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스톤 타이어, 유럽 기술 센터(TCE)가 하는 일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8.08.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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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스톤 타이어는 9년 연속 전 세계 타이어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그냥 많이 팔았네’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절대 쉽지 않은 영역이다. 자동차 기업에게,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그들이 원하는 요구 조건을 최대한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 국가가 제시하는 각각의 기준까지 맞춰야 한다. 그래야 세계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다.

26개 국가의 171개 생산 시설, 5개 국가에 있는 6개 테크니컬 센터, 8개 국가 11개 프루빙 그라운드. 이것이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게 하는 원동력이다.

테크니컬 센터는 타이어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시설이다. 브리지스톤의 테크니컬 센터 크게 일본, 북미, 유럽에 있는 TCE(Technical Center Europe)으로 구분한다. 이중 유럽 테크니컬 센터는 이탈리아에 위치한다.

TCE, 다시 말해 유럽 테크니컬 센터는 ISO 9001, ISO 14001, ISO/TS 16949 기준 규격 만족할 뿐만 아니라 최신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유럽 최대 거점이다.

브리지스톤 유럽 테크니컬 센터의 역사는 1968년 미국의 타이어 회사 파이어스톤이 이탈리아에 테크니컬 센터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88년 브리지스톤이 파이어스톤을 인수하면서 주인이 바뀐다.

국내에서 생소한 파이어스톤은 1900년에 설립돼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시장 인지도나 기술력도 상당해 브리지스톤이 이를 인수할 당시 피렐리 등 다양한 회사들과 치열한 인수 경쟁도 벌였다.

브리지스톤은 파이어스톤의 유럽 테크니컬 센터에 각종 시험 설비와 테스트 환경을 추가해 규모를 키웠다. 그 후 2004년, 브리지스톤의 유럽 테크니컬 센터와 프루빙 그라운드가 문을 열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이야 전문적인 테크니컬 센터에 광활한 면적의 프루빙 그라운드가 갖춰졌지만 1973년만 해도 이탈리아 농촌에 위치한 간단한 시험시설에 불과했다. 여기에 마른 노면 코스, 젖은 노면 코스, 소음 측정 코스 등 다양한 테스트 시설을 확장한 것이다.

2008년,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TCE가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었다. 기존까지와는 다른 상당한 수준의 규모로 확장된 것. 여기에 실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프루빙 그라운드를 별도 분리했다. 새로운 프루빙 그라운드의 규모는 무려 150만 제곱미터. 이는 로마에 위치한 바티칸 시국보다 넓은 면적이다. 참고로 국내 최대 테마파크인 에버랜드가 148만 제곱미터이니 얼마나 큰 규모인지 가늠할 수 있다.

단순히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소도 바뀐다. 친환경 시대가 다가오면서 낮은 저항 타이어가 갖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저항을 낮춰야 연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에 없던 요구 조건들을 채우기 위해 더 많고 다양한 연구 개발과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는 욕심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만들었다.

브리지스톤 TCE는 신차용 타이어(OE)와 애프터마켓용 타이어(RE) 모두를 개발한다. 그뿐만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오차 없는 타이어를 만들 수 있는지(품질 보증), 생산 과정 및 제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환경 영향), 새로운 규제에 대응이 가능한지(규제 대응) 여부를 따져 개발을 주도해 나간다.

TCE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 인력 양성에 있다. 노하우를 가진 경력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들에게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최신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하는 부분에서 젊은 기술자의 경쟁력이 커진다. 또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선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테크니컬 센터가 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연구’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자사 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해 비밀스러운 시험을 끊임없이 반복해 나가는 것.

물론 브리지스톤이 일본 기업이기에 타이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신기술은 일본에서 개발된 것을 기초로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각 국가 시장에 맞춰 개선 및 변화를 주는 것이 TCE의 역할이기도 하다.

테크니컬 센터가 하는 일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크게 보면 ‘소비자 요구 -> 타이어 개발 및 시뮬레이션 -> 프로토타입 제작 -> 화학 & 물리 테스트 -> 주행 테스트 -> 양산 과정’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

소비자의 요구는 시장 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보다 높은 접지력이 필요한지, 보다 조용해야 하는지, 내마모성이 더 뛰어나야 하는지 등을 따진다.

이러한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면 테크니컬 센터에서 현재의 타이어 성능을 어떻게 개선할지 연구한다. 최근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이 발전해 과거 대비 개발 시간을 많이 줄였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떠한 결과물이 나왔다면 프로토타입 타이어를 만든다. 이 타이어를 거대한 롤러 위에서 돌려보고 눌러보기도 한다. 일부러 거친 표면에 타이어를 굴려 상처를 내는 과정도 있다. 심지어 오존에 노출을 시키거나 현 세대 자동차가 달릴 수 없는 600km/h의 속도까지 타이어를 굴려 한계를 뛰어넘는 등 각종 실험도 진행한다. 각종 화학 약품을 사용해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도 확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과한 타이어는 자동차에 장착돼 주행 시험에 들어간다. 통상 라이드 & 핸들링(Ride & Handling) 테스트라고 불리는데, 타이어의 미세한 반응까지 감지할 수 있는 운전에 특화된 연구원들이 이를 담당한다.

성능 중심의 타이어라면 빠르게 달리는데 특화된 드라이버들이 테스트를 담당한다. 레이싱 드라이버가 참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브리지스톤은 그냥 레이싱 드라이버가 아니라 前 F1 드라이버와 함께 타이어를 개발한다.

(스테파노 모데나 브리지스톤 고성능 타이어 테스트 담당. 前 F1 드라이버 출신이다.)

현재 브리지스톤 TCE에서 고성능 타이어 테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스테파노 모데나(Stefano Modena)다. 그는 어린 시절 주니어 카트를 시작으로 포뮬러 포드를 거쳐 1987년, 포뮬러 3000에서 챔피언을 거머쥠과 동시에 F1 데뷔에 성공한다.

단순히 F1 시트에 앉고 끝난 것이 아니다. 시상대에 2번이나 오르는 등 우승 경쟁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다수의 경기를 10위 내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챔피언십 포인트도 착실히 쌓았던 선수다. 그런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브리지스톤에서 타이어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다. F1 드라이버가 개발에 참여한 타이어. 이 상징성과 가치도 타사와 차별화된다.

이러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 합격점을 받으면 양산화가 이뤄진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한 번에 통과해 양산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 마련. 이때는 다시 새로운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타이어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더해 나간다.

1개의 타이어가 개발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수년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테크니컬 센터에서는 똑같은 연구와 테스트를 하고 또 한다. 말이 쉽지 같은 일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보통 고된 일이 아니다. 안되면 안 된다. 안되면 되도록 해야 하고 될 때까지 해야 한다. 타이어는 그렇게 연구원들의 많은 인내 끝에 시장에 출시된다.

세계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으로 모두가 연결되고 모두가 매일 새로운 세계에서 살고 있다. 브리지스톤 TCE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자 한다. 단순한 좋은 타이어 개발 이외에 친환경 타이어, 디지털화 생산 공정 등 타이어 트렌드를 이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린 전문가 육성에 힘을 쓰는 것도 이러한 과정 중 하나다.

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는 국산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상당하다. 수입 브랜드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상 쉽게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등 국산 타이어에 익숙한 소비자는 브리지스톤 타이어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선을 해외로 돌리면 이들의 브랜드 파워와 규모에 놀라게 된다. 단순히 많이 파는 타이어 회사가 아니라 그만큼 많이 팔리고 많이 팔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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