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을 위한 국산 미니밴. 국내서도 통할까?

기아 카니발은 국내 유일의 미니밴이다. 유사한 체급의 현대 스타렉스가 있지만 현대자동차 내부적으로 스타렉스는 RV가 아니라 포터와 함께 상용차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의 차이로 카니발은 쏘렌토와 함께 기아자동차의 판매량을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델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 카니발이 페이스리프트를 이뤘다. 그리고 강화된 유로6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디젤엔진에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후처리 시스템을 넣은 것이 주요 특징이다. 하지만 그런 변화 외에 우리 팀의 기대감을 높인 요소가 있으니 바로 7인승 모델, 카니발 리무진의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3세대 카니발의 개발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1~2세대 모델까지만 해도 카니발의 이미지는 스타렉스와 같았다. 콜밴에 가족용 미니밴의 성격을 더한 정도였다.

하지만 북미시장에서 미니밴의 용도는 다르다. 4명이 탑승하는데 최적화가 이뤄진 고급스러운 이동 수단으로 통하기 때문. 여기에 많은 짐도 적재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이 시장은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크라이슬러 퍼시피카(舊 그랜드 보이저)가 주도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7인승의 쾌적한 실내 공간,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안락한 2열 시트 구성을 갖고 있다.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된 모델이 바로 3세대 카니발이다. 때문에 주요 시장인 미국, 데뷔 현장도 뉴욕 오토쇼로 정했던 바 있다. 미국에서 공개된 카니발은 경쟁 모델과 맞서기 위한 7인승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버스 전용차선 법규나 승합차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세금 혜택을 위해서는 4열까지 시트가 필요하다. 4열까지 감안한 차량이니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춘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여기서 4열 시트를 제거한다면? 당연히 넓은 실내 공간을 갖게 된다. 그런 모델이 카니발 리무진이다.

당연히 뒷좌석 공간은 광활하다. 이 넓은 공간에 시트가 2열과 3열밖에 없다. 특히 VIP 라운지 시트라는 이름의 2열 시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머리를 편안하게 받쳐주는 윙 아웃 헤드레스트, 다리를 편하게 올릴 수 있는 레그 서포트 기능을 갖췄다. 암레스트까지 갖추고 있어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도 받는다.

윙 아웃 헤드레스트는 헤드레스트 양쪽이 접혀 머리를 감싸는 형태다. 르노삼성 SM6에도 적용됐던 것으로 항공기의 것을 떠올리면 된다. 다만 르노삼성 것과 차이가 있는데, SM6의 것은 헤드레스트가 딱딱하고 헤드레스트를 접어도 머리가 감싸지지 않은 반면 카니발 리무진의 헤드레스트는 푹신하고 머리를 편안하게 감싼다.

레그 서포트 기능은 토요타 시에나를 통해 유명해졌다. 이제 국산차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좋다. 특히 키가 180cm가 넘는 성인이 발을 끝까지 뻗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편한 줄만 알았던 2열 시트인데 다양한 움직임도 갖췄다. 시트를 앞뒤는 물론 좌우로도 이동시킬 수 있다. 여기에 4열 시트가 삭제되면서 2열과 3열 레그룸은 6cm가 늘어나고, 2열 시트의 슬라이딩 거리도 20cm나 늘었다.

물론 단점도 있다. 2열 시트의 부피가 상당히 커 3열로 드나들기 불편하다. 시트를 양 측면을 끝까지 이동시키면 한결 나아지긴 한다. 하지만 전후 슬라이드 된 상황에 따라 양 측면으로 끝까지 밀어내기 어려워 제한적인 환경이긴 하다.

3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승차해도 불편함이 없다. 머리와 무릎 공간 모두 넉넉하다. 3열 승객을 위한 USB 단자도 있다. 형식적인 공간이 아니라 활용도가 높은 3열이다. 대신 2열과 비교해서 뻣뻣한 질감의 가죽과 단단한 쿠션감을 개선했으면 한다. ‘리무진’ 모델이 아니던가?

3열 시트를 접으면 차량 바닥 안으로 깔끔하게 수납된다. 분할 폴딩도 가능하다. 반대로 3열 시트가 펼쳐지면 폴딩 됐던 공간을 화물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3열 시트를 사용해도 화물 공간은 506리터 수준으로 중형 세단과 비교할 수준은 된다. 물론 3열을 접으면 1307리터까지 공간이 늘어난다.

이제 앞좌석을 보자.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부분적인 변화가 생겼다. 스티어링 휠과 도어트림 등에 우드 트림도 더했다. 사소하지만 계기판 글씨 폰트와 그래픽도 개선했다. 수입사의 어색한 글씨체와 요상한 번역과 차별화된다는 점은 국산차들의 이점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있다. 기기를 가리지 않아 좋다. 변속기도 6단에서 8단으로 다단화됐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도 넣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서버형 음성인식 기능이 더해졌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도 있다. 사운드 시스템은 크렐 제품이다. 최상까지는 아니지만 이 등급의 차량에게 있어서는 좋은 수준에 속한다.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쏘렌토처럼 카니발 페이스리프트도 소소한 변화를 가진다. 기존 모델과 차이점이라면 둔해 보였던 그릴 디자인을 바꾸고 범퍼에 ㄷ자 모양의 장식을 넣은 정도다. 이제 카니발도 헤드램프에 LED를 넣는다. 4개의 사각형 안개등으로 기아차 만의 디자인 특징도 이어간다.

측면부는 동일하다. 페이스리프트에 맞춰 새로운 디자인의 휠을 넣은 정도다. 소소하지만 주유구 캡도 원형에서 사각형으로 바꿨다. 이 차량에 SCR이 탑재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후면부의 밋밋했던 리어램프도 입체적으로 변경됐다. 최근 유행하는 3D 스타일이다. 범퍼 하단의 디퓨저 디자인도 좋다.

카니발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액티브 세이프티 측면을 강화했다. 정차 후 재출발까지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경고, 전방 추돌 경고 및 방지, 오토 하이빔 등이 추가됐다. 하지만 국내 사양은 최상급 트림에도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해 차선이탈을 능동적으로 막아주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카니발의 것은 반자율 주행 시스템이라 부를 수 없다. 해외 사양은 상급 트림에 R 타입 MDPS(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를 넣는데 국내 시장에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대목이다.

주행에 앞서 한가지 언급하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국내 법규상 7인승 구성을 갖는 카니발 리무진은 6인 이상 탑승해도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로를 다닐 수 없다. 쉐보레 올란도나 기아 카렌스가 버스 전용 차로를 달릴 수 없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11인승 모델처럼 연간 자동차세 6만 원대라는 혜택도 없다. 그저 승용차로 바라봐야 한다. 카니발 리무진은 이름 그대로 미니밴을 리무진화 시켜 탑승객의 편의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2.2리터 디젤 엔진은 무난한 가속성능을 낸다. 대략적으로 10초대 중반 수준인데 이 정도면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최근 우리 팀이 테스트한 쉐보레 이쿼녹스와 유사한 수준으로 보면 된다. 물론 토크가 큰 편이라 체감적으로 여유로운 느낌이지만 차체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참고로 카니발 리무진 디젤의 발진 가속 성능은 0-100km/h 기준 10.47초였다.

엔진 배기량 대비 수치적인 아쉬움이 있긴 하나 일상에서 부족함 없는 성능을 낸다는 점이 좋다. 다만 초기 구동 때 차체 무게감이 들긴 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묵직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누군가는 안정감이라는 요소에서 장점을, 누군가는 차가 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다. 아니 무겁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다뤄 본 것도 오래다. 정겨운 시스템이긴 한데 너무 무겁다. 특히나 미니밴은 북미 시장서 여성들이 많이 쓰는 차량으로 유명한데 이와 같은 구성을 고쳐 나갈 필요가 있겠다. 직선 주행 때는 큰 무리가 없지만 U턴을 할 때, 특히나 급작스럽게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불편함이 따른다. 근육 운동을 위해 헬스클럽을 안 가도 되겠다.

또 하나 문제가 있다. 노면에서 전달되는 정보량이 많다. 미세한 것들을 읽어내야 하는 일부 정통 스포츠카라면 모를까 스티어링 휠을 쥔 손조차 피곤할 지경이다. 현대기아차는 소음 진동을 잡는데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카니발 개발 때는 연구원들이 장기 출장이라도 간 모양이다.

코너링 성능은 무난하다. 타이어 성능이 차체 무게를 버거워 하긴 하나 미니밴 컨셉상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코너링 때도 뭔가 묵직한 차체 움직임이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서스펜션의 움직임도 일부 이유가 된다. 특히 동급 미니밴과 비교했을 때 묵직함이 더 잘 느껴진다.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인데 안정감 측면에서는 장점이, 승차감 측면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될 수 있다. 다만 2열 승객은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어 이런 아쉬움을 크게 못 느낄 수도 있다. 아무래도 운전자 배려가 2순위로 밀리는 것이 미니밴 특성이긴 하다.

카니발의 제동 성능은 어떨까? 시속 100km로 달리던 카니발 리무진은 39.1m 내외의 거리에서 멈춰 섰다. 제동력은 수준급이다. 물론 후반에 약간 늘어나긴 하지만 차량 컨셉상 가혹한 제동 환경을 만들어 탈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중반 이후부터 ABS의 급격한 작동이 시작된다. 이후 페달을 깊이 밟아도 제동력이 더 커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빠른 ABS의 개입이 운전자를 당황케 할 수 있다는 것인데 타이어의 성능 보강, 또는 브레이크 시스템의 성격 변경으로 조금 더 마일드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참고로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크로스컨텍 LX라는 모델이다. 일부 수입 SUV들이 이 타이어를 사용하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난한 성격을 갖긴 하지만 성능만으로 본다면 일부 아쉬움이 생길 수도 있다. 수입 타이어도 좋지만 카니발 정도라면 가성비 좋은 국산 OE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카니발 리무진에 있어 성능은 그리 중요치 않다. 미니밴이라는 차량 컨셉 때문이다. 다만 승차감을 조금 더 유연하게, 조작 계통의 감각을 조금 더 부드럽게 풀어주면 좋겠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니밴인 만큼 완성도 향상에 의미를 키워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았으면 한다.

카니발 리무진의 정숙성은 어떨까? 중간 영역 기준 39.0 dBA 수준을 보였다. 어지간한 가솔린 모델 수준의 정숙성이다. 타이어 소음이 부각될 수 있는 3열의 정숙성도 41.5 dBA 수준이니 장거리 이동에서도 피로감이 적겠다.

다만 주행 연비가 좋은 편은 아니다. 고속도로에 올라 정속 주행 때 연비는 대략 11~12Km/L 수준으로 수입산 가솔린 SUV 대비 경쟁력이 높지는 않다. 물론 연료비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지만 조금 더 효율을 높여주면 좋겠다. 반면 시내 주행 연비는 9km/L대로 좋은 수준이었다. 오토 스톱 기능도 시내 주행 연비에 큰 도움이 됐다. 수입 가솔린 미니밴들의 시내 주행 연비가 6~7km/L 내외 수준이니 시내 주행이 많다면 디젤 엔진의 카니발이 낫다.

카니발 리무진은 국산 미니밴으로 무난한 구성을 갖췄다. 수입 모델과 비교하다면 가격 대비 구성이 좋다. 하지만 아직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수준이라 말하긴 어렵다. 특히나 시에나, 오딧세이는 뚜렷한 장단점을 갖는데, 긍정적 측면이 많은 모델들이다.

통상 현대기아차의 동일 상품군이 있을 때 두 상품 간 완성도 차이를 크게 느끼게 된다. 특히나 최근 들어 그 차이를 어렵지 않게 실감한다. 물론 기아차가 주력하는 것은 가격이니, 싼 만큼 아쉬움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카니발만큼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기아차가 카니발만큼은 최고 완성도를 가진 상품으로 만들어 줬음 하는 바램을 갖는다.

우리 팀은 카니발 테스트와 같은 시기에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를 함께 테스트했다. 그리고 조만간 가장 뛰어난 미니밴에 대해 얘기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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