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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PD 칼럼

[칼럼] 신차 구입, 서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사람들은 새것을 좋아한다. 같은 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쓰고, 남들이 그 제품에 대해 물어볼 때 뭔가 으쓱해 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 구매에는 대가가 따른다. 각각의 제조사들은 다양한 테스트 환경을 구축해 자동차를 시험한다. 혹한, 혹서는 물론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도로, 운행 조건을 분석해 시험을 해 나간다. 일반인들이 경험하기 힘든 한계를 넘나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동차의 구매자 숫자를 감안하면 시험에 동원되는 연구원들은 매우 소수다. 연구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숫자와 다양한 운영 환경 대비 제한된 시험 밖에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는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고 자동차의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새로운 상품을 만들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예로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자.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왔다. 그래서 구입했더니 배터리 소모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던지, 특정 조건에서 먹통이 되는 현상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지만 이는 제조사들도 예상치 못한 문제다. 하지만 자사 내부에서 시험했을 때 이런 문제가 나왔을 가능성은 낮다.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 수정을 했을 것이기 때문.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 노트7은 이상적인 성능을 갖고 시대를 선도할 수 있었던 스마트폰이었지만 배터리 문제를 겪으며 단종됐다. 만약 내부 시험에서 같은 문제가 나왔다면 대량 생산 이전에 문제를 찾아 보완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로 인해 수조원을 손해 봤다.

예로 1000여 명의 연구원들이 제품을 시험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그들이 시험하는 조건 안에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시장에 수십만 대가 풀리자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연구진들도 예상치 못한 것들이다. 이런 문제가 나올 때면 각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상품의 문제, 또는 약점을 보완한다.

자동차는 더 많은 부속들이 쓰인다. 그리고 사람을 싣고 달린다. 자연스레 안전 이슈도 생긴다. 때문에 스마트폰과 비교되기는 어렵다. 부속이 많아진 만큼 조금 더 높은 에러율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나 매우 다양한 제어 모듈이 컴퓨터와 연결돼 자동차를 이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를 갖춘 경우라도 차량 변경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보통이다.

제조사 연구원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나 자신의 선보인 작품이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그 때문에 개발 시기를 늦추더라도 조금 더 많은 시간 동안 안정화 작업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팀은 상황이 다르다. 신차 출시 시기가 언론에 노출되면 자연스레 판매량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부서 및 본부의 실적 저하로 연결된다. 때문에 개발부서의 연기 요청이 있더라도 시장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을 문제 정도라면 일단 출시부터 하자며 분위기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제조사는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남긴다. 연구개발, 마케팅, 홍보 등 다양한 부서가 있지만 판매부서의 힘이 가장 강하다. 그들이 자동차 회사를 먹여 살리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한 달만 더 있어도 상품의 완성도를 올릴 수 있지만 이는 연구부서의 바람일 뿐이다.

물론 모든 자동차들이 미완성인 상태서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조사 내부 갈등에 의해 조기 출시되는 모델이 있다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차 출시 후 일정 시간을 두고 차를 구입하라 조언한다. 출시 초기에 나오는 다양한 문제들이 시장에 밝혀진 이후 구입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모르고 있지만 문제가 있음에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미 시장에 팔린 수만 대의 모델,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문제라면 굳이 이를 알려 문제를 키울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가진 제조사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문제를 인지하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용한 수리를 해주기는 한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출시 시기에 맞춰 미완성 또는 문제를 갖고 출시되는 차들도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연말에 출시되는 이어 모델에서 슬며시 해결해 시판하는 경우도 많다. 현직에 있는 연구원들은 이런 정보를 흘리지 않지만, 자동차 제조사를 떠난 연구원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이런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리콜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국내서 리콜이란 말이 쓰인다는 것은 안전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콜이란 상품의 문제를 인정하고 수리해 주는 행위다. 스마트폰의 업데이트처럼 긍정적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국내 제조, 수입사들의 상당수는 리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것이 상품 또는 제조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조사, 그리고 끝까지 문제를 숨기고 ‘쉬쉬’하는 제조사. 여러분들은 어떤 제조사를 더 좋게 평가하고 싶은가?

남들보다 빨리 신제품을 손에 넣어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얼리어댑터라 부른다. 이들이 찾아내는 문제점들도 많다. 이들은 먼저 상품을 구입한 대신 문제가 나왔을 때 일정 시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스스로 얼리어답터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들처럼 상품을 먼저 구입하며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동차는 수천만 원의 가격을 가진 상품이다. 그리고 다양한 부속이 쓰인 기술의 결정체인 만큼 문제 발생 가능성을 갖고 있다. 대중적인 성격의 모델이라면 몇 달 만에 수백, 수천, 수만 대가 팔린다. 희소성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얘기다. 그 짧은 시간 주목받기 위해 베팅할 필요가 있을까?

제조 수입사들은 소비자의 권리보다 판매, 자사의 이미지를 중시한다. 내일 들통나더라도 오늘까지 숨기는 것에 익숙하다. 현명한 소비자들이라면 제조사 머리 위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오토뷰 | 김기태 PD (kitaepd@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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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12개가 있습니다. 전체의견 보기
  • 니케아 (pk946711)

    음...역시 신차는 나오자마자 사는게 아니군요

    2019-01-25 오후 03:29 의견에 댓글달기
  • kookinu (kookinu)

    최소 반년, 안전빵 일년 후 신차사야되는거죠??

    2018-12-11 오전 09:46 의견에 댓글달기
  • sagara (sagara)

    제일 이해안가는 것 : 출시 전에 사전예약 후 구입

    2018-06-29 오후 02:47 의견에 댓글달기
  • 리릿 (y3636)

    맞아요! 오토뷰에서 트랙스 리뷰한거 보고, 우왕 하고 샀다가 아주 된통 당했죠. 제 생에 최악의 차를 고르라면 당연히 트랙스가 1위죠! 3위인 카이런.. 매년 겨울마다 예열플러그 문제로 미친듯이 사업소를 내 집처럼 드나들고, 미션털려, 인젝터 털려. 서스펜션 털려, 빗길 오르막에서 후륜 털려, 밸런스 개판에 고장이란 고장은 다 경험한 차지만, 그래도 트랙스보단 좋았죠. 왜 트랙스를 나오자마자 샀는지.. 에효. 시승기도 그냥 시승기일 뿐. 몇명이서 몇일 타보고 그 차의 장단점이 다 나올 수는 없죠...

    2018-06-28 오후 11:21 의견에 댓글달기
  • adol (inbumy96)

    수천만원 짜리 제품을 사는데, 나오지도 않은 제품을 사는게 이해가 안됐죠... 물론 뭐 얼리어댑터 개념으로 봐야할지 모르겟지만;;ㄷㄷ 그렇다고 업체에서 엄청난 혜택을 주는거 같지도 않던데 암튼 벨로N 시승영상 보고 구입 결정 예정입니다.

    2018-06-28 오전 10:14 의견에 댓글달기
  • ckaclzone (ckaclzone)

    그러네요. 신차 출시 했을 때 잠깐 주목을 받는 그 효과. 그것 때문에 몇 천만원 하는 도박을 할 필요는 없죠. 차량 구매 전 꼭 읽어보면 좋은 글인것 같습니다. 목적과 구매력에 맞는 차량을 구입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데ㅠㅠ

    2018-06-27 오후 11:30 의견에 댓글달기
  • ATZ (ffk953)

    자동차가 과시 수단인 다수의 한국인에겐 실행하기 힘든 방법이네요 ㅎㅎㅎ

    2018-06-27 오후 07:31 의견에 댓글달기
    • 유노유노 (ohuknow)

      중국은 한국보다도 심합니다. 아반떼도 쇼퍼 드리븐카가 될 정도니. 대체로 후진국일 수록 차와 사회적 지위를 연동 시키는 경향이 크죠.

      2018-07-06 오후 06:37 의견에 댓글달기
    • 리릿 (y3636)

      미드에서 나온, '평생 현대차나 타라!'.. 이런 욕을 보면.. ^^;;;

      2018-06-28 오후 11:15 의견에 댓글달기
    • 냥망이 (dud541)

      자동차는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성격이 있고. 그건 사실 세계 어디를 가도 그런부분이 있습니다. 종특이라고 보지는 맙시다..

      2018-06-28 오전 01:13 의견에 댓글달기
    • ATZ (ffk953)

      정도의 차이가 있고 한국은 심한 편임.

      2018-06-28 오전 10:23 의견에 댓글달기
    • kjhoo92 (kjhoo92)

      ATZ 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2018-06-28 오전 09:28 의견에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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