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난 차가 무사고로 팔리는 이유?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8.12.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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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에겐 무관한 일이지만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차량 구입 후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무사고라는 딜러의 말을 믿고 구입했는데, 막상 구입하고 보니 사고 차량이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무사고의 개념은 완벽하게 사고가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접촉사고라는 개념도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중고차 딜러들이 말하는 무사고의 개념은 다르다. 소위 말하는 큰 사고가 난 경우를 사고 난 차로 분류하는 것이 보통이다.

중고차 사이트의 매물을 보면 무사고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단순 교환’이란 표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의 단순 교환이란 가벼운 접촉 사고에 의해 펜더를 비롯한 일부 패널을 교환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와 같은 가벼운 접촉 사고가 자동차의 성능이나 안전성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의외로 큰 사고가 났던 차량임에도 단순 교환이라고 표기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소비자들이 사고 여부를 직접 따져야만 안전한(?) 차량 구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고차 구입 때 ‘중고자동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가 제공되지만 오래전에 사고가 나 수리한 경우 식별이 안 되는 경우 사고 내용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동차 수리 기술도 향상돼 감쪽같이 고쳐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동차는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상품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고가의 차를 구입하면서 단지 딜러의 얘기만 믿고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카히스토리(www.carhistory.or.kr)를 이용하면 각 자동차의 사고 여부, 사고에 의해 소요된 비용을 알 수 있다. 간단한 수리 내역이 공개되는 만큼 자동차의 파손 정도와 사고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차량 한 대당 조회 비용도 1천 원 내외다. 하지만 수백만 원 이상의 상품을 구입하며 수천 원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많다. 간단한 조회만으로 사고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이를 귀찮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이를 통한 정보가 100%의 신뢰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 또는 자기 차량 손해에 대한 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경우 자비로 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카히스토리에서 조회되지 않는다.

또한 정식 유통망이 아닌, 직수입한 수입 차들도 위험에 노출된다. 예로 미국에서 직수입된 아우디 차량을 구입하려 계약금을 치렀던 소비자 A 씨는 차량의 매트가 순정품이 아니었던 점, 주유구 커버 안쪽에 흙이 묻어있는 점을 의심해, 해당 차량의 반출국 미국 내 사이트인 카팩스닷컴(www.carfax.com)에서 차대번호로 조회했다. 그 결과 해당 차는 미국 내 자연재해로 침수, 전손 처리한 차량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차를 판매하려던 딜러는 이를 몰랐다며 계약금 일부 반환, 또는 차를 구입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무상수리를 해주겠다는 안을 내놨다. 전액 반환을 요구했지만 매매상은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나왔다. 결국 A 씨는 계약금 일부를 포기했다.

스포츠카 구입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서킷을 달리다 사고가 난 차량들은 정상적인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경우 운전자가 차량 수리비를 모두 지불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보험 사기가 극성을 부린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내기에 부담이 되니 차를 외딴곳으로 옮겨 사고 난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비 양심적인 경우지만 보험사들에 의해 적발되는 경우도 많다. 보험 사기라 해도 보험을 통해 수리를 하면 사고 이력이 남는다. 하지만 차를 가져가 자비로 수리하는 경우 사고 이력이 남지 않는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싼 제품을 구입하는데 열을 올린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은 차량 가격이 너무 저렴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차량에 대해서는 구입을 꺼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누가 봐도 좋은 상품을 싼값에 파는 판매상은 없다는 얘기다. 스스로 판매자의 입장이라고 가정해 보자 시세 보다 싸게 팔고 싶겠는가?

눈앞의 상품에 현혹되기 보다 사고 차량 인지, 완벽한 무사고인지, 부분적인 사고에 의한 가벼운 수리를 마친 차량인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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