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팰리세이드, 브레이크 옵션이 사라졌다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9.02.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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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내놓은 대형급 SUV, 팰리세이드의 인기가 상당하다. 특히 다수의 승객과 여행길을 꿈꾸는 소비자라면 펠리세이드가 보여주는 매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차체 크기에 걸맞은 넉넉한 실내공간, 3개의 유아 시트 장착이란 요소는 미니밴을 그리던 소비자까지 흡수하는 경쟁력이 된다.

사실 보편적인 소비자 입장에서 7인승 모델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특히나 4인 미만의 승차 환경이 주를 이룬다면 3열 시트는 그저 트렁크 공간 아래 묻힌 불필요한 짐에 불과해진다. 반면 2명의 이상의 자녀, 여기에 부모님과의 이동 환경을 고려하면 3열은 옵션이 아닌 필수품이 된다.

많은 승객이 탑승한다는 것. 이는 자동차의 전체 중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팰리세이드 3.8 AWD 모델을 예로 보자.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 1980Kg 내외의 차체 중량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70Kg 내외의 성인 남성이 탑승한다면 총중량은 2050kg 내외로 증가한다. 여기에 동승자를 비롯해 5명의 추가 승객이 탑승한다면 어떨까?

평균 60Kg의 승객 5명이 탑승한다고 고려하면 약 300Kg 가량 능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에 있어 무게 증가란 다양한 성능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된다. 우선은 가속력이 느려진다. 사람도 무거운 가방을 메고 최대한 빨리 달리기 어렵다. 또한 늘어난 무게는 연비를 떨어뜨리는 문제도 낳는다. 제동거리가 늘어남도 물론이다.

오토뷰 팀의 테스트 결과 펠리세이드는 시속 100km에서 정지하는데 38.4m 내외의 거리를 필요로 했다. 이는 최초 시험했을 때의 결과다. 이를 감안하면 유사 차종 가운데 가장 짧은 거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험이 5회까지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1회차에서 38.4m 내외를 보였지만 최대 4~5m 이상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보통의 시험은 운전자 1명 승차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이 상황에서도 브레이크가 다소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성능 좋은 브레이크 시스템은 수차례 시험이 반복되어도 1m 안쪽에서 제동거리를 유지해 나간다. 다소 늘어날 경우도 2m 내외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팰리세이드의 최대 탑승인원인 8명이 승차했다고 생각해 보자. 증가한 무게만큼 제동 거리는 대폭 늘어나게 된다. 특히나 고속에서 제동력을 끌어낼 때는 부담이 더 커진다. 이에 현대차는 추가적인 제동력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TUIX(튜익스) 옵션으로 알콘(Alcon)이 만든 브레이크 시스템을 옵션으로 제공했다. 6개의 피스톤을 가진 캘리퍼는 보다 강한 힘을 바탕에 두고 고른 힘으로 패드를 마찰 시킬 수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이런 성능이 필요치는 않다. 그렇기에 현대차도 이를 옵션으로 돌린 것이다.

알콘은 F1 머신용 브레이크는 물론 고성능 브레이크를 대표하는 제조사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 옵션이 갑작스레 사라졌다. 차량 판매 이후 1년 정도가 지났다면 판매량 감소에 의한 옵션 삭제로 볼 수 있지만 출시 2개월도 안된 차에서 옵션이 사라진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부품 수급 문제라고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제공하던 옵션을 갑자기 삭제한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실제 이 옵션을 선택했지만 이 옵션을 제외한 상태서 차량이 인도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일부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현대차 연구원들은 N.V.H(소음 진동)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쓴다. 브레이크에서 '끽끽' 거리는 소음이 날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성능을 낮추더라도 소음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많다.

처음 제네시스 쿠페가 시장에 나왔을 때 브렘보(Brembo) 브레이크를 장착한다는 내용을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 제네시스 쿠페는 브레이크 제조사 명성만큼의 성능을 내지 못했다. 디스크와 마찰하는 패드 면적의 30~40%가량이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60~70% 내외 면적으로 디스크와 마찰했기에 성능이 떨어졌다. 당시 현대차는 패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다. 제조사를 욕할 소비자들도 많겠지만 이는 우리 시장이 소음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뿐 아니라 현대차 고위 임원들조차 소음에 민감하다.

팰리세이드는 대형급 SUV다. 이 차로 서킷을 달리거나 고속 질주를 위해 브레이크 옵션을 택할 소비자는 소수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를 택했다면 이는 보다 안전한 주행 환경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애초 옵션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제공한 옵션을 슬쩍 삭제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기는 어렵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다른 외장 및 내장 옵션처럼 부품 하나 빼고 바꾸는 간단한 작업으로 변경되지 않는다. 때문에 다수의 소비자가 이를 요구할 경우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상품 기획자는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옵션을 구성했어야 한다.

당장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옵션을 뺀 뒤 소비자들에게 차를 인도하는 것 자체에 대한 시선이 곱기는 어렵다. 특히나 브레이크는 안전사양이다. 소비자가 조금 더 높은 안전 사양을 요구한다면 제조사는 이에 응해야 한다. 옵션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이 옵션을 달려면 약 270만 원을 추가해야 한다. 하지만 제공되던 옵션 삭제에 대한 안내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의 소비자 인도 시기가 지연되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을 갖춰 출시될 수 있도록, 그 시기에 많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조사의 역할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자사의 최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대표하는 G90 신차발표회를 등지고, 미국서 진행된 팰리세이드 발표 현장을 찾았다. 팰리세이드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팰리세이드는 잘 만들어진 SUV 중 하나다. 또한 현대차를 대표하는 최고급 SUV다. 최고에 걸맞은 최고의 서비스. 제품 출시에 앞서 수요 조사를 통해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어야한다. 또한 제공되던 옵션의 (임시)삭제에 대한 홈페이지 안내가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이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현대차가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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