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청, F1의 악몽 잊고파(?) F1 머신 전시 중단
전라남도청 1층 로비에 전시됐던 F1 머신(경주차)이 28일, 영암 자동차경주장으로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국내 F1 경기가 치러진 2013년 이후 5년만의 결정이다. 주먹구구식 운영과 막대한 적자를 발생시킨 F1 대회가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 받았지만 지난 5년간 계속 도청의 상징물로 전시되며 지적을 받았다.
[사진출처=LG전자]
해당 F1 머신은 글로벌 스폰서로 F1에 참여한 LG전자가 전라남도에 기증한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 차가 실제 F1 경기에 참여했던 머신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차는 경주에 참가한 이력이 없다. LG 전자는 지난 2010년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 자사 부스 전시를 위해 F1 머신의 외형과 흡사한 레플리카를 카본 파이버 소재로 제작해 전시한 바 있다. 그리고 2013년, F1 개최를 기념하며 전라남도에 기증한 것이 잘못 알려져 실제 경주차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실제 경기에 사용된 F1 머신이 전라남도청에 전시됐던 적이 있긴 하다. 지난 2007년 10월 ING그룹이 스폰서로 참여한 르노 F1팀이 실제로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는 머신을 전시했던 바 있다. 해당 머신은 10월 22일부터 29까지 전시 일정을 마치고 곧장 르노 F1팀이 회수해 갔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는 전라남도청에서 비교적 한산한 영암 자동차경주장으로 F1 레플리카가 옮겨진다는 것은 현재 전라남도가 F1을 얼마나 부끄럽게 여기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전라남도는 F1 대회 개최를 위해 2010년부터 3년간 8752억원이나 지출했다. 대회 개최에 의한 적자가 4년간 1902억원에 달했으며, 지방채 발생은 2848억원으로 총 1482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출처=문화체육관광부]
2014년부터는 F1 주관사인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와의 합의로 경기를 열지 않게 됐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2016년까지로 되어 있어 F1 대회를 개최하지 않음에도 수백억원을 위약금으로 물게 됐다.
F1 대회의 말로는 비극적이었지만 모터스포츠의 정점에 있는 F1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서킷이 국내에 건설됐다는 사실 자체엔 의미가 있다. 지난 2017년, 영암 자동차 경주장은 시설 보수 및 혹한, 혹서기를 제외하고 사용 가능한 293일 중 278일 동안 가동됐다.
서킷 임대 수익이 26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부대시설 사용료와 기타 수익을 포함해 총 31억1천만원을 벌어들였다. 이월금을 포함하면 37억 7천만원이다. 반면 지출은 32억5천만원선으로 알려졌다.
서킷 활용 유형별로는 차량 및 부품 테스트 122일, 동호회 스포츠 주행은 101일, 모터스포츠 대회는 42일, 기업 행사는 8일, 전남도 주관 행사 5일 순이다.
[사진출처=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기업 행사 유치 건수가 인제스피디움과 AMG스피드웨이 대비 적다는 것도 영암 자동차 경주장이 고민 해봐야 할 과제다. 여기에 완공을 앞두고 있는 포천레이스웨이(경기도 소재)의 개장 소식도 들린다.
전라남도의 F1 개최 실패는 돌이킬 수 없지만 이미 많은 혈세가 투입된 만큼 다양한 활용 방안을 통해 영암 자동차경주장이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