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스톤 투란자 T005A vs GR100 vs ER300 성능 비교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8.12.04 18:15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리지스톤 타이어에는 투란자(TURANZA)라는 라인이 있다. 타이어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특히나 수입차를 타고 있다면 투란자 시리즈를 만났을 확률이 더 커진다.

투란자 시리즈는 승차감과 내마모성 부분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타이어다. 모난 것 없이 무난하기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 투란자 라인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투란자 EL400, EL440, EL450 등은 대부분 신차 출고용 타이어로 쓰인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지기에 각 자동차와 궁합이 좋다. 보통은 북미 시장 특성에 맞춰 오래 쓸 수 있도록 내마모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대신 마른 노면 주행 성능 일부가 타협된다. 참고로 EL400의 마른 노면 성능이 아쉬웠는데, 후속인 EL440은 성능이 좋아졌다. 참고로 EL450은 고급 대형 세단인 렉서스 LS에 쓰인다.

투란자 라인에서 중심이 된 것은 범용 타이어인 GR-100 이었다. 승차감과 소음을 앞세운 제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전 세대 모델인 GR-90이 더 낫다는 의견도 냈다.

이번 시험에 나선 ER300은 투란자 라인업에서도 고성능 모델이다. 특히 유럽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핸들링 성능에 특화돼 있다. 폭스바겐 골프 GTD, GTI 등에 기본 장착된다는 것만 봐도 이 타이어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투란자 라인업에 신제품이 하나 추가됐다. 모델명 T005A다. GR-100의 후속 모델이자 투란자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로 분류된다. 한마디로 투란자 라인업에서 가장 좋은 타이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투란자 모델과 다른 모습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특히 성능과 성격이 많이 달라졌을까? 차이가 있다면 체감으로 얼마나 다를까?

T005A의 성능 확인을 위해 GR-100, ER300과 비교 테스트를 진행해 봤다.

사실상 이 같은 자사 간 모델 비교는 우리 팀에게 부담이 적다. 각 타이어들의 특징에 따라 분류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경쟁사들과의 비교다. 특히나 국산 타이어 제조사는 이런 시험을 꺼려 한다. 가만히 있으면 1등인데, 굳이 카드를 보여 손해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에서는 제동성능, 소음, 슬라럼, 원선회 등을 진행했다. 테스트는 수차례 진행했고, 최대 기록과 최소 기록을 제외한 나머지 기록의 평균 값을 사용했다. 그리고 기자들의 감성 측면을 더해 최종적인 결과를 냈다.

우선 마른 노면에서의 제동 성능부터 확인해 보자.

T005A는 매우 인상적인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비교 타이어 중 가장 짧은 제동거리다. 체감으로도 빠른 반응과 강한 접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체감으로는 GR-100이 가장 밀린다고 느꼈다. 하지만 실제 제동 성능이 수준급이었다. 오히려 의외였던 것은 ER300인데, 마른 노면 제동성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마른 노면 제동성능을 중시하지만 유럽에서는 젖은 노면 제동성능에 관심이 많다. 흐리고 비 오는 환경이 잦은 탓이다. 국내에도 장마철을 비롯해 비 오는 날이 많기에 젖은 노면 제동 성능에 관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참고로 스포티한 성향의 타이어들도 이와 같은 마른 노면 성능에 비중을 둔다.

타이어가 전하는 체감, 아무래도 사이드월(타이어 옆면), 트레드 패턴의 단단함 덕분인지 ER300이 스포티한 느낌을 전했다. 하지만 체감과 측정 결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젖은 노면 성능을 보자. 여기서도 T005A의 제동거리가 가장 짧았다. 거리도 짧았지만 물길에서도 불안한 움직임이 없다. 소비자들도 젖은 노면을 달리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ER300이 좋은 성능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유럽 시장 공략용 타이어이기에 젖은 노면 성능이 좋았다. GR-100 대비 짧은 거리다. 그렇다고 GR-100이 크게 부족한 성능을 보인 것도 아니다. 평균 15cm 가량 밀려나 성능 면에서 ER300와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제동성능을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슬라럼 테스트를 통해 핸들링 성능을 확인해 보자. 우리 팀은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만든 ER300의 성능이 가장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는 어땠을까? 역시 ER300이 가장 앞섰다. 사실상 압도적인 차이였다. 여느 스포츠 타이어를 다룰 때처럼 직관적이면서 빠른 응답성이 좋았다. 이 순간만큼은 ER300이 승자였다. 끈끈하게 도로를 쥐고 달리는 느낌도 마음에 든다. 스티어링 휠(핸들)을 돌릴 때 비치는 민첩한 반응, 특히 변형이 적은 사이드 월의 감각도 좋다.

T005A는 GR-100과 ER300의 중간 느낌을 보여주는데, 미끄러짐이 발생하는 것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부드럽게 한계를 넘어섰다 빠르게 그립을 찾아내는 특성이 있어 소비자들이 차의 한계를 파악하기 쉽겠다.

사실 T005A와 GR-100의 성능 차이는 크지 않았다. 속도만 따지면 큰 차이 없다. 하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에서는 꽤나 차이가 난다. 스티어링 휠(핸들)을 돌릴 때의 반응성에서 확실히 T005A가 앞선다.

다음은 원선회 테스트다. 여기서는 타이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 중력 가속도를 측정한다. 타이어가 얼마나 노면을 붙잡고 있는지 확인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앞선 슬라럼 테스트가 순간적으로 변화는 횡가속도에 의미를 둔다면, 원선회는 한쪽 방향으로 일정한 힘이 작용할 때의 한계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순수한 접지력은 T005A가 가장 높았다. 차량의 앞 바퀴가 미끄러지는 언더스티어와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도 최소화됐다. 덕분에 꾸준히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나머지 타이어는 특성에 따라 차량이 미끄러지는 성격이 달라진다. GR-100은 오버스티어가 발생했으며 ER300은 언더스티어를 보였다. 물론 한계 성능은 GR-100 보다 ER300 쪽이 더 높았다.

ER300은 제동력 확인 때 일부 아쉬움을 보였지만 단발적인 환경이 아닌, 꾸준한 힘을 받는 조건에서 힘을 쓰기 시작했다.

컴포트 타이어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정숙성이다. 그렇다면 투란자 라인업의 3가지 모델은 정숙성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여기에서도 유럽시장에 포커스를 맞춘 타이어의 성격이 드러난다. 소음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ER300이 정숙성 부분에서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부족하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분명 다른 일반 타이어보다 정숙성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GT-100이나 T005A 보다 부족했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참고로 보통의 중형차들이 225mm 급 타이어를 장착하고 달릴 때 60.0 dBA 전후의 소음을 낸다.

컴포트 타이어를 지향했던 GR-100은 조용했다.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만 T005A는 여기서 한 번 더 향상된 정숙성을 보였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성능, 투란자 T005A

T005A는 승차감 부분에서 독특한 감각을 전달한다. 노면 진동을 처리한다기보다 묵직하게 눌러주는 감각이다.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처리해주기에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느낄 수 있다. 타이어가 너무 촐랑거리는 느낌을 주면 승차감에서 좋지 못한 점수를 받게 된다. 반면 T005A는 좋은 성능을 냈다. 또한 적당히 부드러움을 느낌을 줘서 좋았다.

빠르게 달려도 안정적이다. 빠른 속도에서도 타이어가 차량을 이끄는 감각이 좋았다. 특히 스티어링 휠 조작 때 드러나는 반응이 좋다. 덕분에 차량이 한층 경쾌하게 움직여 준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빠르게 차량을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접지력 한계도 높은 편이다. 물론 한계에 들어설 때 타이어가 소리를 질러대지만 여유 마진이 적당히 남아 있다. 덕분에 한계를 읽기 쉽고 다루기도 쉽다. 또한 접지력의 한계를 넘어섰다가 다시금 접지력을 회복하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 테스트한 3개 모델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성능을 냈다.

젖은 노면에서의 직관적인 성능도 좋았지만 차량이 코너를 돌 때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다. 노면에 물이 많아도 노면을 잘 붙들어 줬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투란자 T005A는 300마력대 미만의 고급 세단과 잘 어울린다. 또는 적정 성능을 가진 준중형~준대형급 국산차와의 매칭도 좋다. 적정 수준의 성능을 추구하면서도 일상에서의 편안함을 바라는 소비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타이어다.

편안한 승차감, GR-100

GR-100은 노면에서 느껴지는 자잘한 진동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점이 좋았다. 장거리 주행에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요소다. 사이드월도 부드러워 스프링에서 쇼크를 처리하기 전에 타이어에서 대부분 충격을 흡수해주는 느낌이다.

속도를 올려도 부드러운 성향에 변함은 없다. 성능은 다소 평범하다. 그 때문인지 전 세대 모델인 GR-90의 성능이 더 낫다는 의견도 많다.

마른 노면에서는 아무래도 다른 모델 대비 한계를 보인다. 접지 한계 자체가 낮아 차량의 성능을 모두 받아내지 못한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차량 앞 부분의 반응 속도도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다. 직관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승차감이라는 부분이 경쟁력이 되는 만큼 이 부분에 의미를 두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데 문제는 없다. GR-100이 어울리는 차는 궁극적인 성능보다 승차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급 세단 등이다.

편안함에 스포티한 성격까지 겸비한 ER300

ER300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타이어 중 하나다. 특히 빠른 차체 움직임을 이끄는데 도움을 줬다. 쉽게는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을 확보하는데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GR-100과 반대 선상에 있는 타이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동일한 공기압이 들어있다고 해도 ER300쪽이 단단한 감각을 전한다. 그만큼 자잘한 진동도 부각되는 편이다. 직설적인 감각을 전달한다고 보면 된다.

이는 운전자와 자동차 간의 일체감을 잘 살려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 소비자들이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지 쉽게 알려줄 정도로 성격이 뚜렷했다. 마른 노면보다 젖은 노면 제동 성능이 더 뛰어났다는 점도 성격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편안한 타이어라는 본분도 잊지 않았다. 정숙성도 충분히 좋았으며 기본적으로 편안한 승차감을 만들어내는 부분에서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성능이라는 부분이 부각되면서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타이어가 됐다. 이 타이어의 추천 차량은 고성능 지향의 세단 및 해치백 등이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