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산 모터쇼, 2020년에도 개최할 필요있을까?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8.06.08 15:5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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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열리는 모터쇼. 냉정히 말하면 회의적이다. 모터쇼라 불리기 보다 멀티 전시장 정도로 보면 맞을 것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터쇼는 서울 모터쇼로 통한다. 가장 많은 제조사들이 참가한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컨셉트카를 찾기 힘들다. 현대차조차 자국 안방 격인 서울 모터쇼를 통해 신차를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월드 프리미어라며 상용차를 내놓는 것도 익숙한 일. 쓸만한 차는 다 해외 시장에서 나온다. 고급 브랜드들은 수요가 많은 중국 시장을 겨냥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모터쇼는 그저 일부 브랜드들의 전시장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차라리 서울 도산 대로를 한 바퀴 도는 것이 더 낫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말 우스갯소리일까?

2018 부산 국제 모터쇼를 보자.

십수 개 브랜드가 참가한다. 하지만 현대(제네시스), 한국지엠, 닛산(인피니티) 등 그룹별로 묶어 보면 참가사는 대폭 줄어든다. 국내사 4곳, 수입차를 그룹별로 메르세데스-벤츠, BMW(미니), 닛산(인피니티), 재규어(랜드로버), 토요타(렉서스) 등 5곳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에서 차를 파는 브랜드의 절반만 참가한, 진정한 '반쪽짜리 모터쇼'다. 그나마 상용차인 만트럭이 참가했지만 볼보트럭, 스카니아 등 시장을 주도하는 몇몇 브랜드가 빠졌으니 상용차 관점에서도 의미는 없다.

기자들이 취재를 벌이는 프레스 데이 일정을 보자. 8시 15분 토요타를 시작으로 오후 1시 정도가 되면 현대차를 마지막으로 일정이 종료된다. 자동차 역사상 가장 짧은 프레스 데이 행사다. 규모가 큰 해외 모터쇼는 수일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오토뷰 팀도 부산 모터쇼 취재를 기획했지만 참가사가 최종 결정된 이후 다른 일정으로 바꿨다. 그 시간에 신차 시승을 진행하기로 한 것.

사실 국내 모터쇼에 대한 업체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형식적으로 참가하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국내 브랜드인 쌍용차가 빠졌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모터쇼에 대한 무관심이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라 일컫는 북미 시장. 이곳을 대표하는 것은 연초에 열리는 북미 국제 오토쇼다. 하지만 내년 이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곳은 다음과 같다.

우선 독일을 대표하는 주요 브랜드들이 다 빠진다. 이제 미국 및 일본 브랜드로 전시장을 채워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부산 모터쇼에 눈길을 줄 브랜드는 많지 않다.

모터쇼에 불참하는 브랜드들의 생각은 같다.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투자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그 비용으로 다른 마케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얘기다.

부산 모터쇼 관계자들도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일정 수준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긴 하나, 이는 주말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나들이 객들이 찾는 경우도 많다. 혹은 자동차라는 본질보다 그 옆을 장식하는 모델 사진을 득하기 위해서인 경우도 상당수다.

BEXCO의 매출 보전을 위한 억지스러운 자동차 행사가 아니라면 차라리 부산시 차원에서 별도의 모터 페스티벌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주말의 도심 한켠, 또는 부산의 상징이 되는 광안대교 등을 활용해 1~2일 내외의 멋진 행사를 기획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부산 모터쇼를 연명하고 싶다면 부스 비용의 대대적인 할인, 이를 통해 더 많은 브랜드들을 유치해야 한다.

부산 모터쇼 참가사는 꾸준히 줄어왔다. 또한 올해처럼 다수의 브랜드가 불참한다면 더더욱 흥행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많은 비용을 내고 전시장을 꾸민 참가사들 역시 투자 대비 손해를 봐야 한다. 다시금 부산 모터쇼의 규모는 더 축소될 것이다.

컨셉트카, 월드 프리미어 유치 등, 질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적어도 다수의 브랜드들이 참가하는 양적 성장을 목표로 하거나 세계적인 자동차 행사를 벤치마크해 모터쇼의 틀에서 벗어난 행사를 기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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