지금은 약한 언더스티어를 기초로 하는 특성을 갖는다. 운전 재미나 감각적 요소를 중시한다면 과거의 것이 낫지만 일반 운전자 입장에서는 후자의 것이 낫다.

이처럼 QX50은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기반으로 하지만 탄탄한 타이어 그립, 탄력성 좋은 구동 시스템 덕분에 빠른 주행 때도 부담이 크지 않다. 사실 어지간히 잘 달린다는 SUV들 조차 명함을 내밀기 힘든 수준으로 볼 정도다. 굳이 코너링 성능을 비교하자면 포르쉐 마칸 정도를 떠올릴 수 있다. 마칸은 스포츠카 브랜드의 일원답게 여유로운 성능을 가진 타이어와 탄탄한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빠른 코너링 성능을 유지해 나간다. 참고로 마칸에는 다양한 엔진이 탑재되는데 디젤 사양과 비교한다면 QX50 쪽이 더 빠르다. 가속력만 봐도 그렇다. 다만 2.0T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마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확히 옵션으로 제공되는 크로노 패키지를 장착한 마칸의 가속력이 조금 더 빠르다. 하지만 기본형 마칸에 옵션을 더하는 순간 1억 원 내외의 가격까지 접근하게 되기에 가성비 차원으로 본다면 QX50이 유리해진다.



과거 인피니티의 전성기는 G 세단 및 쿠페 시절이었다. 한국 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2천만 원 이상 비싼 BMW 335i와 유사한 성능을 내면서도 5천만 원 내외의 가격을 가졌던 만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꽤나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덕분에 인피니티에게는 가성비가 좋다는 칭찬이 따라다녔다. 이후 모델인 Q50 S 세단도 꽤나 좋은 가성비를 보였지만 시장에 다양한 차들이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반면 QX50은 과거 가성비를 중시하던 인피니티의 혈통을 따른다. 적어도 기대보다는 잘 달려주는 차임에 분명하다.

QX50은 정말 잘 달렸다. 가속은 물론 이상적인 핸들링 성능을 갖췄고, 특히나 코너링 성능이 인상적이었다. 제동력도 좋았다. 승차감이 최상은 아니지만 안정감 있는 움직임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오히려 출렁거리지 않는 이와 같은 스타일에 더 점수를 줄 것이다. 여기에 동급 최고 수준의 뒷좌석 공간도 경쟁력을 키운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닛산, 인피니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아무래도 신차가 제한적인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QX50은 충분히 승산 있는 모델이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QX50에 어떻게 소비자들을 탑승 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일단 시승만 할 수 있다면 구입 확률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QX50의 주행 연비는 어떨까?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로 크루징 할 때 12~13km/L 수준을 보인다. 사실 고저차가 없는 평탄한 노면을 만나면 연비가 높아지지만, 약간의 오르막만 만나도 압축비를 낮추며 성능을 높이는데 집중하려 한다. 이는 엔진의 반응성 향상에 도움을 주지만, 연비 측면에서는 조금의 불리함이 있다. 정속 주행 상황에서는 엔진의 압축비 변화를 조금 제한하면 좋을 것 같다. 시내 주행 연비는 대략 8km/L 내외 수준이다. 여기에 즐거운 드라이빙(?)을 가미하면 7km/L 수준까지 연비가 떨어지긴 한다. 즐거움(?)에 대한 지출이다.

정리해 보자. 지금의 30대 후반~50대 소비자 중 일부는 과거 달리기를 즐겼던 소비자들이다. 지금은 과거를 잊고 아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자리를 위해 차도 바꿨다. 도로를 달리는 골프 GTI나 벨로스터 N 같은 차를 보면 그저 과거 회상과 함께 미소만 지어진다. QX50은 그런 소비자들을 위한 모델이다. 골프 GTI와 유사한 체감 요소들, 여기에 포르쉐 마칸 디젤을 능가하며, 마칸 2.0T와 견줄 수준의 성능을 갖고 있다. 물론 마칸의 밸류까지 따라갈 수는 없지만 가성비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다.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한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는 덤이다. 오랜만에 인피니티가 눈에 띄는 차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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