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차 구입, 서둘지 말아야 하는 이유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8.06.27 12:11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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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새것을 좋아한다. 같은 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쓰고, 남들이 그 제품에 대해 물어볼 때 뭔가 으쓱해 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 구매에는 대가가 따른다. 각각의 제조사들은 다양한 테스트 환경을 구축해 자동차를 시험한다. 혹한, 혹서는 물론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도로, 운행 조건을 분석해 시험을 해 나간다. 일반인들이 경험하기 힘든 한계를 넘나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동차의 구매자 숫자를 감안하면 시험에 동원되는 연구원들은 매우 소수다. 연구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숫자와 다양한 운영 환경 대비 제한된 시험 밖에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는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고 자동차의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새로운 상품을 만들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예로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자.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왔다. 그래서 구입했더니 배터리 소모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던지, 특정 조건에서 먹통이 되는 현상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지만 이는 제조사들도 예상치 못한 문제다. 하지만 자사 내부에서 시험했을 때 이런 문제가 나왔을 가능성은 낮다.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 수정을 했을 것이기 때문.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 노트7은 이상적인 성능을 갖고 시대를 선도할 수 있었던 스마트폰이었지만 배터리 문제를 겪으며 단종됐다. 만약 내부 시험에서 같은 문제가 나왔다면 대량 생산 이전에 문제를 찾아 보완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로 인해 수조원을 손해 봤다.

예로 1000여 명의 연구원들이 제품을 시험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그들이 시험하는 조건 안에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시장에 수십만 대가 풀리자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연구진들도 예상치 못한 것들이다. 이런 문제가 나올 때면 각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상품의 문제, 또는 약점을 보완한다.

자동차는 더 많은 부속들이 쓰인다. 그리고 사람을 싣고 달린다. 자연스레 안전 이슈도 생긴다. 때문에 스마트폰과 비교되기는 어렵다. 부속이 많아진 만큼 조금 더 높은 에러율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나 매우 다양한 제어 모듈이 컴퓨터와 연결돼 자동차를 이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를 갖춘 경우라도 차량 변경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보통이다.

제조사 연구원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나 자신의 선보인 작품이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그 때문에 개발 시기를 늦추더라도 조금 더 많은 시간 동안 안정화 작업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팀은 상황이 다르다. 신차 출시 시기가 언론에 노출되면 자연스레 판매량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부서 및 본부의 실적 저하로 연결된다. 때문에 개발부서의 연기 요청이 있더라도 시장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을 문제 정도라면 일단 출시부터 하자며 분위기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제조사는 상품을 팔아 수익을 남긴다. 연구개발, 마케팅, 홍보 등 다양한 부서가 있지만 판매부서의 힘이 가장 강하다. 그들이 자동차 회사를 먹여 살리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한 달만 더 있어도 상품의 완성도를 올릴 수 있지만 이는 연구부서의 바람일 뿐이다.

물론 모든 자동차들이 미완성인 상태서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조사 내부 갈등에 의해 조기 출시되는 모델이 있다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차 출시 후 일정 시간을 두고 차를 구입하라 조언한다. 출시 초기에 나오는 다양한 문제들이 시장에 밝혀진 이후 구입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모르고 있지만 문제가 있음에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미 시장에 팔린 수만 대의 모델,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문제라면 굳이 이를 알려 문제를 키울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가진 제조사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문제를 인지하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용한 수리를 해주기는 한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출시 시기에 맞춰 미완성 또는 문제를 갖고 출시되는 차들도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연말에 출시되는 이어 모델에서 슬며시 해결해 시판하는 경우도 많다. 현직에 있는 연구원들은 이런 정보를 흘리지 않지만, 자동차 제조사를 떠난 연구원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이런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리콜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국내서 리콜이란 말이 쓰인다는 것은 안전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콜이란 상품의 문제를 인정하고 수리해 주는 행위다. 스마트폰의 업데이트처럼 긍정적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국내 제조, 수입사들의 상당수는 리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것이 상품 또는 제조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조사, 그리고 끝까지 문제를 숨기고 ‘쉬쉬’하는 제조사. 여러분들은 어떤 제조사를 더 좋게 평가하고 싶은가?

남들보다 빨리 신제품을 손에 넣어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얼리어댑터라 부른다. 이들이 찾아내는 문제점들도 많다. 이들은 먼저 상품을 구입한 대신 문제가 나왔을 때 일정 시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스스로 얼리어답터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들처럼 상품을 먼저 구입하며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동차는 수천만 원의 가격을 가진 상품이다. 그리고 다양한 부속이 쓰인 기술의 결정체인 만큼 문제 발생 가능성을 갖고 있다. 대중적인 성격의 모델이라면 몇 달 만에 수백, 수천, 수만 대가 팔린다. 희소성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얘기다. 그 짧은 시간 주목받기 위해 베팅할 필요가 있을까?

제조 수입사들은 소비자의 권리보다 판매, 자사의 이미지를 중시한다. 내일 들통나더라도 오늘까지 숨기는 것에 익숙하다. 현명한 소비자들이라면 제조사 머리 위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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