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팔지 못해 발 동동… WLTP가 뭐길래?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8.11.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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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배출가스 인증 방식인 WLTP가 시행되자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신차를 공개했지만 정작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없는 신차로 전락해버리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타격은 판매량이 말해주고 있다. 유럽 자동차제조협회인 ACEA에 따르면 WLTP 인증 문제로 2018년 9월 유럽의 신차 판매량은 112만 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 판매량인 147만 대와 비교하면 무려 23%나 감소한 것이다.

판매량에 빨간불이 들어온 제조사는 폭스바겐 AG이다. 폭스바겐에서만 52%, 아우디 67%, 포르쉐는 67%나 판매량이 급감했다. 특히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디젤뿐 아니라, 가솔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WLTP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로 인해 포르쉐의 파나메라 하이브리드, 카이엔 하이브리드, 폭스바겐의 골프 GTE와 파사트 GTE 등 모델은 기준치 이상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발생을 이유로 판매가 중단됐다. 특히 포르쉐는 WLTP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파나메라 하이브리드와 카이엔 하이브리드의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S-클래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역시 출시 시기가 연기됐다. 배출가스 인증을 받지 못하면 합법적으로 도로를 달릴 수 없기 때문에 제조사들에게 WLTP는 일시적인 판매 금지 명령이나 다름없다.

국내 시장의 WLTP 인증 대상은 디젤차에 국한된다. 유럽보다 수월한 편에 속하지만 디젤차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수입차 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9월 이후 생산된 모델은 다시 WLTP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수입사에서 무더기로 인증을 받기 위해 몰리면서 신차 공급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고 모델까지 대부분 소진하면서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9월 1943대만 판매하는데 그쳤다. 전년대비 65.3%, 전월대비 35.6%나 감소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신차 인증 신청을 아예 하지 않았다. 신차를 출시해도 소비자 인도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WLTP 인증은 향후 신차를 개발하면 반드시 시험을 거쳐야 하는 세계 표준 자동차 시험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국내를 비롯해 미국·유럽·일본 등은 자국의 도로 사정과 운전자의 운전습관 등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자동차 인증 제도를 운용했다.

하지만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 시 국내외 도로 주행 조건을 반영하지 못하여 실도로 주행 여건과 상이하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전 세계 33개 주요 국가가 참여해 도로 주행 여건을 반영한 국제 표준 자동차 인증 제도를 개발한 결과가 WLTP다. 이에 대한 연구개발은 국제연합 유럽 경제위원회(UN-ECE: 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의 WP. 29(World Forum for Harmonization of Vehicle Regulation)에서 자동차 관련 규정의 표준화 활동을 통해 주도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UN-ECE 산하 자동차 배출가스 및 에너지 분과(GRPE: Group of Pollution and Energy)에서 인증 모드와 기술적 절차를 포함한 환경 및 에너지 관련 자동차 규제 안을 논의한다.

WLTP 인증을 통해 자동차가 내뿜는 배출가스 허용 기준이 수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험 주행 시간이 현행 1180초에서 1800초로, 주행거리는 11km에서 23.26km로 늘었다. 또, 평균 속도는 46.5km/h, 최고속도는 131.3km/h로 상향됐다. 그만큼 자동차는 더 빠른 속도로 오래 달려야 한다. 이는 엔진이 더 많은 힘을 내야 한다는 뜻이고, 결국 더 많은 배출가스 발생을 야기한다. 대다수 제조사가 인증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다.

물론 WLTP와 관련된 난항 속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제조사도 있다. PSA 그룹이다. PSA 그룹은 지난 9월 푸조, 시트로엥, DS의 모든 승용 차량이 WLTP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PSA 그룹은 2015년부터 WLTP의 도입을 적극 지지해 왔다. 새로운 기준 도입 이전인 2016년에는 자동차 업체 최초로 실제 주행 환경 조건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PSA 그룹의 1천여 대가 넘는 모델들의 연비와 질소산화물(NOx) 및 입자 개수(PN) 배출량 데이터 등의 결과를 각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WLTP란?

Worldwide Harmonised Light Vehicle Test Procedure의 줄임말로 국제 표준 배출가스 측정 방법으로 통용된다. 2007년 일본의 제안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2014년 5월 공식 발표됐다. 신차는 2017년 9월부터, 기존 차량은 2018년 9월부터 적용된다. 배출가스 허용 기준은 같지만 측정을 위한 시험주행시간(1180초→1800초), 거리(11㎞→23.3㎞), 평균속도(33.6㎞/h→46.5㎞/h)가 모두 늘어나 더욱 시험 환경이 더욱 가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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