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음을 줄이는 ANC에 대해 아시나요?

  • 기자명 전인호 기자
  • 입력 2018.06.21 18:2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멋진 스포츠카가 도로를 달린다. 이 스포츠카의 엔진, 배기 사운드를 즐기는 자동차 매니아도 많다. 하지만 누군가는 소음 공해라고 생각한다. 도심에서는 다양한 소리와 대면하게 된다. 자동차가 내는 소음, 군중들이 만드는 소리, 공사 현장에서 흔히 들리는 기계 마찰음 등도 여기에 속한다. 현시대에 소음은 공해로 인정받는다. 사람에게도 해롭기에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 Active Noise Cancellation)를 살펴보기 전 패시브(Passive), 쉽게는 수동적인 소음 방지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자동차를 기반으로 생각해 보면 머플러가 있다. 엔진의 배기가스가 발생시키는 소리를 흡음재와 반사판을 이용하여 감소시키는 장치다. 특히 높은 주파수의 소리는 직진성이 강해 흡음재에 의해 쉽게 감소되는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파장이 길고 낮은 주파수의 소리는 흡음재로 막아내는데 제한이 따른다. 쉽게 틈새로 빠져나가는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파장이 길고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낮추려면 머플러의 크기를 키워야 하는데, 제한된 규격 안에서 만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한 무게의 증가, 배기압력에 손실로도 연결된다. 이렇게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것을 노이즈 아이솔레이션(Noise Isolation)이라 한다.

반면 노이즈 캔슬레이션(Noise Cancellation)이란 능동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은 외부 소음의 반대 신호를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시키게 한다. 최근 ANC 기술이 쓰이는 영역이 많아졌지만 이 기술은 1930년대부터 이론적으로 검토됐었다.

소리는 공기를 기준으로, 약 섭씨 15도의 온도를 기준으로 초당 340m의 속도로 전달된다. 우리는 고막을 통해서 공기의 진동을 감지하고 그것을 소리라고 부른다. 물체가 진동하면 공기는 진동에 의해 압축되고 이 속에서 밀도가 높아지는 부분과 낮아지는 부분이 생긴다. 소리의 파형이다.

소리는 파형을 그래프로 시각화할 수 있다. 파형이 높으면 공기의 밀도가 상승하며, 낮을 때는 밀도가 낮아진다. 파형의 진폭이 크면 큰소리, 작으면 작은 소리로 들린다. 또한 주기가 짧으면 높은 소리로, 주기가 길수록 낮은 소리로 들리게 된다.

ANC는 소리를 소리로 지우는 개념이다. 특정한 소음의 파형을 수집한 후 여기에 반대되는 파형의 소음을 추가한다. 그 결과 기존의 공기의 밀도가 높은 구간에 낮은 공기가 겹쳐진다. 마찬가지로 낮았던 공기 밀도의 구간에는 높은 공기가 겹쳐져 공기의 밀도를 균일화 시킨다. 특정 소음이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ANC의 기본원리

이를 활용한 기기로 익숙한 것은 헤드폰, 이어폰 등이다. 1986년, 미국의 오디오 음향기기 전문 제조사 보스(BOSE)는 ANC 기술을 담은 프로토타입 헤드셋을 내놨다. 보스는 ANC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12년의 시간을 보냈다. 처음 기술 개발에 들어간 것은 1978년, 이후 양산형 제품이 1989년에 나왔다. 항공기를 위한 제품이었다. 보스가 ANC 기술 개발에 투자비용만 약 5천만 달러(한화 약 554억 5천만 원)에 이른다.

자동차에도 ANC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을 처음 사용한 것은 닛산으로 지난 1991년도에 출시된 9세대 블루버드(U13)를 통해서다. 당시에는 이 기술을 Active Noise control system이라 불렀다. 블루버드의 전기형이었던 ARX-Z 시리즈에 기본 탑재됐는데, 모든 소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엔진 소음을 감소시키는데 목적이 있었다.

간단히 원리를 살펴보자. 우선 차량의 천장에 4개의 마이크를 달아 차량 내부의 소음을 수집한다. 이를 통해 유입된 소음 정보를 디지털화 시킨 후 제어장치(DSP)에 모은다. 엔진도 이 시스템에 연결돼 있는데 엔진의 회전수 및 속도 정보를 받게 된다. 그리고 조수석 하부에 위치한 스피커에서 소음의 반대되는 위상 신호를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시킨다.

이때 적용된 기술은 현재 출시되는 신차에도 쓰인다. 물론 극복하지 못한 기술적 한계도 있다. ANC는 지속적인 위상을 가지는 소음을 상쇄시키는데 도움을 주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서는 대처하지 못한다. 일정한 소음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있지만 노면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변수에 대한 대처 능력을 갖추긴 어렵다는 것.

ANC 기능을 탑재한 헤드셋을 오래전부터 사용했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효과를 느낄 수 없다. 헤드셋으로 소음이 침투되는 순간 ANC가 즉각적으로 작동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NC 기능이 원만하게 대처할 수 있는 소음들이 있다. 디젤 엔진, 항공기 엔진, 보일러 배기는 수백 헤르츠 이하의 저주파 소음들이다.

ANC가 처리하지 못하는 소음은 저주파가 아닌 소음의 원인으로부터 3차원으로 퍼져 나가는 소음, 급격하게 변화하는 소음 등이다. 같은 이유로 ANC를 통해 시끄러운 실내를 조용하게 할 수는 없다. 다양한 변수를 가진 소음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2018 4월 스코다의 만우절 개그코드는 헤드레스트에 장착된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이었다.

참고로 ANC가 장착된 차량들은 애프터마켓 오디오 시스템으로 튜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엔진 RPM 또는 속도에 따라 왜곡된 음향이 스피커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디오 튜닝이 필요하다면 ANC 기능을 해제하는 작업까지 감안해야 한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