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9 판매량에 빨간불?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8.10.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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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효과 막바지…EQ900 페이스리프트 모델 가세

기아차를 대표하는 것은 대형 세단 K9이다. 1세대 K9은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고급차를 표방했지만 대중 브랜드의 태생적 한계, 특히나 국산 브랜드 최고로 꼽히는 에쿠스(EQ900)이 있었기에 그 이상의 가치를 내지는 못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인기 때문에 할인율이 높았고 이에 K7의 상급 트림을 노리던 일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를 비롯해 5.0 엔진을 탑재하는 등의 변화를 추구하려 했지만 K9은 그저 큰 차체를 가진 대중적인 세단 이상의 가치를 갖지는 못했다.

그렇게 2세대 K9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초기 판매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특히나 고급 택시 등 영업을 위해 활용되는 차량으로 인기를 끌었다. 같은 이유로 노란색 번호판을 장착한 K9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2세대 K9도 단순한 대형 세단 이상의 가치를 갖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는 수입차의 중형 세단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같은 이유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등과 비교되길 원했다. 하지만 E-클래스나 5시리즈 소비자들이 접근하기엔 한계가 따른다. 우선 K9은 큰 차일뿐 고급차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중시되는데, 어떤 경우는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제품을 고르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에게 현대차의 서브 브랜드 역할을 하는 기아차 상품을 구입해달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다.

최근 기아차는 스팅어를 비롯해 K9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스팅어는 기아차가 내놓은 야심작이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제네시스 G70에 크게 밀리고 있다. 유사한 가격을 갖지만 밸류(가치)에서 G70을 능가하지 못했기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다. 같은 가격에서 더 저렴한 이미지를 갖는 차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조금 더 가치 있어 보이는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G70 대비 성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굳이 비교를 한다고 해도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기 때문. 때문에 스팅어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기아차가 제시한 프로그램은 차 값의 50%를 선지급해야 혜택이 주어지는데 50만 원의 캐시백과 1.5% 수준의 저금리 혜택이다. 하지만 초기 납부율이 높은 편이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다소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기아차는 K9 살리기에 나섰다. 아직까지는 잘 팔리는 모델로 포장하고 있지만 기아차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아차는 지난 4월에 판매에 들어간 K9에 대한 TV 광고 등을 재개했다. 통상 TV 광고는 신차가 막 나왔을 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잘 안 팔릴 때 관심을 받기 위한 카드로 쓰인다. 여기에 차량 가격의 10%만 선수금으로 내면 저금리 할부로 차를 내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통상 잘 팔리는 모델에 이런 마케팅 방법이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이와 같은 마케팅은 재고 모델을 떨어내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에서는 K9의 판매량이 하향세를 그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영업일수가 적었던 9월은 그렇다 해도 점차 떨어지는 판매량을 방어하는 데 한계에 와있다고 보는 시선도 많다. 여기엔 초기 판매량을 이끌어주던 법인과 영업차 수요들이 어느 정도 차를 구매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더 나아가 악재는 조만간 제네시스를 대표하는 G90(기존 EQ900)의 부분 변경 모델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제네시스는 국산 차이지만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브랜드의 최상급 모델이 G90이다. 사실상 K9이 승부수를 띄우려면 G90과 직접 맞서야 하지만 그룹 내부 서열로 봐도 현대차의 서브 브랜드 역할을 하는 기아차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와 맞서긴 어렵다.

때문에 소비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기아차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고급 브랜드나 고성능 브랜드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브랜드를 하나 늘린다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에게 있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올해 등장한 K9의 초기 판매량이 탄력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제네시스 EQ900의 페이스리프트 때문이었다. 실제 페이스리프트를 앞둔 EQ900은 매달 꾸준한 판매량 저하를 보였다. 인기가 시들한 것이 아니라 신모델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G90(EQ900) 신모델이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급차를 원하는 수요층은 단순 크기 때문이 아니라 차량과 브랜드가 갖는 가치를 원하고 이 경우 K9의 상급 트림 소비자들이 G90(EQ900)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같은 이유로 당분간 기아차는 K9의 판매량을 방어하기 위해 더 다양한 마케팅 솔루션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번 떨어진 판매량을 높인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기아차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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