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 노조와 한국 노조의 차이

  • 기자명 김기태PD
  • 입력 2018.05.29 14:0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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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일본 교통을 책임지는 JR 동일본 노동조합은 인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 카드를 꺼냈다. JR 동일본은 도쿄를 중심으로 일본 교통의 핵심 지역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곳의 파업은 일본 교통의 대란을 의미한다.

JR 동일본은 과거 국영 기업이었다. 하지만 지난 1987년 일본 내 국철을 7개로 나누면서 민영화로 탈바꿈시켰다. 과거 국철 시절엔 파업이 많았다. 민영화를 이루기 전엔 좌익단체와 손잡은 강성 노조원들이 수십 곳의 열차 케이블을 잘라내 일본 열도가 마비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노조는 파업을 하지 않았다. 또한 매년 인금 인상도 사측과 잘 풀어나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노조는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 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노조원들의 노조 탈퇴가 이어졌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결과 전체 4만 7000여 명의 노조원 중 약 68%에 달하는 3만 2000여명이 탈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70%의 노조원이 탈퇴했다면 그 노조는 사측을 대상으로 힘을 행사하기 어렵다.

노조원들의 반발과 탈퇴가 이어진 것은 고수입의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상황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JR 동일본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약 700만 엔(한화 기준 약 7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기자는 도치기현의 브리지스톤 타이어 공장을 취재했었다. 당시 브리지스톤 일본 본사 직원들은 금호타이어 사태, 전망에 대해 궁금해했다. 간단히 전망에 대해 얘기한 뒤 질문을 건넸다. 브리지스톤 공장도 노조를 중심으로 파업에 들어가는가? 홍보 담당 직원은 수십 년 전의 일이라 정확한 때를 기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공장 직원들도 회사를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원으로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중국 공장에서는 이따금씩 파업을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어떤가?

지난 28일, 현대차 노조는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2시간 동안 부분적인 파업을 벌였다. 현대차 노조원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거나 이번 법 개정으로 직접 피해를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최저 임금의 수배 이상에 달하는 연봉으로 유명하다.

사측에서도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자제를 요청했지만 결국 노조는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미래는 어떠한가?

자율 주행, 전기차, 카쉐어링 등 미래를 대변하는 말들이 많다. 특히나 이와 같은 시장 변화가 현대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현대차 노조위원장도 지난 3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는 재앙이며 이를 통해 일자리의 70%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현대차 노조는 지난 28일 정치 파업을 강행했다.

현대차의 인건비 비중은 토요타의 2배에 달한다. 매출 대비 인건비의 비중을 보면 현대차가 15.2% 수준으로 폭스바겐(9.5%), 토요타(7.8%)에 비해 높다.

참고로 자동차 한대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의 한국 공장이 약 26시간, 미국 공장 14.7시간, 중국 공장 17.7시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현대차는 10%, 기아차도 8% 수준의 이익률을 냈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는 4.7%, 기아차는 1.2%의 이익률을 낸다. 이는 다른 경쟁사들이 내는 6~7%대에 못 미치는 수치다.

강성 노조 문제는 불과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 전체의 생존보다 생산직의 이득만 내세웠던 금호 타이어 노조.

정부, 미국 GM, 한국지엠이 논의를 이어가는 시점에 수당을 내놓으라며 사장실 점거, 기물을 파손한 한국지엠 노조도 국민들의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을 무기 삼아 파업할 수 없다며 노조를 탈퇴한 JR 동일본 노조 사태의 의미가 더욱 커 보인다.

단결, 투쟁, 쟁취 등의 단어와 확성기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우리 노조들이 JR 동일본 노조원들의 생각을 헤아릴 수 있을까?

우리네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은 노조 스스로 만들어 낸 일이다. 노조원들도 집행부를 구성한 소수의 의사가 아닌, 자신들의 의사 표명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솔루션 마련을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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