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소비자들이 생각하기 힘든 영역의 럭셔리 세단

마세라티는 독특한 브랜드에 속한다. 자동차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마세라티=레이싱 헤리티지”를 떠올린다. 특히 엔초 페라리와 형제 차인 슈퍼카 MC12의 존재를 기억하는 카마니아들도 많다.

하지만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마세라티=비싼 차”라는 인식을 갖는다. 마세라티가 내놓은 각 모델에 대해서는 몰라도 명품 그룹에 속한다는 것은 소비자 다수가 알고 있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부분은 레이싱에 기반을 둔 브랜드지만 슈퍼카는 만들지 않는다. MC12가 그들이 만든 슈퍼카의 마지막이었다. 마세라티는 오히려 세단을 선호한다. 그리고 최근에 SUV를 만들었다. 독특한 브랜드에 속한다고 이야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마세라티가 가장 잘 만드는 세단이 무엇일까? 바로 콰트로포르테다. 1963년에 등장한 이후 올해로 55년의 역사를 갖는다. 마세라티라는 브랜드 역사가 100년이 막 넘었으니 마세라티 역사의 절반가량을 콰트로포르테가 함께 했다.

마세라티를 접해본 일부 소비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돈이면 포르쉐 파나메라나 벤츠 S-클래스를 사지”, “국산차보다도 아무런 기능도 없는 데?” 등등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적어도 편의장비나 외적으로 보이는 가치만 따지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상품의 가치라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부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기자도 마세라티 상품들에 불만이 있다. 럭셔리 브랜드를 내세우지만 주력은 6기통이라는 것. 다운사이징 트렌드. 하지만 12기통까지는 아니라도 8기통 정도는 돼야 진정한 ‘럭셔리’라는 이미지와 어울린다.

물론 마세라티 라인업에도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들이 몇몇 있다. 그란투리스모 및 그란카브리오, 그리고 콰트로포르테 GTS가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향후 등장할 르반떼 트로페오도 이 그룹에 묶이게 된다.

이 때문인지 콰트로포르테 GTS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마세라티 역사에서 절반 이상을 함께한 중요한 모델이자 럭셔리 카를 상징하는 8기통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사실 콰트로포르테는 탄생 자체를 8기통 엔진과 함께 했다. 그렇기에 콰트로포르테 GTS는 ‘역사에 근간을 둔 진정한 콰트로포르테’로 꼽힌다.

디자인은 노골적으로 공격적이다. 이러한 생김새를 갖고 어떻게 풀-사이즈 세단이 될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다. 외관은 강인하고 존재감도 크다. 여기에 전 세계 50대만 생산된 네리시모(Nerissimo) 에디션이란 특징은 한층 더 강한 인상을 만들어 준다.

네리시모 에디션의 딥 블랙 컬러는 외관 색상뿐만 아니라 그릴, 휠, 윈도 몰딩, 머플러까지 적용된다. 특히 사이드미러와 도어 손잡이, B-필러 등을 카본으로 덮었다. 매우 사치스러운 구성이다.

우리 팀이 과거 테스트했던 콰트로포르테는 고급스러움을 추구한 그란루쏘(GranLusso) 버전이었다. 반면 콰트로포르테 GTS에는 성능 지향적 성격이 강한 만큼 스포티함을 내세운 그란스포트(GranSport) 디자인이 적용됐다. 가뜩이나 공격적 스타일을 갖는 마세라티 모델이 한층 더 공격적인 스타일로 거듭난 것.

무광의 레드 브레이크 캘리퍼도 콰트로포르테 GTS를 위한 내용이다. 길고 낮은 모습을 유도하는 측면 실루엣은 콰트로포르테 이외에는 다른 모델에서 보기 힘든 부분이다. 네리시모 에디션만의 블랙 휠도 범상치 않은 강인함을 전달한다. 고급 세단답게 2중 차음 유리, 오토 클로징 기능 등 구성도 기본이다. 사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형 세단이라면 당연히 여겨질 부분이지만 럭셔리 모델들은 의외로 이런 부분을 놓치고 갈 때가 있다.

겉에만 블랙 색상을 입힌 것이 아니다. 인테리어까지 완전한 블랙을 추구한다. 우리 팀이 과거 접했던 콰트로포르테는 다양한 색상의 가죽 조합을 통해 고급 세단의 감각을 전달한다. 반면 이번에는 블랙 가죽과 스웨이드(Suede) 를 기초로 대시보드, 패들 시프터, 기어 레버 주위 모두를 카본으로 마감했다. 다시금 레드 컬러의 박음질 장식으로 포인트를 줬다.

단순히 소재만 좋은 것이 아니다. 경첩이 위치한 도어 패널 안쪽까지 가죽을 넣었다. 스티어링 휠의 칼럼 부위 안쪽도 인조가죽으로 대충 덮은 것이 아니라 별도의 고무 커버로 마감했다. 페달이 위치한 곳을 살펴보면 전선이나 나사 같은 것이 안 보인다. 카펫 재질로 깔끔히 마감했기 때문이다.

이런 작고 사소한 차이가 바로 명품을 결정짓는 요소다.

처음 차에 오르면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제스처 컨트롤, 마사지 시트와 같은 장비들이 없음에 놀란다. 그리고 편의장비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실망감을 표한다. 하지만 이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런 것까지 신경 써? 이러니 가격이 올라가고 비싸지지”

보통의 명품들은 구차하게 어떤 장비나 기능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 자체에 많은 공을 들어야 진정한 명품이 된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한 역사가 다시금 가치를 대변한다. 때문에 일반 소비자의 시선으로 놓고 보면 만족스럽지 못한 내용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명품의 가치는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져야 느낄 수 있다.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다른 소급 소재의 남발(?) 이것들이 럭셔리 브랜드를 특화 시키는 요소가 된다. 마세라티뿐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로 대표되는 벤틀리, 롤스로이스에서 첨단 편의장비를 내세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수억 원이란 가격이 기본이지만 이들에게는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조차 옵션이다. 국내 일부 네티즌들은 아반떼 풀옵션을 기준으로 가성비를 따지는데, 아마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될 것이다. 명품 제품들은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비닐로 만든 에코백(?)이 100만 원 가까운 가격에 팔린다. 일반적인 소비자 기준에서 바라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긴 차체를 가진 대형 세단인 만큼 뒷좌석은 여유롭다. 쿼드존 공조장치가 기본이며 센터 콘솔, B-필러, 바닥 3면에서 바람을 불어 낸다. 전동식 리어 선셰이드(Sunshade)도 있다. 트렁크 공간은 깊고 넓다. 돌출 부위가 크지 않다는 점도 좋다. 뒷좌석 시트 폴딩을 통해 추가적인 공간 확장도 가능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플래그십 대형 세단인데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이 없다.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모니터나 사운드 시스템 컨트롤을 위한 리모컨도 없다. 자사의 셋업 방향이 운전석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예다. 참고로 과거 아우디가 판매한 S8도 이런 구성이었다. 10년 전 1억 7천만 원으로 국내 시장에 데뷔한 S8의 뒷좌석을 장식한 것도 공조장치 컨트롤러와 컵홀더뿐이었다.

이 차의 진정한 가치는 직접 운전을 할 때 표출된다.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마세라티 아니던가? 그것도 일반 8기통이 아니라 페라리의 8기통 엔진이다.

콰트로포르테 GTS가 사용하는 엔진은 F154라는 코드명을 갖는다. 페라리가 디자인하고 페라리가 만든 진짜 페라리 엔진이다. 페라리는 이 엔진을 캘리포니아 T를 통해 처음 썼다. 물론 브랜드 성격에 맞춰 약간의 튜닝을 했다. 마세라티 버전은 크랭크샤프트를 바꾸고 드라이 섬프(Dry Sump)에서 웻 섬프(Wet Sump) 방식으로 오일 순환 방식을 바꿨다. 페라리처럼 서킷에서 극한의 성능을 추구하는 일이 많지 않기에 타협을 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엔진은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2.4kg.m를 낼 수 있다.

강력한 엔진이 전달하는 마성의 매력을 기대하며 시동을 걸어본다. 어라? 조용하다. 차를 잘못 받았나?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보니 39.0 dBA 수준이다. 일반 가솔린 세단보다 살짝만 높은 정도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도 41.5 dBA 정도를 유지한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면 58.5 dBA 수준을 보이는데 보편적인 고급 대형 세단과 동일한 수준의 정숙성이었다. 오히려 타이어 사이즈를 생각하면 조용한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무리 페라리 엔진을 탑재했다고 해도 콰트로포르테는 대형 세단이고,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기본 정숙성 정도는 갖고 있다.

그래도 마세라티 치고 너무너무 조용하지 않나? 창문을 살짝만 열어보자.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 사운드가 여전히 존재감을 뽐낸다. 단지 실내로 스며드는 사운드를 억제 시켰을 뿐이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배기 사운드가 조용하다고 도심에서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지는 말자. 밖에서 들으면 조금 크게 느껴지기에 행인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특히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고급차 소유자를 졸부로 만드는 예가 된다.

콰트로포르테 GTS와 주행에 나선다. 달리지 않고 일상 주행만 해도 긴장감이 커진다. 고성능 스포츠 카만의 타이트한 감각이다. 유격이 느껴지지 않은 스티어링 휠은 조금만 조작해도 민감한 반응으로 차체를 컨트롤한다. 묵직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단단한 감각을 전달하는 서스펜션 등도 긴장감을 키운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긴장감은 배가 된다. 우리 팀이 측정한 콰트로포르테 GTS의 무게는 2129 kg으로 성인 1사람만 탑승해도 2.2톤에 육박하는 무게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무게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속도계를 바라볼 여유를 없애 버린다.

그래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보자.

첫인상은 터보랙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바로바로 힘을 만들어 낸다. 마세라티 모델에 쓰이는 엔진들은 모두 빠른 리스폰스를 확보했는데 콰트로포르테 GTS의 엔진은 그보다 더 빠른 반응을 보인다.

두 번째,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8기통 엔진은 6기통 엔진보다 거친 느낌의 두둑한 배기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GM이나 포드의 8기통, 메르세데스-AMG의 8기통 배기 사운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콰트로포르테 GTS는 8기통 답지 않은 부드러움을 보인다. 터보랙까지 적다 보니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같은 느낌마저 든다.

확실히 이탈리아 8기통은 미국이나 독일의 8기통과 다른 감각을 보인다. 터보차저를 사용하지만 초반에 강한 토크를 내다 후반에 빠지는 모습이 아니라 일정 수준으로 꾸준함을 이어간다. 차가 밀고 나가는 마력감도 엔진 회전수 증가에 따라 커진다. 마세라티가 자랑하는 배기 사운드는 덤이다.

이런 콰트로포르테 GTS의 가속 성능은 어떨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 측정 결과 5.18초를 기록했다. 4륜이 아닌 뒷바퀴로만 막강한 토크를 노면으로 전달하니 초반 휠스핀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제조사 공식 발표 수치는 4.7초 수준. 국산 제네시스 G70 3.3T 등도 유사한 기록을 낸다. 일부 소비자들은 단순 0-100km/h 가속 시간 만으로 성능을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기 발진 이후, 기어가 2단으로 넘어간 이후부터 진짜다. 일단 초기 휠스핀만 끝나면 콰트로포르테 GTS는 쉬지 않고 속도계 바늘을 움직인다. 초기 수치만 같다고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1분기 100억 원 실적을 낸 회사, 하지만 2~4분기 실적은 매 분기별 10억 원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최대 매출 볼륨은 150억 원 안팎으로 예상할 수 있다. 1분기 매출이 같다고 400억대 회사와 동일하다고 얘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발진 가속도 성능을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이긴 하지만 이것이 그 차가 보유한 모든 성능을 나타내는 잣대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자연흡기 방식을 연상시키는 엔진 감각이 가속감을 떨어트릴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속도계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두려움도 커진다. 어느 속도 영역에 있던 가속페달만 밟으면 다시금 초기 발진 같은 가속을 이어 나간다.

고속 안정감도 좋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와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대략 120km/h 부근부터 차이가 나는 편.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형 세단들은 고속에서도 편안함을 준다. 반면 콰트로포르테 GTS는 여기에 긴장감을 살짝 얹는다. 이를 봐도 일반적인 대형 세단들과 지향점이 약간 다르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최신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의 도움이 기다린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차선이탈 방지, 사각 경고 시스템 등이 운전자의 안전을 돕는다는 얘기다. 사실 얼마 전까지 마세라티 모델에 없던 기능들이다. 통상 럭셔리 브랜드들은 각종 편의장비 탑재를 늦춘다. 자동차 업계에서 신기술을 가장 빨리 쓰는 것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벤츠, BMW, 아우디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신기술을 통해 존재감을 키운다. 이후 그 기술이 보편화되면 대중 브랜드들이 이를 사용한다. 그리고 대중 브랜드를 통한 검증이 끝나면 가장 늦게 기술을 적용한다. 이들이 럭셔리 브랜드들이다. 그들은 검증된 안전성을 이유로 삼지만 가끔은 답답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마세라티가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전자식으로 바꾼 것도 1년 안팎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1%의 연비 향상을 목적으로 다양한 장비들을 바꾼다. 여기엔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도 포함된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소비자들은 1%의 연료비 절감보다 감각, 감성에 더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어링 시스템을 전자식으로 바꾼 덕에 차선 중앙을 능동적으로 유지시키며 주행하는 기능을 얻게 됐다. 운전자 피로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보다 안전한 주행을 위한 장치다. 하지만 손을 놓고 졸면서 가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참고로 마세라티의 시스템은 총 4가지 단계를 지원한다. 민감도를 3가지로 설정할 수 있으며 기능을 해제할 수도 있다. 우리 팀의 추천 대상은 1단계다. 2단계 이상이 되면 차량의 제어 범위가 커지는 만큼 운전의 이질감을 키우기 때문이다. 특히나 고속 주행을 선호한다면 1단계 또는 기능을 해제하는 것이 좋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속 안정감의 대가라면 마세라티는 제동 성능의 대가다. 특히 콰트로포르테 GTS의 제동성능은 더 인상적이었다. 캘리퍼 속 몇 개의 피스톤에 어떤 디스크를 썼는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얼마만큼 짧은 거리에 정지하는지, 이때의 감각은 어떠한 지, 제동성능을 얼마나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콰트로포르테 GTS로 시내 주행 중이었다. 과속방지턱을 뒤늦게 확인하고 당황했다. ‘아차!’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급하고 강하게 밟았다. 일반적인 차량이었다면 속도를 줄이며 과속방지턱을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콰트로포르테 GTS는 그 자리에 멈췄다. 황당할 만큼 강력한 제동성능이었다. 과장이냐고? 아니 실제 상황이었다.

콰트로포르테 GTS의 제동 시스템은 그야말로 강력하다. 초반 답력부터 민감한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에 비례한다. 엔진이 강해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가속을 보이는 차들은 많지만 제동성능이 주체 못 할 정도인 차량은 드물다.

다만 이 제동력이 최상은 아니었다. 차량 길들이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던 것. 콰트로포르테 GTS는 시속 100으로 달리던 중 정지까지 35.73m의 거리를 보였다. 길들이기가 이뤄지면 약간 더 거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2.2톤에 육박하는 차량으로는 대단한 수준이지만 제동거리를 단축시킬 여지가 남은 셈이다. 참고로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은 길들이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1~2천 km 달리는 수준으로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고속도로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언급하며 이 차량의 스티어링 시스템이 전자식이라는 것을 언급했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전자식 치고는 매우 직관적이다.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차량이 정확하게 움직인다. 유격도 최소화돼 타이트한 감각을 키운다.

승차감은 풀-사이즈 대형 세단으로는 단단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스펜션의 스트로크(상하 움직임)를 길게 설정했기에 세단 특유의 푹신한 감각도 전달받는다. 물론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상하 움직임마저 단단히 잡아버린다. 모드 특성상 승차감은 떨어지지만 빠른 달리기를 진행할 때 이점이 커진다.

코너링 성능도 수준급이다. 안정감 있게 차체를 붙드는 서스펜션, 타이어의 접지력도 좋다. 마세라티가 즐겨 쓰는 피렐리 P-ZERO 타이어는 노면 온도에 민감한 편이다. 늦가을 이후 겨울철에 접어들면 성능이 대폭 떨어진다. 반면 노면 온도가 오르기 시작하는 늦봄~가을 사이에 절정의 성능을 낸다. 2.2톤에 달하는 긴 차체, 하지만 코너링 성능은 수준급이다. 이런 성능을 내는 대형 모델들도 드물다. 많은 대형 세단들이 있다지만 무엇을 컨셉으로 하는지 보여주는 바가 명확하다.

물론 연비는 떨어진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해 보면 평균 10.6km/L 수준의 연비를 낸다. 최대 11km/L 내외까지 가능하지만 10.5Km/L 부근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엔진의 힘을 모두 끌어 쓰면 연비는 3km/L 내외까지 순식간에 떨어진다. 우리 팀이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이후 확인한 연비는 6.4km/L. 그래도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나 메르세데스-AMG S-클래스 모델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 급의, 그리고 이 정도 차를 소유하는 소비자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콰트로포르테 GTS는 명품 그룹에 속하는 차다. 다시 말해 럭셔리 카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차를 구입하려면 2억 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 때문에 포르쉐 파나메라나 메르세데스-AMG S-클래스를 구입하는 게 낫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포르쉐나 벤츠는 철저히 기능성이 초점을 맞췄다. 높은 출력과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 다양한 첨단 기능과 안전장비 등으로 무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여지는 것이 많다. 초반에 시선을 확 사로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마세라티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은 기능성보다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엔진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가죽은 어떻게 가공했는지, 마감을 어떻게 했는지에 집착한다. 이것들은 눈으로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때문에 초반에 시선을 사로잡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가치를 인정하는 소비자를 만나면 차량의 가치 또한 더불어 상승한다. 99% 이상의 대중 소비자들은 이런 차를 이해하기 어렵다.

유사한 예산으로 성능, 기능, 결과를 중시한다면 포르쉐나 AMG가 답이 된다. 하지만 이미 이들을 경험하고 그 이상의 가치를 누리고자 한다면 콰트로포르테 GTS 또는 럭셔리 카가 추천 대상이 된다.

럭셔리카 브랜드 종사자들은 엔진에 문제가 생기거나 서스펜션이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장 가죽이 쉽게 헤지거나 망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기 배선에 문제가 생길지라도 그들의 박음질은 끊어지지 않는다.

기계는 망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품위는 망가트리지 않는다. 그것이 럭셔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짧은 시간 안에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길게 경험을 해봐야 한다. 럭셔리라는 것은 단순히 이게 좋고 저게 좋고 그렇게 비교해서 우위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풀옵션으로 치장한 국산 모델들의 가성비가 월등하다 말한다. 소비자 층에 따라 정답이다. 하지만 수 억대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차를 몰라서 구입하는 것일까? 이미 그들의 상당수는 수십 년 전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그랜저를 시작으로 다양한 고급 수입차들을 경험했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같은 슈퍼카를 동경하는 것은 유니콘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일상이라는 조건을 붙이면 벤틀리나 마세라티 같은 차들이 답이 된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의 엠블럼 가격이 3~4천만 원 혹은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사치품이란 그런 것이니까.

2억 원이 생겼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1억 원대 스포츠카도 하나 구입하고, SUV도 한대 사고, 비싼 카메라에, 여행도 가고, 그 밖에…. 신나게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리스트에 딱 하나의 상품을 써넣을 사람들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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