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상 소비자가 만들어지는 이유?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8.06.26 16: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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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소비자란 상품 판매자 등을 대상으로 언어폭력, 비하 등으로 불쾌감을 주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물론 진상 소비자들은 매우 소수다. 하지만 그들도 원해서 진상 소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인성이 떨어지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주어진 상황이 진상 소비자들을 육성하기도 한다.

통상 자동차쪽에서 진상 소비자가 만들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넘어온 경우다. 보편적인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가격이 비싸다. 입문형 소형급 모델이라도 국산 중형차와 유사한, 또는 그 이상의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국산차를 이용할 때는 별 고장이 없었지만 수입차로 옮겨 탔더니 이런저런 고장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잔고장은 소비자들을 화나게 한다. 특히 에러율이 높은 특정 브랜드 또는 모델들이 있다. 자동차의 디자인, 기능도 좋지만 만약 잔고장에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라면 이와 같은 브랜드 상품들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실 입문형 수입차에서 문제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많은 기능이 채용된 모델에서 잔고장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같은 수입산이라도 에러율이 낮고, 품질이 좋다는 평을 받는 차를 구입하는 편이 좋다.

특히 국산 중형, 준대형 소비자들이 유럽산 고급 세단으로 넘어갈 때 주의가 필요하다. 유럽 고급차, 특히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일부 브랜드의 상품들은 정말 많은 기능들을 갖춘다. 소비자들은 단순 눈에 보이는 편의 장비만 생각하지만 생각지 못한 다양한 센서들이 자동차의 성능과 효율을 이끌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센서의 존재, 이들이 정상 작동할 때는 이상적인 성능에 도움을 주지만 센서의 노후화 또는 오작동이 잔고장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국산 중형, 준대형 세단에 채용된 기능은 이미 시장에서 보편화 된 것들이다. 이미 닳고 닳은 기술이라 에러율이 낮다. 통상 대중 브랜드들이 쓰는 기술은 대부분 안정화가 이뤄진 것이 보통이다. 에러율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중 브랜드의 대중적인 상품들에게 신기술이 적용되기는 어렵다. 초기에는 기술 구현을 위해 쓰이는 부속들의 단가가 높게 책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자율 주행에 대한 다양한 얘기가 오가지만 자율 주행을 위한 핵심 부속, 특히 라이다(Lidar)와 같은 장비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중 브랜드 상품들은 이런 장비의 가격이 낮아져야 비로소 기능을 채용할 수 있게 된다. 향후 판매될 아우디 A8 등에 이런 장비가 담길 예정이지만 하위 A4 등에서는 어림없는 얘기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업계를 선도한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자사의 우월성을 알린다. 하지만 새롭게 도입된 신기술을 쓰다 보면 제조사들도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 누리꾼은 에러율이 낮은 국산차가 더 좋은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는 ‘내 예산에 적합하기에’라는 말이 숨어 있다. 가성비가 좋다는 현대 아반떼, 만약 같은 가격에 BMW 3시리즈를 구입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누군가는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 그런 선구자들의 기술을 개척 이후 비로소 수년이 지나야 대중 브랜드들이 기술들을 대중화시킨다. 대중화란 시장 규모에 따른 것으로 여기엔 원가 절감이란 의미도 포함된다. 이를 통해 신기술 채용이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승용차의 소비자라면 새로운 기능의 혜택을 받는 대신, 혹시나 모를 에러율에 대해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잦은 고장이라면 분명 제조사의 잘못을 따져야 하지만 기계 특성상, 거기에 최신 장비들이 가득한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라면 일부분 이해할 필요도 있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차가 나온 직후 보다 일정 시간을 지켜본 뒤 구입하는 쪽을 권장한다.

두 번째는 무리한 예산으로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도 위험하다. 초기 예산보다 무리한 욕심에 구입한 차에서 문제가 나오면 특히나 화가 더 치밀 수 있다. 내가 어떻게 투자한 자동차인데, 앞으로 남은 할부가 얼마인데…. 그와 같은 투자의 무리수가 진상으로 돌변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특히나 무리해서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다른 소비자들 대비 보상 심리가 큰 편이다. 허세를 위해 구입한 경우라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제조, 수입사에서 정형화된 정책에 따라 수리를 해주면 목소리를 키우며 돌변한다. 이 중 일부는 목소리를 키워야 보상을 더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서 불필요한 요구를 앞세우며 진상 소비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차로 접근하면 뭔가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국산차와 유사한 가격을 가진 모델을 구입하면서도 고급 대형 세단을 구입하는 소비자만큼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소비자의 권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필요 이상의 것을 득하기 위해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다. 차를 개발하는 것도, 판매하는 것도, 구입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예의 정도는 지키는 것이 좋다.

제조, 수입사들이 원만한 대처를 하지 못해 진상 소비자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진상 소비자로 변신하기 이전에 논리적으로 가능한 대처를 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는 얘기다. 잘못된 것이 있을 때, 권리는 충분히 찾되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제조, 수입사들도 자사 소비자들이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뻔히 들통날 잘못을 당장의 급급한 심정에 변명하고 넘어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 고장이 있다면 원인과 대처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특히나 매장의 판매직, A/S센터의 서비스직은 소비자들과 1:1 소통한다. 이들이 무책임한 언행으로 실수하지 않도록 체계화된 교육을 벌일 필요가 있다.

국가도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일부 국가기관들이 친기업 성향을 갖는다고 믿는다. 소비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관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문제에 대해 객관적 심판을 할 수 있는 법원도 필요하다. 현재의 법원, 특히나 1심에서 소비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판사들은 국가가 보유한 유능한 인재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지식들을 꿰차긴 어렵다. 실제로 1심에서 기술 관련 또는 기타 문제가 나왔을 때 쉽사리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1심의 결과가 제2, 제3의 집단 소송을 만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판사들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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