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대 고급 세단 비교] 벤츠 CLS vs 마세라티 기블리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8.10.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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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트렌드를 쫓을 것인가 아니면 전통과 감성을 추구할 것인가?

메르세데스-벤츠 CLS가 3세대 모델로 바뀌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공개된 이후 현재까지 소비자들에게 판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 인증이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딜러와 소비자 모두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CLS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차량 구입을 위한 시간이 주어지면서 대안이 되는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E-클래스의 최상급 모델인 E400 또는 BMW의 540i xDrive를 감안하지만 CLS의 가격이 9990만 원부터 시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유사한 마세라티 기블리와 비교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렇다면 출시된 지 일정 시간이 된 마세라티, 지금 막 나온 벤츠 CLS를 비교한다면 어떨까?

사실 마세라티 기블리와 메르세데스-벤츠 CLS는 경쟁 자체가 모호하다. 엄연히 따지면 CLS의 경쟁 모델은 BMW 6시리즈 그란쿠페와 아우디 A7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CLS의 가격이 1억 원대까지 높아지고 기블리의 가격이 1억 원 초반으로 내려오면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것. 국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잘 안 팔리는 모델도 가격 할인이 커지면 매진 사례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동급 경쟁 모델이 아닌 비슷한 가격대 구성된 경쟁 구도 안에서 CLS와 기블리를 비교한다면 각각 어떤 부분들에서 우위가 가려질까? 또한 어떤 소비자들에게 어떤 모델이 더 어울릴까?

이를 두고 우리 팀 내부에서도 설전이 이뤄졌다. 그리고 몇몇 요소를 기준에 두고 단순 비교를 해봤다.

브랜드 가치 : 기블리 > CLS

기블리가 1억 원 초반부터 시작되는 가격을 갖는다. 하지만 기블리는 마세라티라는 럭셔리 브랜드 가족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브랜드가 바로 럭셔리 브랜드이기에 순수 가치 측면에서는 기블리가 앞선다.

단순히 ‘삼지창 로고’와 ‘3포인트 스타’의 차이가 아니다. 지금의 럭셔리 브랜드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세라티는 지금도 수제작 엔진, 수제작 가죽 & 실크 마감, 수제작 스티칭 등 많은 부분이 장인들의 손을 통해 완성된다. 같은 자동차지만 ‘공장’에서 양산되는지, ‘공방’에서 양산되는지는 가치를 따질 때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첨단 장비 : CLS > 기블리



CLS는 4도어 쿠페 장르를 개척한 장본인이다. 지금의 아우디 A7이나 BMW 6시리즈도 CLS가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CLS는 메르세데스-벤츠에 있어서 혁신의 아이콘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이어 가기 위해 3세대 CLS는 각종 첨단 및 신기술들을 갖추고 돌아왔다. 사실 막바지에 있던 2세대 CLS는 새로운 E-클래스와 달리 첨단 장비를 갖추지 못했고 이제서야 그 장비들을 이식받게 된 것이다.

실내에는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 탑재되며, 반자율 주행, 84개의 LED로 구성된 멀티빔 LED 라이트, 새롭게 개발된 어댑티브 서스펜션 등이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신기술이다.

인테리어 (소재) : 기블리 > CLS



메르세데스-벤츠는 동급 브랜드 가운데 최고 수준의 실내 마감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는 메르세데스-AMG 모델 중 디지뇨(Desino) 옵션을 추가했을 경우 얘기다.

반면 기블리는 기본 사양으로 최고급 가죽 마감이 기본이며 이를 실내 거의 모든 부분에 썼다. 조금 독특한 구성을 원한다면 에르메네질도 제냐 인테리어 테마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알루미늄이나 카본을 썼고 우드 패널조차 실제 나무를 쓴다. 평범해 보이지만 기블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 모두가 명품들로 꼽힌다.

디자인 측면으로 보면 CLS는 최신의 것을, 기블리는 클래식한 멋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이 영역은 소비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실내 공간 : CLS = 기블리



CLS와 기블리 모두 휠베이스가 3m 급이다. 하지만 두 모델 공통으로 뒷좌석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약점을 갖는다. CLS는 무릎 공간이 넉넉하지만 머리 공간이 부족하고 기블리는 CLS 대비 무릎 공간이 부족하지만 머리 공간이 넉넉하다. 두 차량 모두 센터 터널이 매우 높은 편으로, 뒷좌석 시트 중앙에 성인이 앉기 불편하다.

시장에서의 존재감 : 기블리 > CLS

마세라티의 존재감은 부정할 수 없는 요소다. CLS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현재를 상징한다면 기블리는 그 자체로 ‘마세라티’를 상징한다.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여성들이 마세라티의 앞모습을 고급스럽다고 평하며 호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배기 사운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로 마세라티의 특징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에는 A-클래스도 있고 E-클래스도 있다. 물론 최상급 S-클래스도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은 이처럼 O클래스라고 불린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기블리, 콰트로포르테, 르반떼 상관없이 마세라티로 불린다. 이는 브랜드가 갖춘 고급차의 이미지 덕분이다. 사실 십수년 전에는 모든 벤츠의 모델들이 ‘벤츠’라고 불리곤 했다. 당시엔 국내 최고의 고급차가 벤츠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벤틀리나 롤스로이스의 각 모델명을 직접 지목해 부르는 경우도 드물다.

주행 성능 : CLS = 기블리

주행 성능에 대해서는 우위를 가리기 어렵다. CLS나 기블리나 엔진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제동 성능으로 보자면 두 모델 모두 최상이다. 마세라티의 각 모델들은 우리 팀의 테스트 결과에서 항상 상위권을 지켜왔다. 벤츠도 동급 모델 중 최고의 성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적어도 제동력 부분에서 아쉬움을 가질 모델은 없다.

가속력은 어떨까? 동일 배기량을 기준으로 보면 순수 발진 가속 시간에서 CLS가 앞선다. 마세라티는 미국 머슬카처럼 약간의 휠스핀을 허용한 이후 달려나가는 성향이라 가속 시간만 측정할 경우 손해를 보는 편이다. 때문에 단거리 가속 측면에서는 CLS가 월등하다.

코너링 성능은 어떨까? 이 영역에서는 기블리가 앞선다. 기블리는 의외로 큰 타이어를 사용한다. 또한 고성능을 기본으로 하기에 서킷이나 코너가 즐비한 환경에서 우위에 서는 모습을 보인다. 서스펜션도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의외로 스카이 훅이라 불리는 서스펜션의 탄력성이 뛰어나다. 벤츠가 편안함에 조금 더 기울어진 모습이라면 마세라티는 고급차의 편안함에 스포티한 성향을 녹이려는 모습이다.

CLS는 스포티한 디자인 속에 편안함을 갖췄다. 사실상 E-클래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문제는 CLS의 엔진 라인업 구축 시간이다. 지금처럼 인증 지연에 의한 라인업 확장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소비자들은 다른 차들로 이탈하게 될 것이다.

주행 안정감 : CLS > 기블리

주행 안정감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장기다. 200km/h의 속도에서도 운전자가 겁먹을 일 없이 없다. 벤츠가 만든 대부분의 모델들은 고속에서조차 그저 묵묵히 달려준다. 차 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안정감은 커진다. 반면 마세라티는 조금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려 한다.

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 때문이긴 하지만 순수 안정감 측면에서는 벤츠 쪽이 앞선다. BMW, 아우디를 비롯해 포르쉐 모델들조차 벤츠 특유의 안정감과는 다른 주행감을 보일 때가 많다.

마세라티는 고속에서도 조금 더 직설적인 주행감각을 내세운다. 운전에 자신 있는 소비자에게 이점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주행 안정감이란 고속으로 달릴 때 운전자가 느끼는 편안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안전성과는 다른 영역이다.

주행 질감 (다이내믹스) : 기블리 > CLS



3세대 CLS의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3세대 CLS는 본격적인 고성능을 취할 수 없는 위치로 내려왔다. AMG GT 4도어가 등장했는데 이 모델은 과거 AMG CLS 63과 같은 포지션에 위치한다. 벤츠 입장에서도 마진율이 높은 AMG 상품에 주력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CLS에게 많은 카드를 쥐여줄 가능성이 낮아졌다.

CLS가 세련된 달리기를 지향한다면 기블리는 순수한 달리기를 지향한다. 프런트 미드십 구조를 바탕으로 전후 무게 배분 50:50을 고집하며,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이지만 유압식 느낌을 갖도록 했다. 제조사 발표 출력과 토크와는 별개로 순수한 달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일부 카마니아들은 차체가 무거운 기블리의 성능이 매우 뒤처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서킷을 비롯한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예상보다 빠른 성능으로 운전자를 놀라게 할 때가 많다.

CLS가 세단과 같은 느낌을 전한다면 마세라티는 의외로 스포츠카 같은 감각적 요소를 내세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

두 모델 어떤 소비자들에게 어울릴까?

마세라티 기블리 : 럭셔리 브랜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마세라티는 럭셔리 브랜드다. 모름지기 럭셔리 브랜드는 일반인들과 보이지 않는 벽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많은 힘을 들인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자신의 틀을 지키면서 일부 벽을 허물었다. 그 결과가 기블리, 르반떼다. 물론 더 많은 차를 팔기 위한 선택이라지만 두 개 모델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남다른 것은 사실이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 상품으로 낮은 가격(?)을 갖는다고 해도 럭셔리 브랜드의 일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것이 맞지 않다.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 없이 접근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실망의 연속이다. 마세라티는 달리는 자동차, 장인의 손끝을 통해 완성된 자동차에 초점을 맞춘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역시 같은 맥락으로 차를 만든다.

이들에게 대중을 유혹하는 최첨단 기술은 부족하다. 벤틀리를 보자. 최근 흔해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조차 고가의 옵션이다. 이처럼 럭셔리급 상품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감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에르메스의 백은 그저 단순한 디자인을 제공해 줄 뿐이다. 같은 백이라도 어떤 소재를 쓰느냐에 따라 다시 수천만 원씩 차이가 난다. 대중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면 요구의 폭이 작아진다. 사실 럭셔리, 초고가 명품 시장에서 가성비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이런 상품들은 사치품이다.

기블리의 이점은 감성의 경험이란 측면에 있다. 남들과 차별화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감성에 있다. 사실 감성이란 꽤나 어려운 것이다. 보편적인 소비자들에게 수억 원대 예술 작품은 크게 의미가 없다. 그 상품을 재판매했을 때 얼마를 득할 수 있을까? 그것이 먼저다. 벤틀리, 롤스로이스도 그저 비싼 쓰레기로 치부된다. 아직까지 대중차 소비자에게 감성이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장인이 만든 가죽의 섬세함 보다 인조가죽과 히팅시트의 매칭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럭셔리 브랜드로 접근하기 이전에 벤츠, BMW, 아우디 등을 경험하고 전향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자동차라는 상품 이전에 럭셔리 시장의 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후회가 적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금의 마세라티 소비자 70%가량이 독일차에서 넘어왔다.

메르세데스-벤츠 CLS : 최신 테크놀로지의 집합체와 벤츠의 젊은 이미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CLS는 최신 트렌드를 리드하는 모델이다. 매우 잘 만들어진 차라는 것을 누구라도 알게 해준다. 세련된 디자인,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 사람들을 유혹하는 최첨단 장비, 누가 타도 운전하기 쉽고 안정적인 감각까지 내세운다 단점을 찾기 힘든 것이 메르세데스-벤츠 모델들의 공통된 장점이다.

CLS는 그중에서도 얼굴마담을 하는 역할을 한다. 항상 보수적일 것만 같고 젊은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는 이미지를 깨트린 것이 CLS이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CLS 보유한 상징성은 4도어 쿠페라는 장르 안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벤츠는 대중적인 소비자들에게 항상 꿈의 차가 되어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손에 잡히는 위치에 있다. CLS는 그런 벤츠 중에서도 가장 개성 넘치는 모델이다. E-클래스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소비자 연령층 등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차량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S-클래스는 너무 올드하고 E-클래스는 너무 흔해서 이 중간의 무언인가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CLS가 적격이다. 동급의 BMW 6시리즈 그란쿠페나 아우디 A7이 있다지만 시장에서 비치는 CLS의 이미지는 분명 남다르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CLS 라인업을 하루빨리 늘릴 필요가 있겠다. 인증이란 부분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신차 투입 시기가 너무 늦어진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다. 페라리, 람보르기니처럼 기다려야 할 만큼의 독보적인 존재들은 많지 않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다른 차를 즐기는 것 또한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대중적인 성향을 가진 대표적인 국산 SUV, 기아 쏘렌토와 현대 싼타페에 대한 비교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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