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형 세단 시장의 절대 강자는 현대 쏘나타다. 2000년대엔 사실상 중형 세단 판매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을 정도다. 그런 쏘나타를 넘어선 모델이 바로 기아 K5다. K5는 2010년 6~8월까지 3개월간 쏘나타를 넘어 중형 세단 판매 1위 자리에 오른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 당시 기아차가 내세운 ‘디자인 경영’ 전략이 성공을 거둔 사례로도 해석된다.

그런 K5가 2세대로 변하고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도 이뤘다. 하지만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왠지 승용차보다 택시로 더 많이 본 것 같다. SUV의 인기 때문에 세단의 인기도 하락세다. 갈수록 중형 세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K5가 국산 중형 세단 자리에서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까?

현대 쏘나타가 ‘뉴 라이즈’라는 이름으로 큰 폭의 디자인 변화를 택했다면 K5는 소소한 변화를 지향했다. 페이스리프트 전에는 ‘2개의 얼굴’이라는 전략으로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을 쫓았지만 페이스리프트 이후 선택지가 사라졌다. 기아차만의 독특한 전략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디자인만 바라보면 조금 더 스포티한 모습이다. 범퍼 양 측면을 ‘ㄱ’자 형상으로 만들어 공격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공기흡입구 역시 제법 넓다. 조금 더 화난 인상이라고 할까?

인탈리오 그릴이라는 이름의 오목한 세로줄 그릴이 새로운 인상을 전한다. 오목한 세로줄 그릴이라는 점이 마세라티와 유사하지만 그릴이 보여주는 인상이 꽤 다르다. 헤드램프 디자인도 달라졌는데 프로젝션 사양에서 변경이 이뤄졌다. 반면 상급 구성인 LED 헤드램프는 기존 디자인을 쓴다. 프로젝션 사양 램프는 2줄의 주간주행등으로 K5의 멋을 키워냈다. 하위 사양이 더 멋지다니… 조금 더 많은 판매량을 가진 모델에 비중을 키운 듯싶다.

측면 실루엣은 매끈하다. 여기에 Y자를 겹친 형태의 휠이 시선을 끈다. 이제 멋을 위해 휠을 교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산차 휠 디자인도 좋아졌다. 후면부는 리어램프 패턴을 바꾸고 디퓨저로 멋을 냈다. 테스트 모델인 1.6 터보 사양은 듀얼 머플러가 추가돼 스포티한 감각을 한층 키웠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거의 같다. 스티어링 디자인도 얇게 구성해 최신 트렌드를 따르고자 했다. 크롬 장식의 사용 범위도 많아졌다. 대시보드에 적용된 스티칭은 무늬만 스티칭이다. 대놓고 가짜 느낌이 강하다. 경쟁사의 동급 모델처럼 진짜를 넣던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최근 기아차가 현대차의 염가 버전을 지향한다지만 이런 곳에서 마저 싸구려 티를 낼 필요는 없다.

구성은 좋다. 메모리를 비롯해 통풍과 열선시트, 보조석 시트 조절 기능(워크인 디바이스), 열선 스티어링 휠, 열선 2열 시트, 무선 충전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을 갖췄다.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직관성과 내비게이션의 완성도는 단연 최고라는 수식어도 아깝지 않다. 뿐만 아니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도 지원한다. 사운드 시스템은 크렐의 것을 기초로 스피커 10개를 달았다. 미드 베이스가 약한 편이지만 이 등급의 소비자들에게 큰 불만이 될 부분은 아니다. 순수 성능만 보자면 기존 현대기아차의 것과 그리 큰 차이는 없다. 단지 브랜드 노출을 통한 부가적인 만족도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고 보면 된다.

트렌드에 맞춰 반자율 주행 시스템도 있다.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방지 및 보조,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후측방 경고 시스템, 운전자 주의 경고에 이어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까지 탑재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은 장거리 운전을 할 때 편하다. 긴 직선도로가 있다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스티어링 휠(핸들)을 잡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기능을 맹신하면 안 된다. 그저 안전의 보조 기능으로 생각해야지 정말 자율 주행 기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잘 가는 듯하지만 굽은 코너를 만나면 어느 정도 차선을 유지하다 급작스럽게 기능이 정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일부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HDA 기능을 활성화시켜 놓고 스마트폰을 본다던지, 특히나 키스를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단지 홍보 수단일 뿐이며, 사고 발생 시 모든 것은 운전자가 책임져야 한다.

뒷좌석 공간은 무릎과 머리 공간 모두 충분하다. 확실히 국산 중형 세단의 뒷좌석 공간 경쟁력은 충분하다. 여기에 뒷좌석을 위한 선셰이드와 열선 기능도 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발견됐다. 시트 폴딩이 불가능하다는 점. 이 문제는 하위 모델인 K3에서도 발견했다. 아반떼는 가능하지만 K3는 안되는 것.

하지만 K5는 중형 세단이다. 그럼에도 이 기능이 없다. 때문에 트렁크 공간을 확장시켜 부가적인 활용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원가절감과 더불어 쏘나타를 이기면 안 된다는 내부 갈등이 표출된 예가 아닐까 싶다.

사실 시트 폴드 기능을 자주 사용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하지만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것과 없어서 못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키 스루는 있다는 것 정도?

페이스리프트 되며 엔진 라인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인기가 낮은 2.0 터보를 빼고 1.6 터보 모델을 최상위 모델로 포진하도록 한 것. 쏘나타는 2.0 터보가 있지만 K5는 1.6까지만 있다? K5가 보다 젊은 소비자를 타겟팅 한다면 오히려 K5의 이미지에 2.0 터보가 어울리지 않을까? 왠지 더 좋고 강력한 것들은 쏘나타에게 몰아준 느낌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들려온다. 사실 시동이 걸린지 잘 모를 때도 있다. 그만큼 조용함에 초점을 맞췄다. 실내 모든 부위에서 진동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억제됐다. 현대기아차의 진동 억제 능력은 정말이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36.0 dBA로 확인됐다.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메르세데스-벤츠 E300와 더불어 정숙성이 뛰어난 것으로 잘 알려진 모델들과 동일한 수치였다. 또한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환경에서 측정된 정숙성 역시 58.5 dBA로 고급 세단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N.V.H(소음진동) 부분에서 아쉬움을 토로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는다. 반클러치 느낌과 함께 미묘한 울컥거림이 감지된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 특성이다. 현대 기아차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타사 대비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불편함을 느끼기 힘들다. 다만 정차 후 출발 정도에서 이 특징이 나타나는데 이는 소비자의 타협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 가지, 이와 같은 부드러운 특징으로 인해 변속기 내부의 열 발생 빈도가 높아졌고 타사의 시스템 대비 내구성 측면에서 약간 불리함이 갖게 됐다. 물론 이는 고장이 아닌, 내부 디스크 등의 마모를 의미하는 것으로 수명이 다하면 교체를 하면 된다.

이번에는 가속페달을 깊이 밟아본다. 약간의 지연 현상(터보 래그) 이후 시원스러운 가속을 해나간다. 제원상 수치는 180마력과 27.0kg.m 수준. 준중형차의 세금 혜택을 누리면서 2.5리터 급의 가속력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몸을 시트로 묻어 넣을 수준의 가속 성능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사용하기엔 충분히 좋은 성능이다. 다만 가속페달 반응에 대한 엔진의 더딘 반응이 아쉬움을 키운다. 터보랙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엔진의 반응이 느리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도 반응 변화는 제한적이다. 또한 고회전 영역을 사용할 때 거친 엔진 회전 질감이 걸린다. 개선이 필요하다. 때문에 고회전 영역을 자주 사용하며 주행을 하다 보면 엔진이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생기기도 한다.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조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34초 만에 도달했다. 소형 SUV인 코나 1.6 터보 4WD 모델(8.36초)과 동등한 수치다. 참고로 동급 경쟁 모델인 쉐보레 말리부 1.5 터보가 8.28초를 작성했으며, SM6 TCE는 7.28초로 동급 1.6리터 중형 세단 중 가장 빠른 기록을 냈다. 참고로 SM6 TCE의 기록은 임의 환경에서 구현된 것이다. RPM을 강제적으로 높인 환경을 임의 구축한 것이라 일반 소비자들이 이런 기록을 만들기는 어렵다. SM6의 경우도 대략 8초 내외로 보면 된다.

코너를 맞이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타이어의 성능이 아쉽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이즈는 235mm 급이지만 성능은 215mm 급 정도에 준하는 수준이다. 타이어는 금호 타이어의 솔루스 XC란 모델인데 르노삼성처럼 마제스티 솔루스를 끼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OE 타이어는 자동차 제조사의 요청에 따라 튜닝한다. 똑같은 모델명을 가진 애프터마켓용 타이어(RE 타이어)와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차는 금호타이어에 성능을 줄이더라도 다른 요소, 가령 승차감이나 정숙성 등을 높여 달라고 요구한 모양이다. 분명한 것은 타이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사실.

핸들링도 다소 아쉽다. C 타입이 아닌 R-MDPS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해외 모델 대비 격차가 있다. 특히나 이번 K5 테스트 때는 서스펜션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느꼈는데, 소소한 보완이 필요하다 느꼈다.

서스펜션은 적정 수준의 승차감과 성능을 지향하려 한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지향하는 방향성이다. 큰 틀에서 보면 완성된 느낌을 주는 것 같지만 다양한 조건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아쉽다. 가령 작은 진동이 연속되는 환경을 만나면 노면에 대한 스트레스 모두를 승객에게 전한다. 과거 현대기아차는 물렁한 서스펜션으로 승차감만을 잡아왔다. 그리고 당시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그것이 통했다. 정확히는 그것이 기준이니 그저 받아들여야 했던 것. 반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중화된 수입차를 통해 세계적인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다.

더욱이 K5의 리어 서스펜션은 빠른 코너링에서 안정감을 잃었다. 르노삼성 SM6를 욕할 때가 아니었다는 것. 테스트 팀에서 한계 주행을 담당하는 프로 드라이버 출신의 전인호 기자도 리어 서스펜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쏘나타와 완성도 비교를 하자면 기아 K5는 한수 아래 위치하는 차였다. 테스트 팀의 리더를 담당하는 김기태 PD는 ‘한때 가장 좋아했던 국산차 브랜드 기아가 이제 현대차의 저가형 버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해 나간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테스트한 여러 기아차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였던 것.

이 얘긴 이쯤에서 하고 K5에 대한 제동성능을 확인해 보자.

K5는 시속 100km로 달리던 중 정확히 40m의 거리를 기록하며 정지했다. 유사한 성능을 보인 모델로는 기아 니로, 쉐보레 크루즈(2세대)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수치는 대중적인 성격의 세단에 있어 무난한 수준의 성능으로 꼽힌다.

1.6T 엔진을 장착한 기아 K5. 이번 테스트에서 느낀 것이 많다. 결론적으로 우리 팀은 K5가 아닌 쏘나타를 추천한다. 쏘나타에는 현대기아차를 개발하는 남양 연구소의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다.

K5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가성비를 높였다. 옵션 구성만 잘 해도 3천만 원 이하에서 반자율 주행 등의 안전장비도 갖출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준중형 세단의 세금 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단 1.6 터보 프레스티지 트림에서는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을 선택할 수 없게 함으로서 상급 트림 선택을 유도한 전력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차량의 구성과 가성비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하지만 기아차는 저가형 버전을 주력하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중형차만 봐도 현대 쏘나타에 힘을 실어주고 K5를 홀대하는 느낌이 크다. 쏘나타보다 떨어지는 핸들링, 쏘나타보다 떨어지는 서스펜션, 쏘나타보다 떨어지는 승차감, 상대적으로 견고함이 떨어지는 차체, 뒷좌석 폴딩 기능 미지원 등등… 우리 팀은 같은 값이면 쏘나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조금 더 비싸도 쏘나타가 답이 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지를 중시한다. 남들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한 투자도 한다. 아직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의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하지만 저가형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 기아차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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