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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PD 칼럼

[칼럼] 제네시스 G80에 있고 기아 K9에게는 없는 것들

자동차 구입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시원스러운 성능을 기대하며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소비자, 가족과 함께하는 편안한 여행길을 위해 SUV를 눈여겨보는 소비자도 있다. 이 밖에 일상에서 편히 타기 위한 세단을 선호하는 소비자, 연비를 위해 디젤, 하이브리드차를 생각하는 소비층도 많다. 또한 최고 수준의 편안함,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고급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국산 모델 중 고급차를 대표하는 것은 제네시스 모델들이다. 제네시스 모델은 입문형인 G70을 시작으로 중형급의 G80, 대형급의 EQ900으로 나뉜다.


EQ900은 과거 에쿠스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수입 대형 세단들이 최고의 기술과 성능, 편안함을 내세워도 EQ900이 가진 소비자를 빼앗기는 힘들다. 특히나 정치, 재계 인사들은 공식 석상으로 이동할 때 이 같은 국산 최고급 대형 세단을 이용해 왔다. 특정 계층은 평상시 수입차를 이용하다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할 때만 국산 EQ900으로 바꿔타기도 한다.

이처럼 국내 각계 정상급 인사들이 제네시스 최상위 모델 EQ900을 이용하다 보니 제네시스 브랜드의 입지가 크게 향상됐다. 해외에서는 아직 독일 3사(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를 포함한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 대비 인지도가 낮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이들과 맞먹는 위치에 와있다.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심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G80이다.


기아차도 고급차 수요를 위해 자사의 최고급 세단 K9을 내놨다. 기아차는 이런 K9이 제네시스 G80,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의 입문형 모델들과 경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형 세단이지만 동급 모델과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기아 K9의 경쟁차는 EQ900이 아닌 제네시스 G80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아차는 K9의 경쟁차를 수입 대형 세단이라 말하지 않는다. 1세대 모델을 내놓으며 수입 대형 세단들과 경쟁한다는 홍보, 광고를 하다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결국 1세대 K9은 브랜드 이미지를 이끄는 역할도 못한 채 쓸쓸히 자리하다 2세대 모델에게 바통을 넘겼다.

앞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설명했다. 고급차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가치다. 지금의 현대차는 꾸준한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좋은 차들을 만들어 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편의장비(옵션) 등을 가성비라 내세우며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했지만 지금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완성도 높은 차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런 현대차는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폭스바겐을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는다.


폭스바겐은 산하에 다양한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자동차 제조사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도 폭스바겐 밑에 딸린 식구다. 때문에 폭스바겐 그룹의 원천 기술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폭스바겐이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을 펴고자 대형 세단 시장에 도전한 바 있다. 그 차는 페이톤이라 불렸다. 아우디의 최상급 모델로부터 물려받은 W12 엔진을 바탕으로 고급화에 힘썼다. 하지만 폭스바겐이란 대중 브랜드의 태생적 한계를 이겨내진 못했다.


페이톤은 국내에서도 많이 팔렸지만 대부분 아우디 A8,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를 구입하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의 차선책이었다. 때문에 가격적 이점이 있던 디젤의 판매량이 높았다. 즉, 타사 대비 저렴한 가격에 큰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 일부를 가져갔지만 고급차로의 입지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대형차는 자가 운전 외에도 뒷좌석 탑승을 고려한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뒷좌석을 감안한 소비자들은 남들에게 보이는 가치란 측면도 중시한다. 여성들이 고가의 명품 백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상품이 나를 대변하는 요소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G80이 갖고 있고, 기아 K9이 갖지 못한 것. 그 중심에는 브랜드 밸류(가치) 있다. 최신 현대차와 기아차 동급 모델을 타보면 확실히 현대차가 앞선 모습을 보인다. 디자인 등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차량의 완성도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나은 면이 많다는 얘기다. 대신 기아차가 현대차 보다 싼 가격을 내세운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싼 가격으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아반떼와 K3만 타봐도 이 차이가 어렵지 않게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나온 차가 기아 K9이다.

기아차는 K9의 고가 트림이 많이 팔리길 바랄 것이다. 상급 트림으로 갈수록 이윤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문형 모델을 제외한 K9은 구매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입문형 K9의 가격은 5490만 원이다.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 가격대다. 물론 이들과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유사한 가격으로 대형급 세단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기아차가 공략해야 할 K9의 소비자층은?

기자의 지인은 1세대 K9을 탄다. 그 이유를 묻자 큰 차를 좋아하지만 예산은 정해져 있었고, K7 풀옵션 가격인 4천만 원대에서 당시 할인이 많은 K9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답했다. 다른 큰 차들은 비싸지만 K9은 저렴해서 구입했다는 것. 이처럼 K9을 고급차라 생각하며 구입하는 경우는 적다.

기아차가 K9의 소비자로 공략해야 할 층은 이처럼 큰 차를 좋아하는 대중 소비자들이다. 자가운전을 하지만 막연히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의외로 많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생각하는 소비자만 해도 기아차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벤츠, BMW, 아우디를 비롯해 다양한 고급차를 감안하다 국산차의 이점을 높게 평가해 제네시스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는 국내에서 적정 수준의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다. 그 의미를 생각한다면 대중 브랜드 기아가 만든 비싼 차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상품의 가치 보다 서비스를 추구하는 소비자들도 좋은 타깃이 된다. 가령 모범택시, 카카오 블랙과 같은 서비스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손님들은 차를 소유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 이용하는 서비스, 이 때 넉넉한 뒷좌석에 앉을 수 있다면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특히나 최고급 대형 세단 경험이 없는 다수의 승객들은 K9이 보여주는 공간의 이점에 매우 큰 만족감을 표할 것이다.

기업의 의전용 차량으로도 가치가 있다. 직접 운전하거나 기업의 임원들이 뒷좌석에 앉는 용도로는 부족함이 많지만 해외 바이어 등을 의전 하기 위한 용도라면 가격을 내세워 선택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또한 기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이 있다. 사실 K9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는 못해도 준대형급 K7에서 옮겨온다면 만족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역시 기아차가 공략할 소비자층이다.

고급차 제네시스 G80, 비싼 차 기아 K9

K9은 대형 세단이다. 하지만 제네시스 EQ900과 경쟁하지 못한다. 아니 경쟁할 수 없다. 크기만 유사할 뿐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렴하다는 것이 좋은 의미로 비칠 수 있지만 고급 제품의 실소비자들은 싸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고급 수입차의 엠블럼이 수천만 원이라 말하며 비웃는다. 이때 가성비를 들먹거리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고급 상품에 근접해 본 경험 없이 댓글을 즐기는 네티즌일 가능성이 높다. 3~4천만 원대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층과 1억 원대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라이프 스타일을 비롯해 많은 것이 다르다.

고급 상품에서 중시되는 것은 이미지다. 고급 브랜드, 그리고 그에 따른 높은 가격을 갖기에 고급 상품이란 조건이 부여된다.

고급 상품에서의 가성비란 브랜드 가치에서 나온다. 같은 등급의 브랜드 상품 간에는 가성비가 성립되지만 애초 등급이 다르다면 가성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고급 상품들은 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 의해 가치가 향상된다. 싼 제품이 고급이란 이미지를 갖기는 어렵다.

EQ900과 유사한 옵션의 K9을 보자. K9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제네시스의 소비자들은 브랜드 가치에 투자하며 상품을 구입한다. 그 차가 보여주는 가치, 그것이 다시금 나의 존재감을 표명하기에 조금 더 많은 투자를 한다는 얘기다. EQ900 예비 소비자들에게 K9의 가격이 더 싸다는 얘기를 해봐야 크게 개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 등급 아래 중형급의 G80과 K9을 비교해보자. 차체는 K9이 더 크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브랜드 가치로 접근하자면 기아 K9은 가진 것이 없다. 이것이 K9의 최대 걸림돌이다.

G80, K9이 주력하는 5~7천만 원대 소비자들은 자가 운전을 바탕에 두고 차를 구입한다. 이 수요층에겐 G80이 더 적합하다. 뒷좌석에 앉는 것도 아닌데 주차하기 불편하고 연비가 떨어지는 큰 차로 접근할 이유가 없다는 것. 무엇보다 고급 된 이미지에서 차이가 크기에 고급차 시장에서의 K9은 G80을 대적하기도 버겁다.

기아차가 K9 판매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

기아차는 지금 당장 K9을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조건들을 최대한 앞세워 제네시스 고객들을 많이 끌어와야 한다.

무엇보다 제네시스 EQ9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차량이 가진 가치라는 면에서 K9은 EQ900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1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G80 신모델이 나온다. 5~7천만 원대 수요층이 가장 선호하는 고급 중형급 세단의 대표주자가 새롭게 출시된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이번 K9에게도 상황이 좋지 않다. 차량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기존 제네시스 보다 나은 느낌을 주지 못하고, 새롭게 나올 제네시스 신차들 대비 내세울 경쟁력도 많지 않다. 기아차의 고민이 만드는 대목이 될 것이다.

또한 조만간 나올 EQ900 페이스리프트와 K9, 같은 연구소에서 어떤 차에 더 신경을 썼을까? 당신이 그룹의 경영자라면 어떤 차에 더 신경을 쓰고 싶겠는가?

대중 브랜드 기아의 비싼 차, 고급 브랜드의 핵심 모델. 소비자들은 어떤 차의 점수를 더 줄까?

편의장비를 통한 가성비?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고급차 소비자들에게 통할 내용은 아니다.

수천만 원을 투자해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 그들은 자신이 보유한 상품을 부러운 눈초리로 봐주길 원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G80 쪽이 낫다. 사람들은 태생적 가치를 따질 것이고 그 측면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가치가 더 월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K9에게도 적합한 수요층이 있다. 가치보다는 서비스를 위해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층. 향후 기아 K9에게 돌파구를 마련해 줄 중요한 소비자들이다.

지금 기아차가 고민해야 할 것은 K9만의 이미지다. 저렴한 대형 세단이란 장점 하나만으로는 그룹 내 제네시스의 일원들과 경쟁하기도 버겁다. 동급 최고의 성능, 혹은 동급 최고의 승차감, 또는 가족(아이들)을 위해 차별화된 뒷좌석 공간 등. K9만이 내세울 카드가 필요하다. 시장에서의 정면 승부에 많은 걸림돌이 있다면 특화된 장르, 니치마켓을 대상으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상에서 탈 때는 괜찮다는 식의 고전적인 댓글 정도로는 소비자들을 이끌기 힘들다. 수천만 원짜리 대형차가 고작 시내 주행 등 일상에서만 괜찮다는 것은 사실상 K9을 스스로 죽이는 말이 된다. 공간 크기를 논외로 한다면 시내 주행 정도에서 문제있는 차가 있던가?

현대차 그룹에 속하기 이전, 기아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술의 상징적인 기업이었다. 엔지니어 중심의 마인드, 이것이 당시 소비자들과 맞지 않았을 뿐 그들의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의 현대차가 강조하려는 것은 자동차의 기본기다. SUV를 광고하면서도 다이내믹, 성능 등을 내세운다. 기본기에 충실했던 기아. 현대차 그룹 내에서 저가 차량을 내세우는 서브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제 기아차만의 독창성을 담은 차들을 내놓을 때가 아닐까?

< 오토뷰 | 김기태 PD kitaepd@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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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6개가 있습니다. 전체의견 보기
  • linsice (linsice)

    그래서 뭐가 있고 뭐가 없다는거죠?

    2019-04-18 오전 12:43 의견에 댓글달기
  • sh0517 (eflee78)

    현대가 기아를 인수하고 난 후 플래그십 출시는 항상 현대가 한다. 기아차는 서자의 역할만 하는데 이는 차량의 문제가 아닌 시장 마케팅 전략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과연 K9은 제네시스보다 못나서 안팔릴까? 제네시스보다 더 훌륭한 옵션을 만들고 고급 자재 및 부품을 써서 가격을 올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만 현대차에서는 이를 막을 것이다. 항상 비주류 역할만 하는데 어찌 판매량이 늘겠는가?

    2018-11-23 오전 11:10 의견에 댓글달기
  • pwrsks (pwrsks)

    모하비, 스팅어처럼 브랜드 스페셜티카로 강조할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브랜드 플래그쉽이라니.... 벤틀리와 공유한다는 스페셜엔지니어링을 강조한 페이톤조차 실패한 길을 왜 똑같이 실패하려고 하는지 이해할수가 없네요. 운영진의 판단미스라고 생각할수 밖에요.

    2018-08-21 오전 12:52 의견에 댓글달기
  • 원양 (fox905)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네요. 대중브랜드의 대형고급차라는 말자체가 모순입니다. 가성비를 내세우자면 태생이 고급 메이커인 CT6나 컨티넨탈처럼 대안은 많습니다.

    2018-08-21 오전 10:02 의견에 댓글달기
  • 리릿 (y3636)

    브랜드 벨류를 높이기 위해선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기아가 가지는 현대와 차별화된 정체성? 전 떠오르지 않네요. 벤츠? BMW? 아우디? 그 브랜드 이름만 떠올려도 따라오는 아이덴티티는 확실하죠. 완성도. 재미. 안정감.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아이덴티티 확립 없이는 브랜드벨류를 높이긴 요원한 일입니다. 아이덴티티를 확립을 하기 보단 당장 많이 팔릴 차만 만들기 급급하죠. 이래가지고는..... 10년이면, 한국브랜드가 미국브랜드를 따라잡았듯, 중국브랜드가 한국브랜드를 따라잡을 것 같습니다.

    2018-08-21 오전 00:16 의견에 댓글달기
  • msmycom (msmycom)

    기아차의 임직원들이 열린마음으로 이 글을 읽는다면 향후 많은 발전이 있을텐데....아쉽네요....

    2018-08-20 오후 08:26 의견에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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